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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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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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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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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화

DUMMY

[4층에 진입했습니다.]

[4층은 상점 스테이지입니다.]

[해당 층 내에서는 싸움이 불가능합니다.]


[커뮤니티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4층에 들어선 설진은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고 안도했다.

3층 오크를 상대할 때 예상치 못했던 제한 시간 때문에, 혹여 4층이 상점 에러이어가 아니라면 어찌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상점이 맞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스템은 이곳을 상점 스테이지라고 했지만··· 기실 상점이라기보다는 카페에 가까웠다. 여럿 배치된 의자와 테이블, 지구와 비슷한 느낌의 인테리어.

특히나 천장에 박힌 주황빛 불빛은 카페 분위기 그대로를 살리는 듯했다.


익숙하다는 듯 발걸음을 옮긴 설진은 제일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의자와 테이블은 있으나 메뉴판이 없었다. 점원도, 카운터도. 오직 카페라는 공간만 존재할 뿐, 그곳에 들어선 사람은 설진뿐이었다.


그 덕인지, 카페 내부는 조용했다. 싫진 않았다. 오히려 설진 같은 사람에겐 시끌벅적한 곳이 더 부담될 것이다. 정말 놀라우리만치 적막한 분위기. 그는 이런 분위기를 선호했다.


정확히는, 선호하게 되었다.


‘이건 메뉴판 대신인가?’


자리에 앉은 설진의 앞, 테이블에서 자그마한 시스템 창이 보였다.


[원하시는 음료, 음식을 선택해주십시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레몬에이드]

[아이스티]

[핫초코]

.

.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음료가 나열된 곳이었다. 정말, 지구의 흔한 카페에서 볼 수 있는 메뉴들이 줄지어 있었고, 계속 내려보다 보면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더 밑에는 음식이 있었다. 간단한 조각 케이크부터 시작해 끼니를 때울 수 있을 정도의 음식까지. 탑에 들어선 후 배고픔이나 갈증을 느낀 적은 없었지만, 메뉴판을 보니 괜한 식욕이 돋았다.


‘핫초코나 하나 해볼까···.’


설진은 핫초코라 쓰인 문자를 눌렀다. 그 순간 김을 풍기는 갈색 음료가 설진의 앞에 나타났다.


무망중 상태창을 열어 보유 코인을 확인해 보았다. 24000G. 다행히 상점 에어리에서 먹을 수 있는 음료와 음식은 무료인 모양이었다.


설진은 핫초코를 향해 손을 올렸다. 왼쪽에 돋은 손잡이를 잡고, 서서히 입 속으로 옮겨 종래에는 한 모금 들이켰다. 달달한 맛이 혀 속을 파고들었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쌓여있던 피로가 풀리는 느낌. 탁. 마셨던 핫초코를 다시 내려놓은 설진은 카페 내부를 다시금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지만, 곧 누군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짝짝짝.


“감이 좋으신데요? 아니, 이미 한 번 경험해 봤으니 당연한 거라고 해야 할까요?”

“···후자라고 생각해요.”

“으음,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러도록 하지요. 잠시 앞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조금 대화를 나누어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설진은 고개를 한 번 까닥였다. 작은 동작이었지만, 그것이 허락임을 눈치챈 슌은 설진이 앉은 자리의 맞은편을 꿰찼다.


“자, 그럼. 제가 먼저 말하기 전에···.”


삐쭉 튀어나온 슌의 날개가 설진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더불어 머리 위에 난 뿔 또한 눈에 뛰었다.


슌의 모습을 본 설진은, 지금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금 자각했다.


“궁금하신 건 없으십니까? 이 탑에 대해서라던지, 당신이 이곳에 불려오게 된 이유라든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질문해주시면,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입을 열기 전에, 슌은 궁금한 것이 있느냐 물었다.

설진은 생각했다. 궁금한 것. 당연하지만 많았다. 슌이 말한 대로 탑에 대해서,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경위에 대해서. 묻고 싶은 건 산더미였다.


그 산더미처럼 많은 질문 중, 설진은 처음으로 하나의 물음을 담았다.


“스페이스 온라인.”


현실이 되어버린 게임.


“이곳은 스페이스 온라인이 맞습니까?”

“정확히는 스페이스 온라인이 이 세계를 본뜬 것이지만, 예. 일단 맞다고 해 두죠. 그게 당신의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편할 것 같군요.”


정말 스페이스 온라인이 맞다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넘어가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100층의 소원 입력란. 그것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하여 설진이 다시금 질문하려던 찰나-.


“생각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의 소원을 모르지만, 100층까지 오른다면 당신이 소망하는 것을 이루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 않겠지만요.”

“그렇군요.”

“음? 별로 놀라지 반응은 아니군요. 대부분은 놀라하거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거나 했었는데 말이죠.”


슌의 가벼운 말에 설진이 화답했다.


“이루면 좋고, 좋은 것이긴 하지만,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별로 대단한 소원도 아니에요.”

“흐음?”


고저 하나 없는 설진의 말에 놀란 것은 오히려 슌이었다. 그는 설진이 내뱉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에, 그리고 그 말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


“질문을 좀 더 드려도 괜찮을까요?”

“아, 예. 괜찮습니다. 시간은 많으니까요.”


설진은 조금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호록-. 입가에 단맛이 맴돌았다.


