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9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4
조회
3,838
추천
51
글자
11쪽

8화

DUMMY

[3층에 진입했습니다.]

[목표 : 오크 1 마리를 처치하십시오.]

[남은 몬스터 수 : 1]


3층에 진입했다는 시스템 메시지.

주시연. 그녀는 기다란 대검을 든 채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바니타스(lv.3)]

[직업 : 기사]

[보유 스킬 : 곧은 신념, 후려치기]

[체력 : 17(+4) 근력 : 14(+3) 민첩 : 10 마력 : 10 ]

[잔여 스텟 포인트 : 1]


‘체력과 근력은 각각 11로 시작했으니··· 이번 건 다른 쪽으로 올려야 하나.’


1층, 2층의 고블린 퇴치를 완료한 후 올라온 3층. 시연은 잔여 스텟 포인트를 어디에 투자할지 생각해 보았다.


체력과 근력은 17과 14라는 꽤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균등하게 투자해 유동성을 높일지, 기사 직업의 정석대로 갈지 고민이 되었다.


여기서 기사 직업의 정석인 후자를 고른다면 체력을 올리는 것이 맞았다. 기사란 본래 공격 능력이 뛰어난 직업이 아닌, 수비적인 능력이 돋보이는 직업이었으니까.


‘하지만···.’


다만 기사련들 체력을 올리는 것이 과연 맞을까, 하는 의문이 싹튀었다. 이곳은 게임이 아닌 현실. 수비적인 능력만을 고수하다가 추후 등장할 몬스터를 잡지 못해 곤경에 처하게 될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후, 일단 유보하자. 지금 스텟도 나쁜 건 아니니까. 아니, 게임에 비해서 오히려 시작 스탯이 높으니 좋은 상황이라고 보는 게···.’


그녀는 턱을 짚고 잠시 생각하다, 돌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누구도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한숨이었다.


짝!


“이야! 나이스 형님! 형님이 용감하게 돌진하셨을 때 정말 멋졌습니다! 전 뭐 어디선가 영웅이 나타난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 하긴. 내가 왕년에 그런 소리를 듣긴 했는데, 그걸 또 여기서 들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구만!”


가히 함성에 가까운 대화.

듣는 것만으로도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시끄러운 말소리가 수십 번 정도를 오갔다. 시연은 귀를 막았다. 아까 전 내쉰 한숨을 다시금 내쉬었다.


하아.


‘마음에 안 들어.’


만약 이곳에 저 둘만 있었다면 시연은 아무런 짜증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둘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들을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곳에는 저 둘을 제외한 시연이 있고, 나머지 일곱의 파티원이 있었다. 고블린을 잡을 때 꽤 활약을 보여줬는지라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여덟은 귀를 막거나 티 나지 않게 불쾌함을 표출하고 있었다.


‘······.’


시끄럽게 떠드는 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듣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보고 있으려니 도저히 참지 못할 것 같았다.


겉에서 보기에 파티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안쪽을 꿰찬 시연의 생각은 판이하게 달랐다. 열 중 단 두 명 때문에, 파티의 분위기는 시시각각 흐려지는 중이다. 그것도 꽤 심각하게.


그리고 이것이 시연이 유틸적인 기사를 생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파티는, 오래 가지 않으니까.


다른 아는 사람들이 이곳에 온 줄도 모르는 지금, 무식하게 방어력과 체력만을 고집했다가는 허무하게 죽을 수 있었다. 설진, 페이드가 있었더라면 망설임 없이 체력과 방어를 올릴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확신할 수 없었다.


결국 끝까지 유보를 택한 시연은 땐 시선을 도로 돌렸다. 어찌 되었거나 지금 파티의 대장 행세를 하고 있는 놈은 저 목청 큰 놈이었다. 시연에게는 딱히 큰 발언권이나 결정권이 없었다.


‘그런데 왜 조용해진 거지.’


갑자기 조용해진 분위기에 시연은 의문을 가졌다. 돌린 고개가 반 바퀴 돌아 그 남자와 얼굴을 마주쳤다. 왜 이렇게 조용하나 했더니만, 둘은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시연아. 어떠냐? 이 오빠 실력이! 대체 왜 이런 이상한 것에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오빠만 믿고 가면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거다!”

“그래 시연아! 우리 형님이 얼마나 싸움을 잘하시는데. 절대 죽을 일은 없다니까! 형님만 믿고 가면 된다고!”


대놓고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 네.”


