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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00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3
조회
4,486
추천
49
글자
11쪽

6화

DUMMY

촤악-!


피가 튀었다.

그것은 자신보다 훨씬 커다란 거구에서 흐르는 피였으며, 팔이나 다리가 아닌 목이라는 치명적인 부위에서부터 튄 선혈이었다.


주륵-.

땅을 적셔간 피가 풀들과 뒤섞였다. 풀의 색은 초록색. 공교롭게도 오크의 피 또한 초록색이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오크의 피가 조금 더 짙었다.


초록이었던 풀이 짙게 변해갈 때쯤, 설진은 땅으로 내려왔다. 사방팔방 흘러내리는 피가 오크의 절명을 알리듯 했지만, 정작 설진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제한 시간 3 : 54]


제한 시간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아직 카운트되고 있었다.


말인즉 오크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설진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표정이 좋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설진은 다시금 단검을 치켜들었다. 타 소설이나 게임에서 오크는 그리 강한 몬스터로 분류되진 않지만, 스페이스 온라인에서는 달랐다.


‘오크는 보스 몬스터다.’


보스 몬스터로서의 취급.

지금 설진이 상대하고 있는 오크는 앞으로 오를 9층까지의 몬스터 중 가장 강한 몬스터였다. 게임을 했을 때도 3층 오크를 상대할 때 꽤 고전한 전적이 있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겠는데. 슬슬 광폭화가 터질 테니.’


그 이유는 바로 광폭화 때문.

보스 몬스터만 가지고 있는 스킬로, 생명력이 일정 이하로 내려가면 각종 강력한 버프를 얻는 보스 몬스터만의 힘이었다.


설진은 다시 시스템 창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제한 시간만이 아닌, 다른 메시지가 나열돼 있었다.


[오크의 생명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광폭화가 시작됩니다.]

[근력, 체력이 상승합니다.]


“크아아아아!!!”


나열된 메시지를 읽는 것과 동시에 괴성이 귀를 때렸다. 목을 깊게 베여 움직일 수 없어야 할 오크는 어디 가고, 더 강력해진 상태의 놈만이 이곳에 있었다.


남은 시간은 약 4분 정도.

그 안에 오크를 죽여야 했다.


타앗-!


그 사실을 자각한 설진이 다시금 뛰어올랐다. 공중에 뛰어오른 설진을 본 오크가 웃음 섞인 괴성을 내질렀다.


공중에 체류해 있으면 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실제로 맞는 판단이긴 했다. 비행 스킬이 없는 지금의 설진으로선 무조건 타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욱-!!


바람이 섞인 소리와 함께 오크의 주먹이 설진의 안면을 향했다. 주먹이 워낙 큰 탓인지, 어딜 공격해도 정타로 들어갈 듯싶었다.


자신의 위치로 날아오는 주먹을, 설진은 고개를 돌렸다. 사락-! 볼에 오크의 주먹이 스쳐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에 상처가 생겼다.


피가 흘렀다.


동요하지 않은 설진은 계속해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오크의 주먹이 눈앞에 보였다. 이번에는 얼굴을 노린 것이 아닌 몸을 노린 공격이었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다고, 이만 끝내자고 낙인이라도 찍는 듯했다.


설진은 쥐고 있던 단검을 위로 던졌다. 완전히 위는 아니었다. 딱 단검이 떨어질 때쯤에는 오크의 지척까지 다다라 있을 정도의 방향이었다.


양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단검을 손에서 놓자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느껴졌다.

앞에서는 오크의 주먹이 날아오고 있었다. 얼마 안 가 육체를 강타할 듯했다.


설진은 두 손을 들어올렸다.


짓쳐오는 오크의 주먹을 잡았다. 정확히는, 잡다가 땐 것이었다.


잡았을 당시에 빠르게 오크의 주먹을 밀쳐냈다.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밀쳐날 주먹이 아니었다. 오히려 밀쳐지는 건 설진이었다.


