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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22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9 22:24
조회
1,583
추천
23
글자
11쪽

23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7)

DUMMY

“란. 혹시 모를 기습을 대비해 왕녀님을 지켜줄 수 있겠나?”


고위급의 마법을 사용한 반동이 컸는지, 플라임은 주저앉은 채 거친 숨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 왕녀님은 탈진 상태나 다름없을 테니.”


설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차가운 숲에 거대한 불구덩이를 내리게 했다. 그만한 힘과 마력을 소모했는데, 기력이 다하지 않으면 거짓말이리라.


“알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나머지는 릴리에와 린, 그리고 내가 처리하고 오마.”


란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한동안 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설진은 그제야 옅은 미소를 띠며 자리를 벗어났다.


란과 플라임이 있던 장소를 지나 다시 범죄자들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폐허, 아니. 멸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너지고 부서진 건물들이 보였다.

타닥- 타닥-. 장작이 타들어 가 대찬 불을 불러오듯, 추운 날이었음에도 화염은 건재했다.

으아아아악-!! 흡사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넘실거렸다.


“···앳된 소리로구나.”


그중에서는 비교적 어린아이로 보이는 비명도 섞여 있었다.


타다다다!!


오른쪽 샛길에서 어린아이 다섯이 꽁지 빠지게 도망치고 있었다. 설진이 있는 방향이었다. 한 놈은 팔이 그을린 채로, 또 한 놈은 얼굴이 뭉개진 채로.


나머지 셋은 더했다. 셋 중 둘은 다리에 불이 옮겨붙은 채 타오르고 있었고, 하나는 팔과 심장 부분에 불이 붙어 있었다. 불을 떼어내려고 바닥을 구르고 옷을 벗어 던지지만, 그럼에도 불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연적으로 생긴 불과 달리 마력으로 만들어진 불이어서 더 강했다. 그래서 더 집요하고 더 득달같았다.


“저, 저- 저 저기. 살려주. 사사사 살려주세.”


아이 중 하나가 설진을 발견했는지 애처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외치면서 다가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넷이 아이 하나를 따라 설진에게로 향했다.

점차 가까워졌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미친 듯이 입을 열고 있는 아이였지만 입김은 나지 않았다. 공기가 불에 연소돼 뜨거워졌다.


‘어린아이들의 처우,’


설진이 아닌, 루이 로반델트가 줄곧 생각해 왔던 것이었다.

어린것이 무엇을 안다며 살려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었고.

그럼에도 범죄에 가담했으니 살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인간의 목숨을 잣대질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리하여 그는 감정에 연연한 것이 아닌 현실적인 방향으로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아무리 범죄에 가담했더라도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살려 준다면, 범죄 조직은 그것을 이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더 큰 희생자가,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합리화라고 해도 좋았다. 우둔한 자의 한계라 해도 좋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루이 로반델트는 결정을 내렸고, 그것을 번복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저기, 저, 저기요!”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설진의 시선이 돌아갔다.


“저희 좀 사, 살려 주-.”


다가온다.

아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루이의 의지가 전해졌다.

죽이라고, 죽이라고, 죽이라고.

설진은 눈을 감았다. ‘아이’라는 명칭이 머릿속에서 뒤집힌다.


다시 눈을 떴다.

여전히 그들은 다가오고 있었다.

추웠던 숲 한가운데에서, 불구덩이에 걸려든 범죄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범죄자들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심판을 받는 양 온몸이 타오르고 있는 범죄자들의 몸이.


덧없을 정도로 추악하여서, 설진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래.”


묵묵히 되뇐다.

들어 올린 검의 위치를, 베기에 최적화된 곳으로 옮겼다.


“···살려주마.”


다섯의 범죄자들이 설진에게 도달하였을 때,


데구르르-.


그 다섯의 목이 한순간에 떨어져 낙하했다.


목숨을 거두어간 검에 조촐한 피가 묻었다.

묻은 피를 털며 설진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것은 구원(救援)이었을까.

이것은 영벌(永罰)이었을까.