“저는 왜 여기에 오게 된 겁니까.”

“아, 그건-.”


슌은 약간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묵비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의미라는 것을 알아챈 설진은 그 이상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뭐, 곤란하시다면 괜찮습니다. 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 될 테니까요. 이 정도의 정보라면 괜찮습니다.”

“···놀랍군요. 설진 씨는.”


처음으로 당신이 아닌 설진이라고, 슌은 이름을 입에 담았다.

놀라웠다. 아니, 놀라운 정도가 아니라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그 누구도 탑의 3층을 겪고 나서 침착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울음을 터뜨렸고, 분노를 터뜨리고도 했으며, 또 누군가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설진은 그러지 않았다. 침착. 슌을 능가할 정도의 침착함이 설진에게는 있었다. 슌은 그런 설진이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는 설진이 슌의 마음을 읽었는지 입을 열었다.

조금은 씁쓸한 목소리였다.


“놀라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뜻인지 질문해도 괜찮겠습니까?”

“아··· 그건, 말로 표현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인지라.”


설진은 곰곰이 생각했다.

슌에게 해줄 수 있는 몇 가지의 대답 중 하나가 떠올랐다.


“그냥- 외로워지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아까보다 조금 더 깊게 패인 목소리였다.

슌은 그 이상으로 질문하지 않았다.

조금 전 슌이 지었던 미안한 듯한 표정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진은 더 캐묻지 말아달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슌보다 더 어두운 방식이었다.


“그것보다··· 저는 이 탑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물론 스페이스 온라인이 이 탑의 기반이라면 모르는 것이 많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습니까. 저는 이 탑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설진은 다시금 말을 꺼냈다. 설마 이 정도도 못 알려주는 건 아니겠지, 라는 마음이 슬며시 묻어 나오는 듯했다.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주제는 오히려, 제가 알려드려야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럼 다행이고요.”

“으음, 어디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요. 제가 알려드려야 하는 정보긴 하지만, 생각보다 감춰야 할 것이 있어서 말이죠.”


슌은 그렇게 말하고선 시스템 창을 활성화시켰다. 설진이 핫초코를 꺼낼 때와 같은 시스템 창이고, 메뉴판이었다.


작은 커피를 하나 꺼낸 슌은 두어 모금을 마시고,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입을 열었다.


“탑의 궁극적 목표는 100층 클리어입니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말, 기억하고 있으시죠? 공략에 성공했을 시 소원이라는 보상이 주어지지만-.”


슌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따스했던 그의 모습이 차갑게 보이는 듯했다.


“-실패했을 경우, 설진 씨의 세계인 지구는 큰 타격을 받을 겁니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외계 몬스터의 침략입니다. 설진 씨. 애석하게도 이건 소설이나 만화가 아닙니다. 흔히 작중 헌터라 불리는 인물은 없을 겁니다. 그저 침략. 예, 지구인보다 더 강한 몬스터의 침략이지요.”

“흠···.”

“두려우신지요?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몬스터가 침략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공략에 실패했을 시, 그리고 탑에 들어오지 못한 지구인들에 한해서입니다. 적어도 설진 씨에게 해당되는 소리는 아닙니···.”

“별로.”

“······.”

“···별로, 상관없습니다. 무너지든, 말든.”


설진은 그리 말했다.

슌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멈추어버린 두 사람의 시간 속, 다시 시작을 알린 것은 설진의 핫초코였다.


호록-.

소리가 옅게 퍼졌다.


새어나간 소리가 작은 파동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귓속에 파동이 파고들었다.

다시, 설진이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조금 샌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더하실 질문은 없으신지요?”

“아 그건.”


설진은 시스템 창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상태창, 스킬 창 등을 지나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듯한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붉은색 글씨로 1이라 쓰여 있었다.


“방금까지 하나 있었는데.”


[‘바니타스’ 님의 친구 요청이 도착했습니다.]


“이젠 없어졌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걸로 끝이라는 거군요.”

“예, 정보 알려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뭘요. 해야 할 일인데요.”


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언가 주문 같은 것을 외나 싶더니, 그의 하반신에서부터 생긴 마법진이 몸을 갉아 먹으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카페, 그러니까 상점 스테이지 내 음식은 모두 무료입니다. 물론 탑에 들어온 이상 갈증이나 배고픔을 느끼진 않겠지만, 포만감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얼마든지 드셔도 좋습니다.”


슌은 옅게 웃음을 지었다.

더 알려주고 싶다는 듯, 입을 다시 뗐다.

어느새 그의 몸은 이미 가슴까지 사라진 채였다.


“다음 상점 스테이지에서 만나도록 하죠. 궁금한 것이 생겼으면, 얼마든지 질문하셔도 됩니다. 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대답해줄 용의가 있으니까요.”


파팟!


그 말을 끝으로 슌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카페에 남은 것은 설진 혼자였다. 후룩- 다시 핫초코를 들이켰다. 이번에 세 번째 모금이었다.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슌이 떠나고 난 뒤 설진은 시스템 창을 조작했다. 스텟 분배, 그리고 카페 내 상점 기능을 이용할 목적도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니타스’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옛 인연. 아니, 옛이라기엔 뭐였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같이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었으니.


[‘바니타스’ 님이 당신과 파티를 맺고 싶어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요]


설진의 손이 움직였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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