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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1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2
조회
5,795
추천
62
글자
12쪽

3화

DUMMY

잠시 후.

기척을 숨긴 채 숲을 걷던 설진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맥에 솟아난 풀을 지르밟는 소리. 빠른 간격으로 울리는 것을 보아하니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작은 체구, 다리와 다리 사이의 좁은 간격으로 인해 들리는 빠른 템포의 발소리.


소리를 들은 설진은 근처 나무에 몸을 숨겼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접근해오고 있는 듯했다.


얼마 후 이쪽으로 올 것임을 예상한 설진은 기습을 준비했다.

장검이나 창 같은 기다랗고 무게 있는 무기와는 달리 단검은 가벼운 편. 정면 싸움에서는 약세를 점할지라도, 기습을 벌이기에는 용이했다.


밤이 아니라 암습이 활성화되지 않은 부분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고블린 하나 잡자고 밤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부스럭-.


‘······!’


소리가 다시 한번 더 커졌다. 시야를 가린 나무를 치우면 보이는 거리. 설진은 침을 삼켰다.


많은 것을 할 필요는 없었다. 탑 1층의 몬스터는 약했다. 성인 남성이 능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다만 그와 상반되게 긴장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 심장이 고동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긴장을 머금은 왼손이 부르르 떨렸다.


‘아냐. 다시 집중해서.’


후. 하고 심호흡을 내뱉었다. 좀 나은 기분이었다.


설진은 나무 밖으로 눈을 내민 채 시야를 확보했다. 이쪽의 존재를 모르는 듯 걸어가고 있는 고블린의 모습이 보였다.

목덜미를 훤히 내민 채 있는 광경이 무방비함을 알려주는 듯했다.


한 번 내뱉은 심호흡이 다시 돌아오기 전, 설진은 행동을 개시했다.

망설임은 한 번으로 충분했다. 두 번은 없었다.


빠른 속도로 빼든 검과 다리가 날렵하게 움직였다. 일순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고블린의 것이 아니었다. 설진의 소리였다.


뒤늦게 소리와 기척을 감지했는지 고블린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설진은 이미 고블린의 지척까지 접근한 상태.


샤샥-!


고블린이 상황을 인지하기까지의 시간보다, 목덜미를 향해 칼을 들이민 설진의 행동이 더 빨랐다. 무방비하게 노출된 목덜미에서 피가 흐드러졌다.


단검에 베인 살점이 떨어졌다. 살점에 묻은 피가 지맥을 적시는 듯했다.


“키엑- 키엑···.”


옅은 숨소리를 내고 있는 고블린을 보고서 설진은 다시 한번 단검을 내질렀다. 푸슉-! 기습의 고통에 울부짖는 틈을 타 가슴에 단검을 박았다.


파앗-!


다시 한번 튀는 피. 고블린의 피부색처럼 어두운 초록색 피가 줄기차게 뿜어져 나왔다. 푹 들어간 단검이 쉴 새 없이 피를 살라냈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고블린 수 : 1]


시스템 창이 떴다. 담담히 죽음을 고한 텍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하아. 하아.”


손에 느껴지는 생생한 감촉에 몇 번 숨을 내뱉었다. 게임으로 할 때는 몰랐지만, 생명을 죽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비위가 필요한 일이었다.


몇 번 거친 숨을 내쉰 설진은 정신을 차렸는지 주변 나무에 걸터앉았다.


입은 상처는 없었고, 일반적인 공세를 통해 고블린을 죽였지만 살육을 경험한 몸이 떨림과 긴장을 만들었다. 퉤. 알게 모르게 침을 뱉었다.


몇 분 정도가 지나 돌아온 정신이 상황을 정리했다. 자신은 고블린을 죽였고, 고블린은 목덜미를 베인 채 죽었다.


“직접 하는 건 역시 다르구나.”


하늘을 올려다본 채 중얼거렸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 탑에 들어온 이상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상황을 마주하니 새삼 느끼는 감정이 달랐다.


설진은 나무에 앉은 채 십 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신체적인 휴식이 아닌 정신적인 휴식이었다. 머리를 조금 식히고 싶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되는 것 같네.’