시연은 최대한 대화를 얼버무리며 남자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탁!


남자는 그런 시연을 놓아주지 않았다. 시연의 팔을 잡은 남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시연의 눈이 점차 식어갔다.


“이번에는 3층인가? 좋아! 이번에도 열심히 해 보자고!”

“형님 파이팅입니다!”

“아, 우리 시연이는 힘들면 좀 쉬고 있어도 돼. 이게 전부, 사람 잘 만난 덕인 거야. 응?”


남자는 시연의 등을 부드럽게 몇 번 터치하고선,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를 제외한 다른 파티원들에게 소리쳤다.


“자자! 이번에는 고블린이 아니라 오크 퇴치란다!! 이번에도 한번 해 보자고! 고블린이 그렇게 약했는데, 오크라고 뭐 존나 강하겠어? 보나 마나 몇 번 때리면 죽을 거다!”


소리친 남자는 기다란 장검을 꺼냈다. 직업 중 전사를 선택했다는 증거였다.


“자 가자!!”


시연은 커다란 대검을 들고서 남자를 따라갔다. 이미 파티가 되었고, 그중 대장 행세를 하는 사람이 정해진 지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형님! 저기 저놈인가 본데요? 옆에 뭐 딱히 다른 몬스터는 없습니다! 정말 딱 저거 하나예요!”

“흐흐. 그럼 뭐 귀찮게 옆 놈들 정리같은 거 안해도 되겠군! 바로 치자! 일단 밀어붙이자고!”

“자자, 뭐합니까!! 갑시다!!”


두 사내의 호령과 함께 여덟은 오크에게로 돌격했다. 그중에서는 시연도 포함되어 있었다. 민첩에 포인트를 하나도 투자하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느렸지만, 일단 진격하고는 있긴 했다.


시연이 진격할 동안 목청 큰 남자는 기다란 장검을 들고서 오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공격을 피했고, 어떤 때는 스쳤고, 또 어떤 때는 정타를 맞아 크게 데미지를 입기는 했지만, 어찌어찌 오크를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이윽고 오크의 생명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사내가 마무리를 위해 검을 들이박으려는 그때-.


[오크의 생명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광폭화가 시작됩니다.]

[근력, 체력이 상승합니다.]


불길한 메시지가 경종을 울렸다.


그 이후 일어난 일은 가히 순식간이었다.


후욱-!


바람을 가르는 주먹 소리. 휘날리는 주먹과 함께 새빨간 선혈이 묻어나왔다. 오크의 것이 아니었다. 사람. 시연과 같은 사람의 피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사람이 죽었다. 목이 베이거나 사지가 잘려 죽은 것이 아니다. 그저 짓눌려 터져나갔다. 주먹 한 방으로, 자신과 같은 인간의 몸이 산산히 흩어졌다.


사람의 몸이란 이렇게 유약했던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싸잡았다. 그건 두 남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뇌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적응이 못 되었을 때, 다시금 바람 소리가 귀를 스쳤다. 퍼어억!! 이번에는 선명히 들렸다. 찰나의 순간, 사람이 터져 죽어가는 소리가.


퍼어억!!


잇달아 소리가 울려 퍼져나갔다. 한 명··· 두 명··· 다섯 명··· 순식간에 파티의 반절이 죽었다. 광폭화가 발현된 오크는, 괴물이었다.


오크의 목표가 다시금 바뀌었다. 이번에는 남자였다. 기다란 장검을 든 남자는 오크의 공격을 막을 생각조차 못 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퉁!!!


그 순간 뭉퉁한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뭐해!! 정신 차려 시발!!”


시연이었다.

기사인 시연이, 오크의 공격을 막은 것이었다.


시연은 크게 소리치며 남자의 정신을 일깨웠다. 겨우 정신을 부여잡았는지, 남자는 검을 쥔 채 뒤로 물러났다.


“으으···!”


다시금 오크의 주먹이 짓쳐왔다. 퉁!! 대검을 비스듬히 세워 다시금 공격을 막아낸 시연의 머리에서 땀이 한 방울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땀이 풀들을 적셨다. 붉은 피가 소복이 묻은 풀들에 투명한 땀 한 방울이 낙하해 떨어진다. 수채화를 그린 것처럼 붉은색이 번져나갔다.


“이봐! 뭐해!! 빨리 공격하라고!!”


