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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탕 님의 서재입니다.

자수성가 했는데 빙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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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탕
작품등록일 :
2024.02.21 15:08
최근연재일 :
2024.04.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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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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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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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어비스

DUMMY

#053화





콰과과과━─!


크로울리는 유리와 로즈를 향해 손을 뻗는다.

벽을 이루던 뼈들은 다시 흩어지더니 둘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진다.


투두두두두!


뼈의 화살은 동굴 앞의 숲을 난도질하며 유리와 로즈가 있던 곳을 헤집는다.

전설 속 흑마도서 레메게톤 다섯 권 중 세 권을 가진 크로울리.

그 한 권, 한 권에 담긴 마력은 범재조차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해 줄 만큼 강대하다.

그렇기에 크로울리는 레메게톤을 탐했고, 그 결과 세 권이나 손에 넣게 되었다.

그 레메게톤의 힘으로 크로울리는 강력한 흑마법사로 거듭난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대륙 최강이라 일컫는 황제나, 야만국가의 대족장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던 것이다.


‘히힛, 히힛! 이든 라스테일을 이용해서 나머지 두 열쇠를 찾을 수 있게 된다면···!’


그렇다면 자신은 라이오넬 헤렌디아를 뛰어넘는 최강의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될 터.

미래시를 가진 이든 라스테일은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그는 두 열쇠의 위치를 모른다 발뺌했지만, 크로울리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든 라스테일은 두 열쇠의 위치를 알고 있다!’


정신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예상외의 일이었지만, 그렇다면 고문을 하면 될 일이다.


‘그 원대한 꿈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이런 쓸데없는 침입자들에게 방해를 받다니!’


먼지가 걷히자, 우뚝 솟은 거대한 빙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빙벽은 뼈의 화살에 여기저기 금이가고 뚫려있다.

처참한 상태지만, 그럼에도 시전자를 보호하는 그 목적만은 달성한 모양이었다.

빙벽이 무너지자 로즈와 유리가 각각 검과 지팡이를 자신에게 겨누고 있다.

저 미꾸라지 같은 두 여자의 존재도 잘 알고 있다.

이든 라스테일이 잠재력을 알아보고 일찍이 키워온 검사와,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난 설원의 마녀.

아무리 두 여자가 강하다 한들 자신에게는 비빌 수 없다.

크로울리는 이번에야말로 두 여자를 반드시 죽일 심산으로 손을 뻗었다.


그때···.


“히히힝!”


극지에서 이든이 사역마로 길들인 쾌속마, 맥라렌이 갑자기 로즈를 억지로 등에 태우더니 냅다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맥라렌의 등에 짐짝처럼 실린 로즈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대로 맥라렌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어?! 맥라렌! 어디 가요?!”


그 광경을 보던 유리는 맥라렌이 사라진 방향과 크로울리를 번갈아 본다.


“에? 에에?! 에?!”


그러더니 이윽고 맥라렌이 사라진 방향을 따라 도망가 버렸다.

크로울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흐음, 흐음흐음흐음?”


크로울리는 로즈와 유리의 이상한 행동에 의문을 품는다.

그들의 목적은 이든 라스테일을 구하는 것. 하지만 갑자기 자신을 상대하다 말고 도망가버린다?

물론 두 사람의 의지라기보단 맥라렌의 돌발행동이었지만 뭔가가 찝찝하다.


“설마? 설마설마? 설마설마설마설마?!”


크로울리는 곧바로 동굴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거대한 동굴 안을 한참 뛰어간 크로울리.

그 제일 안쪽엔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져 있다.

이든 라스테일이 앉아있어야 할 의자는 제 역할을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있다.

그리고 그 옆, 이든을 지키고 있었던 제노스 역시 온몸이 토막 난 채 땅바닥을 구르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무슨 일이! 이든 라스테일은 어디 갔지?!”

“하아, 이거 한 방 먹었는걸요.”


그때, 다른 한쪽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제노스가 나타나며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제노스으으으읅!”

“붉은 거미가 왔어요.”

“이럴수가! 이럴수가이럴수가이럴수가!”


크로울리는 탄식했다.

제노스의 말에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바로 파악이 된 것이다.


“양동작전?! 양동작전이라니! 붉은 거미와 이든의 부하들이?!”


크로울리는 기괴하게 몸을 꼬며 마치 뭉크의 절규처럼 제 볼을 쥐어뜯는다.


‘유리와 로즈가 동굴 입구에서 난동을 피우는 동안, 붉은 거미가 들어와 이든을 구출하는 작전이었던 것인가!’


붉은 거미는 제노스를 제압한 후 이든을 데리고 탈출했고, 때문에 역할을 다한 유리와 로즈는 그대로 후퇴한 것이었나!

그 세 사람이 힘을 합친다는 것은 전혀 계산에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계산하지 못했기에 이든 라스테일을 놓치는 불상사가 생기고 만 것이다.


“젠장! 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자앙!”


격앙된 목소리로 날뛰던 크로울 리가 옆에 있는 제노스의 목을 조른다.

그러나 제노스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여유롭게 웃으며 크로울리를 바라본다.


