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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뮤엘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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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DJ뮤엘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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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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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속삭임의 던전(7)

DUMMY

선공은 가짜 아리엔이었다.

위이이잉!

아군이어도 소름 돋게 하는 소리를 내는 버클러였다.


하물며 한쪽 얼음벽을 갈아버리며 다가오는 믹서기 방패의 위용은 가히 공포! 거기다 디폴트는 이미 미궁에서 직접 겪어보기까지 했다. 그래서 더 잘 알고 있었다.


‘이상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똑같이 소름이야 돋지만, 이건 또 다른 소름이다. 원래 버클러가 상대를 갈갈이 찢어버리는 거라면 이건······.


‘피한다. 막지 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미 몸은 먼저 움직였다. 감은 머리보다 빠른 법. 이미 그는 버클러가 날아오는 반대쪽 벽을 탔다.

천장도 막아놓은 탓에 벽 길이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렇다면.


‘타이밍에 맞게, 지금!’

버클러와 사슬이 그의 허리높이로 날아왔다. 디폴트는 가까스로 반대쪽 벽을 탔다. 그러자 인위적인 바람과 함께, 버클러가 얼음벽을 두 동강 냈다.


문제는, 버클러에 달린 사슬에 닿은 것도 죄다 깔끔히 반쪽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곧, 그가 짚고 있던 벽도 반으로 잘려 나갔다.


그는 급히 벽에서 내려왔다. 그가 내려오자마자 잘린 얼음벽이 트롤의 팔처럼 다시 재생되었다. 잠깐 둘의 음영이 보인 거 같았다. 분명 둘도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터다.


물론 지금은 눈앞의 적에 집중해야 할 위기 상황.


‘역시 눈속임이었나?’


그의 이성이 그제야 감이 옳았다는 걸 인정했다.


저건 아리엔의 버클러가 아니었다.


그저 외형을 뒤집어씌운 마법이었다! 아니었다면 얼음을 갈아서 부숴버리는 버클러가 어찌 저렇게 깔끔히 얼음벽을 절단한단 말인가?


“이런 들켜버렸네?”


여전히 아리엔의 모습으로 웃고 있던 아바가 급히 마법을 거둬들였다. 버클러가 외형을 벗어던졌다. 정체는 바람으로 이루어진 채찍이었다.


사슬로 컨트롤하는 아리엔의 버클러와 달리, 녀석의 이중마법으로 만들어진 마법 채찍은 뱀처럼 자유로이 움직여 주인에게 돌아갔다.


“어떻게 알았어?”

“가짜 버클러 소리에 제가 속을 줄 알았습니까. 바람 갖고 장난치는 분이야 이미 만나봤습니다.”


그것도 무려 둘이나. 멜로이라는 헌신자와 타모라는 헌신자였었던 배신자 말이다.


아바는 변신과 함께 길어진 생머리를 뒤로 쓸었다. 그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녀인가? 여하튼 그 PK에 미친 정령이 주문을 읊었다.


“모여라, 바람이여. 백금룡의 제자가 명령하노라. 패스 오브 윈드.”


그러자 칼바람을 응축시킨 그 마법 채찍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


“이, 이, 뒷방 늙은이를 용서하십시오. 설마 헌신자들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자 망토에 도둑이 입을 법한 가볍고 검은 가죽갑옷 차림의 여인이 단검을 들고 까딱였다.


“당연히 몰라야지. 우린 저~어기 막사의 당당하신 분들과는 하는 일이 다르니까.”

“아, 암요. 그렇지요.”


데비닌 촌장이 손을 떨며 맞장구쳤다. 눈앞의 상대, 얼굴에 있는 문신과 주근깨, 짧은 흑색 단발에 녹안, 그리고 헌신자라는 직함.


그는 그게 누굴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이젠 아니다).


항상 헌신자를 대면해본 목격자들은 갖가지 표정을 짓기 마련이다. 그중 대부분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숨은 영웅을 대하는 경외심이고, 다른 하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저사냥꾼에 대한 공포였다.


