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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탕 님의 서재입니다.

자수성가 했는데 빙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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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탕
작품등록일 :
2024.02.21 15:08
최근연재일 :
2024.04.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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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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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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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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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가짜 신

DUMMY

#057화





“어이! 노란 수염! 내가 시킨 건 다 옮겨놨어?”

“예? 예! 대장님! 다, 다 옮겼습니다!”


나의 부름에 노란 수염이 화들짝 놀라며 말한다. 놈은 자신의 해적선에 있던 주요 물품을 내 배에 옮겨 싣는 중이었다. 나는 갑판에서 놈을 닦달하는 중이고.

노란 수염을 해적단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결국 이 지역의 해적들은 모두 제패했다.

노란 수염 해적단은 목숨값으로 우리들의 밑에 들어오기로 했다.

물론 해적 놈들을 바다의 무법자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배신만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전투의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하는 것 또한 해적들의 문화였다.

우리 해적의 대표인 내가 노란 수염을 이겼으니, 놈들이 내 밑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총 스무 척의 해적선을 이끄는 제법 큰 규모의 해적이 되었다.


“브라더, 정말 이곳의 해적들을 모두 쓸어버렸군.”

“내가 한다고 했잖아.”


나탈리는 내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그럼 이제 정말로 심연의 소용돌이 섬에 가는 건가?”

“그렇지.”


나탈리는 나의 말에 팔짱을 끼며 걱정스러운 기색을 비췄다.


“물론 브라더가 범상치 않은 사내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소용돌이 섬에 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야. 그곳에 간 사람은 그 누구도 살아 나온 적이 없어.”“나도 알아.”


“그런데도 꼭 가야만 하는 건가?”


나탈리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이 심연의 소용돌이 섬은 나탈리 동료 영입 시에만 가능한 특수 지역은 아닌 만큼 필수 루트에 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숨겨진 지역인 만큼 내게 큰 힘이 될 비보가 있다.

게다가 루테란에 가기 전 그 비보를 얻어야만 했다.

다시 한번 목적을 되새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심연의 소용돌이 섬엔 꼭 가야 해.”


콰당!


그때, 옆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니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린 노란 수염이 사색이 된 얼굴로 서 있었다.


“시, 시, 시, 심연의 소용돌이 섬말입니까? 그, 그 안개가 자욱하고 물살이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그곳?”

“어, 맞아.”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란 수염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다가온다.


“그, 그곳엔 뭐 하러 가는 겁니까? 그곳에 가는 건 자살하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요!”

“죽으러 가는 거 아니야. 물론 죽을 위험은 있지. 왜? 무서워?”


나의 말에 노란 수염은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태연한 표정을 짓는다.


“무, 무, 무, 무, 무, 뭐가 무섭지 않습니다! 이래 봬도 아이론포트에서 깨나 잘 나가던···.”

“그래, 그래, 해룡 잡이 해적단 출신이었다는 거잖아.”

“그, 그럼요! 전설의 해룡도 잡았던 해룡 잡이 해적단이 이 바다에서 두려울 거라고는 없습니다!”


나는 노란 수염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거짓말이야.”

“네엡?!”


나의 부정에 노란 수염의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치솟는다.


“기껏해야 ‘시 서펜트’ 정도일까, 진짜 용의 혈통은 구경도 못 해봤을 걸.”

“크윽···.”


정곡을 찔렸는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는 노란 수염.


“진짜 해룡은 심연의 소용돌이 섬에 있거든.”

“네엡?!”

“그게 진짜인가, 브라더?”


노란 수염과 나탈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시 서펜트’는 바다에 서식하는 거대한 뱀 괴물이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심해에서 갑자기 나타나 인간들을 공격하는 이 뱀 괴물을 ‘해룡’이라 불렀다.

때문에 해적이든 해군이든 이 ‘시 서펜트’ 토벌에 성공하면 용살자라는 칭호를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 서펜트’는 그저 뱀 괴물일 뿐, 용이라 보기 어렵다.

진짜 용이라고 부를만한 녀석은 따로 있으니까.

그놈을 뚫기 위해서 지금까지 이 구역의 해적들을 싹 쓸어모은 것이다.


“나탈리, 내가 부탁한 건 다 완성 됐나?”

“아, 완성되었다. 얼마 전 근처 항구에서 대장장이에게 부탁했던 물건이 도착했더군. 그래서 곧바로 만들어버렸지.”


그러며 나탈리는 내게 자루가 짧은 쇠망치를 하나 건넸다.


“자, 극지 벼락 장어의 이빨과 브라더의 마력이 깃든 망치다.”


노란 수염은 ‘극지 벼락 장어’라는 말을 듣자 아까의 짜릿한 트라우마가 떠올랐는지 몸을 움찔했다.


“브라더가 알려준 설계대로 만들기는 했다만, 그렇게 자루가 짧아서야 둔기의 의미가 있겠나?”

“괜찮아, 이래야 의미가 있거든.”


나는 망치를 들고 허공에 두어 차례 휘둘러보았다.

제법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게 꽤나 내 마음에 든다.


