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은 강하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아리스토틀은 만면에 근심이 가득 서린 표정으로 테츠를 맞았다.
"마족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믿기 어렵다니 눈앞에 놓인 이놈들이 마족이 아닌가? 새삼스럽게 믿기 어렵다니."
"참으로 전하는 태평하십니다. 이런 놈들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죠."
"존재하게 됐잖아? 그럼 이놈들을 어떻게 때려잡아야 하는지? 약점은 없는지? 그런 것이나 알아내야지."
"그렇지 않아도 몇 가지 시험은 해봤습니다. 보니 메테오를 맞은 것 같은데 음, 아크 위자드의 메테오를 맞고도 신체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놈들의 물리 내성이 극에 달한 것 같습니다."
"물리 내성? 이놈들 천마삼검을 맞고도 버티더라고 골치 아프게 생겼네. 갈수록 첩첩산중이구먼."
"하지만 반대로 마법 내성은 약한 편입니다. 이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법이 제격이기 한데 기본적으로 마법사들은 공격력은 좋으나 방어력이 형편없습니다. 마족이 때로 나타난다면 그 수에 따라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에효, 이렇게 눈이 내려서 조사를 할 수 없으니 골치 아프군. 이렇게 눈이 내리면 테란 고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있나?"
"저희 마법사 협회에서도 긴급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이건 솔라리스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에 있어서도 무서운 사건이 될 겁니다."
"자 한가지 궁금한 것은 이 녀석들이 제 발로 기어 나왔는지 누가 끄집어냈는지 그것이야."
"제 발로 나오는 것도 소환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인류의 역사 이래 마족이 등장한 사건은 결단코 단 한 번도 없는 일입니다."
"후, 그런 결단코 단 한 번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군!"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눈이 녹을 때까지는 아무 일 없겠지만 눈이 녹으면 놈들이···."
"눈은 무슨! 날개 달린 놈은 아무 곳이나 가겠더군. 당장 내일 엠버스피어 상공에 놈이 날아다닐지도 모르지."
"···."
테츠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날개가 달린 마족이면 못 갈 곳이 없을 것이다.
"마족이 앞뒤 가리지 않고 먼저 공격했습니까? 아니면 전하께서 먼저 공격했습니까?"
"음, 하늘을 나는 녀석은 분명히 우리를 먼저 공격했어. 저 뱀 같은 녀석은 기어 오기에 우리가 먼저 공격했지. 하늘을 나는 녀석이 우릴 공격했으니 같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건 아크 위자드인 전하 때문에 잡은 것이지 마법사 수백 명이 몰려갔어도 제대로 잡지 못했을 겁니다. 정말 큰 문젯거리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뱀 마족이 들고 있던 창을 조사했습니다. 그 창에는 엄청난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원소 속성은 번개며 그 데미지는 8써클 마법사에 따를 정도로 굉장한 마법입니다."
"그 삼지창 말이야? 그게 번개를 쏘더라도 푸른 번개 줄기가 엄청났어. 방어하기도 힘든 물건이네. 그런 걸 들고 다니면 진짜 곤란한데."
"충전용 지팡이입니다. 약 10회 정도 분량이더군요. 세 번 사용해서 7회 사용할 정도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열 번 다 사용하면 끝?"
"그렇습니다. 충전하려면 따로 마력을 집어넣어야지요."
"그런 복잡한 과정을 왜 거치지 그냥 가진 마력으로 마법을 사용하면 되지 않아?"
"하하, 카셈의 매직 오브 덕분에 전하는 마르지 않는 마나를 가지고 계시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지요. 그런 강도 높은 마법을 사용하면 2회나 3회 정도에 마력이 소진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지팡이 같은 마법 아이템에 평소 마력을 충전시켜 두는 것이죠. 그럼 충전된 상태에 따라 5써클 마법사도 8써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신 충전 시키는 데는 많은 수고를 들여야 합니다."
"음, 대충 원리는 이해했어. 그 삼지창에 적용된 마법이 8써클이라면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궁극의 끝에 다다랐다는 건데. 그놈이 그런 마법을 10회나 사용할 수 있다고? 이거 이만저만 귀찮은 것이 아닌걸."
"한 마리만으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그런 놈이 열 마리 백 마리가 나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전하는 아크 위자드고 특별한 힘인 성력을 가지고 있으니 놈들과 상대가 된다고 하지만 일반인은 어떻게 됩니까? 인간이 마족과 힘겨루기를 할 수 없습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런걸. 이놈들 약점은 마법밖에 없는 거야?"