특히 눈앞의 상대는 공포에 잠긴 표정을 질리게 만드는 헌신자 부류 중에서도 최악.


“그, 그렇사온데. 설마, 나라벨 나리이십니까?”

“어, 나 알아?”

“어, 어,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회생의 폐하의 사도이신 성 브니엘 님 휘하에 가장 뛰어난 헌신자님을.”

“오올, 늙은이. 아부가 제법이야.”


그는 별칭도 기억하지만, 절대 그걸 언급하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았으니까.


뒷치기의 나라벨.

유저든 NPC든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는 헌신자였다.


거기다 뒤에 있는 이들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사람 키만한 메이스를 들고 있는 성기사가 나무랐다.


“너무 여유 부리지 마, 나라벨.”

“대장은 왜 빼? 너 그래도 한때 한 부대의 대장이었다고 뻐기냐, 볼라스?”

“볼라스에게 그리 말하지 마. 나라벨, ······대장.”


멜로이의 비호에 그녀가 코웃음 쳤다.


“흥, 아주 대단한 커플이셔. 죽고 살아나는 것도 모자라 임무도 같이 하시고.”

“왜, 부러워? 그러고 보니 넌 그 네크로맨서 이방인에게 차였지, 아마? 아이고 그쪽은 일 실패하느라 바쁘셔서 어쩌나.”


나라벨의 냉소에 멜로이를 뒤로 숨긴 볼라스가 짓궂은 농담으로 반격했다.


“난 적어도 목표 물건을 챙겼거든? 알 텐데, 그 징그럽게 생긴 피리.”

“반쪽짜리 성공이 그리 좋아? 우린 둘 다 죽어서라도 임무 성공했거든? 녀석이 탈출한 건 수용소 쪽 놈들이 무능해서였지. 오히려 우린 그 무능한 녀석들 뒤치다꺼리하러 온 셈이고. 그것도 되살아나서 제정신 차리자마자. 그런데 웬걸 임무 실패한 녀석이 대장이네?”

“이상하네. 임무 성공해도 죽은 헌신자가 최악의 헌신자고 반쪽짜리 성공이어도 살아남은 헌신자가 최고의 헌신자라 내가 대장에 임명된 거라고 무~우려 성 브니엘께서 직접 우리한테 말하지 않으셨나?”


정작 심문 대상을 눈앞에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참 가관이다.


그러자 성직자 로브에 흰색 가운을 걸친 특이한 차림의 헌신자가 두 쪽 사이에 섰다. 아무래도 일행의 중재자 역할을 맡은 이로 보였다.


“두 쪽 다 그만해라.”

“야, 넌 솔직히 내 편 들어야지. 재네는 둘이라고.” “시끄럽다, 나라벨. 두 쪽 다 잘 들어라. 먼저 나라벨, 일단 저 둘은 목숨을 던져가면서도 임무를 성공해 보인 뛰어난 헌신자다. 그렇기에 경력이 짧아도 우리와 함께하게 된 거다. 그러니 존중해라. 그리고 볼라스, 멜로이. 그쪽도 마찬가지다. 나라벨이 성격 쪼잔하고 일 더럽게 처리하는 걸로 악명 높은 놈이지만. 헌신자 중에서도 최고의 추적자면서 지휘관이다. 너흰 지금 지휘가 아니라 지휘받는 입장임을 항상 상기해라.”


“예, 예. 나라벨······ 대장 머시기면 몰라도 데빈, 당신 말이라면 잘 들으니 걱정 마.”

“저도요.”


볼라스와 멜로이의 대답에 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된다.”

“그거면 되긴 뭐가! 그리고 내가 뭐라고 임마?”

“그만 자중하고, 대장답게 일에 집중해라.”

“나 참. 누가 대장인지, 원.”

나라벨이 다시 단검을 휘적대며 촌장에게 다가갔다.


