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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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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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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22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6)

DUMMY

숲의 아침은 차가웠다.

이미 두 번이나 겪어 알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기온이었다.


“슬슬 때가 되었군.”


플라임의 말을 시작으로 일행은 전투를 준비했다.

바야흐로 사흘. 예고한 시간이 다가왔다.


“사흘이 흘렀다. 어제 설명했듯 어두운 밤에 습격하는 것이 아닌, 지금같이 이른 아침에 습격을 감행할 것이다.”


하늘은 아직 어두웠지만, 점차 밝아지고 있었다.

아침이 되고 있었다.

점차 밝게 변하고 있는 하늘 속에서 플라임이 선언했다.


“이것은 선전이자 포고다. 악한 세력은 아직 물러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저들의 소탕을 말미암아 왕국의 범죄자들에게 고할 것이리라.”


저녁이 아닌 아침에 습격을 꾀하고자 하는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선전포고. 왕국 전역에 퍼진 범죄 조직에게 왕녀의 출몰을 알림과 동시에 전에 말했던 자금력 싸움을 시작하기 위함이었고.


“왕국의 곪은 곳을 전부 도려내기 전까지, 이 몸은 멈추지 않겠다.”


또 하나는,


“가자. 전사들이여.”


지금 모인 다섯 명의 전력이.

유례없을 정도로 막강(莫強)했기 때문이었다.


플라임의 선언을 들은 설진이 검을 쥐었다. 이틀을 쉬었음에도 패용한 검날은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더 예리해진 듯했다.

사람의 살가죽 따위는 한 번에 베어낼 수 있을 듯한 느낌.

발도의 준비를 모두 마친 설진이 후우-. 입김을 내뱉었다.


하늘로 퍼진 입김이 사라질 무렵, 다섯의 발걸음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아침의 서늘하고 찬 바람을 머금은 식물들이 얼어붙었다. 분명 의복을 갖춰 입었음에도 옷감을 뚫고 피부까지 예의 서늘함이 닿는 기분이었다.


“차갑구나.”


설진이 중얼거렸다.


다시 한 걸음. 여전했다. 몸을 움직여 열을 만들고자 하였지만, 숲의 차가움은 워낙 강대하여서 만들어진 열을 족족 빼앗아 갔다.

기온이 없어지고 온도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높은 레벨을 달성한 신체 덕분에 움직이는 데 큰 무리는 없지만, ‘차갑다’는 느낌 자체는 존재하였다.


고개를 돌려 플라임을 바라보았다.

왕국의 지원을 받아 성장해온 마법사. 5층 지하 미궁을 공략할 때는 그 단편밖에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금일.”


이번에는, 단편을 넘어 모든 것을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리를 머금은 숲은, 금일 이후로 보지 못하겠군.”


* * *


싸움은 두 가지를 기준으로 진행된다.


상대가 알고 있는가.

상대가 알고 있지 않은가.


전자라면 마법사들의 대규모 공습 마법으로 전쟁이 시작될 것이고.

후자라면 암살자들이 만들어내는 핏빛 그림자를 시작으로, 상대방이 기습을 인지함과 동시에 암살자들의 본대가 전장을 휘어잡을 것이다.


지금 같은 경우는 후자였다.


“저와 란이 따로 움직여 최대한 많은 적을 암살할 겁니다. 시간은 동이 터 해가 그 모습을 완연하게 비출 때로. 그때로 하겠습니다.”


적의 수뇌부가 존재하지만, 그 수뇌부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상 특정 인물을 골라 암살하기란 불가능.

따라서 설진은 수뇌부와 중요 인물로만 한정하는 것이 아닌, 최대한 많은 인물을 죽이는 것을 택했다.


“그럼, 시작하지요.”


기척을 줄인 두 암살자가 조용히 조직 안을 파고들었다.

목표한 곳은 나무로 된 건물 중 가장 큰 곳.

특정 인물을 암살할 수는 없지만, 가장 큰 건물에 중요 인물이 머무르고 있지 않을까 싶어 선택한 지점이었다.


설진은 몸을 숨긴 채 건물 밖을 살펴보았다.

