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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뮤엘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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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DJ뮤엘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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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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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수 :
55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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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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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3 하즈다르둠 공성전(3)

DUMMY

“지원군 소환!”


<실패했습니다.>

<2번의 기회가 남았습니다>


“하······. 이거 꽤 골치 아픈 스킬이군요.”

“지원군을 부를 필요 없다, 취익!”

“그렇다, 취익! 왕! 우리가 목숨을 불살라 뚫겠다, 취이익!”


오크들이 디폴트에게 자신만만히 가슴을 땅땅 치며 대꾸했다.


“안 됩니다. 가서 도끼나 더 던지고 오십쇼.”

“취익. 알았다, 왕.”


오크들이 시무룩한 태도로 다시 회랑으로 몰려갔다.


디폴트도 사실 지원군에 의지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카드 게임 중에 조커 한 장 가지고 있는 정도 수준으로 취급했었다.


회랑에서 무려 열 번 넘게 공세를 격퇴당하기 전까진 말이다.


북문을 점거한 뒤로, 6시간이 넘는 회랑 공방전은 오크 군단의 기세를 한풀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그 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간간이 드워프들이 허튼 짓 못하도록 계속 쳐들어가 지치게 만드는 게 고작이었다.


다시 회랑으로 쳐들어간 오크들이 다시 드워프와 골렘에게 도끼를 들었다. 전보다도 더욱 방벽이 단단해진 상태였다.


그들을 격퇴할 때마다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취익! 던져!”


도끼들이 쐐애액 거리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며 드워프들에게 날아갔다.


쐐애애애애! 캉! 팅! 촤르캉캉캉! 팅팅탱탱캉!


몇 차례 도끼 세례가 물고기 잡는 매처럼 날아들었지만, 전부 튕겨 나가버렸다.


“흠! 백날 해봐라. 우린 절대 뚫리지 않는다!”


드워프 총지휘관 롤프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롤프의 지휘 하에 드워프들은 왕궁 병기창에서 가져온 거대 방패와 골렘으로 성벽에 가까운 방어벽을 쌓았다. 심지어 그들은 골렘들을 아예 작동 중지시켜 회랑에다 반쯤 박혀놓았다.


저 정도면 단순한 바리게이트가 아니라 성벽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게 디폴트의 오크 군단이 뚫어야 할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따지자면 오크와 드워프판 300을 찍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오크들이 페르시아 쪽이라는 점이었다.


“취익! 비겁하다!”

“취익! 다리가 짧아서 여기까지 못 오는 거냐, 췩췩췩!”


오크들이 도발했다. 단순한 야만인 동족에겐 잘 먹히는 수법이었다.


허나, 드워프들은 역으로 그들을 비웃었다.


“푸하하! 그게 다냐! 피부만 녹색이 아니라 대갈통도 풀떼기처럼 풋풋하구나!”

“백날 떠들어라! 너네 왕은 정작 동족도 아니라지! 과연 언제까지 그놈이 너네 왕노릇하겠냐!”

“지금 너네 도끼 던지게 하곤 튀어버리는 거 아니냐, 우하하!”


오히려 오크들이 드워프의 말빨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취칙! 화, 확실히 이상하다.”

“우리 왕은 왜 오크가 아닌가, 췩취익?”


그러자 돈 오르취와 블랙 패밀리 출신 오크들이 친위대 오크들을 타박했다.


“취아악! 무슨 짓이야! 우리 왕을 의심하다니!”

“또 왕을 잃은 생각이냐! 취익!”


확실히 오류라는 편법의 문제점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크들이 자기 왕에 대해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시스템 대로였다면 왕도 오크여서 절대적인 충성심이 보장되었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블랙 패밀리의 오크들이 가진 충성심도 남달랐다. 원래 이벤트가 정상이었다면 그저 평범한 오크 몬스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은 근위대 오크처럼 단순한 오크 몬스터가 아니었다. 오랜 기간 살아남으며 싸운 덕분에 레벨과 전투력은 몰라도 경험과 지성만큼은 웬만한 NPC 이상의 존재였다.


한 마디로 그들은 이벤트의 오류가 길러낸 지성의 존재인 셈이다.


그것이 자신들을 위해 끝까지 남아주고 왕관을 써준 디폴트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바칠 수 있는 이유였다.


거기다 그들의 외침은 같은 오크들에게 생각을 이끌었다. 근위대 오크들이 자신들의 의문을 부끄럽게 여긴 것이다.


“아, 아니다! 그럴 생각 아니다, 취익!”

“우리 생각이 짧았다! 우리랑 같은 오크가 아니면 어떠냐, 취아악! 그는 우리를 위해 끝까지 남아준 분이다, 취익!”

“일단 우리가 뚫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니 우리 왕을 믿고 귀환한다, 취익!”

“그러자, 취익!”


오크들이 후퇴하고자 할 때. 갑자기 땅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게 무슨 뜻인지.

단순한 오크들도 단박에 알아챘다.


“지원군! 지원군이다! 취아악! 왕이 지원군을 데리고 왔다!”


