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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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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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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6화

DUMMY

[유설진(lv.9)]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신체 강화, 함정 해체]

[체력 : 14(+3) 근력 : 13(+2) 민첩 : 16(+2) 마력 : 14]

[잔여 스텟 포인트 : 2]


9층에 도달한 설진은 상태창을 오픈했다.

8층. 함정을 통과할 때 스텟을 분배하지 않아 두 개의 포인트가 남아 있었다.


체력을 올려 유지력을 벌충할까도 생각했지만, 시연을 떠올리자 굳이 지금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설진은 보유 스킬 창.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체 강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부터 슬슬 쓰게 될 텐데···.’


8층까지의 몬스터는 그리 어렵지 않아 신체 강화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9층부터는 달랐다. 물론 리자드맨 세 마리 정도야 설진 혼자서 상대할 수 있지만, 표면적으로 볼 때 리자드맨은 중(中)급 정도의 힘을 가진 어엿한 몬스터였다.


놀과 고블린과는 그 격차가 달랐다. 그 둘이 초보를 배려한 몬스터라면, 리자드맨부터는 중수 구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스페이스 온라인이 점차 어려워지는 동시에 플레이어의 진행이 막히는 구간. 속되게 말하면 ‘장벽’이라고 칭해도 될 정도였다.


‘음··· 민첩이랑 마력이랑 같은 비율로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민첩과 마력을 엇비슷하게 올리는 자신을 상상해 봤다.

게임 때와 같은 공략, 같은 플레이 방식. 그렇기에 오히려 안정적이었다.

결정을 내린 설진의 손가락이 휘적거렸다.


[마력 : 16]


장비의 보너스 스텟, 스킬의 도움도 없이 온전히 만들어낸 16의 마력.

설진은 오른손을 들어 신체 강화를 활성화했다.


[신체 강화(오른손)가 활성화됩니다.]

[다음 공격에 추가적인 마법 공력이 깃듭니다.]


다리를 강화했다면 속도가, 전신을 강화했다면 내구가 올랐겠지만 설진이 선택한 것은 오른손이었다.

스킬을 발동한 순간 오른손에서 희끄무레한 빛이 나는 것을 확인한 후 스킬을 종료했다. 잘 발현되는 것을 보았으니 되었다. 충분히 실전에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오. 신체 강화. 이제 슬슬 쓰려는 거야?”

“리자드맨부터 좀 까다로워지기 시작하니까요. 샀는데 안 쓸 이유는 없죠.”

“이야~ 이제부터 나 버스 좀 타는 거야? 랭킹 1등에게?”

“······.”


이제까지의 대화 방식은 시연이 분위기를 띄우고, 그다음 설진이 찬물을 끼얹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자신을 퉁명스레 대하는 화답이 돌아올 것임을 예상한 시연의 표정이, 예정에 없던 결과를 마주한 사람처럼 어색하게 변하는 것이 그 변화의 시작이었다.


“태워드릴게요. 버스.”


아주 살짝, 혹은 조금이라 할 만큼의 표정 변화였다.

설진의 입가가 미미하지만 올라가 있었다.


“어? 어. 어어. 그럼, 나 이제 기대해도 되는 거 맞지?”


급작스러운 변화에 얼타던 시연은 금세 돌아오더니만, 그렇게 말했다.

설진은 고개를 돌려 시연의 얼굴을 한 번 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가죠.”


일으킨 몸을 이끌며 설진이 말했다.

시연이 처음 설진을 만났을 때보다 가벼워진 발걸음이었다.


* * *


지하 미궁은 어두웠다.

그러나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어서, 조금만 암흑에 적응한다면 큰 무리 없이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확보한 시야 너머 등에 갈기가 돋은 세 마리의 괴생물체가 보였다. 땅을 보고 있는 길쭉한 머리와 허리 부분에 붙은 짧은 꼬리가 두 눈을 자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놈들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기다란 창. 낡아 보였고, 살상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날이 상해있었지만, 놈들이 무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변화였다.


고블린은 손으로, 오크는 괴력으로, 놀은 손톱과 발톱으로 싸워왔다. 그러나 이번 적은 꽤나 기다란 리치를 가진 창을 들고 있었다.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시연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게임으로 볼 때는 몰랐지만, 직접 보니 긴장이 돋았다.