다시 십 분이 더 흘러 요동치는 심장 소리가 멎었다. 조금씩 팔과 다리를 이용해 몸을 일으켰다. 고블린을 죽였을 당시에 느낀 감정이, 지금은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이지만 적응했다는 의미였다.


설진은 다시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남은 고블린 수 : 1]


남은 고블린 수는 하나. 고로 죽여야 할 고블린은 하나.


한 마리를 더 찾고자 몸을 움직였다. 자신에게 ‘생명의 목숨을 빼앗는다’, 라는 개념을 빠르게 적응시켜야 했다. 화면 밖에서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는 것과 직접 손에 무기를 쥐고 쑤시는 것은 다르니까.


[기민한 발걸음이 활성화됩니다.]

[당신의 발소리와 기척이 줄어듭니다.]


다시 기민한 발걸음을 활성화하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발소리와 기척이 줄어든 탓인지 얼마 되지 않아 설진은 한 마리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설진은 망설이지 않고 고블린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기습하지 않고 정면으로 싸워보기로 했다. 도적은 본래 기습과 암살에 특화되어 있는 직업이었지만, 게임할 당시 설진의 플레이 스타일은 평범한 도적과는 차이가 있었다.


지금 하는 짓은 그 플레이 스타일을 복기하기 위한 경험. 고블린은 쥐고 있는 무기가 없었는지라 단검을 쥐고 있는 설진은 상대적으로 두려움을 덜 느낄 수 있었다. 하여 도적이지만, 조금 정도는 마음을 놓고 정면에서 싸울 수 있었다.


‘장검이 아니라 단검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쪽은 무기가 없으니.’


이쪽의 상황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설진은 단검을 빼든 채 고블린과 대치했다. 고블린 또한 설진을 보았는지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먼저 공세를 취한 것은 설진이었다.


‘일단 가볍게.’


게임 내에서의 기억과 행동을 복기할 겸 고블린의 목을 향해 검을 들이밀었다. 큰 동작이었지만, 12의 민첩이 행동에 보정을 더했다.


그러나 보정을 더했어도 설진이 한 행동은 너무나도 큰 동작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반응에 성공한 고블린의 몸을 옆으로 움직여 공격을 피했다.


‘게임에서 자주 쓰던 페이크부터.’


설진은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내민 검을 고블린이 피한 방향으로 이동시켰다.

한 번 공격을 피한 고블린이 준비한 반격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촤악-!


“키에에엑!!!”


배를 긁힌 고블린이 크게 아우성쳤다. 깊게 들어간 공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얕은 것도 아니었다. 배에 커다란 검상이 생긴 고블린이 배를 쓸었다.


설진은 다시 공세를 이어 나갔다. 한 번 가격당한 배 때문인지, 고블린의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느려졌다. 설진은 일반적으로 고블린을 공격하는 형세가 되었다. 그럴 때마다 고블린의 몸에 상처는 늘어갔다.


결국 얼마 더 가지 못해 고블린의 목이 베어졌고, 그대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나누어진 몸과 목이 바닥을 굴렀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고블린 수 : 0]


‘이런.’


원래는 페이크 말고 다른 것도 시도해 보려고 했다마는.

무기 없는 고블린은 무력하게 쓰러져 버렸다.


떠오르는 시스템 창을 본 설진은 피 묻은 검을 털었다.

한 번 검을 허공에 내지를 때마다 덕지덕지 붙은 피륙이 떨어져 나갔다.


[1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4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2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오 분? 게임의 정비 시간이랑 같잖아.”


단검에 붙은 불순물을 전부 털어낸 설진은 죽은 고블린에게서 벗어났다.

고블린 한 마리당 이천 골드. 똑같은 보상이었다.


“그렇다면 4층에는 상점이 나오는 건가.”


게임에서는 3층까지 전부 클리어하면 24000G를 지급했었다. 획득한 골드로는 스킬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고.


이 탑에 상점 에어리어는 많지 않았다.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올 수 없는 구조니만큼 사야 할 것들을 잘 생각해 놓아야 했다.


설진은 시스템 메시지를 올려다보았다. 조금의 시간이 흘러 5분이 지나가고, 그는 탑의 2층으로 올라갔다.