구원이었다면, 소사(燒死)보다는 덜 고통스럽게 죽은 범죄자들이 받은 야박한 축복일 테고.

영벌이었다면, 범죄자들이 받은 영원한 벌임과 동시에 자신에게 내리는 또 다른 형벌이 시작을 알린 것일 테다.


우웁.


···구역질이 나왔다.


* * *


“릴리에 님. 이제 슬슬.”

“그래, 알고 있어.”


어딘가 슬퍼 보이는 린을 뒤로하고 시연이 앞장설 준비를 했다.

이번 전재에서 기사들이 맡은 역할은 도망치는 범죄자들의 처리 및 생포.

건물들도 깔끔하게 전소되었으니, 슬슬 움직이는 것이 좋아 보였다.


자기 몸만큼이나 거대한 대검을 든 시연을 선두로 린이 뒤따랐다.

플라임에서 전해 듣기로 이곳 범죄자들의 수는 대략 백 명이라고 한다.

그중 설진이 확인한 바로는 아이들이 서른.


그래서인지, 그녀들의 앞에는 유독 성인이 많았던 걸지도 몰랐다.


“이놈은 잡아. 린. 옷차림을 보니 간부급이야.”

“네.”


허겁지겁 도망치는 간부를 무력화시킨 후 생포한 것이 다섯.

저항이 거세 결국 목을 끊은 것이 스물.

총 스물다섯을 처리하게 된 그녀들이 생포한 다섯 명을 이끌고 돌아왔을 때.


왕녀 플라임이 선언했던 전쟁은, 전쟁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쉽게 종결되었다. 제대로 된 싸움이라곤 해본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게.



“수고했구나.”


기력을 회복한 플라임이 수고의 말을 건넸다.

다만 아직 빈혈이 도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설진은 플라임을 부축한 채 눈앞에 포박된 범죄자들을 바라보았다.

시연과 린 쪽에서 다섯 명.

설진과 란 쪽에서 두 명을 생포해, 총 일곱을 붙잡았다.


손발이 묶인 채 한 줄로 주저앉아 있는 범죄자들.


“무려 왕녀님께서 행차하시다니. 우리가 그렇게나 거슬렸던 모양이야?”

“워낙 네놈들이 판을 크게 벌여서 말이다.”

“킥. 그것참 미안하게 됐수다. 어? 사과라도 해 드리우?”


개중 수장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비아냥거렸다.

설진은 불바다가 되다 못해 싸그리 망가진 범죄자들의 거처를 돌아보다가, 플라임과 수장 격으로 되어 보이는 남자와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여전히 입김은 나지 않고 있었다.

이른 아침 소나기가 내려 이슬을 맺던 식물은 전부 불타버렸고, 꿋꿋이 그 자태를 유지하고 있던 나무 또한 대부분이 전소되어 타들어 갔다.


춥다기보단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수장의 입이 열렸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저어엉 말로 미안합니다. 왕녀 전ㅎ··· 커헉!!”


반성이라곤 없었다. 수장은 그저 왕녀를 무시하는 듯한 말만을 반복했다.

설진은 그 말을 들은 즉시 수장의 얼굴을 걷어찼다. 뻐어억! 인간의 살가죽을 꿰뚫는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수장의 몸이 날아가 처박혔다.


반 정도 타버린 나무에 몸이 부딪히는 순간, 또다시 뻑- 하는 소리가 잇달아 퍼졌다. 안면을 곧이곧대로 처맞은 얼굴에서 하염없이 피가 흘렀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설진은 살기를 가득 담아 나머지 여섯의 범죄자들을 노려보았다.


“옹이구멍만 한 눈으로도 보이지 않느냐. 왕녀 전하시다.”


그러던 중 설진의 시선이 여섯 중 하나에게 돌아갔다.

손에 묶인 밧줄이 조금이지만 태워져 있었다. 마력을 활성화해 살펴보니 방금까지 마법을 시전한 흔적이 보였다.


너무나도 쉽게 이겨 잠시 망각하고 있었지만, 범죄 조직의 인물 중 몇몇은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자들이었다.

