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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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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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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2쪽

18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2)

DUMMY

플라임.

플레임 왕국의 제 2왕녀.

불이 발달한 조국과는 다르게 푸른 머릿결과 눈동자를 가진 것이 특징이었다.


‘위프 게이트를 이용한다면 분명 마력의 파동이 퍼질 터인데, 야밤과 기습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닐련지요. 소인은 그저 그것이 걱정되는군요.’


한 번 질문을 건넨 설진의 눈이 플라임을 향했다.

플라임 또한 익숙한 얼굴이었다.

다만 머리색과 눈동자가 변하여 있어 잠시 갈피를 잡지 못했을 뿐.


그녀는, 5층에서 만난 라임과 지나칠 정도로 비슷했다.


‘이렇게 보니까 색다른데··· 알곤 있었지만, 인식 저하 마법을 사용해서 그런지 조금 착각했어.’


게임에서도 그랬다.

플라임에게는 라임이라는 다른 활동명이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인식 저하 마법을 당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스토리의 내용을 모조리 꿰고 있어야 할 설진이 잠시 주춤할 만큼.


“경이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 것 같구나.”


설진이 생각하고 있는 사이, 플라임 또한 몇 차례 생각을 거쳤다.


“굳이 위프 게이트를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게이트를 사용한 순간 마력이 퍼져나가 각지의 범죄자들은 경계심을 올릴 것이다, 정도가 맞나?”


위프 게이트는 수많은 자원을 필요로 했다.

한 번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마력이 들어가는데, 그것을 은폐하기란 거의 불가능. 때문에 위프 게이트의 이용을 감지한 범죄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져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설진의 말이었다.


“예. 그들은 악독하고 더러우나,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 하나만큼은 탁월하니까요. 야습을 결정할 것이었으면 위프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집결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사료되어···.”

“왕국 수도에서 부정의 숲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리겠느냐?”

“···정말 최소로 잡으면 한 달. 느긋하게 잡는다면 두 달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그때동안 우리의 존재를 들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설진은 곰곰이 생각했다.

몇 초 정도가 지나 입이 열렸지만, 먼저 목소리를 낸 쪽은 플라임이었다.


“물론 경의 말도 옳다. 처음 다섯의 인원으로 출발한다고 했을 때 분명 비밀리에 움직이리라 생각했겠지.”

“위프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은 채 집결. 확실히 정공의 방법이다.”


하지만, 하고 플라임이 덧붙였다.


“들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그건···.”

“물론 경은 들키지 않겠지. 하지만 마법사인 나와 방패 기사인 릴리에는?”

“······.”

“조금이라도 모습을 보이면 적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하지만 위프 게이트를 이용한다면, 적이 알 수 있는 정보는 고작 위프 게이트를 이용했다는 것뿐.”


위프 게이트를 이용했다는 극소의 정보만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 범죄 조직의 소탕이라는 목적까지는 도달할 수 있어도, 그것이 자신들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조직을 향하는 것인지까지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요컨대 혼란이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만들면 몇몇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거처를 옮기고, 또 몇몇은 옮기지 않는다는 선택을 할 수 있겠지.”


거처를 옮긴다는 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니까 말이다.

플라임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현재가 아닌 미래다. 범죄 조직의 소탕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지속적으로 위프 게이트를 이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적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을 테니까.”


위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데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중규모나 대규모쯤 되는 조직이 거처를 옮기는 것보다는 아래였다.


요컨대 플라임은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었다.

워프 게이트를 꾸준히 활용함과 동시에 소량의 정보를 흘리며 상대의 자본이 바닥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왕국에 비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저 개인이 생각해 낸 꾀이다. 내 말에 경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아니요. 상처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탄하는 중이었습니다.”


왕녀 플라임은, 누가 더 돈이 많은지.

질래야 질 수 없는 싸움을 범죄 조직에게 걸고 있었다.