“‘이든탄’은 총 몇 발이나 돼?”


나의 말에 나탈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30여 발 정도 되는군.”

“음, 그게 최선인가.”

“어쩔 수 없다. 브라더에게 추출할 수 있는 마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알아, 알아. 나 마력량 형편없는 거. 아무튼 좀 빡빡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


나의 등쌀에 못 이겨 마지못해 하기는 하지만, 그간 로즈도 나와 함께하며 마력 수련을 조금씩 해왔다.

어느 정도 성장한 로즈와 나탈리가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만했다.


“그럼 이제 가보자고!”

***


서쪽을 향해 쭉 항해한 지 이틀이 지났다. 그러자 슬슬 저 멀리 안개가 자욱이 낀 지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슬슬 물살도 거세지는군.”


나탈리는 옆에서 심상찮은 표정을 지으며 안개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평선 위로 거대한 먹구름이 낀 듯 한 모습이다.


“그런데 괜찮겠나, 브라더? 로즈와 유리를 떼어놔도.”


나탈리의 걱정스런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거야. 어차피 저 섬에 들어가는 건 너랑 나만 있으면 충분해. 문제는 빠져나오는 거지.”


브라더라면 생각이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나탈리.

선두에 있는 나탈리의 배는 몇몇 포수와 항해사를 제외하고는 나와 나탈리뿐이었다.

유리와 로즈를 포함한 그 외 전투원은 다른 배로 모조리 옮겨버렸다.

유리가 호위기사인 자신을 떼어두고 나만 섬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듣고는 걱정스러워하는 듯했지만, 여느 때처럼 내 계획을 따라주기로 했다.


나와 나탈리가 대화하는 사이, 배는 안갯속으로 진입한다. 그와 동시에 귀신같이 물살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 없던 크기로 배가 심하게 출렁인다.


“큭, 지독한 해류로군.”

“저 안은 더해.”


스무 척의 배가 모두 안개 안으로 들어온다.

안개는 서로의 위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어졌다. 이를 대비해 모든 배끼리 전부 사슬과 밧줄로 연결해두었다. 이곳은 안개는 물론 특이한 마력의 흐름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어려웠기에 내린 조치였다.


치직, 치지직.


“아아, 다들 문제는 없나?”


나탈리는 내가 알려준 원리로 만든 마공학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 노란 수염 이상 없습니다.

- 얼음 장미 이상 무.

- 검의 여신 이상 없···.

- 그, 그 이름 안 하기로 했잖···!


중간에 잠깐 사소한 트러블이 생긴 것 같았지만, 아무튼 다들 잘 따라오고 있는 듯했다.


“음? 브라더. 안개가 흐려지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자, 안개가 흐려지며 아군의 배가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긴 이르다.


“이제 시작이야. 안개가 흐려졌다는 건, 적들도 우리를 볼 수 있다는 거거든.”


촤아악!


내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기다란 몸을 가진 바다뱀이 나타났다. 길게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와 등에 난 갈퀴 지느러미. 그 바다의 괴물이 흉흉한 이빨을 드러낸다.

우리가 탄 배의 두 배는 되는 듯한 거대한 크기.

문제는 그 뱀이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크기와 형태를 가진 시 서펜트는 눈대중으로 봐도 열 마리는 넘어 보인다.

문제는 그 머릿수가 지금도 하나 둘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시 서펜트다! 모두 전투태세로!”

- 전투태세로!


나탈리의 외침에 모든 배들이 포구를 돌린다.


퍼엉! 퍼엉!


“샤아아아아!”


스무 척의 배에서 쏟아지는 포탄들.

그동안 나의 조언과 나탈리의 제작 능력으로 만든 마탄이 바다뱀을 향해 날아든다.


콰앙! 콰앙!


시 서펜트와 적중하며 터지는 마탄들.

포탄이 날아가며 박히는 1차적인 충격 뒤로 탄두가 터지며 2차 피해를 가한다.

그 효과는 굉장했고, 가장 앞에서 마탄을 집중적으로 맞은 시 서펜트 한 마리의 몸이 무너진다.

시 서펜트가 수면 위에 쓰러진 충격으로 물살이 거세게 출렁인다.


“나탈리! 지금이야.”“알겠다. 브라더!”


나의 신호에 나탈리가 커틀러스를 들고 배끼리 묶여있던 사슬과 로프를 끊어낸다.

이제부턴 단독 행동이다.


“잿빛 머리, 지금 전진한다!”

- 알겠습니다!


나탈리가 무전하자 곧바로 답신이 들려온다.


“대장님이 전진한다! 길을 뚫어라!”

““와아아아!””


한쪽 배에서 누군가 외치자 모든 해적들이 소리치며 우리 앞에 있는 시 서펜트에게 집중포화를 가한다.


콰앙! 콰앙!


끊임없이 들려오는 폭발음과 매캐한 화약 냄새.

그 기세에 시 서펜트들이 연이어 쓰러진다.

잿빛 머리호는 시 서펜트가 쓰러진 자리로 속력을 높인다.