불 관련 범죄율이 높아진 것도 바로 그 때문.

설진의 몸이 다시금 움직였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내보이지 않은 채 검을 뽑은 설진은, 절도 있게 휘둘러 그 한 명의 목을 베어버렸다.


촤아악-!!


일부로 큰 동작을 사용해서 베었다. 목에서부터 치솟은 피가 난자했다. 포박된 다른 범죄자들의 몸에 시뻘건 피가 튀었다.

남은 다섯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제야 공포가 각인된 것을 확인한 설진의 검이 허리춤으로 되돌아갔다.


“알아듣겠느냐.”


알아듣지 못하면 죽음이라고 생각한 건지, 남은 범죄자들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플라임이 나섰다. 생포는 했지만, 이곳에서 심문할 수는 없었다.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마땅한 도구가 없기도 했고, 또 심문하기엔 도저히 적합해 보이는 곳은 아니었다.


하여 신문은 간소화된 채로 진행되었다.


일단 약간의 정보만 얻은 후에, 나머지는 왕실로 이송한 후 듣겠다는 것이 플라임의 생각이었다.


결론적으로 설진과 시연은 이곳에서 세 가지의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1. 어린아이들을 데려와 마법에 재능이 있는 아이를 솎아내고 있다.

2.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3. 규모는 꽤 큰 편이었는데, 이곳의 범죄자들은 일만 명 정도라 주장했다.


이후 란과 린의 도움을 필두로 수장을 포함한 여섯의 범죄자 호송이 진행되었다.

설진과 시연 또한 호송에 가담했다가, 하루 정도가 지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야영하던 도중, 그중에서도 불침번을 서고 있었을 때였다.

임시로 피워 놓은 모닥불이 타올랐다. 숲을 벗어난 지 좀 된 것 같았다.


설진은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모닥불에 넣으려던 도중 별안간 떠오른 메시지에 행동을 멈추었다.

주변을 살펴보고 있던 시연 또한 메시지가 떠올랐는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닥불 사이에 모여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화륵-.

마른 장작을 먹은 모닥불은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 * *


[10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11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누나.”

“왜 그래?”

“이 루이라는 인물, 릴리에라는 귀족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나 봐요.”

“응? 설마 러브 스토리야? 그런 작은 설정까지 잘 챙겼구먼.”


시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던 설진은 선웃음을 지으며 화답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아니면?”


아이가 서른. 성인이 일흔.

-그래서인지, 그녀들의 앞에는 유독 성인이 많았던 걸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야, 궁금하게 할래?”

“저도 뭔가 생각하다가 까먹어서···.”


몸속 루이의 의지가 점차 옅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루이에게 빙의된 것이 해제되고 있었다. 그에 따라 루이의 신념, 감정 등 사람을 수식할 수 있는 모든 느낌이 사라져갔다.


루이에게 있어 방금의 일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사건 중 굵직하다고 말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경험이었지만, 설진에게 있어서는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빙의는 했지만 루이의 의지가 남아있었기에 설진이 경험했던 일의 여운과 여파는 비교적 덜했다.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일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던 걸지도 몰랐다.


상념에 젖었을 동안 오 분은 빠르게 흘러갔다.

빛이 전신을 뒤덮었다. 들어왔던 타인의 의식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윽고 몸이 사라기는 감각과 함께, 설진의 몸이 전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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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21.12.03 1,473 20 11쪽
24 24화 21.12.02 1,544 21 11쪽
» 23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7) 21.11.29 1,584 23 11쪽
22 22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6) +1 21.11.28 1,600 21 12쪽
21 21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5) 21.11.27 1,685 23 11쪽
20 20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4) 21.11.25 1,917 22 12쪽
19 19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3) 21.11.25 1,953 23 11쪽
18 18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2) 21.11.25 2,160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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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1.11.25 2,485 35 12쪽
14 14화 +1 21.11.25 2,592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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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21.11.25 2,836 39 11쪽
11 11화 +2 21.11.25 3,217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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