“크아?”


그 덕에 오크의 공격을 흘릴 수 있었다.

흘린 오크의 공격에 이어 약간의 가속도까지 받은 설진의 몸이 계속해 앞으로 나아갔다. 오크와의 거리는 이제 이 미터 내까지 좁혀져 있었다.


‘슌. 아니, 누가 되었든지 간에 날 보고 있는 놈은 있겠지.’


좁힌 거리가 더더욱 짧아진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으리라는 생각과 동시에, 던진 단검이 아래로 낙하했다.


낙하한 단검을 잡은 설진이 그대로 돌진했다. 노리는 것은 앞목. 오크가 광폭화 상태에 들어가기 전 적중시켰던 곳이었다.


촤아아악!!!

똑같은 곳을 그대로 때렸다. 한 번 베인 상처 밑에 새로운 상처가 생겼다.

전에 가했던 공격보다 훨씬 더 큰 공격이었다.


고통스러워하는 오크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렸다. 목이 다시 베인 오크의 목에서 다량의 핏물이 쏟아졌다. 이젠 피만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몸과 피부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피륙이, 난자당한 듯 찢어져 떨어진다.


‘스페이스 온라인의 엔딩은 해피 엔딩이었지.’


[···해서. 당신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염원석(念願石)을 손에 넣었습니다.]

[부를 누리고자 한다면 부를 누릴 수 있고, 명예를 누리고자 한다면 명예를 누릴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현세에 존재하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습니다.]


게임의 끝. 지금으로 치환하면 이 탑의 끝.

설진은 본 엔딩을 떠올렸다.


해피 엔딩으로 끝났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은 있었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__]


소원을 입력하라는 게임의 마지막. 설진은 그때 소원을 입력했었다.

남들에게 있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자신에게는···.


‘나한테는···.’


“크아아아아!!!!”


난자해 떨어진 피가, 살점이 땅속에 깊숙이 박혔다. 사락거리는 풀에 오크의 피부가 덧씌워졌다. 조금 억센 풀이었고, 그 풀은 죽은 오크의 살점에 또 한 번의 상처를 남겼다.


상처를 남긴 채 합쳐졌다.


‘나한테는.’


[당신의 소원은 그것이 맞습니까.]

[네/아니요]


적어도 자신에게는.


‘······.’


설진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높이 있던 오크는, 이젠 아래에 있었다.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남은 오크 수 : 0]


아래에 누운 채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만약 꿈이 아니라면.’


설진은 생각했다.

자신이 탑을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꿈이 아니라면.


‘이 탑을 관장하고 있는 누군가는,’


탑을 관리하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누군가는.


‘내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는 능력 정도는 되겠지.’


자신의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는 힘이 있으리라고.

거대한 야망이 담긴, 그런 소원은 아니었으니까.


[제한 시간 0 : 05]


오 초에서 멈춘 제한 시간이 보였다. 혼자서 오크를 잡는 데 소요한 시간은 약 9분 55초. 솔직히 말해 빠르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아직 적응하지 못한 시스템. 육체 능력 등을 따진다면 성장할 요지 정도는 있었다. 무엇보다 설진은 오크를 ‘혼자서’ 잡았으니까.


[3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4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이윽고 클리어를 시인하는 메시지가 보이자, 그제야 설진은 긴장을 풀었다.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허구한 날 집에서 컴퓨터만 해대는 인생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이었다. 적어도 의미 정도는 붙일 수 있어 보였다.


옅은 선웃음을 피워낸 설진은 그대로 걸터앉았다. 나무가 없어 기댈 데가 없는 건 조금 아쉬웠지만, 오 분이 지나면 편히 쉴 수 있을 테니 그렇게 불평하지는 않았다.


‘소원을 입력하는 창은 100층을 클리어하고 나타났다.’


