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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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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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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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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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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1쪽

14화

DUMMY

서걱-.


귀청을 파고드는 섬뜩한 칼날의 소리.

울려퍼진 검의 궤적은, 장검의 유리한 리치는, 설진이 훨씬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만들었다.


놀의 크기는 고블린의 키보다 못 미치었다. 고블린이 소년쯤 되는 아이의 키라면, 놀은 그것의 절반이었다. 하반신에 겨우 닿을 정도의 체구와 크기.


하여 통상적으로 잽싸고 날렵해, 움직임을 따라가기 힘들어야 하지만···


[학살이 발동 중입니다]

[민첩 : ‘18(+2)’]


18이나 되는 민첩의 수치가 그를 가능케 했다. 순식간에 놀 하나의 목을 베어버린 설진은, 맹수가 먹잇감을 찾듯 다음 목표를 탐색했다.


서걱- 서걱-.


연쇄적으로 울린 절삭음의 설진의 공격이 적중했음을 알렸다. 단검이 아닌 장검으로, 재빠른 움직임을 구현시킨 그는 레이피어처럼 검을 내질렀다.


파앗!


“쿠, 쿠륵-?”


정확히 배를 노리고 들어간 찌르기 공격이 놀에게 들어갔다. 한번에 몸이 꿰뚫린 놀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절명했다.


슈욱-. 무기가 없어 손톱을 휘두르려는 놈의 공격을 피하고 그대로 전선을 빠저나왔다. 몇 마리의 놀이 놓치지 않겠다는 듯 설진을 추격했다.


“옛날 생각 나네. 진짜.”


그러나 시연의 대검에 제지당했다. 방패로 두 마리의 공격을 흘리고, 대검으로 한 마리를 튕겨낸 그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안 그러냐?”


퍼억-! 시연의 말이 끝맺음을 향해갈 때즘, 대검에 의해 튕겨나간 놀이 곧이곧대로 벽에 처박혔다. 석재로 가득한 벽에 틈을 남긴 놀은 치명상을 입었는지 숨을 헐떡대며 일어서지 못하는 중이다.


[놀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놀 수 : 12]


“일단 세 마리.”


정확히 열 다섯 중 셋을 죽였다.

그렇게 생각하려던 찰나-.


[놀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을 놀 수 : 11]


숨을 헐떡내던 놈의 기력이 다했는지, 하염없이 떨던 몸이 그대로 멈췄다. 셋이었던 놀이 넷이 되어 시스템 창의 지표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돌입한 소강 상태에서 열한 마리의 놀과 인간이 눈빛을 맞부딪혔다.


“네 마리네.”


시연에 이어 설진이 중얼거렸다. 놀에게는 들리지 않았는지 놈들에게서 오는 반응은 없었지만, 시연은 확실히 소리를 잡은 듯 보였다.


그 증거로 슬며시 웃고 있는 모습이 멈춘 전장 속에서 알알이 보였다.


“이제 열한 마리 남았나?”

“네.”


셋을 도륙하느라 사용했던 오른손에서 알게 모르게 떨림이 느껴졌다. 설진은 검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겼다가, 다시 싸움이 시작될 징조가 보이자 오른손으로 검을 고쳐잡았다.


떨림이 상당수 사라졌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적어도 인외에게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덕에 설진은 약간의 자신감이 붙었다. 붙은 자신감이 능력으로 전환됐다. 적어도 지금에 있어 질 것 같지는 않았다.


타닷-.


물린 몸을 앞으로 전진시킨 설진과 시연은 놀에게 다가갔다.

선두는 시연이었다.

시연이 방패를 앞세우며 길을 열 듯 놀에게 들이박았다. 열 하나로 구성되어 있던 조잡한 진은, 오직 그녀의 돌진에 의해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되찾아온 혼란이 놀들을 감쌌다. 이미 죽어버린 넷의 동료가 놀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듯했다. 그 틈을 타 설진이 움직였다. 발소리도, 기척도 한순간에 지워버린 그는 혼란 속에서 다섯 번의 칼부림을 만들었다.


한 마리의 놀에겐 왼쪽 팔과 가슴을.

두 마리의 놀에겐 목을.

다시, 마지막 한 마리의 놀에겐 가차없이 배를.


