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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탕 님의 서재입니다.

자수성가 했는데 빙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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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탕
작품등록일 :
2024.02.21 15:08
최근연재일 :
2024.04.06 21:0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128
추천수 :
68
글자수 :
383,067

작성
24.02.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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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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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 세상에 이런 개망나니가 있나

DUMMY

#001화






게임 <죽은 신의 세계> 전 세계 누적 판매량 100만 장 돌파!

대한민국에 새롭게 떠오른 신예 게임사 ‘제네시스’!

끝판왕 자유도와 극세사 그래픽으로 유저들의 극찬이 쏟아져···.


경쾌한 손놀림으로 스마트폰을 휘휘 넘긴다.

게임뉴스 어디를 둘러봐도 모두 <죽은 신의 세계> 이야기뿐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힘을 빼려 해도 자연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대표님! 이제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아, 네.”


한 게임 관련 잡지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단정한 복장에 안경을 쓴 전형적인 모습의 기자.

그녀는 녹음기를 켜며 질문지를 넘긴다.


“안녕하세요, 김예찬 대표님. 출시 3개월 만에 <죽은 신의 세계>가 무려 100만 장을 돌파했습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마냥 좋죠, 뭐. 솔직히 실감이 안 나요.”

“하하하! 하긴, 첫작부터 대박을 치셨으니 저 같아도 그럴 것 같네요.”


기자는 편안하게 인터뷰를 이끌어주었다.


“아, 그러고 보니 게임 세계관부터 설정, 인터페이스, 시나리오, 거기다 캐릭터 디자인까지 대표님께서 꽤 많은 부분 기초를 다지셨다고 하시던데요? 사실인가요?”

“네, 아무래도 처음 세운 회사다 보니 인력이 부족했죠. 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가 거의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와! 만능이셨네요.”


“하하, 아닙니다.”

“아니긴요! 얼마 전 대표님의 어린 시절 히스토리가 공개되면서 꽤 화제가 됐잖아요?”

“아, 그거 말인가요···?”


최근 내 기사에 달린 학교 동창의 댓글이 잠깐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김예찬이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는데 쟤는 그냥 난 놈임.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아무런 지원을 못 받았는데도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게 없었음. 난 솔직히 쟤가 성공할 줄 알았다.]


···라고 했었지, 아마?


“재주도 많으시고 공부에 운동까지 잘하셨으니 만능 재주꾼이 맞는데요, 뭐!”

“아유, 그냥 열심히 노력한 거죠.”


지나치게 나를 띄워주는 기자의 멘트에 몸 둘 바를 몰라하며 두 손을 저었다.


“에이, 맞으신 것 같은데요. 대표님이 못하는 것도 있나요?”

“그럼요.”

“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봐도 될까요?”


기자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음악이요.”

“음악이요? 노래요? 아니면 악기?”

“둘 다요. 사실은 원래 꿈이 싱어송라이터였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연습해도 늘지를 않아서 결국엔 그만뒀죠.”


학창 시절부터 약 20년.

음악을 하고 싶어서 없는 돈을 모아 학원이란 학원은 다 다녔다.

손에 굳은살이 박이다 못해 매일 피가 맺히도록 기타 연습을 했지만 좀처럼 늘지 않았다.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호흡이며 발성이며 아무리 연습해도 일반인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20년을 꼬라박고도 진전이 없었지···.’


이후 음악의 꿈을 접겠다 선언하고 게임 업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내 측근들은 내가 아직 그 미련을 접지 못하고 매일 세 시간씩 꼭 연습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야, 의외네요. 이런 대표님도 못하시는 게 있다니. 혹시 노래 한 곡 부탁드려도 될까요?”

“습! 그러지 마세요.”


반정도 장난 섞인 정색에 기자는 농담이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그럼 만약에 말이죠. 대표님의 모든 재능을 잃어버리는 대신에 음악의 재능을 갖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기자님 N이신가 봐요.”

“하하하! 재밌잖아요. 어때요? 지금 이대로 산다 vs 음악 재능과 바꾼다!”


사실 나에겐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다.


“음··· 솔직히, 음악을 선택할 것 같네요.”


그러니까 나는,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하하! 대표님도 참! 이제 일어나세요.”

“네?”


일어나라니? 기자의 뜬금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한다.


“얼른 일어나시라니까요.”

“그게 무슨···.”


울상이 되는 기자의 얼굴.


“도련님! 일어나셔야 해요!”

“···으아악!”


***


온몸에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진동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킨다.


“도련님! 정신이 드세요?”


아직 몽롱한 상태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원래 살던 아파트보다도 넓어 보이는 화려한 침실.

사방이 온통 금으로 도색된 이쁜 쓰레기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래엔 금실이 수놓아진 휘황찬란한 이불이 보인다.


‘여기가 어디야···?’