“훌륭하게 자란 것 같아 기쁩니다. 왕녀님.”

“어허. 입에 발린 말은 관두거라. 칭찬은 이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듣고 싶군.”

“왕녀님의 말씀이 그렇다면 그러도록 하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무엇이느냐?”

“지금부터 저희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계획은 들었고, 이제 정확히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을 차례였다.

설진은 명령을 기다리듯 플라임의 말을 기다렸다. 플라임은 손을 뒤로 돌리며 다섯 명 중 나머지 둘을 가리켰다.


“야영. 지금부터 우리는 야영을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준비한 사람이 바로 저들이지.”


그 말을 끝으로 설진은 플라임의 계획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부정의 숲에 숨어든 범죄 조직이 거처를 옮기지 않았을 것을 대비해, 그 조직을 에워싸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계심을 잔뜩 끌어올린 적보다, 방심한 적이 훨씬 상대하기 쉬우니.”


왕녀는 범죄 조직의 위치를 알고 있지만, 범죄 조직은 왕녀가 자기네들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있을지도 모르는 적을 상대하기란 어려웠다. 그래서 플라임은 지금, 그 있을지도 모르는 적이 되어 조직을 소탕코자 했다.


“지금부터는 뜸을 들이는 거다. 애초에 상대는 우리가 부정의 숲에 왔다는 사실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테니-. 거치를 옮기려 도망가련들 몇 놈은 포획할 수 있을 것이고, 옮기지 않는다면 전부 소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열흘 간의 야영이 시작되었다.


설진은 뒤늦게 플라임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루이 로반델트 님을 뵙습니다.”

“릴리에 로엘리아 님을 뵙습니다.”


5층, 설진과 시연이 맡았던 역할인 ‘란’과 ‘린’이 존댓말을 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 *


“이런 상황에서 성과 이름을 섞어가며 부르는 것도 사치겠지. 그냥 루이라 불러 다오. 굳이 말을 길게 할 필요는 없다.”

“루이 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설진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란을 일으켜 세운 후 말했다.

다행히 루이라는 귀족은 신분을 크게 중요시하진 않는 모양이었다.


“왕녀님. 이들은?”

“A급 모험가들이다. 인간을 상대하는 데 능한 자들은 아니지만, 몬스터, 그리고 밤을 대처하는 데 뛰어난 자들이지.”

“왕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는 모험가니까요. 야영에는 골이 날 정도로 익숙하고, 또한 능숙합니다.”


상황이 겹쳐 만들어진 우연이겠지만, 자신이었던 인물들을 마주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꼭 유체이탈을 한 기분이었다. 고작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란이라는 몸에 깃들며 많은 것을 겪고 배웠으니 설진이 느낀 감정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움까지 느끼고 있었다. 같은 도적의 입장이니 설진의 입장에선 란이 교과서가 된 셈이었다. 추후 탑을 등반하는 데 있어 예습을 한 기분.

차마 입 밖으로 감사의 인사를 할 순 없어, 속으로 감사를 표한 설진은 란과 린의 인도에 따라 야영을 준비했다.


필요한 물자는 전부 갖추어져 있었다.

5층 때와 같이 왕녀의 손가락엔 아공간 반지가 끼워져 있었고, 그곳에는 간이 텐트부터 흔적을 지워주는 아티팩트, 그리고 식량과 식수가 상당량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란의 도움을 받아 짤막하게 막사를 차린 설진은 흔적과 기척을 지워주는 아티팩트인 교란(攪亂)석을 설치하고자 이동했다. 적당한 위치를 찾아 땅을 파고, 그곳에 깊숙하게 박으면 끝인 간단한 과정이었다.


“이리 주시죠. 제가 하겠습니다.”

“···내가 미덥지 않은가?”

“아, 그것이 아니라.”

“농담이다. 확실히 내가 하는 것보다는 전문가인 그대가 하는 쪽이 더 낫겠군.”