“설진아, 이번에는 어떻게 할 거야? 똑같이 기습해서 한 놈 죽이고 시작해?”

“······.”

“설진아?”


어떤 식으로 기습을 할 건지 물어보려던 시연은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자신의 뒤에 있어야 할 설진이 어찌 된 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숨을 들이켜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앞. 그는 기사인 시연의 뒤에 있는 것이 아닌, 앞에 나가 있었다. 숨은 것이 아니었다. 기민한 발걸음조차 활성화하지 않은 채 그는 리자드맨에게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설진아!?”


무심결에 당황이 묻어나왔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기습으로 시작할 줄 알았건만.


달라도 너무 다른 상황에 시연은 재빨리 방패를 들고서 앞으로 나섰다.

어떻게 된 경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연은 기사였다. 체력이 높은 만큼 타인의 보호를 우선시해야 했다.


그러나 시연이 앞으로 나섰을 때,


이미 설진은 리자드맨과의 대치를 시작한 후였다.


* * *


[암습이 활성화됩니다.]

[암습의 레벨이 2로 증가했습니다.]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지금은 아마, 저녁인 것 같았다.

패시브 스킬인 암습이 힘을 끌어올려 주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설진은 기다란 검을 든 채 앞으로 나섰다.


‘처음이었는데.’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로 처음이었다. 이게 정(情)인가, 설진은 생각했다.


물론 그것만으로 상처가 온전히 낫는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해변의 모래를 한 움큼 쥐어 던진다고 한들, 그 모래가 온전히 사라지진 않으니까.


다만 한 움큼을 쥐든, 한 알을 쥐든, 바가지를 들고 와 퍼내든, 모래알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후.’


설진에게 있어 단단히 응어러진 마음은 그 속만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 밖은 의외로 물렁했다. 그리고 그것은, 얼마만큼의 모래알을 쥐든지 간에 ‘쥔다’라는 행위만이 있다면 풀릴 것이었다.


내면에서 껍질이 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쁜 변화는 아니었다. 때가 된 동물이 그 허물을 벗고 탈피하듯,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변화였다.


하여서 시연은, 비록 일부 중에서도 극히 일부이지만, 설진의 인생에 있어 조그마한 구멍을 내었고 그 속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포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설진에게 있어 시연에게 받은 것은 포옹이었다.


허했던 마음이 잠깐이지만 채워졌다. 허기진 배가 곪지 않고 음식을 들이켜듯 알 수 없는 옹글함이 몸을 감쌌다.

응, 순간이지만 행복했었다.


“설진아?”


다시 현실로.

자신이 리자드맨의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자각한 설진이 고개를 들었다.

든 고개와 흉악한 도마뱀 머리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쿵쿵. 창졸간 창이 바닥을 찧었다. 몇 번이고 계속되었다.


설진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리자드맨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모습을 귀찮게 여긴 리자드맨 둘이 다가왔다. 이어서 바닥을 때린 창을 곧이곧대로 들어 올리더니, 한 치의 예고도 없이 설진을 향해 내찔렀다.


슈욱-!


찌른 창이 허공을 갈랐다. 막는 것도 아니고 공격을 피했다는 사실에 놀란 리자드맨은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방금까지 앞에 있던 설진은 이미 리자드맨의 시야 범위 내를 벗어난 뒤였다.


[신체 강화(다리)가 활성화됩니다.]

[속도가 상승합니다. 도약력이 증가합니다.]


하늘 높이 뛰어올라 리자드맨의 뒤를 잡은 설진이 반격을 시작했다.


[신체 강화(오른손)가 활성화됩니다.]

[다음 공격에 추가적인 마법 공력이 깃듭니다.]


두 번의 스킬을 사용한 몸에서 마력이 사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에서 빛이 떠올랐다. 설진은 귀신 들린 사람처럼 연이어지는 리자드맨의 공격을 빗겨치며 점차 앞으로 접근했다.


촤악- 촤악- 촤악-!


이윽고 한 놈의 지척까지 다가간 순간, 쾌속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의 공격이 쉴 새 없이 퍼부어졌다.

