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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뮤엘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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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DJ뮤엘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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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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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7-10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10)

DUMMY

쾅!


닫혔던 알현실 문이 열리더니, 흐로프단이 당당히 걸어왔다. 옆에 비서 격으로 있는 드워프가 소리쳤다.


“왕국의 제3 병기창의 관리자이시자, 왕국 제일의 오크 슬레이어시며 모든 드워프들의 으뜸인 일곱 망치 중 하나이시자···(이러쿵저러쿵)··· 왕국과 동등한 권리의 자치국 하즈다르둠의 군주이신 흐로프단 1세 납시오!”


뭐 그리 혀가 긴 호칭인지. 일행 모두가 그 호칭의 절반도 외우지 못했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그런 짜증 나게 긴 호칭 따위보다 당당한 걸음걸이부터 그가 얼마나 중요한 드워프인지 잘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의 얼굴 절반을 묻힌 오크의 피가 더욱 그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었다.


그토록 혐오하는 오크들의 목숨값으로 왕국에게 자치권을 산 오만한 독재자.


그게 그의 정체였다.


그는 그 짧은 다리로 권좌에 앉았다. 그러니 제법 위엄은 있어 보였다.

처음으로 녀석이 일행을 내려다보는 위치가 되기도 했고 말이다.


놈은 한창 일행을 내려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 이리 쉽게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분께서 너희에게 기회 정돈 주라고 하셨지.”

“오크 분들을 가뒀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습니까?”

“당연하지. 네놈들이 아끼는 그 애완용 돼지 앞에서 돼지를 도축하는 걸 보여줄 순 없잖나. 꽥꽥대는 소리 따위 듣고 싶지 않단 말이다.”

“당신 다리만 짧을 줄 알았습니다만. 생각이 더 짧군요.”


협상 자리에서 둘은 서로 상큼하게 디스로 협상을 시작했다.


“왜 그리 생각하지? 기껏 배려를 해줬더니.”

“지금 당신들에게 필요한 건 되도 않는 배려가 아니라 타협입니다.”

“타협? 지금 우리보고 저 더러운 짐승을 받아들이란 건가?”

“받아드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그들을 세상으로 내보내도 충분합니다.”

“웃기는 소리. 놈들은 태어난 곳에서 살다 죽어야 한다.”

“그들이 당신들에게 줄 게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분명 있을 겁니다.”

“네놈도 눈과 머리가 있다면 봤을 터. 놈들의 쓸모는 오로지 도축돼서 장비 재료를 뱉어내는 것. 그뿐이다. 그 외엔 쓸모가 없지. 거기다 왕국놈들은 진즉에 왕국의 일원으로 녀석들을 받아들이길 거부한 지 오래다. 그렇지 않나, 헌신자여?”

“거부했단 말입니까? 타모, 당신네 국가는 대체 뭐 하는 나라랍니까?”


디폴트가 어이가 없다는 듯 타모에게 물었다.


그녀는 한때나마 자신이 소속됐던 국가의 위선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돌려 먼 곳을 쳐다보며 휘파람만 불어댔다.


그런 모습에 흐로프단이 수염에 뒤덮인 입가를 씰룩였다.


“생각보다 똘똘한 줄 알았더니. 의외로 애송이였군. 잘 들어라, 어리숙한 놈. 왕국은 국가다. 국가는 항상 자원이 필요한 법이지. 특히 이방인이라는 강력한 맞수를 둔 국가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게 우리가 놈들에게 자치권을 받은 이유다. 그리고 놈들은 몬스터를 우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물자 손실을 겪게 될 테지. 결국 다 이해타산이란 말이다, 애송이.”


그 말에 디폴트가 뭐라 말하려하던 찰나.

아리엔이 조심히 그에게 팔을 들어 제지했다.


“좋아. 네 조건을 뱉어봐. 당장.”

“아리엔님.”

“디폴트 씨. 디폴트 씨가 누구에게나 따뜻한 분인 건 알아요. 하지만 때론 누구보다 계산적일 필요가 있어요.”

“목숨값으로 말입니까?”

“디폴트 씨······. 미안해요. 우리 유저에게 몬스터와 NPC는 생명이 아니에요.”