옆에 있는 거울을 바라본다.

잿빛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인상의 미남.

조금 마른 듯하지만 그래도 본판은 꽤 잘생겼다.

문제는 이 얼굴은 내 얼굴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낯선 얼굴도 아니고.


“도련님···! 큰일 났어요!”


아직도 멍한 눈으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한 소년이 보인다.

볼에 주근깨가 있는 앳된 소년이다.


“어··· 그러니까···.”


▼ 인물 정보

<피터>

◇ 인간 15세 남 시종

◇ 특성 : [겁쟁이] [노예근성] [친화력]

▼ 기초 능력

▼ 특기


멍한 정신을 집중하며 소년을 바라보자, 게임에서 보았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피··· 터?”

“네! 이든 도련님! 큰일 났어요! 지금 라스테일 공작님이 오고 계세요!”


피터라는 시종은 나를 ‘이든’이라고 불렀다.


“이든이라고···?”


꿈인가 싶지만, 현실과 꿈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지나치게 생생한 현실.

혼란스럽다.

하지만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냉정하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첫째, 낯설지만 익숙한 공간.

둘째, 내 얼굴이 아니었지만, 내가 잘 아는 얼굴.

셋째,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

이 모든 정보들은, 내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확인시킨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는, 내가 만든 게임 <죽은 신의 세계> 속에 빙의되었다.

내가 빙의된 이 몸 주인의 이름은 ‘이든 라스테일’.

내가 만든 게임 <죽은 신의 세계>의 엑스트라 캐릭터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그때, 쾅! 소리를 내며 커다란 방문이 열린다.

동시에 거대한 덩치와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남자가 제 가신들과 함께 들어온다.

내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던 피터는 ‘아이고···.’ 소리를 내며 옆으로 비켜섰다.


“이든. 정신은 들었느냐!”


중저음의 동굴 목소리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굳은 얼굴로 다가오는 남자.

그가 바로 이 몸의 아버지 되시는 ‘랄프 라스테일’ 공작이다.


“정신이 들었느냐 물었다!”


다시 한번 재차 묻는 랄프 공작.


“아··· 네.”


그때 콱, 소리를 내며 몸이 허공에 붕 뜬다.

랄프가 우악스러운 손으로 내 멱살을 잡아 올린 것이다.


“아이고! 공작님! 참으십시오!”

“지금 도련님께서는 아직 회복이 덜 되셨습니다!”


옆에 있던 가신들이 그런 랄프 공작의 행동을 만류한다.

그러나 랄프 공작은 이미 분노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있었다.


“네 놈···! 네놈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냐!”

“쿨럭, 아니, 내가 뭘···? 수, 숨 막히니까 일단 이것 좀 놓고···.”


내 멱살을 잡은 랄프공작의 손을 떼어내려 한다.

하지만 터질듯한 랄프 공작의 전완근에 비해 이 몸의 팔은 가냘프다.

어쩔 수 없이 항복한다는 의미로 랄프 공작의 팔을 찹찹 두드린다.


“이것 좀 놔요!”

“네 녀석은 라스테일의 후계자다! 언제까지 망나니라 손가락질받으며 살 거냔 말이다!”


점점 숨이 막혀온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숨···! 숨···! 나 주거, 나 주거···!”


목이 졸려 숨만 간신히 빠지는 소리에 내가 곧 뒤질 것 같다는 걸 느꼈는지, 멱살을 놓는 랄프 공작.

그 탓에 나는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콜록콜록,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그래요?”

“그걸 지금 나한테 묻는 거냐?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른다고?”

“아니 기억이 나야 얘기를 하든 말든 하죠. 제가 뭘 어쨌는데요?”

“기억이··· 안 난다고···?”


나의 말에 랄프 공작의 얼굴이 굳는다.


“공작 각하, 지금 공자님께선 기억이 온전치 않으신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각하. 공자님께선 죽다 살아나셨으니,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고 다시 얘기해 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죽다 살았다고?


“공자님께선 벼락에 맞으시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큰 상처 없이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입니다. 일단 시간을 좀 더 주심이···.”


벼락에 맞았다고?!

나로선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정보들.

이게 뭔 개소리냐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랄프 공작은 그런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네 입으로 말해라. 정말로 기억이 안 나는 것이냐?”


기억이고 나발이고, 애초에 나는 이든 라스테일이 아니다.

갑자기 이 세계에 떨어진 것도 어안이 벙벙한데, 무슨 기억이 날 리가 있나.

그렇게 생각하던 중 내게 탁월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네, 기억이 좀 혼란스럽네요? 누가 누군지는 알겠는데··· 제가 뭘 했는지는···.”


바로 기억상실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다.

일단 기억이 안 나는 척하면서 이 순간을 모면하고, 천천히 상황을 파악하기로 한다.

