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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3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6
조회
2,668
추천
39
글자
11쪽

13화

DUMMY

저벅. 저벅.


지하 미궁의 보스를 공략하자마자 선두로 나선 라임의 모습이 보였다.

설진은 굳이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주변에 느껴지는 기척은 없고, 무엇보다 공략이 끝난 이상 미궁의 이권은 온전히 라임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다 수고했어. 돈은 이곳을 나가자마자 바로 줄 수 있어. 그리고··· 고마웠어.”

“받은 의뢰를 수행했을 뿐이다. 우린 돈만 받으면 되니까.”

“란의 말대로야. 우린 미궁에서 발견되는 것들 전부를 양도하기로 했으니까, 돈만 있으면 돼, 우리는. 뭐가 나오더라도 간섭하진 않을 거야.”


어마어마한 선금과 의뢰 완수금을 받는 대신 미궁에서 발견되는 것들을 전부 포기한다는 조건.

그것이 란과 린이라는 모험가가 라임에게서 받은 의뢰 내용이었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이렇게 무식하게 넓은 건지. 개인적으로 궁금해지긴 하는군. 와이번까지 나타날 정도라면 꽤 쓸만한 것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궁금하면 보러 와도 돼. 가져가지만 않으면 괜찮아.”

“나 참, 우릴 좀도둑으로 아는 건지.”


설진은 중얼거리며 앞서간 라임을 따라 이동했다. 시연 또한 혼자 있기 쓸쓸했는지 같이 가자며 앞선 둘을 따라갔다.


와이번의 사체를 지나친 곳에는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형 몬스터인 미믹의 형태를 띠고 있어 몬스터인가 싶었지만, 이내 아무런 생명 반응이 없음을 깨닫고서 경계를 풀었다.


달칵-.


금색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상자를 연 라임에게 설진의 시선이 돌아갔다.


“끙, 차-.”


조금 무거운지, 라임은 앓는 소리를 내며 상자 속 내용물을 꺼냈다. 설진의 눈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구슬?”


놀랍게도 상자에서 나온 것은 구슬이었다. 사람 주먹보다 두 배 정도 더 큰 구슬.


주먹보다 큰 것은 맞지만 인간의 몸 전체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무겁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는 아니어 보였다. 설진은 다시금 라임을 돌아보았다. 아직 그녀는 무겁다는 듯 끙끙-. 힘겹게 구슬을 들어올리는 중이었다.


“그게 그렇게 무겁나?”

“으. 응. 생각보다 무겁네 이거.”


라임은 몸을 젖혀 구슬을 보여주었다. 딱히 색이 있지는 않은 무색(無色)의 구슬이었다. 굳이 덧붙이자면 신묘한 기운이 퍼져 나온다고나 할까.


설진은 무망중 마력을 끌어올려 보았다. 물론 마법사가 아닌지라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수는 없지만, 애초 구슬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한 짓이 아니었다.


그저 확인해보기 위함. 신묘하게 느껴지는 구슬에 마력 반응을 일으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음?”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사라졌어?”


분석과 확인을 위한 설진의 마력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흡수나 파쇄의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한 차례 넘어선 ‘소멸’에 가까워 보였다.


“마력이 사라져? 대 마법사용 아티팩트라도 되는 건가?”

“···미안하지만 자세히 알려줄 수는 없어.”

“···알고 있다. 다만-.”


설진은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이상하게 말을 얼버무리고 몸을 돌렸다.


“어쨌든 이걸로 의뢰 종료인가. 꽤 힘든 여정이었어.”


돌린 몸을 그대로 내리는가 싶더니, 근처 커다란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선 앉았다. 후우. 두어 번 한숨을 내쉬던 설진은 하늘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5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6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바로 나가지 않는 거야?”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란은 지금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 상태일 거야.”

“엥? 정말로?”