*


“제발! 지원군 소환!”


<실패했습니다.>

<1번의 기회가 남았습니다>


딸랑 1번.


거기다 실력이 아닌 운.


디폴트는 자신의 운을 돌아봤다.


‘음, 이 세계에 기억을 잃고 오자마자 추격을 당하고. 거기에 결국 잡혀서 무한으로 죽는 감옥에 수감 되다 간신히 탈출하고. 기억을 되찾고자 간신히 모험을 떠나게 됐지만 정식 루트에서 벗어나 수십년 동안 은거한 미친 정령과 싸우고 이젠 여기 있군.’


한 마디로 그와 행운의 관계는 멀다 못해 이쪽 세계의 서로 반대편에 사는 사람의 관계보다 더 못할 게 분명했다.


“페어리 님, 타모. 운을 높이는 방법 같은 거 없을까?”

“몰라! 없어! 숲속 친구들 보니까. 운 없는 애는 뭘 해도 없던데!” “될놈될이지.”

괜스레 팩트 폭행만 당했다. 그는 침착한 얼굴 뒤에 간신히 슬픔을 숨긴 뒤(슬프군요), 심호흡했다.


그는 다시 스킬을 발동시켰다.


“지원군 소환.”


<마지막 기회입니다. 정말 쓰시겠습니까? Y/N>


그래도 마지막 기회랍시고 무를 기회는 줬다.


그러자 페어리가 입술에 손가락을 댄 채로 다가왔다.


“어? 이게 뭐야?”

“이게 보이십니까?”

“보이는 게 이상한 거야? 타모! 넌 보여?”


페어리의 질문에 타모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뭐가 보인다는 거야? 상태창? 원래 그건 당사자 빼고 안 보이는 거야, 페어리.”

“그으래? 이상하네. 얍!”


페어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Y에 손가락을 댔다.


“페, 페어리 님!”


순간 디폴트의 포커페이스가 무너질 뻔했다. 뒤이어 찾아온 알림창이 아니었다면.


<성공했습니다>

<숨겨진 부족인 샤르디스 부족이 왕의 부름에 답합니다. 부족에서 히든 오크 몬스터 라이노 라이더 20마리를 지원했습니다>

<적대 관계였던 삼부족과 다른 부족이 이 전투를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부족마다 전투 조건을 완료하면, 다른 부족 역시 합류할 것입니다>

<지원군 도착 시간 29분 59초>


“최곱니다, 페어리. 어떻게 성공한 겁니까!”

“히힛! 내가 원래 숲에서 운이 가장 좋은 페어리라고!”

“그렇군요! 최곱니다, 페어리!”

“그럼, 그럼!”


디폴트가 페어리를 어허둥둥 하며 축하했다.


타모는 관자놀이를 긁으며 ‘숲에 남은 페어리는 너 하나라며?’라는 질문을 목구멍 뒤로 삼켰다.


페어리를 어깨에 얹은 디폴트가 30분의 시간 동안 재정비를 명령하려던 때.


콰앙!


위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리더니 타이머의 숫자가 쭉 내려갔다.


<지원군 도착 시간 0분 0초>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거기에 화룡점정의 알림창이 하나 더 날아들었다.


<유저 ‘아리엔’과 ‘왕야’가 이벤트에 참여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른지, 거대한 흙먼지와 함께 이번엔 남문 근처에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카이저와 비슷한 크기와 형태였다.


다만 그건 균형을 잃은 채로 머리부터 추락해 떨어졌다. 이내, 그건 중간층 바닥에 부딪히자마자 박살이 났고, 그 위엔 익숙한 복면의 중2병 환자가 나타났다.


“믿을 수가 없군. 정말로 그대가 오크의 왕인가?”

“저도 믿을 수가 없군요, 왕야 님. 저걸 단신으로 박살낸 겁니까?”

“그렇지 않다. 레이드는 언제나 함께여야 제맛이다.”


왕야의 말과 함께, 중간층과 성문층을 잇는 계단이 거대한 코뿔소의 행진으로 두두두 떨리기 시작했다.


“샤르디스 부족은 새 왕에게 충성한다, 취아악! 명령을 내려라!”

“명령을 내려라, 취익!”

“명령을 내려라, 취익!”


곧 남문 근처는 박살난 석상의 흔적과 스무 마리의 코뿔소로 가득찼다.


그리고 코뿔소 위에서 누군가가 우아한 몸짓과 함께 도약해 내려왔다. 그런 몸놀림은 디폴트의 경험상 단 한 명뿐이었다.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아리엔 님.”


*


지원군 도착이 30분인 이유가 있었다.


현실을 추구하는 ‘씨커월드’ 시스템답게 실제로 코뿔소를 탄 오크들인 라이노라이더들이 하즈다르둠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삼부족과 달리 다른 부족들은 전부 잿빛산맥 반대편에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자신들의 왕이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디폴트보다 더 빨리 만난 이들이 있었다.


“취익! 인간, 너흰 뭐냐!”