그녀가 한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녀의 눈은 구조대원으로서의 눈이 아니었다.

수십 년의 생존이 만들어낸 매정한 눈이었다.


지금 이곳은 모험이나 영웅이 겪는 시련의 장 따위가 아니었다.

차가운 권력과 전쟁, 손이익의 장이었다.


일명 ‘어른의 사정’이라는 것.

그것도 겁나 부패한 어른의 사정 말이다.


“뭐가 됐든 전 받아드리지 않을 겁니다.”


그는 팔짱을 끼며 선언했다.

무뚝뚝하다 못해 굳어진 그의 표정이 점점 험해졌다.


“흠, 쓸데없는 언쟁은 끝났나? 좋아, 말하지. 단 한 번만 말하지. 네놈들 다섯은 전부 이 잿빛 산맥을 통과하게 해주겠다. 대신, 이곳까지 데려온 너희 애완동물들. 전부 버리고 떠나라. 그놈들을 중간층으로 데리고 오면 우리가 알아서 살처분하겠다. 그러니 그냥 놈들은 협상한다고 말해서 안으로 데리고만 와라. 그러면 반대편 대문을 열어줄 터이니. 그게 전부다.”

“그것뿐이야, 정말로?”

“하루 주겠다. 그 안에 잿빛 산맥을 벗어나지 않으면 골렘들이 오크 옆에 있는 너희도 으깨버릴 것이다. 자, 이만하면 충분-”


그가 말을 마치려고 하자, 마침 검댕 묻은 작업복을 걸친 드워프 하나가 비서 드워프에게 뭐라 속삭였고, 비서 드워프가 그 내용을 흐로프단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흠, 알겠다. 여하튼, 충분하겠지. 자, 이게 내가 주는 유일한 기회다! 더는 반론을 받지 않지. 난 바쁜 몸이다. 너희 같은 불법 침입자들과 더 쓸 시간 따윈 없단 말이다.”


그는 권좌에 내려와 먼저 알현실을 나섰다.


“기다리십쇼!”


디폴트가 급히 그를 막아서려 했으나, 골렘과 드워프 호위대가 겹겹이 막아섰다.

이 빌어먹을 놈의 사전에는 협상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명령’과 ‘통보’가 다였다.


*


서로 머리를 맞대도 모자를 판에, 디폴트와 아리엔은 밤이 오도록(밖에서 들어온 왕야가 알려줬다) 대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페어리가 수다 폭풍으로 둘 사이의 일을 물었지만, 셋 중 그 누구도(똑같은 수다쟁이인 타모조차) 사정을 말해주지 않았다.


디폴트는 하루종일 자리에 앉아 어금니 왕관을 만지작거렸고, 아리엔은 왕야와 간간이 몇 마디씩만 주고받았다. 1시간에 열 마디 남짓으로.


결국 왕야가 이 어색함을 참다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와 나머지 오크들을 데려오게 한 이유가 그건가?”

“그래.”


단 한 마디. 그리고 다시 침묵.


“그대가 심했다. 그대는 디폴트가 순수한 사람인 거 알지 않나? 어째서 그런 건가?”

“그럼 어쩌게? 몬스터도 생명이라고 감싸주는 게 옳다고 같이 변론해줘야 옳았다고 말하는 거야? 무슨 암덩이도 생명이다 같은 소릴하고 자빠지게.”


아리엔이 매섭게 따졌다.

지금 그녀의 가시 돋친 말이 투창보다 더 날카로웠다.


“그는 이 세계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는다.”

“뭐가 됐든. 그는 이 세계에 볼일이 있어서 온 거야. 그렇다면 이 세계에 적응해야 해. 그래서 이번에 그를 감싸주지 않은 거야. 이번 건 계속 그럴 거고.”

“꼭 그래야 하나?”

“책임을 지는 거야. 각자. 디폴트 씨도 다르지 않아.”

“그대답지 않아. 그렇게 따진다면 그대도 디폴트 그대를 끝까지 책임져야 하잖나?”

“구조대로서 내 임무는 끝난 거야. 이건 동행인 거고. 엄연히 난 임무가 있어. 그리고 넌 날 호위하고 보조하기 위해 외부로 나온 거야. 공과 사는 구분해, 왕야.”