“와이번을 잡을 때 그만한 속도를 연속으로 냈으니 당연한 거지. 오다가 몬스터를 어느 정도 죽이면서 왔으니 조우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혹시 또 몬스터가 출현한다면 골치 아파지거든.”

“그럼 지금 하고 있는 건.”

“체력 회복과 비축이야. 변수가 발생해도, 대처할 수 있을 정도의 변수가 모험가들에겐 마지노선이니까.”


설진이 쉬는 동안 시연과 라임은 몇 마디 대화를 이어 나갔다.

설진은 그런 둘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어느덧 오 분이 흘렀음을 깨달았다.

시연 또한 눈치챘는지 서서히 말을 줄여갔다. 어느새 라임을 포함한 파티는 몸을 일으켜, 되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린.”

“응?”

“가자.”


그 말을 끝으로, 설진과 시연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6층. 또 다른 네 층의 미궁 공략을 향해서.


설진과 시연이 이동했더라도, 란과 린은 계속 남아 미궁을 빠져나왔다.


* * *


[6층에 진입했습니다.]

[목표 : 놀 15 마리를 처치하십시오.]

[남은 몬스터 수 : 15]


들려오는 시스템 목소리와 함께 설진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2층, 3층 때처럼 혼자 있지는 않았다. 설진의 주위에는 또 한 명의 사람이, 그나마 아주 조금 경계를 푼 시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으. 머리야. 이거 층 이동할 때마다 두통이 좀 있다니까.”


체, 라며 불평한 시연은 설진을 돌아보았다.


“안 그러냐 설진··· 아?”


돌아본 시연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부끄러워하는 표정까진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주도해나가는 ‘주연’의 역할을 경험한 덕에 그의 얼굴에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연은 그런 설진이 정신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자신이 힘들었듯, 그 또한 힘든 사람일 것이 자명했다. 이 정도 배려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으으.”


시간이 흘러 앓는 소리를 낸 설진의 머리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무 말 없이 손수건을 내미는 시연을 한 번 쳐다보고선 손수건을 집었다.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한 거예요?”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어. 손수건은 숙녀의 필수템이거든.”

“엥. 그런 거였어요?”

“-아마?”


길게 뻗어 내려오는 생머리가 잠시동안 흔들렸다. 설진은 그녀의 자그마한 농담 덕분에 마음에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동안 땀을 닦아내던 설진이 입을 연 것은 약 오 분 정도가 흐르고 난 뒤였다.


“놀 15마리라···.”

“그리 어려울 건 없잖아? 놀이면 고블린보다도 약할 텐데. 15마리면 고블린 세 마리 정도랑 비슷한 거 아닐까. 3층보다 쉬울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응? 뭔데?”

“3층에서 스킬 하나를 얻었거든요. 누나도 뭔지 알고 있겠지만.”

“으으음. 아, 학살? 민첩 올려주는 그거?”


시연은 깨달았다는 듯 손뼉을 쳤다. 학살. 왜 모르겠는가. 설진, 페이드, 유약은 전부 다 있는데 자신만 없어서 꼬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모험 좀 해서 얻었어요. 여기가 6층이니까. 잔여 스텟 포인트는 이제 3개가 됐고, 거기다가 조건부지만 민첩이 올라가면-.”


말하던 도중, 설진이 무언가 깨달았는지 시연을 바라보았다.

음. 한동안 쳐다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해요. 누나는 없죠?”

“야, 야이 개-.”


게임 시절 때부터 놀림 받아왔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닌지라 시연의 입에서 험한 말이 쏟아져 나올 뻔했다.

겨우 참은 시연은 자그맣게나마 웃고 있는 설진을 쳐다보았다.


‘···그래.’


적당히 장단에 맞춰준 시연은 설진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이내 움직였다. 놀 15마리 처치. 그리 어려운 미션은 아닐 터였다.


“배경은 지하 미궁··· 5층이랑 똑같네.”

“아마 열화판일 거에요. 오우거라면 몰라도 지금 레벨로 와이번은 엄두도 못 낼걸요.”