* * *


“2층도 뭐··· 1층과 다를 건 없네.”


2층이라고 한들 1층과 다를 것은 없었다. 바뀐 것이 있다면 나무가 조금 줄어든 것뿐. 그 외에 숲속이라는 점은 똑같았다.


[2층에 진입했습니다.]

[목표 : 고블린 다섯 마리를 처치하십시오.]

[남은 고블린 수 : 5]


시스템 창이 제시한 클리어 조건을 본 설진의 표정이 묘해졌다. 고블린 다섯 마리 처치라니. 다수 대 개인의 싸움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때 그 사람들의 파티를 나가버려서 이렇게 된 건가.’


생각해 보니 원래의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고블린 다섯 마리를 처치하는 것은 설진 개인이 아닌 설진을 포함한 열 명의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설진은 파티를 나가버렸고, 그리하여 혼자서 고블린 다섯 마리를 처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음···.”


하나둘 정도라면 어찌어찌 상대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다섯은 힘들 것 같았다. 개인 대 다수의 싸움은 원래 불리하게 짝이 없는 점 투성이었으니까.


“상태창.”


설진은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2층에 올라왔으니 해야 할 것이 있었다.


[유설진(lv.2)]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체력 : 13(+3), 근력 : 12(+2), 민첩 : 12(+2) 마력 : 13]

[잔여 스텟 포인트 : 1]


한 층마다 하나의 레벨.

스페이스 온라인의 레벨 시스템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99레벨로 100층을 공략한 것처럼 말이다.


설진은 제일 밑 잔여 스텟 포인트 창을 바라보았다.

하나의 레벨 당 하나의 스텟 포인트.


[민첩 : 13(+2)]


설진은 민첩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다음은 스킬을···.’


[스킬 목록]

[기민한 발걸음 lv.2]

[암습 lv.1]


지금의 설진에게는 마땅한 공격 스킬이랄 것이 없었다.

기척을 줄인다거나 밤이 되었을 때 공격력이 상승하는 보조형 스킬이 전부였다.


아직 짱짱한 낮임을 확인한 설진은 일단 밤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일단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용해야 했다.


그 첫걸음이 바로 암습.

저녁이 되면 공격력이 상승한다는 점을 이용해 어떻게든 상황을 끌고 올 작정이었다.


[기민한 발걸음이 발동 중입니다.]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지형을 파악해 두기로 했다. 기습의 위험을 줄여주는 기민한 발걸음을 사용한 채 설진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몇 없는 나무를 끼면서 이동했다. 1층과 2층의 차이는 몬스터들의 조우 난이도였다.


1층에서 고블린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을 꽤 써야 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의외로 몬스터들은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역시 뭉쳐 다니는구나.’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라면 모를까, 고블린들은 최소 셋에서 많게는 다섯까지 무리를 이루어 다니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블린 다섯 마리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기습으로 하나를 잡고 시작해야 했다.


설진은 기척을 숨긴 채 계속해 돌아다녔다. 몇 시간 정도가 흘러 끝나가는 노을이 보였다. 아침이 사라지고 밤이 돋아났다.


[밤이 되었습니다.]

[암습이 활성화됩니다.]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새까매진 숲의 저녁. 눈이 어두운지 활발했던 고블린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었다. 설진은 아침에 봐둔 곳을 통해 고블린에게 서서히 접근해 나갔다.


아침에 파악한 바로는 현 위치에 있는 고블린은 네 마리.


‘아직. 지금 말고 장작을 넣으려고 할 때···.’


암습의 공격력 상승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간단한 모닥불을 만들고 붙을 붙이려던 고블린을 본 설진의 눈이 번쩍였다.


이윽고 고블린이 마른 나뭇가지 장작을 집었을 때,


‘지금!’


설진의 몸이 화살처럼 튕겨 나왔다.


쫙 쥔 단검을 망설임 없이 고블린에게 휘둘렀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모닥불 앞에서 앉아 있는 고블린이었다.


기민한 발걸음으로 발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암습으로 공격력 상승치 보정을 받았다.


샤샥-!


적어도 고블린들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기습이, 설진의 검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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