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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18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2.02 21:40
조회
1,543
추천
21
글자
11쪽

24화

DUMMY

[11층에 진입했습니다.]


11층.

바야흐로 열 번째 층을 넘겨 열한 번째 층에 도달했다.


“이제 11층인가···.”


불투명하게 빛나던 몸이 완전히 돌아왔다는 것을 인지한 시연이 중얼거렸다.

설진 또한 손을 몇 번 쥐락펴락하더니 원래의 몸을 되찾았음을 깨달았다.


“그러게요. 스토리 모드도 끝났으니.”

“아으, 내 몸으로 안 싸웠는데 왜 이리 허리가 아프냐아.”

“나이 들어서 그래요. 반오십이잖아요.”

“아니. 너 나랑 한 살밖에 차이 안 난다? 응?”


설진은 눈을 비비고선 주위를 둘러보았다.

10층. 범죄자들의 거처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숲이 아니고, 춥지 않고, 무엇보다 범죄자들의 거처가 아닌 모험가 길드의 내부라는 점이려나.


“유설진 님? 바니타스 님?”


언뜻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설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업무용 미소를 만들어낸 채 둘에게 작은 보따리를 하나 내밀고 있었다.


왼쪽 가슴팍에 박힌 명찰이 그녀가 모험가 길드의 직원임을 알리는 듯했다. 은행에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판막이 너머, 얇게 선웃음을 지은 그녀는 줄줄이 말을 이었다.


“맡으신 의뢰. 그러니까··· 지하 미궁의 몬스터 확인과 처치 완료에 관한 보수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모험가 여러분.”


스페이스 온라인의 플레이어는 전부 ‘모험가’의 직위를 배당받는다.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11층. 6~9층에서 놀과 리자드맨을 퇴치했던 일이 의뢰로 적용되고 클리어됨과 동시에 적정량의 보수를 받고 시작할 수 있었다.


‘···보수.’


샛노랗게 빛나는 동전이 가득 들어있는 보따리가 눈앞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전에, 보따리를 내민 타인의 모습이 먼저 눈에 아로새겨졌다.


‘···.’


설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움직일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사람이란 결코 친근한 존재가 아니었다.


‘후우.’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받은 것은 무시와 악담뿐. 사람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랐고 사람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성장해 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점이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없으면 했다.

시연이 조금 예외적이었을 뿐이지 설진에게 있어 인간은 익숙해질 래야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머나먼 관계였다.


“유설진 님?”

“아아, 죄송해요. 애가 자주 멍때려서.”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는 설진을 대신해 시연이 나섰다.

그녀는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보따리를 받았다. 짤랑-. 작은 보따리 끝이 덜 묶였는지 보란 듯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퍼졌다.


“우리, 잠시 앉아있을까?”


모험가 길드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려 할 즈음, 시연이 웃으며 말했다.

설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접수처를 벗어난 둘은 사람이 가장 없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만 쉬다 가자. 어차피 11층부터는 클리어 조건이 그때그때 정해지니까. 생각도 좀 할 겸··· 아, 뭐 하나 시켜 먹을까? 방금 돈도 받았으니까.”

“그럴래요?”

“그러자. 간만에 육포 같은 게 아니라 좀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자고. 기분 전환도 하고, 힘도 내야지. 원래 먹어야 힘이 좀 나는 거랬거든.”


대부분의 모험가 길드는 식당과 여관의 역할도 겸해서, 정해진 시간에는 음식을 시킬 수 있었다.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고, 사람들이 활발히 길드를 드나드는 모습을 보니 지금은 점심인 모양이었다.


“일단 뭐가 있는지 볼까. 솔직히 중세 시대 요리는 잘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게임에서 일러스트로 음식 사진 좀 보여주고 그랬으니···.”


그러던 중 테이블 위에 비치된 메뉴판을 살펴보던 시연이 갸웃거렸다.


“호밀 빵, 오트밀 빵, 야채죽··· 엥? 별로 맛있어 보이는 이름은 아닌데?”