아리엔과 왕야는 정작 나온 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디폴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탓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다시 갈 수도 없었다. 디폴트만 빼오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그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허나 그들은 그를 도울 수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싸워온 NPC들에게 유리할 수 있는 일을 해줄 수는 없던 것이다. 그건 길드에 대한 배반이었다.


그 고민 속에 얽혀 둘은 이제껏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리 꺼져. 갈아버리기 전에.”


아리엔의 위협은 매서웠다. 코끼리와 힘자랑할만한 코뿔소에 탄 오크들이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거기에 왕야도 굳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음송곳 같은 눈길을 보냈다.


“취익. 맘에 안 든다. 하지만 참겠다. 우리의 새 왕인 디폴트도 인간이니까, 취익!”

“잠깐 뭐?”

“취익! 너희랑 싸울 시간 없다. 우린 가야된다, 취이익!”

“기다려.”

“뭐야, 췻!”


아리엔이 일어섰다.


제아무리 몬스터는 위협을 느껴도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전투를 피하지 않는다.


거기다 왕이라니.


분명 그 이벤트와 관련된 게 분명했다.


“분명 그가 해낸 거다. 다만 알 수가 없는 일이군. 유저가 NPC 종족의 왕이라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야.”

“맞다. 어쩌면 왕국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디폴트가 아직 무사하다. 잘만하면 길드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도 그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왕야가 말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가 입술을 한가득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 너흴 도와주지.”

“취익?”


오크들이 의외의 대답에 눈을 크게 떴다. 둘에게 알림창이 날아왔다.


<이 몬스터들은 이벤트에 관련된 몬스터들입니다. 이들을 통해 이벤트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오크들의 새 왕 #@#@default$#%!를 !#%도와!#$!# 이벤트를!#%# 참여!!%#%@하시겠씁니까?>


그들의 예상대로였다. 오크들은 적의를 보이지 않았다.


혼란스러워는 했지만, 오히려 우호적인 눈치였다.


그들이 NPC가 아닌 이벤트용 몬스터이기에 가능한 점이었다.


“취익! 확실히 강해 보인다. 원래라면 안 되지만, 우리는 지금 도움이 필요하긴 하다, 취이익! 정말 함께하겠나, 췩?”

“그래.” “그렇다.”

“좋다. 취익! 뒤에 타라!”


<이벤트에 참여하셨습니다>


둘은 같은 코뿔소 뒤에 올라탔다. 그들은 자신들이 나온 반대편 성문을 봤다.


“오크들 때문인진 몰라도 석상 하나 빼곤 아무것도 없네.”

“잘된 일이다.”


처음이었다. 둘이 몬스터와 연합을 맺은 건.


그러나 그 목적은 다분히 그들이 해왔던 일과 맞아떨어졌다.


바로, 곤경에 처한 유저를 돕는 것이었다.


“좋아. 디폴트 씨께 최대한 싱싱하게 배달해볼까?”

“신나 보인다, 아리엔.”

“시, 시끄러.”

“돌진, 취아악!”


오크들이 일제히 취익 소릴 내며 고삐를 잡았다. 코뿔소들이 일제히 석상과 성문으로 돌진했다.


그들의 왕을 돕기 위해.


오류와 자유가 만든 오크들의 새 왕을.


작가의말

가라, 코뿔소 몸통 박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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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10-3 지고한 종자(3) 21.02.03 21 0 12쪽
91 10-2 지고한 종자(2) 21.02.02 20 0 12쪽
90 10-1 지고한 종자 21.01.29 22 0 14쪽
89 9-5 반역의 거신(5) 21.01.28 25 0 16쪽
88 9-4 반역의 거신(4) 21.01.27 31 0 12쪽
87 9-3 반역의 거신(3) 21.01.26 25 0 12쪽
86 9-2 반역의 거신(2) 21.01.22 28 0 13쪽
85 9-1 반역의 거신 21.01.21 27 0 12쪽
84 8-4 하즈다르둠 공성전(4) 21.01.20 22 0 12쪽
» 8-3 하즈다르둠 공성전(3) 21.01.19 23 0 12쪽
82 8-2 하즈다르둠 공성전(2) 21.01.15 25 0 13쪽
81 8-1 하즈다르둠 공성전 21.01.14 32 0 15쪽
80 7-10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10) 21.01.13 24 0 17쪽
79 7-9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9) 21.01.12 45 0 14쪽
78 7-8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8) 21.01.08 29 0 14쪽
77 7-7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7) 21.01.07 30 0 12쪽
76 7-6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6) 21.01.06 27 0 12쪽
75 7-5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5) 21.01.05 24 0 12쪽
74 7-4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4) 21.01.01 42 0 16쪽
73 7-3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3) 20.12.31 46 0 12쪽
72 7-2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2) 20.12.30 21 0 13쪽
71 7-1 검은 가족과 드워프들 20.12.29 24 0 13쪽
70 6-12 속삭임의 던전(11) 20.12.25 25 0 12쪽
69 6-11 속삭임의 던전(10) 20.12.25 25 0 14쪽
68 6-10 속삭임의 던전(9) 20.12.24 2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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