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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12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5
조회
2,835
추천
39
글자
11쪽

12화

DUMMY

셋은 착실하게 미궁 속을 나아갔다.

오우거를 비롯한 다른 몬스터가 끊임없이 몰려들었지만, 설진의 뛰어난 암살과 기습, 시연의 탱킹 능력을 파쇄하기란 불가능했다.


또한 전투 중엔 종종 라임이 난입하고는 했는데, 그녀가 지원해주는 마법은 전투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놀이나 고블린같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적을 상대할 때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했다.


마법사는 굉장히 고난도로 평가받는 직업이니만큼 사용하기 까다로울지 몰라도, 일단 사용할 수만 있으면 괴랄한 성능을 내뿜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스테이지였다.


“여기서 한 번 쉬고 가지··· 그것보다 라임. 너는 의뢰인이지, 우리와 같은 모험가가 아니야.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


설진은 땀을 흘리고 있는 라임에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마법 지원은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마법을 쓸 때마다 숨을 헐떡거리는 것이 라임이 무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미궁··· 마법사에겐 최악인 것 같은데. 스킬 하나하나를 사용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마력을 지불해야 해.”

“나도 알고 있, 어.”


헉헉.


적당한 돌 위에 걸터앉은 라임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언뜻 봐도 무리하지 말라는 설진의 말을 들을 것 같지는 않았다.


“······.”


설진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몰래 내쉰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크게 소리를 낸 것도 아니지만, 시연과 라임에게 들릴 정도는 되었다.


“너-.”

“왜 그렇게 클리어를 고집하는 거지?”


라임이 뭐라 말하기도 전, 설진이 먼저 말했다.


“네가 제공한 정보에는 분명 ‘신규’로 발견된 미궁이라고 쓰여 있었다. 끝에 뭐가 있을지,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는 곳을, 굳이 그렇게 전력을 다해서 공략할 필요가 있나?”

“아니, 난-.”

“모험가들에게 의뢰인의 의뢰 완수는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 결국 의뢰인의 안전이다. 특히나 미궁같이 위험한 곳을 동행하게 되었을 때는 더더욱.”

“······.”

“···책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힘을 보태준다면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겠지. 하지만 우리 입장이라는 것도 조금은 생각해 줬으면 좋겠군.”


설진은 라임이 가져온 육포 하나를 뜯어먹었다.

아공간 반지 속에 있던 물자 중 하나였다.


육포 한 번을 씹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설진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아까보다는 훨씬 낮아진 목소리였다.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다. 다만 이런 일은 꼼꼼히 하지 않으면, 별로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거든.”

“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거야?”

“그래, 이런 위급상황에서는.”


육포를 뜯던 설진이 이번에는 수통으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꼴깍-. 물이 목울대를 넘겼다.


“개개인의 ‘자유’보다는, ‘안전’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법이니까.”


옆에서 설진의 말을 듣고 있던 시연의 고개를 끄덕였다.

라임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설진과 똑같은 육포를 야금야금 뜯어 먹고 있던 그녀는 무망중 설진을 돌아보았다.


‘역시, 아직 어린애인 건가···.’


아직 성인조차 되지 못한 나이. 자기 말을 이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설진은 생각했다.


“물론 지하 미궁이라는 한정된 곳에서만. 미궁만을 한정하지 않고 마을, 도시, 나아가 한 나라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예외가 발생하겠지. 애당초 내가 생각한 것이 틀릴 수도 있는 법이고.”


설진은 오묘한 기분으로 뒷말을 덧붙였다. 과연 자기 말을 어디까지 알아먹었을지, 조금이라도 이해는 한 건지. 굳이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크면 알게 될 거다. 잊어버려도 좋고.”


그 말을 끝으로 셋의 대화가 끊겼다.

이제 남은 시간은 온전히 휴식에 전념할 차례였다.


‘···이 대사.’


란의 말을 곱씹던 설진은 생각했다.

자신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자신이 내뱉은 것이 아닌 말. 이 대사가 미래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설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또 봐야 하나.’


쓴웃음을 지은 채 몸을 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 * *


한 달.

정확히는 서른 일 하고도 일곱 시간이 더 흘렀다.


길을 잃어버렸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설진이 언급했던 ‘의뢰인의 안전’ 때문에 전투에 드는 힘이 늘어났다.

물론 마법 지원이 아예 끊긴 것은 아니었다.

라임이라는 소녀는 생각보다 재능이 있었는지 적재적소에, 설진이 딱 필요하다고 생각한 타이밍에 마법을 날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마법의 빈도수가 줄어든 것은 당연. 이게 맞는 길이었지만, 설진과 시연은 전투를 거듭할수록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하루가 흘렀다.

물자는 아직 충분했다. 어림잡아 두 달은 능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식량이 있고 식수가 있는데 미궁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점차 강력해지는 몬스터들을 차례차례 격퇴해 나가면서 셋은 착실히 나아갔다.


또다시 하루.

설진의 패시브 스킬에 감지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닿았다.”


희소식.


“끝에 닿았다. 적어도 250m 안으로 미궁의 끝이 있을 거다.”

“진짜로?”

“그래, 린. 곧 있으면 끝낼 수 있어.”


끝이 보인다는 사실에, 끝낼 수 있다는 마음에 파티의 공략 속도가 올라갔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넘게 쓰고서 마주한 끝이었다. 셋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냉정하다고 생각했던 그 란마저 입가에 수수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가자.”


설진의 말을 선두로 다시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종착역으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란. 저건-.”


오십 미터가량이 남았을 무렵. 파티의 앞에 커다란 돌문이 나타났다.


“문? 사람이 돌아다닌다고 하기엔 너무 큰데?”