그러나 랄프 공작의 표정은 영 좋지 않다.


“참 가지가지 하는구나.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눈앞의 상황만 모면하려다가는 큰코다칠 거다.”


그 말을 끝으로 랄프 공작은 내 방을 나가버렸다.


“아니, 내가 대체 뭘 했길래 그래?”

“아··· 그게···.”


피터는 곤란한 듯 볼을 긁적인다.


“공작성의 보물들을 훔쳐서 도망가시다가 벼락에 맞으셨어요.”

“···엥? 도망? 왜?”

“그··· 공작님께서 도련님을 극지로 보내버린다고 하셨거든요.”


<죽은 신의 세계> 이야기는 대륙 ‘에데니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극지’는 이 ‘에데니아’의 북부 가장 끝에 있는 극한의 설지를 뜻했다.

척박한 땅 위로 무수한 몬스터가 끊임없이 출몰하는 험한 지역이다.


“그 잔악무도한 곳으로? 나를 왜?”

“음··· 왜··· 냐고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어, 말해봐.”


피터는 난감한 듯 잠시 망설이더니, 내 표정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하인들에게 손찌검하신 거랑, 사교모임에서 귀족 영애에게 오크 같다고 공개적으로 망신 준 거랑, 공작님 집무실에서 술주정을 부리다 토하신 거랑, 마을에 내려가서 상인에게 돈을 뜯으신 거랑, 브라이언 기사단장님의 대머리에 낙서하신 거랑···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제 그만해 줘··· 속이 쓰리니까···.”


듣는 것만으로 민망한 이 몸의 흑역사들. 저 사고를 칠 동안 참아온 랄프 공작의 인내심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난감함에 식은땀이 흐른다.

아무리 뛰어나고 섬세한 작가라 한들, 주인공이 어젯밤 양송이 수프에 숟가락질을 몇 번이나 했고 몇 시에 똥을 쌌는지까지 세세하게 설정해 두진 않는다.

애초에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하물며 에디 라스테일은 소소한 에피소드의 악역으로 나오는 엑스트라 캐릭터.

내가 이 엑스트라에 대해 설정해 둔 건 ‘망나니’라는 것뿐이다.

대략적인 배경 말고는 세세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난 이든 라스테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명색이 창조주라는 내가 다른 캐릭터에게 공을 들이는 동안, 이 녀석은 설정대로 충실하게 살아온 것뿐이었다.

듣기만 해도 수치스러운 사고를 쳐오면서 말이다.


▼ 플레이어 정보

<에디 라스테일>

◇ 인간 18세 남 귀족

◇ 특성 : [오만] [열등생] [꽃미남]

▲ 기초 능력

▲ 특기

···

..

.


내 시야 한쪽 구석에 아른거리던 ‘플레이어 정보’ 문구에 의식을 집중하자 시스템이 펼쳐진다.

분수와 겸손을 모르고 자만심이 가득한 [오만]

성장에 제약을 받아 어떤 분야든 남들의 네다섯 배 이상은 노력해야 겨우 따라갈 수 있는 [열등생]

그나마 쓸만한 건 잘생긴 외모로 타고난 [꽃미남] 특성인가···.

원래 세계보다 얼굴이 ‘아주 조금’ 잘생겨진 건 이득이다.

그렇다고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오히려 좋아.’하고 순순히 납득되지는 않았다.

‘기초 능력’ 문구에 정신을 집중해 본다.


▼ 기초 능력

기초 스탯

체력 : 3

마력 : 4

힘 : 3

속도 : 3

재주 : 4

···


처참하다.

주인공 캐릭터들의 초기 스탯은 대부분 10부터 시작한다.

그중 강점은 15, 약점이 한 자릿수다.

그래도 아무리 낮아 봐야 8 정도 될까.

하지만 지금 내 최고 스탯이 다른 캐릭터의 약점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이번엔 ‘특기’ 항목을 펼쳐 본다.

캐릭터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다.


▼ 특기

검술 : E

마법 : E

창술 : E

궁술 : E

격투술 : E

···


끝도 없는 무재능의 향연.

처참한 D와 E로 난도질된 능력치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죽은 신의 세계>에는 희대의 재능을 타고난 수많은 캐릭터가 많았다.

조금만 노력해도 산을 가르고 바다를 뒤엎을 힘을 얻을 수 있는 네임드 캐릭터들.

그런 보석 같은 녀석들을 두고 하필 이든 라스테일이라니···!


“어?”


착잡한 심정으로 능력치를 살펴보던 내 눈에 뭔가가 들어온다.


사령술 : E

조련술 : D

음악 : S


음악이··· S다.

예전에 이든 라스테일을 모델링할 때 한 직원 녀석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이든 라스테일 있잖아.’

‘이든 라스테일이요? 그게 누구였죠?’