설진이 몇 센티 정도 땅을 팠을 때쯤, 란이 뒤따라왔다.

이건 5층에서의 일과 같은 이치였다. 의뢰주인 라임이 무리하게 마법을 사용하면서까지 미궁 공략에 힘을 쏟는 것과, 귀족인 설진이 직접 나서서 교란석을 설치하는 것.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만일 이 일이 알려진다면 좋든 싫든 란의 모험가 생활에 작은 흠집이 날 수도 있을 테니까.


그것을 안 설진은 군말 없이 교란석을 넘겨주었다. 퍼석- 퍼석-. 풀을 젖히고 땅을 파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한 번 패인 땅이 점차 밑바닥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흡족한 듯 보이는 란의 얼굴과 함께 교란석이 설치되었다.


란은 다른 교란석을 박을 장소를 찾아 이동했다. 이번에는 설진이 그를 뒤따라갔다.


“루이 님?”

“교란석은 열 개 정도를 박아야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한다고 들었다. 혹시 모르겠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그대가 하는 것을 봐두는 것도 나쁜 경험은 아니라 판단했다. 혹시 내가 불편한 것인가.”

“당치 않은 소리입니다. 오히려 루이 님 같은 귀족을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지요.”

“드문 일이라··· 참, 내 입장에선 웃어넘길 순 없는 말이군.”


란은 루이같이 신분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 귀족이 드물다 말하였고.

설진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모함가 란. 영지에 있을 때, 내 그대의 소식을 참으로 많이 접하였다.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의뢰를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

“아, 물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기 껄끄러운 것이라면, 이 이야기는 듣지 않은 것으로 해 주었으면 하는군.”

“···흔한 이야기입니다.”


땅을 파던 란의 손이 멈추었다. 은은하게 떠오르는 달빛이 란의 손목을 비추었다. 비록 흙이 묻어 더러워진 손이었지만, 달빛의 아름다움은 그마저 감추는 듯했다.


얼마 가지 않아 란의 입이 열렸다.


“병든 어머니가 있습니다.”


짧은 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희귀병이라는군요. 보통의 방법으로는 낫지도 않는.”

“···미안하게 됐군. 괜한 소리를 했어.”

“아니요. 괜찮습니다.”


퍼석- 퍼석-.


다시 란의 손이 움직였다.


“다만··· 기왕 꺼낸 말, 루이 님께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듣지.”

“드래곤의 숨결이 필요하더군요. 어머님의 병을 낫게끔 하기 위해선.”


란의 손이 계속해서 움직였다.

이번에도 똑같았다. 어느 정도 깊이가 나오는가 싶으면, 망설임 없이 교란석을 땅에 심었다. 타탁- 타다닥. 다시 묻는 소리가 꼭 장작이 타는 소리 같았다.


드래곤의 숨결은 암시장에서도 잘 거래되지 않는 희귀한 물품이었다. 아니, 거래된다 하더라도 필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정도로 귀한 물건이었다.


“열심히 돈을 모으곤 있지만, 그럼에도 한참 모자랄 것 같더군요.”


다음 교란석을 박기 위해 걸음을 뗐다.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란의 입이 열렸다.


“애초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도, 어디에서 파는지도 모르는 실정이고···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드래곤을 토벌하자고요.”

“······.”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드래곤같이 재앙급 마물을 토벌하기 위해서는 최소 S급 모험가 정도는 되어야 시도를 해 볼 수 있다는 것도요.”

“······.”

“제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이유도, 돈을 모으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실적을 올려 언젠가 S급의 모험가가 된다면 드래곤과 싸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또 돈을 악착같이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거든요.”


란이 씁쓸한 미소를 띤 채 다시 몸을 일으켰다.

다음, 다음 교란석을 박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훌륭한 마음가짐이군.”

“젊은 모험가의 치기 어린 마음입니다.”


다시 란이 이동을 시작했다.

설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더니, 이내 아무 말 없이 그를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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