“그렇지. 결국 그런 것이지. 하지만 씁쓸하다. 그는 포기하지 않을 거다.” “알아.”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손가락을 꼬았다.


“그래서 이러는 거야. 쓸데없이 누구에게나 따뜻하니까.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아. 그 사람은.”

“그래서 신경 쓰이기도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그래.”


그녀는 그 뒤로 왕야하고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


용암의 강이 흐르는 지하 밑바닥. 그곳에 골렘. 아니, 골렘의 몸체로 온몸을 뒤덮은 두 드워프가 용암 강을 헤치고 있었다.


어찌나 뜨거운 곳인지 골렘의 몸체로 온몸을 뒤덮지 않으면 체력이 쭉 깎여나갈 정도의 지형이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그는 안심하기도 했다. 이런 곳이라면 그분도 이곳에 쉽사리 오지 못하니까.


용암은 가시만큼이나 위험한 함정으로도 이방인에게 악명이 높으니 말이다.


“우윽.”

“조심하시지요, 흐로프단 님.”

“망할. 이곳은 항상 적응이 되질 않는군.”


그 골렘의 몸체로 뒤덮고도 간간이 데미지가 들어올 정도다. 둘은 간신히 걷고 걸어 목표에 도달했다.


용암강 가운데엔 거대한 섬이 존재했다. 그 섬 가운데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하계단이 존재했다.


둘은 항상 하던 대로 그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크리스털의 마력 연결은?”

“순조롭습니다. 이번에 장비를 만들고 남은 재료들이 많이 남아 예비 부품과 연결로도 더 늘릴 수 있었지요.” “계획을 앞당길 수 있겠나?”

“물론입죠. 비상시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동시킬 수 있습니다. 사전 준비가 더 필요하겠지만. 일단 필요한 매뉴얼은 다 갖췄습니다.”

“훌륭해. 이젠 왕국이 우리에게 굽신댈 날도 머지않았군.”

흐로프단이 머리를 뒤덮은 골렘 몸체를 벗으며 말했다.

그의 얼굴이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너무도 오랫동안 고갤 숙이고 살아야 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손재주를 팔아야 했지. 우리의 손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그저 놈들 무기나 만들어주면서 낭비해나갔어. 이제 더는 아니야. 이거면 이제 우리 드워프도 왕국과 길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우리 드워프 모두가 왕국이 지운 멍에를 벗어나는 거다.”

그 말에 복받친 건지 옆의 드워프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암요! 우리의 손으로 나온 건 이제 모두 우리의 것이 되는 겁니다! 우리의 손이 이제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흐로프단님. 우리 드워프들의 자유를 위해.”

“그래, 자유를 위해. 우리가 손수 만들어 갈 미래를 위해.”


흐로프단이 옆벽에 붙어있는 크리스털을 만졌다. 그러자 하나둘 거의 빛을 못내고 있던 크리스털들이 일제히 연결선에 따라 붉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붉은 빛이 이 개미굴 같은 지하 전체를 빛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희망이 빛이 일고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한 가지 걱정거리를 놓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됐나?”

“타모라는 그 페어리와 같이온 여인 말입니까?”

“아니, 그녀 말이야. 그 두 놈이 자기가 있는 걸 알리지 말라고 우리한테 협박한 그년.”

“아······. 예, 사전에 약속하신 대로 지금 떠났습니다. 명령대로 끝까지 떠나는 걸 봤고요. 분명 산 아래 공장지대에서 기다리다가 그녀를 잡겠다고 하시더군요. 설마 그 순진한 페어리랑 같이 다니는 인간이 반역자인지 누가 안답니까, 참.”

“어찌됐던 가장 큰 방해꾼은 사라진 셈이군. 좋아.”


그제야 그의 표정이 풀렸다. 점차 푸르게 빛나던 크리스털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


“흥이다, 흥! 그렇게까지 말 안 해줄 거면 됐다, 뭐! 어차피 나도 안 궁금했어! 그냥 네가 궁상맞게 있길래 궁금한 척 한 거야! 흥! 흥! 흥!”