“그래, 그러니까 놀이 등장한 거겠지? 3층 오크만 제외하면 지금까지 아예 못할 정도의 미션을 던져주진 않은 것 같네.”


어둡지만 맨눈으로 시야 확보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라는 점.

갈림길이 없다는 점.

무엇보다 강한 몬스터가 아닌 비교적 약한 몬스터로 분류되는 놀의 사냥을 미션으로 내걸었다는 점.


하위 호환의 조건을 하나하나 세어 보던 설진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6에서 9층까지는 전폭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구간. 오크처럼 엄청나게 위험한 몬스터가 나올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


‘드디어 처음 써 보네.’


5층에서 쓰지 못했던 장검을 들어 올렸다.

도적, 장검, 흡혈. 차마 어울린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설진에게 있어서는 열심히 쌓아 올린 나름의 아이엔티티 같은 것이었다.


이걸로 랭킹 1위라는 최고의 자리에 등극했으니 나름의 자부심은 있었다.

꽉 쥔 손에서 서늘한 검기가 퍼져가는 것 같았다. 일직선으로 된 지하 미궁을 계속 걷던 둘은, 마침내 몬스터의 인기척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크륵-.


온전한 짐승의 소리.


크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삐죽 튀어나온 짐승의 귀가 보였다. 샛노란 털에 뒤덮인 길쭉한 귀가 자신이 인외(人外)임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듯했다.


‘일단 기민한 발걸음을.’


[기민한 발걸음이 활성화됩니다.]

[당신의 발소리와 기척이 줄어듭니다.]


모든 도적의 기본은 자기 존재를 지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애당초 체력을 올리는 타입의 직업이 아니기에 ‘많이 맞아도 버틸 수 있는’ 쪽이 아닌, ‘최대한 적게 맞는’ 쪽으로 가야 했다.


[학살이 활성화됩니다.]

[민첩이 2 증가합니다.]


학살의 발동으로 인해 민첩이 증가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지금 설진의 민첩은 16. 초반, 민첩 스탯에 과투자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여기서-.’


설진은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유설진(lv.6)]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신체 강화]

[체력 : 13(+3) 근력 : 13(+2) 민첩 : ‘16’(+2) 마력 : 13]

[잔여 스텟 포인트 : 3]


남은 잔여 스텟 포인트는 3. 설진은 망설임 없이 민첩에 2, 그리고 마력이 하나의 스텟 포인트를 투자했다.


[민첩 : ‘18(+2)’ 마력 : 14]


이걸로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놀을 상대하는 것뿐.


“준비된 거지?”

“네, 먼저 갈게요.”


활성화된 기민한 발걸음과 함께 설진은 미궁의 벽 쪽으로 이동했다.

아직 놀은 설진과 시연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 설진의 기습을 서두로 최대한 숫자를 줄이고 시작하겠다는 것이 둘의 작전이었다.


아래층에서 해왔던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설진이 적당한 긴장감을 머금었다. 너무 과도한 긴장은 독이 되지만, 적정량의 긴장은 상황을 침착하게 읽을 수 있게끔 판단력을 향상시킨다.


최적의 접근 경로. 가장 많은 수의 놀을 줄이고 시작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 루트. 설진의 눈에는 그것이 보였다. 비단 그것뿐만이 아닌 차선을 포함한 수십 개의 경우의 수가.


서서히 접근하다가, 이윽고 놀 무리의 지척까지 접근한 설진이 망설임 없이 장검을 내질렀다. 서걱-. 단검에 비해 훨씬 긴 리치를 가지고 있는 만큼 비교적 편하게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놀 하나의 목을 꿰뚫은 설진의 몸이 유려히 움직였다. 기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설진의 출현과 동포의 죽음으로 놀들이 혼란스러워지는 찰나의 순간, 그때가 더욱더 많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걱-.


다시, 생명이 바스라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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