“거기 말고 다음 페이지 넘겨 봐요. 호밀이나 오트밀은 보통 농촌 사람들이 먹는 거라서, 아마 그리 맛있지는 않을 거예요. 딱딱하기도 하고.”

“아, 아. 그렇네. 다음으로 넘어가니까 좀 뭐 나온다. 어디 보자, 양고기 스튜··· 콘스프··· 이런 거 말고 고기 구운 건 없나.”

“여깄네요. 이건 스테이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아- 글쿠나. 그럼 이거 시킬래? 초기 자본은 꽤 되니까.”


메뉴를 결정한 둘은 마지막으로 마실 것을 찾았다.


“여긴 물이 왜 이렇게 비싸?”

“아, 그건··· 그냥 에일 같은 술 시키는 게 나을 거에요. 물 마법이 발달한 나라가 아닌 이상 물이 좀 귀해서···.”


물의 가격을 본 시연은 뜨악한 표정을 짓더니만 모험가 길드 직원을 불렀다.

당연하지만 주문은 시연의 몫이었다.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걸로 주세요.”


스테이크, 콘수프 각각 2인분. 그리고 술을 주문했다.

기다리고 있자니 음식이 나왔다.

테이블 앞에 가지런히 놓인 음식이 식욕을 자극했다. 설진은 요리와 함께 지급된 나이프와 포크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쓰스슥-.


“어.”

“오물오물. 야, 설진아. 칼이랑 스테이크가 달라붙었는데?”

“···.”

“장난이야. 장난. 이런 고기 자르는 거 처음이야?”


설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연은 피식 웃으며 자기 것의 나이프를 들었다.

왼손에 나이프를 쥔 시연의 모습이 우아해 보였다. 그녀는 설진을 한 번 바라보더니만, 이내 손을 움직여 설진의 스테이크를 차례차례 썰어 주었다.


“처음이었으면 말을 하지. 나 이런 거 잘 자르는데.”

“이런 거 많이 먹어봤어요?”

“어? 어, 그래. 어릴 때 좀 많이 먹어봐서.”


서걱- 서걱-


세로로 쥔 나이프가 고기에 닿을 때면, 먹기 좋게 잘라졌다.

고기를 자르는 모습이 능숙해 보였다. 꼭 부잣집 아가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자, 다 됐다. 스프는 혼자 떠먹을 수 있지? 이 누나가 안 떠먹여줘도 되는 거 맞지?”

“아, 그 정도는 제가.”

“농담이야. 농담이라고.”

“···.”

“분위기 너무 안 좋은 거 같아서 한 번 환기해 본 거야. 응? 너도 재밌잖아. 어?”


조용히 시연이 잘라준 스테이크를 입으로 가져가려던 설진은, 놀라는 듯한 시연의 모습에 손을 멈췄다.

이윽고 또 무슨 짓을 하는지 싶어 고개를 앞으로 돌린 찰나.


“웃었다.”


작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

분명 중얼거림과 비슷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는데, 왜 유독 크게 들렸는지.


“···그래요?”

“응. 그렇다니까. 방금 입꼬리가 싸악- 하고 올라가서는.”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아닌데? 이 누나가 똑똑히 봤는데?”


괜히 스테이크를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오물오물. 맛은 있었다. 한입 크기로 썰어진 스테이크를 입 안에 집어넣을 때마다 육즙이 퍼지는 것이, 꼭 고급스러운 요리를 맛본 것 같았다.


“아, 너무 고기만 먹지 말고 수프도 좀 먹어. 이거 원래 고기 먹기 전에 애피타이저 삼아 먹는 거니까.”


그 말에 시킨 콘수프 한 숟가락 떴다. 나무로 만든 수저에 걸쭉한 국물이 담기고 그 위에 노란 알맹이에 알알이 떠올랐다.

후룩-. 그 상태 그대로 입에 넣었다.


입에 넣고 다시 앞을 바라보았을 때, 시연 또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싶어 말을 하려던 찰나 그녀가 먼저 입을 열어왔다.


“이제 에일 먹어보자. 응?”

“먼저 먹지 그러셨어요.”


