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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뮤엘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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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DJ뮤엘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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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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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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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2 지고한 종자(2)

DUMMY

“더 모르겠습니다.”

“맞아, 맞아! 너무 소개가 불친절해!”


페어리가 항의했다. 그녀가 고개를 기웃거리더니 이해했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손가락 세 개를 들어보였다.


“좋아. 너흰 이 세계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까. 세 가지. 세 가지 질문에 답해줄게. 그 이상은 입 아프게 떠벌려 대고 싶지 않아.”

정말 눈 색깔의 머리칼처럼 쿨하기 짝이 없는 답변이다.


“뭐든 대답해줄 겁니까?”

“그래, 뭐든지. 두 개 남았어.”


아니, 야! 순간 디폴트와 페어리가 항의를 하려다 참았다. 남은 두 개도 허망하게 날릴 수 없었다.


둘은 서로 작전 타임을 가졌다. 둘은 서로 사이좋게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어떡합니까, 페어리?”

“난 질문을 많이 쏟아내는 걸 잘하지, 심리전엔 재능 없어. 그건 네가 잘하잖아, 디폴트. 네가 물어봐.”

“아주 자세히 질문해야 할까요, 페어리 님?”

“내 생각엔 좀 애매한 단어를 쓰는 게 좋을 거 같아.”

“애매한 단어요?”

“그래, 좀 여러 의미가 있는 말 말야. 그래야 정보를 최대한 많이 뜯어내지.”

“그건 좋군요. 해보겠습니다.”


순수한 얼굴과 달리 음흉한 의견이었다.


디폴트는 페어리의 의견을 참고해 아주 모범적인 질문을 했다.


“당신은 누굽니까?”

“샬란이지. 자, 이제 하나.”


아뿔싸. 안 통했다. 이제 남은 기회는 하나였다.


“큰일입니다, 안 먹힙니다.”

“이런, 꽤 강적인걸.”


둘의 환장의 콤비플레이를 보며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뭐지? 지능은 별로 안 좋나? 분명 현자의 말로는 무척 영민한 녀석일 거라 들었는데.’


그녀가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인 건 그저 일 때문이었다.


하나는 점점 수상쩍어지는 드워프들을 감시하고자, 다른 하나는 성 브니엘의 부탁을 받아 타모의 행적을 쫓으며, 그녀의 여정을 몰래 지키고자.


그렇기에 그녀는 드워프들에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뒤에도 자신이 있다는 걸 함구시켰다. 정말로 그들이 왕국에 적의를 품고 있는지 한 번 낚아볼 속셈으로. 물론, 그건 타모가 떠난 뒤에 할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타모와 페어리는 동굴로 보내고, 자신은 이곳의 일을 처리한 뒤에 마저 그들의 뒤를 쫓을 생각이던 것이다.


하지만 한 존재의 등장이, 모든 계획을 수정하도록 만들었다.


그게 바로 눈앞의 존재였다.


심지어 저 둘은 자신의 권능마저 무시했다. 지금 저 둘은 자기 둘이 무사한 게, 그저 그녀가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사실, 그게 아닌데도.


그녀가 그 못지않은 포커페이스이자 멍한 표정을 잘 짓기에 드러나지 않았을뿐. 그녀는 속으로 내심 놀란 상태였다.


‘내 권능을 무시한데다 페어리를 숲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브니엘에게 들었지. 무시무시한 학습 능력과 강철 정신을 지닌 괴물이라고.’


그녀는 속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과연, 마지막 질문 안에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꺼낼 수 있을까? 정말 현자가 영민하다고 말할 정도로 똑똑할까?


마침 그 둘이 작전 타임을 끝냈다.


드디어 디폴트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강하십니까?”


의외의 질문. 그녀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강해.”


그 이상의 미사여구 따위 그녀에게 필요치 않았다.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설명은 약자나 하는 거라는데 그녀의 지론이기도 했다. 다만 보여줄 땐.


“보여줘?”


확실히 보여줄 의향이 있었다.


“싫습니다.”


너무도 단호한 단칼 거절에 그녀가 순간 당황했다. 분명 호기로운 투의 말이었는데?


“잠깐. 너 나보고 강하다고 물었잖아.”

“그랬지요.”

“그래서 보여주겠는데 거절하는 거야?”

“약하다고 하면 덤비려 했습니다. 강한 상대에게 무턱대고 덤비는 인간이 더 이상하잖습니까?”


순간 그녀는 말을 잃었다. 아, 그렇지, 그래. 상대가 강하면 무조건 덤비는 건 아니긴 하지. 아니, 하지만 저런 질문을 하면 좀 덤비는 게 상식 아닌가?


그녀의 머릿속 생각이 뒤죽박죽되기 시작했다.


혼란에 빠진 그녀의 머릿속과 달리 디폴트와 페어리는 서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속닥였다.


“위험한 거 같습니다만. 당장이라도 우리 둘을 토막 낼 얼굴입니다.”

“맞아, 얼굴이 엄청 무서워졌어. 무슨 얼음 정령보다도 더 차가워 보여.”