베여지고 꿰뚫린 놀들의 몸에서 피륙이 쏟아졌다. 조각난 피부가 얽키고섥히며 흘러내린 액체에서, 철분이 가득한 피비린내가 온통 사방을 휩쓸었다.


촤악-.


놀의 몸에서 튄 몇 방울의 피가 하늘을 향했다. 순식간에 생기를 잃고 죽어버린 피가 바닥에 채 낙하하기도 전에, 시연의 대검이 전장을 도륙했다.


[놀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놀 수 : 5]


여섯 마리의 놀이 숨결을 잃고 비틀거렸다. 비틀거린 몸이 하염없이 밑바닥으로 추락하나 싶더니 이내 멈추었다. 생명마저 멈추었다.


이제 다섯만이 남았다.

그러나 남은 다섯에게서 싸울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짐승이라면 마땅히 가지고 있을 본능.

그 본능이 아득한 공포를 만들었다. 둘에게 처참히 박살한 열 다섯이라는 숫자가 가치를 잃고 희망을 잃었다.


잃어버린 삶의 가치가 대가를 바라듯, 목숨을 거두기를 바라듯 사신이 찾아왔다. 시야조차 제대로 확보하기 힘든 미궁 속에서, 남은, 남았던 다섯 마리의 놀은 유린조차 당하지 못한 채 죽어 없어졌다.


[놀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놀 수 : 0]


[6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7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클리어를 뜻하는 시스템 메시지를 본 설진은 검을 늘어뜨렸다. 민첩을 올려 가히 쾌속에 달하는 속도를 낸 것은 좋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못했다. 진이 빠지고 힘이 쫙 빠졌다. 솔직히, 편히 누워서 쉬고 싶었다.


“힘들었어?”

“조금요.”


그에 반에 시연은 멀쩡한 모습이다. 당연했다. 그녀 또한 적극적으로 싸운 것은 맞지만, 직업이 기사였으니. 높은 체력을 기반으로 장기전에 유리한 그녀가 겨우 이 정도의 싸움으로 지칠 리 없었다.


“조금 쉬자, 우리. 뭐, 어차피 오 분이 지나면 이동되긴 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쉬어 둬. 뭣하면 방패 빌려줄 수도 있는데.”

“방패에 기대고 쉬라고요?”

“응. 이러면 편하지 않을까?”

“···놀 피륙이 진득하게 묻어서 싫어요.”


진심으로 싫어하는 설진을 보며 시연은 재미난 생각이 났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어느 정도 관계는 좁혀졌지만, 설진의 어두운 분위기가 둘의 사이에 선을 긋는 듯해서 한 말이었다. 시연은 그어져버린 선을 없애고 싶었다.


“뭣하면 무릎이라고 빌려줄까? 우리 설진이는 체력 딸려서 힘들었을 거 같은데.”


나름 유혹하듯 한 말이었지만, 설진은 시연의 무릎을 쳐다보더니 곧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갑옷.”

“응? 이거 가죽 갑옷인데? 별로 안 딱딱한데?”

“가죽에 피 튀었어요.”


설진은 그 말을 끝으로 손수건을 내밀었다.

자신이 그에게 줬던 손수건이었다.


“······.”

“······.”


마주보고 있지 않은 두 사람의 시선에서 알 수 없는 한기가 감돌았다.


“아! 거! 더럽게 깐깐하네 진짜!!”


한기가 뜨거운 열기로 변하기까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7층에 진입했습니다.]

[목표 : 놀 5 마리를 처치하십시오.]

[남은 놀 수 : 5]


약 오 분의 실랑이가 오가고, 둘은 칠 층에 진입했다.

떠오르는 시스템 창을 보던 둘의 기색이 미묘해졌다.


6층의 미션이 열 다섯 마리였다. 그러나 7층에 들어서 죽여야 할 놀의 수는 더 낮아져 있었다. 그것도 열이나 차이나는 다섯으로.


“···함정 구간이네요.”

“아, 함정 귀찮은데.”


당연하지만 이런 층은 놀과 함께 또다른 ‘무언가’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애석하게도 설진과 시연은 그 무언가의 존재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뭐, 그래도 잘만 하면 ‘함정 해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얻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얻고 가죠.”

“야, 너 지금 혼자서 도적이라고 막말하냐? 너야 그렇다 쳐도 나는 기산데? 함정 피하기 힘든데?”

“그럼 저 혼자 얻고 가죠. 우리 한 번 볼 사이 아니잖아요.”

