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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87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3
조회
5,023
추천
54
글자
11쪽

4화

DUMMY

기습.

생각지 않았던 때에, 갑자기 들이닥쳐 공격하는 행위.


‘지금!’


설진은 고블린이 예상하지 못했던 때에, 쉬이 유추할 수 없는 장소에서 기습을 가했다.


서걱-!


“키에에엑!!!”


날카로운 칼날 소리가 살갗을 파고들었다. 뒷목에 정확히 들어박힌 칼날이 피부를 찢어버리는가 싶더니, 이내 완전히 그 피륙이 떨어져 나갔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설진은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단검을 더욱 깊숙이 쑤셔 넣었다. 푸슉-! 푸슉-! 칼집이 속을 헤집을 때마다 초록의 피가 사방을 적셨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고블린 수 : 4]


이윽고 목덜미에서 앞목까지 날이 관통한 순간, 그제야 설진은 칼을 뺐다.

정확히 말하면 시스템 창이 뜬 순간이었다.


고블린의 완전한 절명을 확인한 후 설진은 앞을 바라보았다.

뜻하지 않았던 때의 기습인지라 고블린의 행동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렇다면 빨리 한 놈을 더···.’


피 묻은 칼날을 역수로 쥐었다.

놈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설진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본디 넷이었던 고블린을 둘이나 줄인 채 정면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


“하압!”


그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셋 중 가장 가까이 있는 놈에게 달려들었다.

공교롭게도 그 고블린의 거리는 다른 고블린들과 꽤 거리가 있었다. 요컨대 지금 당장 고블린을 지원하러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설진이 노리고 있는 놈이 동료의 도움을 받으려면, 최소 십 초 이상의 시간을 버터야 했다. 그리고 설진은 그 십 초를 기다려 줄 만큼 무르지 않았다.


슈웅-!


달려든 고블린을 향해 단검을 내질렀다. 큰 동작은 아니었다. 지금 큰 동작으로 페이크를 넣는다면 괜한 시간만 소비될 뿐이었다.


대신 그가 취한 것은 비교적 짧은 동작. 바위를 겨눠 그 중앙을 파고드는 것처럼, 역수로 쥔 단검이 향한 곳은 고블린의 중앙이었다.


그중에서도 명치. 초록 피부가 유독 짙은 가슴 부분. 설진의 단검은 그곳을 득달같이 물어뜯었다. 키이엑. 키엑! 고통에 겨운 고블린의 함성이 귀청을 잡아당겼다. 입술을 꽉 깨문 채 무시했다. 무시하고선 더 깊이 찔러넣었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고블린 수 : 3]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고블린의 죽음을 나직하게 고한 시스템 창을 바라보고선 설진은 몸을 뒤로 물렸다. 한 번에 두 마리를 데려간 건 좋은 일이었지만, 체력이 상당수 소비되고 말았다.


“허억- 허억-. 하아···.”


밤이 되어 차가워진 숲 날씨가 서린 입김을 만들었다. 뿌연 연기가 입에서 삐죽 튀어나와 설진과 고블린 사이를 갈라놓았다.


설진은 다시 단검을 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움직임을 취했다.


발을 움직이되 천천히.

체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최대한 감춰야 했다.


설진의 연기가 먹혀들었는지 고블린은 함부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 경계의 시간이 설진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아. 하아. 최대한 몰래 숨을 뱉었다. 만들어진 연기가 어두운 시야를 더더욱 흐릿하게 만들어, 마치 안개가 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몇 십 초.


“키에에!!”


뒤늦게 설진이 지쳤다는 사실을 깨달은 고블린 둘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나름 연계에 대한 지능은 있는 모양인지 좌우로 갈라진 채 돌진해왔다.


두 고블린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설진은 시야에 집중했다.

둘로 갈라지는 연계. 평소 같았으면 몸을 돌려 상황을 이탈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고블린에게는 무기가 없었다. 자신을 위협할만한 요소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설진의 자신감을 돋우었다.


“···후.”


양쪽의 공격을 한 번에 받아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건 탱커 포지션인 바니타스나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은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한쪽을 정해서 돌파해야 해.’


일점돌파.

양쪽에서 동시에 짓쳐오는 공격이라면, 그 공격이 동시에 들어오기 전에 한쪽을 파훼하면 되었다. 생각을 마친 설진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설핏 보아하니 우측 고블린이 더 빠른 속도를 내고 있었다. 고로 그 속도를 역이용하고자 한 선택이었다.


고블린이 동시에 공격을 내지르기 전에, 움직인 몸이 고블린을 향했다. 설마 이렇게 급작스럽게 튀어나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지 놈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외려 가속도가 붙어 더 빨라진 듯했다.


설진에게는 편한 일이었다. 아니,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가만히 있는 것을 베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을 베는 것이 훨씬 더 위협적인 위력을 낼 수 있는 법이니.


“키에에!!?”


당황한 고블린의 표정을 무시한 채 선공을 취했다. 푸슉-! 살점에 푹 들어가는 날붙이와 함께 피가 낭자했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고블린 수 : 2]


순식간에 목이 날아간 고블린.

이걸로 셋이었다. 이제 남은 고블린은 하나였다.


어렵사리 만들어낸 일대일 구도. 설진은 바로 공격을 가하는 대신 상황을 한 발 물어서는 쪽을 택했다. 이미 한 번 기습으로 인해 혼란에 빠졌었던 고블린이,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설진을 노렸기 때문이다.


촤악-.


덕분에 몸에 두른 망토가 살짝 찢어졌다. 이 외에 추가적인 피해는 없지만, 아주 잠시동안 설진을 당황하게 할 정도의 시간은 되었다.