"먹지도 자지도 않고 신체는 독에 면역. 물리 내성은 극악할 정도입니다. 엘리트 나이트가 아니라 아니 소드 마스터가 와도 대적하기 힘듭니다. 아크 위자드이시기 때문에 메테오로 놈들을 어렵지 않게 잡으셔서 놈들의 강함을 잘 느끼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전하가 없을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어쩌면···."
"아리스토틀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는걸. 이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드네."
지금 밖은 눈보라가 심하게 날리고 있어 테란 고원의 조사는 무리수다.
"태자 전하께 카셈의 매직 오보를 드린 것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태자 전하가 아니면 누가 카셈의 매직 오브를 사용할 수 있었겠습니까?"
"내게 부담을 주는군. 내 신분을 알고 있는 메흘린은 목을 매겠다고 난리 치는데 성황에 지독하게 볶이는 모양이더구먼. 아 영감을 한번 만나야 할 때가 되었나 모르겠다."
"음, 만약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말해 봐. 망설이는 건 딱 질색이야. 생각하는 건 빨리 말해야 해."
"성황께서는 태자 전하를 보자마자 승계 의식부터 치르려 할 겁니다."
"황제 승계 의식 말이야?"
"그렇습니다. 만약 승계 의식을 하게 되면 신성불가침 조약의 권한에 태자 전하도 포함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어반마르스를 제외한 다른 지역으로 나서는 것은 조약의 파기를 의미합니다."
"도대체 그 신성불가침 조약이 뭔데 영감이 그런 불합리한 사실을 모두 수용하며 그 따위 조약을 맺은 거야? 신성불가침 조약은 뭣 때문에 만들어진 거지?"
"깊은 내막을 알고 있는 것은 성황께서 조약을 맺으실 때 참여한 삼대 가문의 수장만 알고 있을 뿐 세상 사람이 모르는 엄청난 비밀이 그 조약에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제국의 마지막 마녀 엘자임이 그 조약의 서를 만들었다고 알려 졌을 뿐입니다···."
"마녀? 마녀라···. 일각 마녀의 뿔피리에서도 마녀라 했었지."
"일각 마녀! 그것은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아, 예전 일이야. 막 황궁에서 도망쳐 나왔을 때 만난 상단에서 있었던 일인데···."
테츠는 일각 마녀의 뿔피리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럼 그 피리를 부셨다는 말입니까?"
"그래, 불었지. 소리도 안 나더군. 딱 한 번 날카로운 소리가 났는데 바로 재가 되어 날려 버렸어."
"후, 그런 일이. 일각 마녀의 뿔피리에는 엄청난 저주가 걸려 있습니다."
"알아, 누구든지 대상을 막론하고 죽여 버린다고 하더군. 나중에 알고 보니 시몰레이크 후작 이놈이 나를 노리고 그 뿔피리를 손에 넣으려고 했더군."
"세상에 정말 큰 행운입니다. 그 뿔피리가 악의 손에 들어갔었으면 실로 끔찍한 일이 될 뻔했습니다."
"그거 진짜야? 정말 누구든 죽일 수 있을까?"
"일각 마녀는 인류 역사상 몇 안 되는 마녀입니다. 그 저주는 성력을 가진 핏줄도 단죄할 정도죠."
"흐미 진짜라는 이야기네. 그때 내가 불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잖아? 어 그럼? 누가 죽었나? 나는 피리를 불었는데?"
"그 저주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저주는 이제 전하께 붙어 있습니다. 누구든지 죽기를 간절히 바라면 그 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단 한 명뿐이지만···."
"어, 그래? 그럼 성황이 죽도록 바라면 정말 죽을까?"
"소신 못들은 걸로 치겠습니다."
"하하, 농담이야. 아무리 망나니라도 아버지를 어떻게 죽이겠어?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 저주가 살아 있다라. 이것도 중요한 패 중의 하나인데. 언젠가 딱 써먹을 날이 오겠지. 너는 왜 몰레 기어들어 와? 그리고 왔으면 냉큼 얼굴부터 내밀지 숨어서 뭐해?"
테츠의 말이 끝나자 모서리 어둠 속에서 마테니가 모습을 보였다. 그걸 보고 아리스토틀이 크게 놀라며 입을 쩍 벌렸다.
"귀신 본 것처럼 뭐 그렇게 놀라? 아, 괜찮아 저 녀석도 유일하게 내 신분을 아는 부하니까."
"그게 아니라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 몇몇 겹으로 마법 방어막을 쳐 놓았는데 땅 위를 기는 개미라도 걸리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들키지 않고 숨어 들 수 있는지?"