“어? 어. 그건, 그. 그치.”


설진은 방금 자신이 한 말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순식간에 확 들어온다고 생각한 시연은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이윽고 설진의 의도를 파악하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아놔. 괜히 어린놈이 기어오른다고 생각했네.”


이번엔 중얼거림도 아니었다.

자신이 아니라면 아예 들리지 않을 정도로 혼잣말을 내뱉은 시연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괜히 더웠다.


“빨리 끝내고 다음 층 가자. 어차피 9층까지는 전투나 함정밖에 없잖아.”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근데···.”


말을 멈춘 설진의 시연을 따라 정면을 향한다.


“놀이 없네요.”


6층에선 있었건만, 보이지 않은 놀의 존재에 잠시 의문을 표했다.


“그리고, 함정이 안 보여요. 게임에서는 보였었는데.”

“아니 당연한 걸··· 지금 너한테는 함정 해체 없잖아.”

“아.”


무언가 깨달은 듯한 목소리로 ‘아’를 외친 설진이 손바닥을 쳤다.


“맞네요.”

“······.”


그러고선 성큼성큼 앞을 향해 나아갔다.


“야-.”


시연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달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화살이 걸리는 소리였다. 상황을 파악할 틈조차 주지 않고 양옆에서 발사된 두 개의 화살이 순식간에 설진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당황한 눈으로 설진을 바라보던 시연은 이윽고 괜한 걱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로 뛰어올라 짓쳐오는 화살을 여유롭게 피한 설진이 시연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하면 얻겠죠?”


시연이 웃으며 말했다.


“뭘? 내 억장을?”

“함정 해제요.”

“둘 다 얻을 것 같은데, 해볼래?”


시연이 웃으며 말했다.


“······.”


설진은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놀이 느꼈던 감정이 약간이나마 공유되는 순간이었다.


* * *


[유설진(lv.7)]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신체 강화, 함정 해체]

[체력 : 14(+3) 근력 : 13(+2) 민첩 : 16(+2) 마력 : 14]

[잔여 스텟 포인트 : 0]


잔여 스텟 포인트 하나를 체력에 투자한 설진은 보유 스킬에 생긴 함정 해체를 몇 초 바라보더니, 이내 상태창을 꺼버렸다.


‘아까, 내가 왜 그랬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듯, 7층에 들어선 직후 자신의 행동을 떠올렸다.


“그리고, 함정이 안 보여요. 게임에서는 보였었는데.”

“아.”

“맞네요.”


반려 동물이나 온라인 세계에서도 아니고, 실제 사람과 했던 대화.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게임에서 오래 본 사이라 친숙했던 건가.’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진과 시연은 게임에서 3년 간 함께해 왔었다. 그렇기에 실제로 만났을 때 거부감이 덜 드는 것이라고, 설진은 가설을 세웠다.


‘아니야, 그래도 내 성격이 성격일텐데. 그냥 누나 성격이 좋아서 그런 건가.’


자신이 직접 한 행동이 아닌, 시연에게서, 시연의 넉살 좋은 성격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도, 설진은 생각해 봤다.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학창 시절이나, 회사생활이나, 그 어디에서도 인간과의 ‘좋은 관계’를 겪은 적이 없었던 설진은 의문을 가졌다.


가진 의문이 뿌리를 타고 번지는 가지처럼 증식되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동안 자리를 피듯 뇌리에 남은 의문은, 결국 해결되지 못한 채 자국처럼 남아 머릿속에 새겨졌다.


[놀을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놀 수 : 0]


7층. 함정을 돌파하고, 마지막 놀을 죽인 설진은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증이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


[7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8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여전히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0 사막선인장
    작성일
    22.02.07 02:38
    No. 1

    혼자, 빨리 클리어하는거에 대한 이점은 딱히 없나보네용 골드도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것 같고.. 근데 특별히 EX급 재능인지는 모르겠음. 물론 저런 비현실 속에서 침착하게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 것 만으로 충분히 대단하다 생각하긴 하는데, 그렇다 하기엔방패든 여자도 너무 잘 적응해있고 딱히 놀라워하지도 않고 소설 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장치가 몇 없어서 탄산 없는 사이다 마시는 느낌? 마력에 재능이 있는 듯 한데 마력을 아직 활용을 안 하고 있어 그런건가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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