“그냥 정공법으로 덤빈 건데 이상하군요.”

“싸이코패스라 그런가 봐. 애초에 저런 괴상한 힘을 다루는데 정상이겠어?”


둘이 한창 속삭이다가 디폴트와 페어리가 그녀에게 조심히 물었다.


“그럼 다 물었으니 저희 가봐도 됩니까?”

“하는 김에 우리 동료랑 오크들도 되돌려 주고! 아, 드워프는 맘대로 해!”

“기억.”


우뚝. 그녀의 말에 디폴트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기억이 없지? 네가 누군지, 네가 뭘 위해 태어났는지.”

“꼭 알고 계신단 투시군요. 제가 뭘 해야 알려드릴 생각이십니까?”

“확신. 11번 무장. 쌍둥이 탑의 검.”


그녀의 부름에 땅에서 하얀 폴리곤 알갱이들이 솟아올랐다.


알갱이들이 기다란 박스 모양 두 개로 굳어져 그녀의 두 손 근처로 이동했다. 곧 박스 형태의 하얀 사각형이 풀리면서 두 자루의 검이 그녀의 손으로 갔다.


하난 단검보다 조금 더 긴 수준이었고, 그에 비해 다른 하나는 장검과 대검 사이에 이를 정도로 길었다.


“쌍둥이가 유전을 좀 다르게 받았나 보군요.”

“똑같은 걸 두 개 써봐야 의미 없으니까. 검을 뽑아. 그리고 페어리는 뒤로 물리고.”

“뭐어! 너가 뭔데 명령질이야!”

“괜찮습니다, 페어리 님. 뒤로 가주십쇼.”

“싫어! 너 혼자 싸우게 내버려 두는 건 수용소 때만 해도 충분해!”

“괜찮습니다. 제가 이길 수 있습니다.”


디폴트의 말에 페어리가 끙 소릴 내며 고민했다. 그런 의리의 페어리에게 디폴트가 말했다.


“제가 언제 진 적 있습니까? 어떻게 되든 끝내 이기지 않았잖습니까. 믿어주십쇼, 페어리 님.”

“그건······ 그래, 그건 네 말이 맞아. 하지만 기억해. 난 전과 달라. 네가 위험하면 무조건 개입할 거야. 무조건!”

“꼭 그래주십쇼. 전 페어리 님을 믿습니다.”

“얼마든지! 눈 크게 뜨고 보고 있을 테니까! 저 녀석 콧대 눌러주고 오라고!”

“맡겨주십시오.”


디폴트는 언제나 그랬듯,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지금 그가 앞에 두고 있는 이는 이제껏 싸운 상대와는 차원이 다른 상대라는걸.


그는 지금 유저와 NPC 모두에게 경악과 경의를 한 몸에 받는 존재에게 나아간 것이었다.


종자임에도 유저와 NPC, 몬스터 등 모두를 통틀어 모든 기사의 정점에 선 자. 단일로 싸운다면 그 누구도 대적할 이가 없는 자. 아니, 다수로 덤벼도 끝내 모두 이기는 무패의 존재.


그리고 왕국, 어쩌면 이 게임 세계 최강의 검이자 회생의 왕의 사도 중 한 명인 종자 샬란 브라이트웨이였다.


그녀가 두 자루의 검을 교차시킨 채로 디폴트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지? 분명 여유만만한 모습인데. 빈틈이 없다.’


짧지만 그래도 목숨을 걸고 검을 맞댄 디폴트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꼭 최고급 식재료를 앞에 두고 검을 잡은 쉐프의 모습 같았다.


‘조심해야겠군요.’


그는 신중히 두 손에 힘을 꽉 쥔 채로 두 발에 힘을 실어 무게중심을 뒀다. 검술에서 보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지켜야 했다.


특히 저런 강적을 앞에 두고 그런 기본기가 더 중요했다.


그녀가 천천히 걸어왔다. 우아하고 도도히.


그도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굳건하면서도 일면 재빠르게.


둘은 약속이라도 하듯 서로 한 뼘 거리를 두고 움직였다!


‘검 하나로 두 검을 한 번에 받아낼 순 없다.’


결론을 내리자마자 디폴트는 전략을 수정했다. 검은 오른손에 다른 한 손엔 부무장인 석궁을 들어 보였다.


슝슈슈슈!


석궁 볼트가 울부짖으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순식간에 화살이 날아올 궤적을 파악하더니 두 검을 휘둘렀다.


춤 같은 우아한 동작과 함께, 날아온 다섯 발의 화살이 튕겨나갔다.


하지만 디폴트의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다.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그는 쌍둥이 검 중 긴 쪽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보지도 않고 그가 있는 방향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오랜 경험이 만들어낸 자연스런 반격에 그가 몸을 비틀고는 검을 내들었다. 확실히 그녀의 검이 그대로 그의 검과 충돌했다.


검을 들어 막지 않았다면 그녀의 내지른 검이 그대로 그의 허리를 베어버렸으리라.


“휴, 무시무시하군요.”

“물러.”


아직 그녀에겐 짧은 검이 남아 있었다. 그녀의 짧은 검이 그의 심장쪽으로 다가왔다.