장장 열 시간에 걸친 공세 끝에 결국 페어리가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페어리의 온갖 질문 공세에도 디폴트는 그저 왕관만 계속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항복 선언 후 5분 뒤.


“으으으! 정말 말 안 해 줄 거야? 야, 너무한 거 아니냐고!”


페어리는 디폴트의 주위를 모빌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그렇게 제 풀에 지쳐나갈 무렵.


“페어리 님.”

“그래! 그래! 왜!”

“페어리 님은 살아계신 겁니까?”

“뭔 소리야 갑자기? 내가 언데드고 아니고. 당연히 살아있지.”

“생명은 살아 있는 것이지요?”

“뭐야, 대체 어떤 녀석이 너한테 개똥철학이라도 설파한 거야. 정신 차려, 디폴트. 그런 건 너한테 하등 도움 안 돼.”

“그렇습니까?”

“그럼, 그럼! 너한테 도움 되는 걸 생각해. 그런 쓰잘데기 없는 거 말고!” “예를 들면요?”

“예를 들면? 당연히 나에 대한 칭찬 같은 거지! 이렇게 네게 똑부러지는 진리를 가르쳐주고 있잖아! 그딴 머리 아픈 거 생각하지 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게 최고의 답이라고!”


순간 디폴트가 풋하고 웃었다.


의외의 반응에 페어리는 더욱 신이 나 있었다.


“정말입니까?”

“그럼! 난 네 감을 믿는걸! 결국 네 말대로 우린 만났잖아! 넌 이상하게 모든 사람을 답으로 이끄는 힘이 있더라고! 이 페어리가 직접 증명하는 거라고!”

“그렇습니까? 그렇군요.”

“그럼! 그럼!”


페어리가 가슴을 펴고 당당히 말하자, 디폴트가 웃어 보였다.


“와, 나왔네. 그 살인마 미소. 그거 빼곤 다 좋아!”

“슬프군요.”


그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답을 내렸다.


디폴트가 손을 왕관에 손을 얹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되는군.”

“어, 너 미소가 좀 나아졌는데? 기분 탓인가?”

“기분 탓입니다.”


그의 어색한 미소 속에 회심이 듬뿍 들어간 덕택이었다.


그 뒤로 그는 일어서서 타모와 뭔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약속한 다음 날이 다가왔다.


블랙 패밀리의 오크들은 서로 긴장한 채로 어깨를 맞댔다.


“취익. 떨린다. 드워프가 이리 많을 줄 몰랐다. 취이익.”

“떠, 떨지 마라, 얕보인다. 취이이이.”


떨릴만 했다. 도시의 모든 골렘과 드워프 군대인 모루 부대가 환영이라는 포장 하에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으니까.


그들에게 믿을 구석이라곤 돌방패와 무기와 식구, 그리고 손님들 뿐이었다.


그나마 손님도 셋뿐이었다.


다섯으로 늘어났는데도 정작 아리엔과 왕야는 협상이라는 명목하에 그들이 보이지 않은 곳으로 간 까닭이다.


물론 실상은 디폴트 일행만이 알고 있었다. 아리엔은 끝까지 한마디 없이 떠났고, 왕야는 거듭 그에게 같이 가자고 권했지만, 디폴트가 거절한 것이다.


결국 둘은 성문층의 맞은편 성문 밖으로 나섰다. 디폴트는 그 앞에서 끝내 발을 옮기지 않고, 그 거대한 문이 닫히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물론 디폴트는 오크들에게 그 얘길 꺼내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니까.


그렇다고 그들을 죽게 내버려 두는 일에 동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블랙 패밀리와 함께 하기도 했다.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애송이! 그게 네놈의 뜻이더냐?”


왕궁 발코니에 있는 흐로프단이 외쳤다.


“전 이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 당신들에게 개죽음당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디폴트의 선언에 이미 사정을 듣고 남기로 결심한 페어리와 타모가 양옆에 섰다.


“페어리는 친구들을 절대 버리지 않아!”

“약속대로 가장 소중한 선물을 줘야 해서 말야. 내 도움말이지. 그리고 이대로 도망가는 것도 재미없고.”