이뤄진 것은 총 세 번의 공격. 그중 한 번은 신체 강화가 활성화된 채로 발현된 공격이었다. 곤죽이 된 리자드맨 한 마리가 힘없이 너풀거렸다.


철푸덕!


조금 뒤 이 미터만 했던 거체가 바닥을 찧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설진의 공격을 차마 받아내지 못한 리자드맨의 최후였고, 절명이었다.


이제 남은 건 두 마리.

다행히 아직 마력에도 여유가 있었다.


다시 이뤄진 교전. 이번에도 선공을 취한 쪽은 리자드맨이었다.


“크오오!! 크오오오오!!!”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저 분노에 찬 울부짖음만을 분출하며 창대를 움직였다. 확 꺾은 창이 찌를 준비를 마친 듯했다.


설진이 두 마리의 리자드맨 중 하나를 골라 공격하려 했을 때 찌를 준비를 마친 리자드맨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차악-!!


공기가 찢겨 파공성이 울리는 것이 꽤나 힘이 담긴 공격인 듯싶었다. 설진의 배를 노리고 오는 공격에 그는 몸을 비틀어 위치를 옮겼다.


그러나 리자드맨의 공격도 만만치는 않았다. 공격이 빗나갈 것임을 예측한 리자드맨이 창대를 빠르게 꺾는가 싶더니, 이내 설진의 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꿰뚫을 준비를 마친 창이 하염없이 나아갔다.


[신체 강화(왼팔)가 활성화됩니다.]

[다음 공격에 한해, 받는 피해가 감소합니다.]


푹.


왼팔에 창이 들어갔다. 깊게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설진의 움직임과 신체 강화 덕에 옅은 경상이라고 치부해도 될 정도였다.


리자드맨의 공격이 끝난 뒤 설진에게 공세권이 날아들었다. 설진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다른 리자드맨 하나가 달려오는 것을 몸놀림으로 지나친 뒤 자신을 찔렀던 리자드맨의 목을 베어버렸다.


서걱-.


언제 들어도 섬뜩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창에 찔렸던 왼팔이 빠르게 아물어갔다. 부족한 피가 수혈된 양 상처가 없어졌고, 이내 새 살이 돋아나더니 순식간에 피부를 꿰찼다.


설진의 시선이 돌아갔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죽은 둘과 똑같이 해주고자 다시금 검을 들어 올렸다.


검에는 피가 살짝 묻어 있었다. 훅-.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묻은 피가 털어지며 미궁 벽면에 옮겨갔다. 피가 그림을 그렸다.


이제, 새로운 피를 묻힐 차례였다.


설진이 남은 리자드맨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런 스킬도, 속임수도 없는 그저 평범한 걸음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리자드맨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변했다. 동료였던 다른 리자드맨이 죽어 없어진 것이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둘의 거리가 삼 미터 내로 좁혀진 것을 시작으로, 점차 가까워졌다. 짧은 두 차례의 교전을 지나 이루어지게 될 세 번째 교전에서 선공을 취한 것은 설진이었다.


설진의 검이 리자드맨의 복부를 노렸다. 꽤나 신속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만큼 빠른 공격이었지만, 팅-. 리자드맨은 이를 튕겨냈다.


설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서 공세를 이어나갔다. 그러더니 어느샌가 일반적인 싸움 구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격을 하는 쪽이 정해져 있고, 수비를 하는 쪽이 정해져 있었다. 한참 동안 공격을 막던 리자드맨의 머리가 점차 익어갔다. 한 번 공격을 놓치면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질 것임을, 리자드맨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삼십 초. 복부를 노리던 설진이 방향을 바꾸어 머리를 노렸다. 서걱-. 미처 반응하지 못한 리자드맨의 머리에 기다란 날붙이가 짓쳐들어갔다.


뇌수가 터져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리자드맨은 생기를 잃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생명을 잃은 놈의 창이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창과 리자드맨의 점차 가까워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싸움은 끝을 고했다.


[리자드맨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리자드맨 수 : 0]


“버스.”


어벙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시연을 보고선 입을 열었다.


[9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10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태워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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