병 안에 들어있는 에일을 가리키며 시연이 말했다.


“에이, 이런 건 같이 먹어야 맛있어!”


활짝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즐거워 보였다. 길게 뻗은 머리카락이 가슴께까지 내려와 흔들렸다.

설진은 못 이기는 척하며 병을 딴 후, 시연의 잔에 따라 주었다. 그 후 자신의 잔에도 조금 따르고서 잔과 잔을 맞대었다.


깡!


딱히 말은 하지 않았다. 거창한 연설 없이도 술을 마시기엔 충분했다. 에일이 담긴 잔을 입가로 옮겼다. 알코올 냄새가 찌르르 울려 퍼졌다.


‘오랜만에 먹는 건··· 아닌가.’


회사에서 좋지 않은 취급을 받았을 때마다 마셨었던 술이었다. 설진은 묵울대로 술을 넘겼다. 여전히 쓴맛이었다.


“이게 그렇게 마시고 싶으셨어요?”


한 잔을 넘기고 시연을 쳐다보았다.


“누나···?”

“으으.”


시연을 바라본 설진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분명 우리가 마신 건 에일 한 잔. 그것도 작은 잔에 따라진 적은 양일 텐데.

시연이 테이블에 엎드려 쓰러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랄 것은 음식이 놓인 장소는 피해 갔다는 것. 적어도 얼굴에 음식이 묻진 않았다.


휘잉-.


무망중 열린 창문 사이로 바람이 날렸다.


긴 생머리가 시연의 얼굴을 반 정도 가렸다. 머리카락에 가려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입 또한 가려져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눈을 감고는 있는 것이, 피곤한 듯 보였다.


설진은 달갑지 않다는 듯 시연을 업었다. 사실 잠에 빠진 그녀를 업는 것 자체는 그리 꺼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설진은 시연의 주머니를 뒤적여 돈이 든 보따리를 꺼냈다.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살짝은 떨리는 몸을 앞세운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계산해주실래요?”

“아? 아, 네. 스테이크랑, 스푸랑, 에일 한 병 시키신 분 맞죠?”

“···네. 여기 돈이요.”

“감사합니다. 또 이용해주세요!”

“아, 저기-.”


몸을 돌려 다른 업무를 보러 가는 직원을 멈춰 세웠다.


“방 하나만···.”

“네?”

“아, 아니. 방 두 개만··· 주세요.”

“아아, 잠시만요!”


직원은 접수처에 있는 다른 직원에게 다가갔다. 다른 직원은 검지만 한 열쇠 두 개를 건넸고, 직원은 그것을 받았다.


“여기. 3층 가장 맨 왼쪽 방 두 개 쓰시면 돼요! 잔금은 죄송하지만 내일 받을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바빠서···!”

“아, 네. 수고하세요.”


계산을 마친 설진이 계단을 올랐다.

게임 속에 들어와 여러 스텟을 올린 덕인지 시연이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역시 사람은··· 못 어울리겠어.”


혼자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괜히 속이 쓰렸다.


저벅, 저벅. 직원의 말에 따라 삼 층에 올라 가장 왼쪽 방을 찾았다. 가장 왼쪽 방과 그 오른쪽에 있는 방. 이렇게 두 개. 직원이 말한 방인 것 같았다.


열쇠를 돌려 가장 왼쪽 방을 연 설진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시연을 눕혔다. 나름 정갈하게 이불과 베개를 놓은 그는 곧바로 문을 닫고 방을 빠져나왔다.


끼이익-.


방을 찾아 들어온 설진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주변 가구나 풍경은 보고 싶지 않았다. 사람과 대화한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사실, 아예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사람과 말을 섞기를 꺼릴 뿐.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대화 자체는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때는 할 수 있었다가 아닌, 해야 한다라는 상황일 테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설진 또한 몸을 눕혔다. 몸을 뉘자니 천장이 보였다.

오늘, 방금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하던 설진의 얼굴이 오묘하게 변했다.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하염없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몸을 뉘고 있었음에도 잠은 오지 않았다.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사람 복이 터졌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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