"저 녀석 야생왕에게 성력을 받았어. 저놈에게 마법은 무용지물이야. 마법사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야생왕이면 칠무신 중 한 명이지요?"
"그래, 칠무신 중 한 명인 야생왕이 잡기술을 좀 가르쳐 주어서 마법 덫 따위는 마테니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지."
"허, 그래도 명색이 마법사들이 마법으로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이곳을 이리 쉽게 드나들다니 그것도 태자 전하를 모시기 위해 방어마법이 몇 겹이나 쳤건만."
"글쎄 이 녀석은 그런 건 안 통한다고. 그건 그렇고 이제 꼼짝하지 못하는데 무얼 하지?"
"내년 봄이 올 때까지는 아니면 이 눈보라가 멈추는 시기가 올 때까지는 엠버스피어를 벗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해. 마족의 존재는 확인됐고 잠시 여기서 눈이 녹을 때까지 있어야겠다."
***
혹독한 날씨는 적이나 우군이나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칸 시티를 방어하고 있는 노르딕의 군단도 마찬가지다.
겨울은 눈과 싸움이다. 오크는 구경도 못 한지 한 달이 지났다. 병사들은 자고 일어나면 다시 잠을 잘 때까지 눈을 치우는 것이 일과일 정도였다.
솔라리스는 혼란한 상황이었다. 윌리엄은 깨어나지 않았고 시몰레이크는 이제 정권을 모두 움켜쥐고 입맛대로 휘둘렀다. 하지만 그는 결코 왕의 옥좌에만은 앉을 수 없었다.
그 왕좌에 앉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할 자였다. 하지만 결코 그 왕좌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신성불가침 조약에 피의 서명을 한 팬텀 가드너 때문이다. 성황을 비롯해 나머지 이대 가문의 동의가 아니면 팬텀 가드너가의 핏줄이 아닌 이상 함부로 왕좌에 앉지 못한다. 만약 솔라리스 왕좌에 시몰레이크가 앉게 되면 스스로 신성불가침 조약을 깨는 것이니 그 무지막지한 성황은 만세라도 부르며 춤을 출 것이다.
당장 달려와 단번에 자신의 목을 쳐 버리는 것은 지당 한일. 나아가 나머지 왕국까지 무너뜨리고 대륙을 통일해 버릴 것이다. 그것 때문에 그 누구도 신성불가침 조약을 깨뜨리지 못한다. 만약 그것을 깨뜨리려 하면 성황 이전에 다른 가문에서 전력으로 시몰레이크를 치려 할 것이다.
성황은 지금 우리에 갇힌 맹수다. 누구든 그 우리 문을 열어 놓는 순간 지옥을 맞보게 된다. 그 누구도 성황 잉그람이 불합리한 조건을 상정하고도 신성불가침 조약에 서명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는 누군가 신성불가침 조약을 파기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성황에게 걸린 제약은 해제되며 진정한 악마가 세상에 풀려나게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시몰레이크 후작은 매일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옥좌에 앉을 수 없는 이유다. 윌리엄 대공이 정식 절차에 따라 자신에게 왕위 승계를 해 주지 않는 이상 옥좌에 절대 앉을 수 없다.
그에게는 걸림돌이 몇 개 있었다. 윌리엄 대공의 마지막 핏줄인 제시어스 왕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는 밤의 자매단에서 전설이라 불리는 자객까지 동원했으나 번번이 실패를 맛봤다.
심지어 아그니스 공주 암살 건도 실패하여 웅크리고 있던 반사르가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했다.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일을 처리 하지 않으면 더욱 곤경에 빠질 것이다.
평소 골칫거리인 마교를 없애는 동시에 제시어스 왕자까지 잡으려 했던 십만 오크군의 파견과 대패는 그를 충격에 빠트렸다.
인커전이 보내온 정보들은 도저히 믿지 못할 것들이 가득했다. 루엔성의 대참사는 끔찍했다. 선발대 4만 중 2만이 증발해버렸고 나머지 2만은 시체로 남았다. 사건 현장에 최초로 접근했던 인커전은 거대한 오크의 무덤을 보고 다리를 후덜거릴 정도였다고 쓰여 있었다.
나머지 오크들은 마교의 습격에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그들을 모두 수습하기도 전에 겨울의 바람이 불어 닥친 것이다.
시몰레이크는 지금 막 읽은 서신 한 장을 탁자 위 촛불위로 가져갔다.
"밤의 자매단이 생각보다 잘 움직여 주고 있군. 제시어스 왕자의 신변을 확인했다는 정보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