“장비 해제. 하겠습니다.”


<‘레인저의 고급 석궁’의 소유권을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디폴트가 급히 볼트가 떨어진 석궁을 버리고, 맨손을 들었다. 그의 손이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였다.


어느새 그의 손가락들이 심장 근처까지 다다른 검을 잡아냈다.


“격투술을 배웠네. 나쁘지 않아.”


격투술을 배운 주먹과 발은 그대로 장비와 동일했다. 그러니 결국 그의 손도 하나의 방어수단이 될 수 있는 셈이었다.


잠깐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겨루기가 활성화되었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두 쪽의 겨루기였다. 이러면 적도 부담스러워지지만, 상대는 샬란이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 정도야 익숙했다.


그녀는 먼저 긴 검을 든 쪽 손에 힘을 줘서 디폴트의 검을 밀어냈다. 그러자 힘 스탯에서 밀린 그의 검이 점점 그의 쪽으로 기울었다.


그녀는 동시에 짧은 검을 잡고있는 그의 손을 팔꿈치로 내려찍었다.


“읍!”


정확히 힘을 쥔 쪽을 내려찍은 덕에 그는 짧은 비명과 함께 손을 놨다. 그러자 짧은 검이 자유로워졌다. 그녀는 이번에 복부를 노렸다.


하지만 디폴트는 순순히 당하지 않았다. 그녀가 팔꿈치를 이용했다면, 그는 발차기로 그녀의 팔 방향을 틀어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검이 위로 올라갔고, 그는 고개를 비틀어 짧은 검을 피했다.


동시에 그는 힘에 눌린 장검을 비틀어 빼냈다. 너무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그는 장검을 단검처럼 재빠르게 놀렸다.


그의 검이 뱀처럼 날래게 움직였다. 그는 잭웰의 검술에 비견될 정도로 빨리 움직였다.


그 공격에 서로 춤추듯 싸우던 그녀조차 한 발자국 물러나도록 만들었다.


“나쁘지 않네. 호수의 검술이라. 아니, 정확히는 변형이네.”

“쉬운 가르침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겠지. 내가 아는 한 그 검을 쓰는 녀석은 수용소에 있으니까.”


디폴트는 깨달았다. 그녀는 다 알고 있었다. 그가 수용소에 있었던 것도.


“역시 뭔가 많은 걸 알고 계시는군요.”

“일이라서.”

“좀 대답해주면 덧납니까?”

“집중해.”


그녀의 긴 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의 검이 뱀 같았다면, 그녀가 이번에 보인 검은 꼭 리본이나 채찍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내가 주로 쓰는 건 아니지만. 가르쳐줄게. 진짜 호수의 검술이 어떤 건지.”

“가르침은 거절 안 합니다.”

“8번 무장. 아론다이크.”


그녀는 긴 검을 땅에 꽂았다. 그러자 그게 다시 하얀 폴리곤 덩어리가 되어 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대신, 새로운 하얀 사각형의 상자가 솟아오르고, 새 검이 나왔다.


푸른 칼날과 아름다운 에메랄드와 나무 장식으로 만든 레이피어였다. 딱 봐도 호수의 여신이나 페어리퀸 같은 고귀한 존재가 선물할법한 검이었다.


그녀는 그 검을 들어 디폴트의 심장을 겨눴다.


‘쉽지 않겠군요.’


그녀의 발이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꼭 아이스 피겨처럼.


작가의말

종자님께 배우는 검술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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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10-3 지고한 종자(3) 21.02.03 21 0 12쪽
» 10-2 지고한 종자(2) 21.02.02 21 0 12쪽
90 10-1 지고한 종자 21.01.29 22 0 14쪽
89 9-5 반역의 거신(5) 21.01.28 25 0 16쪽
88 9-4 반역의 거신(4) 21.01.27 32 0 12쪽
87 9-3 반역의 거신(3) 21.01.26 25 0 12쪽
86 9-2 반역의 거신(2) 21.01.22 28 0 13쪽
85 9-1 반역의 거신 21.01.21 27 0 12쪽
84 8-4 하즈다르둠 공성전(4) 21.01.20 22 0 12쪽
83 8-3 하즈다르둠 공성전(3) 21.01.19 23 0 12쪽
82 8-2 하즈다르둠 공성전(2) 21.01.15 25 0 13쪽
81 8-1 하즈다르둠 공성전 21.01.14 32 0 15쪽
80 7-10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10) 21.01.13 24 0 17쪽
79 7-9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9) 21.01.12 45 0 14쪽
78 7-8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8) 21.01.08 29 0 14쪽
77 7-7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7) 21.01.07 30 0 12쪽
76 7-6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6) 21.01.06 27 0 12쪽
75 7-5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5) 21.01.05 25 0 12쪽
74 7-4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4) 21.01.01 42 0 16쪽
73 7-3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3) 20.12.31 46 0 12쪽
72 7-2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2) 20.12.30 21 0 13쪽
71 7-1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 20.12.29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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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10 속삭임의 던전(9) 20.12.24 2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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