돌문이라곤 하지만 겉 부분을 조금 크게 만든 벽이었다. 뻥 뚫려 있었고, 지금 당장 지나가도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가자. 몬스터가 됐든 함정이 됐든 준비는 모두 끝났다.”


설진은 곧바로 어둠 속에 녹아들 생각을, 시연은 의뢰인을 지키기 위해 방패를 들었다. 라임은 긴장한 기색을 띠며 마력을 모아들였다.


“라임, 앞으로 몇 번 정도 더 쓸 수 있을 것 같나.”

“두 번. 쎈 건 두 번이 한계야. 그 이상은 힘들어.”

“린, 체력은?”

“괜찮아. 의뢰인 하나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설진이 사라졌다. 돌문을 통과하자마자 기만한 발걸음을 사용해 기척과 발소리를 최소화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둘만 남게 된 시연과 라임은 사주경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발견할 수 있었다.


“와이번?”


붉은 꼬리와 날개를 지닌 거대한 몬스터를.


“라임, 일단 후방으로 이동해!”


크아아아아!!!


하울링과 시연의 목소리가 겹쳐 울렸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라임은 최대한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곧바로 수비 테세를 취한 시연이 와이번을 바라보았다. 한 쌍의 날개가 있다지만 그중 오른쪽 날개를 찢겨 있었다. 설진이 낸 상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설진이 상처를 입힌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그 덕에 자극받은 와이번이 시연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아아!!!


시연은 방패를 꽉 잡았다. 짧고 굵은 괴성이 꼭 이쪽으로 돌진하리라고 경고하는 듯싶다.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충격에 대비하듯 방패를 땅에 꽂았다.


“조금 더 뒤로 가.”

“어, 응!”


라임이 뒤로 이동한 것과 와이번의 돌진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콰과과광!!! 사방이 붕괴되는 소리와 함께 방패와 와이번이 충돌했다.


“흐읍!!”


둘의 격돌이 십 초를 넘기는가 싶더니, 퍼어엉!! 라임의 마법에 와이번이 먼저 튕겨 나갔다. 붙어있는 적과 아군 중 집요하게 적만을 노리는 그녀의 화염 마법은 실로 탁월하다고 할 만했다.


크아아아-!!


다시 한번 괴성. 소리를 지르는 틈을 타 설진이 다시금 접근했다. 지척까지 몸을 가까이 한 설진이 푸른 단검을 휘둘렀다.


난도질하듯 베고 찌른 상처가 실시간으로 와이번의 몸에 새겨졌다. 찢긴 날개가 너덜너덜해지고, 등에 커다란 검상이 새겨졌다. 주륵- 기어코 피를 뿜어낸 와이번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날개 하나는 이제 못 쓴다.”


설진의 목소리. 말인즉 날아오른 와이번의 비행 능력이 감퇴했다는 의미였고, 이는 곧 와이번의 공중 체류가 오래가지 않았음을 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려는 와이번의 움직임이 보였다.


“파이어 볼!!”


그 틈을 노린 라임의 마법을 선두로,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전황이 다시 시작을 알렸다. 공기를 연소하며 직격해나가는 라임의 마법이 부지불식간에 와이번의 다리를 가격했다.


“잘했다.”


짧게 말을 뱉은 설진이 위로 튀어 올랐다. 다리, 날개까지 온전히 못쓰게 된 마당에 경계를 오래 할 필요는 없었다. 설진은 와이번과의 싸움에 마무리를 짓기 위해 놈의 목을 노리고서 검을 휘둘렀다.


“읏?”


그러나-.


크아아아아!!!


발버둥을 치듯 목을 비튼 와이번의 행동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옅었나.”


정확히 말하면 상처를 내긴 했다. 그러나 그건 정말 옅어서, 전투에 방해가 될 만큼의 대미지를 입혔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설진은 다시 몸을 숨기고자 이동했다. 기척을 줄여 다시 와이번의 주변을 맴돌며 적당한 기습을 취할 생각이었다.


크아아아아!!


그러나 어딜 도망가느냐는 듯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오는 와이번의 움직임에, 은신할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아직 부서지지 않은 두 손아귀를 내밀면서까지 설진을 공격하려 들고 있었다.


콰광-!!


폭발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격돌음.


“그렇게 한눈팔고 있으면 죽을 거야.”


시연은 설진에게 어그로가 끌려 그만을 집요하게 노린 와이번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띠었다. 덕분에 라임의 마법이 완성되고, 비교적 쉽게 와이번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온전한 공격뿐.

설진과 라임은 이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슈웅-!


시작은 설진이었다.

가공할 만한 속도로 높이 뛰어오른 그가 빠르게 와이번의 목까지 이동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휘두른 단검이 와이번의 목젖을 베어냈다.


“염화(炎火)!!”


베어낸 피륙이 땅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연이어 라임의 마법이 작렬한다.

염화. 거세게 타오르는 불이 와이번의 전신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끝났군.”


빠르게 장소를 이탈한 설진은 마법에 직격한 와이번을 바라보았다. 목을 비롯한 날개와 다리를 베어냈다. 설상가상으로 전신이 통구이가 된 상황.


여기서 와이번이 살아남는다는 결론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동안 거세게 타오르다가, 이내 꺼진 촛불처럼 바닥에 처박힌 와이번이 보였다.


“후우.”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길었던 미궁 공략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라임, 이제 어떡할 거지?”

“어떡하기는.”


의뢰인인 라임에게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라임은 당연하다는 듯 발을 내밀며 앞서나갔다.


설진과 시연보다 앞으로.


저벅-.


인위적으로 발걸음 소리를 낸 라임이 입을 열었다.


“뭐가 있는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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