하여 고블린도, 설진도. 서로를 노려보기만 할 뿐 직접적인 공격은 이뤄지지 않는 소강상태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설진이 다시 한번 숨을 내뱉고 있는 모습을 본 고블린이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체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 모양.


설진은 이쪽을 향해 돌진해 오는 고블린을 받아치고자 단검을 들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서 달려드는 놈에게 단검을 내지르-.


“키에엑?”


-지 않았다.

대신 그가 취한 행동은 발차기였다.


‘단검만을 의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단검을 쓸 필요는 없지.’


퍼어억, 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나간 고블린이 휘청거렸다. 균형을 잡고자 손과 발을 휘둘렀지만,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설진은 그 틈을 타 고블린에게 접근했다.

망설임은 없었다. 일말의 주저 없이 고블린의 뒷목을 베어낸 설진의 검에서 피가 튀었다. 피와 함께 묻은 살점이 찬 공기에 휘날려 때어졌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고블린 수 : 1]


마지막으로 고블린의 죽음을 확인한 설진은 단검을 털며 일어섰다.

자리를 옮기기 위함이었다. 적잖은 체력을 소비했는지라 쉬고는 싶었는데, 차마 고블린의 시체가 가득한 곳에서 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근처 나무에 걸터앉았다. 1층에서 했던 행동과 똑같았다.


[기민한 발걸음이 활성화됩니다.]

[당신의 발소리와 기척이 줄어듭니다.]


발동을 종료했던 기민한 발걸음을 다시 활성화하고서 거친 숨을 내뱉었다.

1층에서 겪었던 것처럼 격한 감정을 느끼진 않았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설진은 고블린을 죽였다는, 무언가의 생명을 빼앗았다는 사실에 이제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기민한 발걸음은 못 쓸 텐데··· 마력이 13인 덕분인가.’


그 대신 13이라는 초기 마력 수치에 집중했다. 원래대로 10의 마력 스탯을 가졌었더라면 지금 기민한 발걸음은 발동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3이 더 붙은 덕에 설진은 스킬을 활성화할 수 있었다.


‘마력량이 조금 더 큰 채로 시작하는 건 나야 좋은 일이다만···.’


좋은 일이긴 하지만 의문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기왕 붙을 거라면 차라리 민첩에 붙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조금 있었고.


잡생각과 함께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니 어느새 땀은 말라 있었다. 크게 들렸던 심장의 고동 소리도 진정이 되었는지 이제 미약한 소리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설진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본디 게임의 기능이었던 커뮤니티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조건은 3층 클리어. 당장의 목적은 그것으로 하기로 했다.


“한 마리만 더 잡으면, 일단 2층은 클리어할 수 있으니까.”


중얼거린 채 고블린을 찾으러 걸음을 내디뎠다. 마력이 간당간당하긴 했지만 기민한 발걸음을 조금 더 발동시킬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아니, 아니지. 기왕 클리어할 거라면···.”


조금의 시간이 흘러 설진은 또다시 고블린 무리를 찾을 수 있었다. 본디 한 마리만 더 잡으면 되는 그였지만, 기왕 게임 속으로 들어온 거 알고 있던 지식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조건이···.’


3층 내에서 다수의 적을 두 번 이상 상대하기, 였던가.

보상은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에 유리한 스킬인 학살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스페이스 온라인을 플레이하는 유저였다면 대부분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업적이요, 히든 미션이었다.


3층 내에서라고 하지만 1층에선 고블린이 단독 행동을 하고, 3층에선 다수의 적이 와르르 쏟아지지 않는다. 요컨대 지금 이 조건을 채울 방법은 설진이 위치한 2층에서밖에 할 수 없었다.


‘다섯 마리. 한 마리 더 많다.’


찾은 고블린 무리를 세며 다가갔다. 바로 기습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몸을 숨길 나무가 많지 않을뿐더러 두 마리의 고블린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경계란, 몰래 기습해 선공을 가하는 도적에게 있어 최악의 행동이었다.


‘뭐, 그래도 두 명만 경계를 서는 건 아닐 테니까.’


분명 교대할 시간은 있으리라. 설진은 그 교대의 때를 노리고자 마음먹었다.

밤은 아직 깊었다. 시간은 많았고 긴장은 풀어헤쳐지지 않았다.

설진은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그가 기다리고 있던 교대의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단검을 치켜들었다. 이번에는 세 명을 먼저 죽인 뒤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2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3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3 : 24]


설진은 손톱이 스친 왼팔을 부여잡았다.


다섯 마리를 전부 죽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고블린의 발악으로 왼팔에 옅은 상처 자국이 생기고 말았다.


물론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니고, 자세히 봐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지만 당시 고블린의 표정과 고통은 생생했다. 이미 부여잡은 팔을, 설진은 다시 한번 부여잡았다. 절박한 놈의 얼굴이 아직도 뇌리를 떠나가지 않았다.


털썩-


적당한 데 자리를 잡아 앉았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밤은 너무나도 깊어서 아직 세상은 어두웠다.


‘아니, 오히려 한 번 다쳐보는 게 나을 수도···.’


아주 작은 상처였지만, 그 덕분에 설진은 자신이 게임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학살 lv.1을 습득했습니다.]

[아군보다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민첩이 2증가합니다.]


[3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0: 10]


지금 상기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층까지 설진이 마주한 게 고블린이었다면, 3층부터는 달라질 테니까.


[0: 05]

[0: 04]

[0: 03]

[0: 02]

[0: 01]


점점 줄어들고 있는 타이머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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