한편 오크들은 일제히 충격을 받았다. 이제야 자신들의 목숨줄이 아슬아슬했던 걸 깨달은 것이다.


동시에 손님이 그들을 위해 남았다는 사실에 두 번 충격을 받았다.


“취익······ 손님. 아니, 디폴트.”

돈 오르취가 말했다. 디폴트는 거기에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어금니 왕관을 꺼냈다. 대관식의 순간이 왔다.


막중한 책임의 순간이 온 것이다.


그는 천천히 그 왕관을 자기 머리에 썼다.


왕관에서 검은 사각형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타모!”

“맡겨줘. 언제나 호구왕 옆엔 훌륭한 마법사가 있는 법!”


타모가 옆에서 두 손을 들어 오류를 조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제한! 종족 ‘오크’만이 장&@$^@^@#>

<장비 장착이 거부!#%됐%!#!!%>


그는 온몸을 비틀며 버텼다. 왕관은 꼭 전기충격기처럼 그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머릿속이 희어지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쓰러지고 싶어졌다. 그대로 잠들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버텼다.


그러자 오류는 그에게 대견하다는 듯 한 알림창을 선물했다.


<^@^@&장비를 장착했습니다*@&%#>


그는 꿋꿋이 일어섰다.

잿빛 산맥 오크들의 왕으로서.


왕관을 쓴 디폴트의 모습에 오크들은 모두 믿을 수가 없다는 얼굴을 했다.


“왕이다, 취익.”

“우리들의 새 왕, 취이이. 손님이 왕이다.”


반대로 드워프들은 일제히 손가락질하며 폭소를 터뜨렸다.


“우하하하! 돼지들의 왕이군!”

“안녕한가 오크킹! 푸하하하! 저놈 잡으면 좋은 철 주는 건가! 하하하!”


드워프들이 계속 낄낄 거릴 때, 그들 옆에서 일제히 빛이 일었다. 그 옆엔.


“오, 오크 전사?”

“말도 안 돼. 리스폰 때가 아직······.”


드워프들은 당황한 나머지 그들을 공격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잠깐 잊었다. 오크 전사들을 도끼와 글레이브를 들고 한쪽을 주시했다.


바로 디폴트쪽이었다.


그의 명령. 즉, 왕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들의 불타는 눈이 한 가지 명령을 원했다. 디폴트는 그걸 들어줬다. 왕으로서의 첫 명령이었다.


“공격! 하즈다르둠을 점령하십쇼!”


작가의말

킹 오브 더 옼스!

킹 오브 더 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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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10-1 지고한 종자 21.01.29 22 0 14쪽
89 9-5 반역의 거신(5) 21.01.28 25 0 16쪽
88 9-4 반역의 거신(4) 21.01.27 32 0 12쪽
87 9-3 반역의 거신(3) 21.01.26 25 0 12쪽
86 9-2 반역의 거신(2) 21.01.22 28 0 13쪽
85 9-1 반역의 거신 21.01.21 27 0 12쪽
84 8-4 하즈다르둠 공성전(4) 21.01.20 22 0 12쪽
83 8-3 하즈다르둠 공성전(3) 21.01.19 23 0 12쪽
82 8-2 하즈다르둠 공성전(2) 21.01.15 25 0 13쪽
81 8-1 하즈다르둠 공성전 21.01.14 32 0 15쪽
» 7-10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10) 21.01.13 25 0 17쪽
79 7-9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9) 21.01.12 45 0 14쪽
78 7-8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8) 21.01.08 29 0 14쪽
77 7-7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7) 21.01.07 30 0 12쪽
76 7-6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6) 21.01.06 27 0 12쪽
75 7-5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5) 21.01.05 25 0 12쪽
74 7-4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4) 21.01.01 42 0 16쪽
73 7-3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3) 20.12.31 46 0 12쪽
72 7-2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2) 20.12.30 21 0 13쪽
71 7-1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 20.12.29 24 0 13쪽
70 6-12 속삭임의 던전(11) 20.12.25 25 0 12쪽
69 6-11 속삭임의 던전(10) 20.12.25 25 0 14쪽
68 6-10 속삭임의 던전(9) 20.12.24 2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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