삼 층 정도의 나무 건물. 집이라기보단 여관에 가까웠고, 드문드문 설계된 창문 사이로 몇 명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성인이 다섯 번. 어린아이가 두 번.

통상적으로 성인이 더 많이 이용하는 건물인 듯싶었다.


‘다시.’


이번에는 마력을 사용해 건물 속을 살펴보았다.

정확한 인원은 알 수 없지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꽤 되어 보였다.


그중에서는 어린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수는 어림잡아 서른 정도. 설마 어린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조직을 꾸려 나갈 리는 없을 테니 성인의 수는 그보다 더 많다고 보면 될 듯싶었다.


설진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동이 트기까지 시간은 좀 남아 있었다.


‘창문으로 진입한다.’


마력을 사용해 가장 많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탐색했다.

확인을 마친 설진의 발걸음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기척과 소리 한 번을 흘리지 않는 것이, 귀족 가문 암살자의 능력을 여실히 증명하는 듯했다.


물론 개개인의 능력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설진의 뛰어난 공간 지각 능력이, 루이 로반델트의 능력치와 합쳐서 거대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샥-.


이윽고 봐둔 창문의 지척까지 접근에 성공했다. 설진은 유리 너머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여섯의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설진은 벽면에 달라붙은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는 아직 그 모습을 완연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해의 끝부분만이 가려져, 곧 모습을 비출 것 같았다. 몇 초가 흘러 거대한 해가 서서히 떠올랐다. 가려졌던 밑부분이 그 모습을 비추었다.


‘슬슬 시작할 땐가.’


여기서 창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자충수. 창문을 열 때 소리가 퍼져 놈들이 알아보게 될 터이니, 차라리 창문을 깨고 부지불식간에 습격하는 편이 나았다.


결정한 설진의 손이 재빨리 움직인다.

곧이어 후- 하는 심호흡 소리와 함께,


콰자장-!!!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굉음처럼 울려 퍼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모르겠습니다. 방금 창문이 깨진 소리가 들린 것 같-.”


콱!!


여섯 명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려는 찰나, 존댓말을 쓰던 사내의 이마에 설진이 던진 칼이 명중했다.

단숨에 피가 흘렀다. 말을 마치지 못한 채 절명한 사내가 힘없이 너풀거려 곧이곧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남은 다섯 중 넷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뻐끔거리고만 있었다.


여기서 선택지가 나뉜다.

자신을 눈치챈 한 명을 노리느냐.

아직 눈치채지 못한 넷을 노리느냐.


‘아직 눈치채지 못한 넷을 벤다.’


정답은 곧 나왔다.

아무리 천한 범죄자라고 한들, 눈곱만큼의 실력은 있었다. 설진의 존재를 눈치챈 한 명을 노리다가 사대 일의 구도가 발생할 수 있었다.


암살자에게 있어 정면으로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상황은 최악.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설진이 기다란 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대로 발을 놀려 근처까지 접근해, 남은 다섯 중 둘의 목을 베어버렸다.


촤악-!!

데구르르-.


잘려나간 목이 힘없이 바닥을 굴렀다.


‘이걸로 여섯 중 셋인가.’


고로, 이제 남은 적 또한 셋이었다.


아직 혼란은 야기된 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눈치챈 건 이제 두 명. 눈치채지 못하고 얼타고 있는 건 한 명. 눈치챈 사람이 눈치채지 못한 사람보다 하나 더 많았다.


단숨에 둘의 목숨을 앗아간 검이 다시금 휘둘러졌다. 이미 목을 베어 오른쪽으로 치우친 검이 제비처럼 반환해, 왼쪽으로 향하는가 싶더니 눈치채지 못한 마지막 한 명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와 동시에 뒤늦게 눈치챈 사내의 목을 스쳤다. 란과 설진의 모의 결투에서 설진이 입은 상처처럼 옅은 게 아니다. 검은 목을 스쳤지만, 스쳐 간 목 사이에는 깊숙한 검상이 뚜렷이 자리 잡고 있었다.


“파헥-. 파헤헤액!!”

“쳇.”


죽이진 못했다. 성대를 꿰뚫린 듯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대였지만, 그 목숨을 앗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라고 할 만했다.