그는 이 망할 말싸움이 아침까지 가길 바랐지만, 역시 세상엔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이 없는 법이다.


“뭐, 그럼 심문을 다시 해보실까?”


그는 천천히 침을 삼키며, 그녀의 심문을 기다렸다.


*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무기도 변했다. 녀석은 특이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새총?”


디폴트에겐 생소한 무기였다. 그 지옥 같던 3대 500에서도 본 적 없는 무기였다. 거기서 그는 마법과 신성력 빼곤 모든 무기에 맞아봤다고 자부심이 들 정돈데도.


파앙!


다만, 그것도 새총의 외형만 한 무언가였다!

무슨 총도 아니고. 고무줄을 당기는 시늉은 커녕 아무런 준비 동작도 없이 탄환이 나갔다.


디폴트는 본능적으로 검을 들었다.


카가아아앙! 캉!


다행히 응축된 바람 탄환이 검과 부딪혀 튕겨 나갔다. 탄환이 얼음벽에 부딪히자, 응축된 바람이 터져 얼음벽을 인상적인 무늬를 남겼다.


“무기도 전부 거짓입니까? 당최 당신이 가진 것 중에 진짜가 있긴 합니까?”

“그렇게 도발해봐야 내가 넘어갈 거 같아?”

“그냥 질문이었습니다. 그리 대답하시는 걸 보니 정말 없나 봅니다.”

“너, 진짜 짜증 나는 새끼구나?”


의외로 빈정거릴 땐, 꽤 빈정거리는 디폴트였다. 그에 대한 보답인지, 몇 발의 탄환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그는 끈 풀린 인형처럼 그대로 나자빠지듯 상체를 뉘였다.


간발의 차로 탄환들이 그의 상체와 머리가 있어야 할 허공을 훑고 지나갔다. 그는 그대로 두 손을 땅에 짚고 몸을 한 바퀴 돌았다.


“이야, 싸가지 없는 만큼 실력은 있다 그거네? 좋아, 좀 더 피해봐.”


‘이거 곤란하군.’


멋지게 피한 그였지만, 본격적인 위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피하는 건 한 번이 끝이다. 분명 이번엔 다리부터 상체, 머리까지 골고루 노릴 터였다.


‘어쩌지. 벽짚기와 벽타기, 엎드리기로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제아무리 몸놀림이 빨라도 탄환이 좀 더 빠른 법이다. 그는 녀석이 다시 탄환을 발사하기 전에 한 가지를 살폈다.

바로 탄환이 어디로 나오는지에 대해.


‘뭐가 됐든 새총이니 저 Y자 사이일 터.’


저곳이 총으로 따지면 총구다. 그 총구 방향에 온 집중을 향했다.

파앙 파앙 파앙


‘먼저 세 발.’


그는 온 집중을 다했다. 하지만 그건 탄환이 날아오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총구인 그 Y자 사이의 방향에 집중했다.

이성이 총구의 방향을 읽어내니 본능은 알아서 움직였다.


‘밑과 머리, 구른다. 배, 왼쪽. 왼쪽으로 구른다.’


감각이 몸을 그리 움직였다. 그가 왼쪽으로 굴러 탄환을 피해냈다.


“좋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정령도 지지 않고 탄환을 발사했다. 하지만 총구의 방향을 제대로 읽어내는 그의 집중력이 더 우월했다.

차라리 진짜 화살처럼 풍속과 탄도학까지 곁들여졌다면 더욱 힘들었을 터다.


허나 직선으로 탄환이 나가게 되니, 정확한 사격이 아닌 정직한 사격으로 변모했다.


파앙 파앙 파앙


‘왼다리, 가슴, 오른팔.’


온몸을 웅크린 채로 굴렀다. 그러자 아바는 그가 구르고 일어날 걸 대비해 탄환을 발사했다.

파앙!

그는 몸을 기울여 간신히 피했지만, 탄환으로 응축된 바람이 터지면서, 다리 한쪽을 스쳤다.


“읍.”