‘아, 왜, 그 일회용 망나니 캐릭터.’

‘아아, 네네. 왜요?’

‘특기에 음악 S를 부여하자.’

‘그건 왜요?’

‘아니, 뭐 진짜 재능이 하나도 없는 건 뭔가 불쌍하잖아. 그래도 하나쯤은 잘하는 게 있어야지.’

‘뭐, 어렵지 않죠. [열등생] 특성 때문에 제대로 적용이 될진 모르겠지만요.’

‘아냐, S급 특기는 [열등생] 영향이 무시되잖아. 적용은 제대로 될 거야.’

‘아, 그래요? 아무튼, 해볼게요.’


이 세계에서 귀족은 음악을 즐기는 계층일 뿐, 직접 악기를 다루고 노래를 하는 계층은 서민들이었다.

그렇기에 자존심 강한 이든이 음악을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 재미 삼아 넣어본 거였는데···.

불현듯, 빙의 전 인터뷰했던 기자의 마지막 질문이 떠올랐다.


‘어때요? 지금 이대로 산다 vs 음악 재능과 바꾼다!’


거기에 내가 했던 대답은···.


‘음··· 솔직히, 음악을 선택할 것 같네요.’


나는 후회 섞인 한숨과 함께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다.

어지러운 머리를 식힐 심산으로 창문을 열었다.


‘아 추워.’


창문을 열자마자 시린 바람이 방안으로 거침없이 들이친다.

라스테일 공작령은 ‘헤렌디아’ 제국 북부에 위치한 곳이다.

365일, 일 년 내내 겨울을 내는 지역이었다.


“하아···.”


다시 한번 한숨을 크게 내쉰다. 허연 입김이 훅 쏟아졌다 순식간에 흩어진다.

부유한 헤렌디아의 공국 라스테일답게 고급스러운 석재로 쌓아 올린 하얀 성벽과 공작성은 굳건하다.

푸른 기와로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는 지붕 위.

라스테일을 상징하는 거대한 뿔의 수사슴이 그려진 청색 기가 시린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곳곳에 솟은 침엽수림 위로 깨끗한 눈이 소복이 덮여 있다.

비록 매일이 겨울이라지만 극지에 비해 공작령은 비교적 따뜻한 편이다.

추위에만 적응한다면 공민들이 사는데도 큰 무리가 없는 지역이다.


‘이쯤 되면 이제 받아들일 수밖에 없나.’


나는 내가 만든 세상 속에 들어왔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목표해야 할 것은 하나로 좁혀진다.


‘일단은 살아남아야 뭐라도 하겠지···.’


내가 만든 세계.

그 세계가 내 앞에 생생한 현실로 펼쳐져 있지만, 당장 나는 풍경이나 감상할 처지가 아니었다.

나는 이 세계의 미래를 알고 있거든.


‘이 세계는··· 멸망 엔딩···!’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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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가짜 신 24.04.06 7 1 13쪽
61 60. 가짜 신 24.04.05 7 0 14쪽
60 59화. 가짜 신 24.04.04 8 0 12쪽
59 58화. 가짜 신 24.04.03 12 0 13쪽
58 57화. 가짜 신 24.04.02 12 0 12쪽
57 56화. 해적 소탕 24.04.01 14 0 13쪽
56 55화. 해적 소탕 24.03.31 11 0 13쪽
55 54화. 해적 소탕 24.03.31 12 0 12쪽
54 53화. 어비스 24.03.30 12 1 12쪽
53 52화. 어비스 24.03.30 12 1 12쪽
52 51화. 어비스 24.03.29 16 1 14쪽
51 50화. 어비스 24.03.28 11 1 12쪽
50 49화. 어비스 24.03.27 12 1 15쪽
49 48화. 어비스 24.03.26 12 1 16쪽
48 47화. 나를 죽여줘 24.03.25 13 0 13쪽
47 46. 나를 죽여줘 24.03.24 12 1 13쪽
46 45. 나를 죽여줘 24.03.24 16 1 15쪽
45 45. 나를 죽여줘 24.03.23 18 1 12쪽
44 44. 폭풍 날개 용병단 24.03.23 16 1 14쪽
43 43. 폭풍날개 용병단 24.03.22 16 1 13쪽
42 42. 얼어붙은 장미 24.03.21 16 2 13쪽
41 41. 얼어붙은 장미 24.03.20 16 1 12쪽
40 40. 얼어붙은 장미 24.03.19 15 1 13쪽
39 39. 얼어붙은 장미 24.03.18 19 1 19쪽
38 38.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7 17 1 12쪽
37 37.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7 17 1 17쪽
36 36.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6 20 1 14쪽
35 35. 미인의 계략 24.03.16 22 1 13쪽
34 34. 미인의 계략 24.03.15 2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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