오크의 공격을 두 번이나 막은 시연이었지만, 그녀에게 마땅한 공격 스킬은 없었다. 후려치기가 있긴 했지만 광폭화가 된 오크에게 넉백은 통하지 않았다.


정말 짜증나지만, 지금 그녀가 의지할 것은 남자밖에 없었다. 지금 오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뿐이었으므로.


“한 대만 쳐!”


시연은 다시금 소리쳤다. 한 대만, 한 번만 공격하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러나 남자는 묵묵부답.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남자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의식중 시연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하, 하하. 이런 시바-.”


남자가 도망쳤다는 것을.


“상태창.”


시연은 상태창을 열었다.


[바니타스(lv.3)]

[직업 : 기사]

[보유 스킬 : 곧은 신념, 후려치기]

[체력 : 17(+4) 근력 : 14(+3) 민첩 : 10 마력 : 10 ]

[잔여 스텟 포인트 : 1]


[근력: 15(+3)]

[잔여 스텟 포인트 : 0]


시연은 미친 듯이 웃었다. 이래서, 사람이란.


이래서, 사람이란.


* * *


[5/10(임시) 파티를 탈퇴하시겠습니까?]

[네/아니요]


[네]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오크 수 : 0]


[3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4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 * *


[‘바니타스’ 님이 당신과 파티를 맺고 싶어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요]


[예]


설진은 ‘예’를 선택했다.


솔직히 말하면, 먼저 파티를 맺으려고도 했었다. 비단 바티나스뿐만이 아니다, 페이드도, 유약도. 커뮤니티를 이용해 검색한 후 있다면, 파티 신청을 먼저 넣을 생각이었다.


지금의 설진으로선 바니타스의 파티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버튼을 누른 설진의 앞으로, 다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바니타스’ 님이 4층으로 이동합니다.]


그와 동시에, 카페의 중심에서 빛무리가 퍼져 나왔다. 사람 크기만 한 노란색 빛무리. 빛은 곧 그림자를 만난 듯 어두워지나 싶더니, 이윽고 사람의 모습을 비추었다. 설진의 시선이 그곳으로 옮겨갔다.


그곳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긴 생머리가 하염없이 휘날리고, 입은 가죽 갑옷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먼저 말을 걸 분위기가 아닌지라 설진은 바니타스가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바니타스의 숨이 점차 고르게 변했다.


[피로회복제]


카페의 시스템을 활용해 간단한 피로회복제를 하나 꺼낸 후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바니타스. 랭킹 2위 기사였던 그녀가 설진과 눈이 마주쳤다.


설진은 주저앉은 그녀가 받을 수 있게 자세를 굽혔다.

작은 병 하나를 따며, 설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이거 좀 마셔요.”


별로, 그렇게 많은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32화 21.12.12 1,082 19 12쪽
31 31화 21.12.11 1,123 18 12쪽
30 30화 +1 21.12.10 1,170 18 12쪽
29 29화 21.12.09 1,197 17 12쪽
28 28화 21.12.06 1,248 17 11쪽
27 27화 21.12.05 1,278 17 11쪽
26 26화 21.12.04 1,391 17 11쪽
25 25화 21.12.03 1,473 20 11쪽
24 24화 21.12.02 1,543 21 11쪽
23 23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7) 21.11.29 1,583 23 11쪽
22 22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6) +1 21.11.28 1,599 21 12쪽
21 21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5) 21.11.27 1,685 23 11쪽
20 20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4) 21.11.25 1,917 22 12쪽
19 19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3) 21.11.25 1,953 23 11쪽
18 18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2) 21.11.25 2,160 25 12쪽
17 17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1) +1 21.11.25 2,380 33 12쪽
16 16화 21.11.25 2,432 34 12쪽
15 15화 21.11.25 2,485 35 12쪽
14 14화 +1 21.11.25 2,591 34 11쪽
13 13화 21.11.25 2,668 39 11쪽
12 12화 21.11.25 2,835 39 11쪽
11 11화 +2 21.11.25 3,217 36 12쪽
10 10화 21.11.25 3,612 39 11쪽
9 9화 +2 21.11.25 3,695 40 11쪽
» 8화 +2 21.11.25 3,839 51 11쪽
7 7화 +3 21.11.25 4,200 51 11쪽
6 6화 +3 21.11.25 4,486 49 11쪽
5 5화 +2 21.11.25 4,762 51 11쪽
4 4화 +2 21.11.25 5,024 54 11쪽
3 3화 +1 21.11.25 5,795 6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