“큭, 브라더···!”


하지만 그보다도 시 서펜트들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욱 빠르다.

계속해서 잿빛 머리호를 가로막는 바다뱀들.


콰앙! 콰앙!


머리에 정통으로 마탄을 맞은 시 서펜트가 눈앞에서 쓰러진다. 그 충격으로 출렁이는 배.

속력을 높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들어가는데도 이렇게 애를 먹다니···!”


나탈리가 으득, 이를 갈았다.

나는 상황을 둘러보며 최대한 빠르게 짱구를 굴린다.

빠져나올 때 쓰려했지만, 비장의 카드 하나를 먼저 꺼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탈리가 들고 있던 무전기를 뺏었다.


“로즈! 쓸어버려!”


무전기에 대고 외친다.

그리고 약 5초간의 정적.


- ···웅.


우우우웅━━━──!


로즈의 대답이 들려오자 하늘에 짙은 안개를 뚫고 찬란한 푸른빛이 쏟아진다.

수십 개의 룬 문자와 획들이 엮이며 거대한 마법진을 이룬다.

노력과는 담을 쌓던 로즈는, 지난번 극지에서 나태함의 업이 얼마나 쓴지 이미 맛보았다.

때문에 로즈는 그날 이후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 결실이 눈앞에 나타난다.

마법진에서 쏟아진 찬란한 빛이 바다뱀 무리의 한가운데 떨어진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솟아나는 얼음 가시의 줄기.

그 가시 돋친 얼음 줄기는 가차 없이 시 서펜트들을 꿰뚫고 찢어발긴다.

수면이 얼어붙으며 자리에 묶여버린 시 서펜트들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렇게 냉혹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피어나는 꽃.

이 세계에서 오직 그녀만이 피워낼 수 있는 그것.


「얼어붙은 장미(Frozen Rose)」


푸른 수정과도 같은 얼음 장미가 완전히 피어나자, 그곳엔 시 서펜트들의 무덤만이 남는다.


“이럴 수가···.”


이 광경을 처음 보는 나탈리는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비록 지난번 극지에서 피웠던 꽃보다는 그 규모가 작지만, 로즈는 이제 혼자서 이 마법을 시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탈리! 지금이야! 녀석들이 다시 모인다!”

“어? 어! 응! 알겠다!”


나의 외침에 정신 차린 나탈리는 배의 속력을 높인다.


“하, 하지만 수면이 얼어붙었는데!”

“괜찮아! 최대한 높여!”

“큭, 난 정말 모른다! 브라더!”

“달려!”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홀로 달리는 우리를 향해, 다시 모여드는 시 서펜트들.

좁혀오는 바다뱀들을 피해 최대한의 속력으로 달린다.

그리고 얼어붙은 수면이 점점 가까워진다.


“로즈!”


쿠구구구구구!


내가 외치자 얼어붙은 수면에 당도하기 직전, 눈앞에 경사진 얼음언덕이 솟아오른다.

배는 그 경사를 타고 위로 솟아오른다.


“꽉 잡아!”

“으앗?! 우아앗!?”


경사를 타고 오르는 배.

경사는 끝났지만, 관성으로 인해 배는 그대로 전진한다.

그렇게, 잿빛 머리호는 하늘을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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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 가짜 신 24.04.05 9 0 14쪽
60 59화. 가짜 신 24.04.04 9 0 12쪽
59 58화. 가짜 신 24.04.03 15 0 13쪽
» 57화. 가짜 신 24.04.02 13 0 12쪽
57 56화. 해적 소탕 24.04.01 15 0 13쪽
56 55화. 해적 소탕 24.03.31 12 0 13쪽
55 54화. 해적 소탕 24.03.31 14 0 12쪽
54 53화. 어비스 24.03.30 13 1 12쪽
53 52화. 어비스 24.03.30 12 1 12쪽
52 51화. 어비스 24.03.29 16 1 14쪽
51 50화. 어비스 24.03.28 11 1 12쪽
50 49화. 어비스 24.03.27 13 1 15쪽
49 48화. 어비스 24.03.26 13 1 16쪽
48 47화. 나를 죽여줘 24.03.25 15 0 13쪽
47 46. 나를 죽여줘 24.03.24 14 1 13쪽
46 45. 나를 죽여줘 24.03.24 16 1 15쪽
45 45. 나를 죽여줘 24.03.23 18 1 12쪽
44 44. 폭풍 날개 용병단 24.03.23 19 1 14쪽
43 43. 폭풍날개 용병단 24.03.22 17 1 13쪽
42 42. 얼어붙은 장미 24.03.21 17 2 13쪽
41 41. 얼어붙은 장미 24.03.20 16 1 12쪽
40 40. 얼어붙은 장미 24.03.19 17 1 13쪽
39 39. 얼어붙은 장미 24.03.18 19 1 19쪽
38 38.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7 18 1 12쪽
37 37.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7 20 1 17쪽
36 36.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6 21 1 14쪽
35 35. 미인의 계략 24.03.16 23 1 13쪽
34 34. 미인의 계략 24.03.15 2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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