“하하하, 크로울리님?”

“제노스! 제노스제노스제노스제노스! 네가 똑바로 지켰어야 했어!”

“하지만 작정하고 잠행하는 붉은 거미를 상대로 일단 ‘한 번은’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는···?”


콰득!


그러나 제노스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크로울리가 흑마법을 이용해 그대로 그의 목뼈를 꺾어버린 탓이다.

그러나 크로울리의 분은 풀리지 않는다. 어차피 이 제노스는 가짜다.

아무리 자신이 제노스를 수백 수천번 죽인다 해도 그는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살아 돌아오겠지.


“젠자아아앙!”


크로울리의 분한 외침이 동굴을 가득 메웠다


***


“히히힝!”


어비스가 숨어있던 동굴로부터 한참 떨어진 숲 속에 쭈그려 앉아있던 나는, 익숙한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라렌!”


숲을 헤치고 나타나는 쾌속마, 맥라렌. 맥라렌의 등에는 로즈가 짐짝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로즈는 제 마녀모자가 떨어지지 않게 붙잡은 상태로 나를 바라본다.


“오!”


좀처럼 감정표현을 않는 로즈의 눈이 미묘하게 커진다.


“허억, 허억! 맥라렌! 어디까지···, 꺄악! 이든님?!”


나는 유리를 보며 미소를 지은채 손을 흔들었다.


“이든님이 주셨던 마공학구슬이 깨져서 엄청 걱정했어요! 맥라렌이 알려줘서 여기까지 오기는 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하핫, 그게···.”


나는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비스의 괴한들로부터 납치를 당하고 크로울리에게 어떤 제안을 받았는지까지.


숲을 빠져나가며 내 이야기를 듣던 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빠져나오신 거예요?”

“아, 그건 말야···.”


...

..

.


그러니까 약 몇 시간 전.


“나랑 거래 하나 하자. 어차피 여기 잡혀있어 봐야 나는 크로울리에게 고문당할게 뻔해. 그렇게 되면 네 비밀이 밝혀지는 것도 시간문제지. 그건 너도 바라지 않잖아?”

“거래라, 일단 들어나 볼까요?”


제노스는 다소 경계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제노스를 보며 안심하라는 표시로 손을 위아래로 내저었다.


“단순해. 나는 크로울리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그 대가로 너는 날 여기서 빼내주는 거지.”

“흐음, 빼낸다라. 하지만 그 뒷감당은 어려운걸요. 제가 당신을 그냥 풀어줬다는 건 말도 안 되고, 당신이 저를 따돌리고 빠져나갔다는 말도 신빙성이 없어요.”


제노스의 말에 씨익 웃어 보인다.


“맞아, 사실 그래서 약을 하나 쳐놨지.”

“약?”

“곧 붉은 거미가 올 거야. 나를 구하러.”

“그 붉은 거미가요? 흐음, 확신할 수 있나요?”

“어. 붉은 거미는 절대 날 포기하지 못해. 그럴만한 미끼를 던져놨거든.”

“그래서요?”


제노스는 팔짱을 끼며 나를 내려다본다.


“네 인형술로, 나를 바꿔치기하는 거야.”


나의 말에 제노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인물 정보

<제노스(아나니)>

◇ 인간 24세 남 마법사

◇ 특성 : [환술의 달인] [영혼 주입] [인형 제작]


어비스의 첩자이자, 예디드야의 후손 아나니.

그는 레메게톤 중 네 번째 권 ‘아르스 알마델’의 수호자이자 환술 마법의 스페셜리스트이며, 천재 인형사이다.

[인형 제작] 특성으로 내장과 피까지 실제 인간과 동일한 구조의 인형 제작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인형에 타인의 영혼을 주입하면 그 사람과 똑같은 능력을 지니게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상대의 눈을 현혹시키는 강력한 환술까지 더해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트릭키한 마법사인 것이다.

제노스는 안전한 곳에서 아르스 알마델을 지키며 수백 수천 개의 자신과 똑같은 인형을 만들고 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난 예언자라니까? 너에게 무슨 능력이 있고 네 본체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


그러나 더 역효과를 냈는지 제노스는 내 목에 스태프를 갖다 댔다.


“저기요? 나는 너랑 목적이 같아. 절대로 무저갱의 봉인이 풀려서는 안 돼.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은 멸망한다.”

“저는 아무도 믿지 않아요.”

“약속하지, 나는 절대 너의 비밀을 밝히지 않아.”


[약속을 지키는 자]가 발동되며 강력한 마력이 움직인다.

특성 [약속을 지키는 자].

약속을 지켜내기 위한 행위에 강력한 능력 상승이 부여되는 특성이다.

스탯이나 스킬의 버프는 물론, 운의 요소까지 보조받을 수 있는 상위 특성.

하지만 이 특성에도 패널티는 존재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즉 약속을 한 번이라도 지키지 못하거나 어기면 이 특성은 영구적으로 무효된다는 의미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도 말라는 조상님들의 말씀을 새겨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흐름을 눈치챈 제노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스태프를 내려놓았다.