<580/500>


그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고작 스치는 걸로 이 정도라니.

파앙 파앙


‘놓치지 않는다!’


그는 다리쪽으로 날아온 탄환 때문에 도약하곤 달려나갔다. 그럼에도 아바는 그를 쏘기만할분 아무런 제지도, 방어마법 주문도 외우지 않았다.


‘조금만 더! 몇 발만 더!’

“그럼 이것도 피해봐!”


파타타타타타타타타

이젠 정말 새총이길 포기했는지. 새총은 탄환을 연발로 쏘기 시작했다. 보통이라면 ‘이거 완전 사기잖아!’하며 당할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디폴트는 그저 우직하게 생각했다.


‘어찌됐든 결국, 총구를 보면 피할 수 있다.’


연발의 탄환이 그를 찢어발기기 위해 덤벼들자, 그는 그제야 다시 벽을 타기 시작했다. 어차피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옆 벽에서 반대쪽 벽으로 이동해 연발의 탄환을 피하곤 그대로 아바의 머리가 있는 쪽으로 장검을 휘둘렀다.

촥!


아무런 고민도 없는 깔끔한 머리 가르기.


아리엔의 얼굴을 한 아바의 머리가 둘로 쪼개졌다. 물론 디폴트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아바의 역겨운 행위에 화가 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망설이지 않기로 두두두와 약속한 것도 있기에 검에 주저함이 없었을 뿐이었다.


제아무리 겉만 비슷해도 동료의 머리를 내리치는 건 절대 유쾌한 일이 아녔다.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는 아바가 태연히 말했다.


머리가 두 쪽이 난 채로.


“이야, 설마 했는데. 정말 고민도 없이 동료 머리통을 장작처럼 쪼갰네? 내 생각보다 사이가 나쁜가 봐?”


디폴트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녀석은 이걸 바랐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동시에 체력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NPC‘아바’의 계약 정령>

<1000/ 1000>


데미지가 1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녀석은 그대로 허물어지듯 바람으로 변해 사라졌다. 어느새 녀석이 뒤에서 새총을 디폴트 머리에 겨눴다.


아바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리엔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바람을 베려고 하면 안 되죠. 잘 가요, 디폴트 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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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10-3 지고한 종자(3) 21.02.03 21 0 12쪽
91 10-2 지고한 종자(2) 21.02.02 21 0 12쪽
90 10-1 지고한 종자 21.01.29 22 0 14쪽
89 9-5 반역의 거신(5) 21.01.28 27 0 16쪽
88 9-4 반역의 거신(4) 21.01.27 33 0 12쪽
87 9-3 반역의 거신(3) 21.01.26 28 0 12쪽
86 9-2 반역의 거신(2) 21.01.22 28 0 13쪽
85 9-1 반역의 거신 21.01.21 27 0 12쪽
84 8-4 하즈다르둠 공성전(4) 21.01.20 22 0 12쪽
83 8-3 하즈다르둠 공성전(3) 21.01.19 23 0 12쪽
82 8-2 하즈다르둠 공성전(2) 21.01.15 26 0 13쪽
81 8-1 하즈다르둠 공성전 21.01.14 32 0 15쪽
80 7-10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10) 21.01.13 25 0 17쪽
79 7-9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9) 21.01.12 48 0 14쪽
78 7-8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8) 21.01.08 29 0 14쪽
77 7-7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7) 21.01.07 30 0 12쪽
76 7-6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6) 21.01.06 28 0 12쪽
75 7-5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5) 21.01.05 26 0 12쪽
74 7-4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4) 21.01.01 42 0 16쪽
73 7-3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3) 20.12.31 46 0 12쪽
72 7-2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2) 20.12.30 23 0 13쪽
71 7-1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 20.12.29 26 0 13쪽
70 6-12 속삭임의 던전(11) 20.12.25 26 0 12쪽
69 6-11 속삭임의 던전(10) 20.12.25 26 0 14쪽
68 6-10 속삭임의 던전(9) 20.12.24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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