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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94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3
조회
4,761
추천
51
글자
11쪽

5화

DUMMY

[3층에 진입했습니다.]

[목표 : 오크 1 마리를 처치하십시오.]

[남은 몬스터 수 : 1]


3층 진입을 알리는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문득 밀려오는 햇살에 눈이 부셔 설진은 손을 올렸다.


‘아침이라··· 암습을 지금 당장 활성화할 수는 없겠는데.’


올라갔던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이 되면 다시 증가할 테지만, 순식간에 생기고 사라지고의 과정을 경험한 몸이 괴리감을 느꼈다. 신체리듬이 살짝 비틀린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빛에 적응하자, 설진은 손을 치워 주변을 바라보았다.


‘숲은··· 이제 아니네.’


1층과 2층의 배경이 나무가 듬성듬성 세워진 숲이었다면, 3층은 달랐다.

그 많던 나무는 사라지고 억세게 자란 풀들이 줄지어 있었다.


잠시 정신을 놓는 순간 베일 것 같은 느낌. 설진은 길쭉한 풀 하나에 손가락을 올려보았다. 피부가 베인 건 아니지만 따끔했다.


도적을 선택한 설진에게 있어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은밀하게, 그리고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신경 써야 할 것이 하나 늘어난 셈이니.


“상태창.”


[유설진(lv.3)]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체력 : 13(+3), 근력 : 12(+2), 민첩 : 13(+2) 마력 : 13]

[잔여 스텟 포인트 : 1]


지형에 관한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설진은 상태창을 먼저 보기로 했다.

2층을 클리어한 보상으로 레벨이 하나 올라가 있었다. 덕분에 잔여 스텟 포인트가 하나 생성된 것이 보였다.


‘그대로 민첩으로 갈까?’


잠시 고민했다.

민첩 스텟의 기본적인 효과는 속도 증가와 회피 확률 증가. 그러나 게임이 현실이 된 지금 후자의 회피 확률 증가는 의미 없는 효과였다.

몸을 직접 움직여야 하는 만큼 회피라는 개념은 게임과 다르게 적용될 테니.


‘고블린의 공격을 피했을 때도 딱히 회피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는 없었는데.’


피했다, 라는 시스템 메시지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되지 않았다. 실제로 고블린을 상대할 때 설진은 그들의 공격을 몇 번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메시지는 없었으니까.


게임이 현실화되면서 이런 것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들이 조정된 듯했다. 그리고, 그 조정은 안타깝게도 지금의 설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4층 상점 에어리에서 그걸 산다고 가정하면, 마력도 도움이 되는 스텟이긴 한데.’


상점 에어리에서 마력을 소비하는 스킬을 구매한다면, 그리고 그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마력을 올리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설진은 고민했다.

민첩의 회피 확률 증가의 기능이 없어졌대도 근본적인 속도 증가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민첩을 주 스텟으로 삼았던 설진에게 있어 민첩과 마력, 그 어느 것도 버릴 수 요소들이었다.


‘으으음.’


시스템 창을 몇 번 응시하던 설진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지 손가락을 움직였다.


[민첩이 1증가했습니다.]

[민첩 : 14(+2)]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민첩.

마력도 중요한 스텟이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3층을 클리어하지 못한 지금의 설진은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스텟인 민첩을 선택했다.


이번 3층은 고블린들만 나왔던 1, 2층과 달리 오크라는 몬스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오크는 고블린을 압도할 만큼 강한 몬스터였다.


설진이 파티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 마력을 찍었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지금 그는 혼자. 따라서 현 상황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게임이 아닌 현실에게 오크를 상대해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최대한 변수를 줄이고자 선택한 결과였다.


[기민한 발걸음이 활성화됩니다.]

[당신의 발소리와 기척이 줄어듭니다.]


설진은 몸을 숨긴 채 이동을 시작했다. 2층에서 하던 것과 다를 건 없었다. 적 위치 확인과 정찰. 지형 파악. 그리고 암습이 활성화되기까지 기다리는 것.


길쭉한 풀들이 몸을 콕콕 찔러왔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따끔하다는 느낌만이 감돌 뿐 실질적인 상처를 주지는 못했다.


설진은 몸을 낮춘 채 앞으로 나아갔다.


‘찾았다.’


몇 분 정도 지났을까, 설진은 오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3미터 정도 되는 거체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고블린의 초록 피부보다 훨씬 짙은 색깔의 피부도 놈의 특징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랄 것은 무기가 없다는 것.

설진은 주변에 또 다른 몬스터가 없나 살펴보았다.


이윽고 지금 오크의 주변에는 자신을 제외한 생명체는 없다는 것을 깨닫자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아직 날이 밝았다. 전력을 내기엔 좋은 시간이 아니었다.


하여 주저 없이 몸을 돌리려는 찰나-.


[오크를 발견했습니다.]

[제한 시간 내 오크를 죽이십시오.]

[제한 시간 10 : 00]


제한시간을 알리는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제한 시간? 뭐 이런···.’


게임에선 없던 기능이었다. 인게임 내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 낮에 유리한 직업이라면 낮에, 밤에 유리한 직업이라면 밤에 싸움을 할 수 있도록 편의 기능을 제공했었다.


제한 시간이 있다는 건 처음 듣는 소리였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설진의 얼굴에 당혹감이 묻어났다. 이렇게 된 이상 싸워야 했다.


입술을 얇게 깨물었다.

오크를 발견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지만, 그건 설진이 오크를 발견한 것이지, 오크가 설진을 발견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설진은 아직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일단 접근해야 해. 그래야 기습하고 시작할 수 있어.’


몸을 최대한 낮추고, 기척을 줄인 채 이동을 시작했다. 신경 쓰지 않았던 소리가, 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애써 무시했다.