“좋아요. 그냥 인형으로 바꿔치기만 해주면 되는 건가요?”

“어. 내 인형을 앉혀놓고, 나는 도망간다. 그리고 너는 적당한 때 나를 죽여버리면 돼. 그럼 아마 카샤가 널 죽이려 할 거야. 그땐 그냥 얌전히 죽어주면 되는 거고. 카샤에게 죽고 나면, 내 역할을 한 인형은 회수한다.”


제노스는 나의 말에 피식 웃었다.


“흐음,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너는 카샤에게 날 뺏겼다고 말하면서 크로울리의 의심을 피한다. 그리고 나는 카샤에게 죽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자유를 되찾는 거지.”


어찌 됐건 카샤는 황제의 측근이다. 당장 카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녀에게 피오나에 대해 당장 말해봐야 일이 복잡하게 꼬일 것이 뻔했다.

일단은 카샤가 내 죽음을 육안으로 확인해야, 난 황제에게 죽은 사람이 될 수 있었으니까.

어차피 카샤와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때 그녀에게 얽힌 숙제를 해결해도 늦지 않았다.


...

..

.


“흠, 중간에 일이 꼬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원래 생각했던 목적이 더 확실하게 달성된 것 같네요?”

“그렇지 뭐.”

“목표, 달성.”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나와 유리, 로즈는 숲을 빠져나온다.

다행히 황제와 어비스 일당에게 걸리지 않고 수도를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맥라렌, 너는 라스테일로 돌아가.”

“히히힝!”


맥라렌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다그닥다그닥 달려갔다.

정도 없는 놈.


“그럼, 이제 저희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일단은 루테란으로 가야지.”

“루테란···.”


로즈는 루테란이라는 말을 곱씹었다.

할리의 일기장에 적혀있어서 알게 된 거지만, 사실 로즈와 할리의 고향은 환상과 마법의 국가 루테인이다.


“그곳에서 할 일이 아주 많아.”


***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황궁의 알현실.

그곳에서 카샤는 고고한 자세로 황좌에 앉아있는 황제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황실을 습격했던 자들의 은거지를 찾았으나, 이든 라스테일은 그곳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카샤는 아까 동굴에서 있었던 일을 곱씹으며 으득, 이를 갈았다.

제 눈앞에서 제노스에게 살해당한 이든 라스테일.

죽었다고 생각한 동생 피오나에 대해 알고 있다 주장한 그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카샤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이든을 죽인 제노스를 토막 내 버렸지만, 그 안타까움과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흠···.”


황제는 천천히 몸을 기울이더니 제 턱을 쓰다듬었다.


“아깝게 되었군. 쓸만한 계략가라고 생각했건만.”


황제의 감상은 딱 그 정도였다.


“그러나 그 또한 그 자의 운명이다.”

“예, 폐하.”


황제는 몸을 일으킨다.

이든을 미행하는 임무를 맡고 있던 카샤는 그의 죽음으로 임무를 마쳤다.

그렇다면 새로운 일을 맡겨야 한다.


“황태자는 아이론포트에 있다. 그를 찾아 짐의 앞으로 끌고 오라.”

“예, 폐하.”


그렇게 카샤의 신형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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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가짜 신 24.04.06 7 1 13쪽
61 60. 가짜 신 24.04.05 7 0 14쪽
60 59화. 가짜 신 24.04.04 8 0 12쪽
59 58화. 가짜 신 24.04.03 12 0 13쪽
58 57화. 가짜 신 24.04.02 12 0 12쪽
57 56화. 해적 소탕 24.04.01 13 0 13쪽
56 55화. 해적 소탕 24.03.31 10 0 13쪽
55 54화. 해적 소탕 24.03.31 12 0 12쪽
» 53화. 어비스 24.03.30 12 1 12쪽
53 52화. 어비스 24.03.30 11 1 12쪽
52 51화. 어비스 24.03.29 15 1 14쪽
51 50화. 어비스 24.03.28 11 1 12쪽
50 49화. 어비스 24.03.27 11 1 15쪽
49 48화. 어비스 24.03.26 11 1 16쪽
48 47화. 나를 죽여줘 24.03.25 12 0 13쪽
47 46. 나를 죽여줘 24.03.24 12 1 13쪽
46 45. 나를 죽여줘 24.03.24 16 1 15쪽
45 45. 나를 죽여줘 24.03.23 17 1 12쪽
44 44. 폭풍 날개 용병단 24.03.23 15 1 14쪽
43 43. 폭풍날개 용병단 24.03.22 15 1 13쪽
42 42. 얼어붙은 장미 24.03.21 16 2 13쪽
41 41. 얼어붙은 장미 24.03.20 16 1 12쪽
40 40. 얼어붙은 장미 24.03.19 15 1 13쪽
39 39. 얼어붙은 장미 24.03.18 18 1 19쪽
38 38.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7 17 1 12쪽
37 37.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7 17 1 17쪽
36 36.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6 19 1 14쪽
35 35. 미인의 계략 24.03.16 21 1 13쪽
34 34. 미인의 계략 24.03.15 2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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