설진이 소원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가장 꼭대기 층인 100층을 클리어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게임과 똑같이 100층으로 향하는 것.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던 설진의 목표가, 하나의 목적을 새기는 순간이었다.


[4층으로 이동합니다.]


* * *


[4층으로 이동합니다.]


슌은 설진에게 떴을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역시 경험자는 다르다는 건가요. 벌써 적응하고, 목표를 정하고.”


3층의 오크를 죽이는 것. 물론 다른 파티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일이었고, 곧 있으면 성공할 것처럼 보이는 팀들도 있었지만, 그것을 ‘개인’의 힘으로 잡아낸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탑이 들어선 이례 세 번째였다. 파티 플레이가 아닌 솔로 플레이로 오크를 잡은 일은.


“앞의 두 분은 정말 놀랄만한 업적을 이룩해주셨는데.”


슌은 기대에 서린 눈빛으로 설진은 바라보았다.

설진 앞의 두 명. 오크를 혼자서 잡은 이들은 탑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둘 중 한 명은 탑의 꼭대기인 100층에 오른 전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를 지켜보았던 감정이란, 슌은 당시의 감정을 잊지 못하겠다는 듯 두 손을 말아 쥐었다.


잊지 못하겠다는 듯, 아니. 잊지 않겠다는 듯 그 상황을 수없이 되새겼다.


“당신도 분명히 그러해 주겠지요?”


그리고 그 상황을 재현해줄 희망이 탄생했다는 것에 기뻐했다.

왠지 그라면 탑의 100층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슌의 손이 움직였다.

허공에서 무언가를 조작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시스템 창이 뜨기 시작했다.


슌 자신과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타인의 상태창이었다.


[유설진(lv.4)]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체력 : 13(+3), 근력 : 12(+2), 민첩 : 14(+2) 마력 : 13]

[잔여 스텟 포인트 : 1]


4층에 올라가게 될 설진의 상태창. 민첩에 두 개의 스텟 포인트를 투자한 것과, 온전히 재능의 영역인 마력 수치가 유독 눈에 띄었다.


11도 12도 아닌 13의 시작 수치는 역대급이라 할 만했다. 아무리 뛰어난 존재라도, 시작 스텟 추가치는 3을 넘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금에 있어 예외가 발생했다. 설진의 상태창이었다. 그의 상태창을 보면 볼수록 슌의 입가에는 미소가 돋아났다.


“이제 4층에 가시겠지요.”


4층은 상점이 있는 구역이었다. 일반적인 층을 제외한 상점가 구역에서 슌은 설진과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슌은 4층에서 설진을 만날 생각이었다. 물론, 3층을 클리어한 사람들 전부는 슌과 같은 안내자를 만나긴 할 테지만.


탑에 오게 된 이유, 지구의 상황, 클리어하지 못했을 시 일어나는 일 등등, 설명해줄 것을 곱씹은 슌은 몸을 일으켰다. 앞으로 2분 정도만 있으면 설진이 4층에 이동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도 있고 말이죠.”


슌은 다시금 설진의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상태창이 끝나고 그 밑. 밑에는 설진의 간략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지구에 있을 당시 설진의 정보였다.


그 정보 중 정말로 특이한 것을 발견한 슌은 돌연 궁금증이 생겼다.


[특이사항 :

1.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실패했다.

2. 지금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 탑에 와서도 바뀐 건 없다.]


사람이 어떻게 죽음과 삶을 동시에 가지려고 하는 건지, 말이다.


3층 오크를 죽이기 위한 설진의 움직임은, 누가 봐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올 움직임이 아니다. 정말로 설진이 죽음을 희망했다면 오크를 만나자마자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당신의 소원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행위라는 뜻이겠지요.”


슌은 게임을 할 당시 설진이 빌었던 소원이 무엇인지 몰랐다.

단지 죽음을 안고 갈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뿐.


시간이 흘렀다.

슌은 설진을 만나고자 4층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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