설진은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야말로 끝내겠다는 의지가 분연했다.


그러나-.


팅!


“꼴에 동료라고 감싸주는 건가. 범죄자들끼리도 최소한의 연민은 있는 모양이군.”


막힌 검을 내려보며 설진이 입을 열었다. 여유로운 목소리였다.

말을 이어가는 동시에 품속에 숨겨둔 검을 던졌다. 팍!! 명중이었다. 성대를 꿰뚫린 놈은 이젠 목 자체가 관통당해 그 즉시 죽음을 맞이했다.


“아, 반응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나?”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남은 한 놈을 바라보았다.


“넌··· 누구지?”

“네 의문을 풀어주어야 할 이유가 있나.”

“대답하지 않으면 죽일 테다.”

“하?”


설진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감돌았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동료의 죽음조차 막지 못한 네놈이 날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

“주제를 알거라.”


범죄자는 입술을 짓씹었다.

설진의 말이 맞았다. 죽이겠다는 소리를 했지만, 그건 진심으로 눈앞의 상대를 죽일 수 있어서 발로한 말이 아니었다.


두려움. 그저 두려움이 전신에 감돌아 본능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방어 본능이라고 해도 좋았다. 범죄자는 지금, 설진에게서 항거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슬슬 끝내도록 하지.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


설진은 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차라락-! 덕지덕지 묻은 피가 나무에 적셔졌다. 나무의 색이 뻘겋게 물들었다. 진해지고, 짙어졌다.


색만이 아닌 향기마저 짙어질 때쯤, 설진이 검이 움직여 범죄자의 가슴을 베었다. 촤아악! 피가 줄기차게 뿜어져 나왔다. 피 묻은 망토가 벽처럼 적색을 띠었다. 한참 전부터 빨갛게 변해버린 손이 다시금 획을 그었다.


촤아아악!!


그것은 한 사람의 절명을 알림과 동시에, 성대가 꿰뚫렸던 놈의 비명을 듣고 찾아온 다른 범죄자들의 달갑지 않은 방문이기도 했다.


열 명쯤 되는 숫자였다. 그중 셋은 어린아이였다. 설진은 망설임 없이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도착한 놈들이 당황한 것이 보였다.

몸을 빼 본대와 합류하려던 도중, 란의 모습이 보였다. 그 또한 몇 명의 암살에 성공했는지 몸에 묻은 피와 함께 합류를 서두르고 있었다.


“란.”

“루이 님!”


둘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쯤, 숨어있던 플라임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고위급 마법을 발현시키기 위해 조용히 마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Arde intensamente.”


암살자인 란과 설진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창이 발현된 순간. 그 순간을 기점으로 하늘에 불구덩이가 생겨났다.

마치 밤에 떨어지는 유성우를 보듯 광활한 광경이었다.


“muerte insoportable.”


마지막 구절까지 전부 읊은 듯 플라임의 목소리가 멎었다.

멎음과 동시에, 하늘에서.

하늘에서, 거대한 불의 유성이 빗발치며 쏟아져 내린다.


“수고하셨습니다. 왕녀님.”


적이 아군의 존재를 모를 때는.

무릇 암살자의 기습이 선행되어야 하며.

모름지기 그 후에는, 본대의 공격이 실행되어야 한다.


그 기초적인 병법의 정석을 보여주듯 거대한 불구덩이가 자비 없이 떨어졌다.

콰과광! 굉음을 시작으로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부서진 건물에서 떨어진 화염이 잔재가, 가차 없이 다른 건물로 이어져 옴붙는다.


마구잡이로 번지는 불이 사람에게까지 당도하기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머지않아 비명이 들렸다. 살갗이 타들어가며 느끼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라고, 고통에 찬 신음과 괴성과 울부짖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흐아. 일단··· 이 정도면 되겠지.”


마법을 펼쳐낸 이후 힘이 쭉 빠졌는지 플라임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플라임이 펼쳐낸 그 파멸적인 광경을 지켜보던 설진의 입가에서 공기가 빠져나왔다.


“후우.”


이번에는 입김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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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7) 21.11.29 1,583 23 11쪽
» 22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6) +1 21.11.28 1,600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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