비척비척 기었다. 팔을 한 번 앞으로 내뻗으면 오크와의 거리가 점차 좁혀졌다. 침을 한 번 삼켰다.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오크의 뒤까지 접근했음을 깨달은 설진의 몸이 서서히 일으켜졌다. 아직 망가지지 않은 단검을 꽉 쥐고서 놈의 뒷목을 향해 움직였다.


이윽고 자신의 사정거리까지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지금!’


타앗!


설진은 몸을 최대한 높이 뛰워 오크의 목까지 뛰어올랐다. 큰 동작을 냈기 때문인지 주변 풀이 크게 소스라쳤다.


풀소리가 오크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오크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설진은 이미 놈의 목의 지척까지 다가가 있었다.


촤아악-!!


“크아아아악!!!!”


가로로 길게 한 번!

뒷목을 긁힌 자국이 오크의 목에 새겨졌다. 기습의 성공이었다.


가능하다면 추가타를 넣고 싶었지만 뒤를 돌아보는 오크의 모습에 그럴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 설진은 공중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이 없었다. 괜히 한 번 더 긁었다가는 그대로 오크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설진은 땅으로 내려왔다.

동시에 다시 단검을 쥐어 재공격을 준비했다.


“읏?”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뒷목을 긁어 남기어진 상처가 오크를 크게 자극했는지 빠른 속도로 이곳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쳇!”


설진은 재공격을 포기했다. 곧바로 회피 태세로 전환했다.

가속도를 받으며 다가오는 놈의 공격을 받아치기에는 몸이 너무 약했다. 고블린 정도라면 베는 것이 가능했을지는 몰라도, 오크는 무리였다.


좁혀지는 오크와의 거리에, 설진은 오른쪽으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가속도를 받아 빠르게 짓쳐오는 공격이었지만 너무나 곧은 궤도였다. 한 번 방향을 꺾으면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휘익-!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함께 지나간 오크의 모습이 뇌리에 맴돌았다.

오크는 설진을 맞추지 못하고 지나친 것을 깨달았는지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다시 공격을!’


그로 인해 발생한 한 번의 틈.

설진은 그 틈을 공격의 기회로 삼고자 하였다.


“크아아아아!!!”


오크가 서서히 속도를 줄여 몸을 멈추는 순간, 설진은 빠르게 움직여 다시금 오크의 앞까지 접근해 있었다. 촤악-!! 이번에는 꽤 깊게 들어갔는지 짙은 초록깔의 피해 튀었다. 발목을 베인 오크의 발이 땅을 굴렀다.


[제한 시간 7 : 12]


설핏 남은 시간을 확인한 설진이 다시 움직였다. 연쇄적으로 괴성을 내지르는 오크의 목소리를 애써 흘리고선 단검을 들어올렸다.


‘이번에는 상처를 입힌다기보단.’


오크의 두 손이 주먹을 만들었다. 눈이 좁혀진 것이 열이 뻗쳐도 단단히 뻗친 모양이었다.


‘최대한 힘을 빼는 쪽으로.’


아직 오크는 팔팔했다. 체력을 소비한 거라곤 설진을 공격하고자 한 번 돌진한 것에 불과했다. 이 정도로 오크는 지치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설진의 몸이 움직였다. 오크의 손 또한 같이 움직였다.

설진이 공격을 피하고자 몸을 비틀면, 오크의 주먹이 쉴 새 없이 그를 추격했다.


“크아!!! 크아아!!!”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집중했다.

밀려오는 오크의 공격을 피했다. 14로 올라간 민첩이 몸을 가볍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휘익- 휘익-!


놈의 주먹이 다가올 때면 멀리 점프해 사정거리를 벗어났다. 연이어지는 추가 공격도. 다음 공격도. 그다음 공격도.


‘이 정도면 체력을 꽤 많이 썼을 텐데.’


수십 번 주먹을 날려댄 오크였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나마 설진의 체력을 조금 뺐다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유효타를 입히지 못한 오크가 다시금 괴성을 질러댔다. 내지르는 주먹이 먹히지 않아 짜증이 났는지 오른쪽으로 손을 이동시켰다.

동시에 쥔 주먹을 폈다. 손이 설진을 잡아먹을 것처럼 그 크기를 늘려나갔다.


한 번에 싸먹겠다는 의미였다. 본디 적을 맞추는 것 자체가 초점을 둔다면, 주먹으로 치는 것보다 방향을 정해 휘두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으니까.


“크아아!!”


다시금 울린 괴성이 평지를 뒤흔들었다. 하늘에 떠 있는 해마저 흔들려 보일 정도로 꺼림직한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설진은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오크에게 있어서는 설진을 잡을 수 있는 공격이겠지만, 사실 그에게 있어 오크의 휘두르기식의 공격은 기회이기도 했다.


콰과과과광-!!!


좌우로 휘둘러져 오는 공격이라면,


‘위로 뛰면 되니까.’


높이 뛰어오르는 것으로 피할 수 있으니까.


부웅-!


발에 힘을 줘 하늘 높이 뛰어오른 몸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슬쩍 내려본 아래에는 황폐해진 풀들과 오크의 손이 비치고 있었다.


‘이걸로 손 하나는 됐고.’


오크의 오른손은, 이제 최소한 설진이 공격할 때까지는 사용하지 못했다. 설진은 아직 남아있는 왼손보다 더 빠르게 뛰어올랐다.


기습에 성공했을 때 설진이 낸 상처는 옅었다. 애당초 오크의 약점은 뒷목이 아니기도 했고, 오크 자체의 피부가 질긴 탓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약점을 공격하기로 했다.

오크를 비롯한 모든 인간형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

목 그 자체를.


촤악-!


거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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