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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탕 님의 서재입니다.

자수성가 했는데 빙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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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탕
작품등록일 :
2024.02.21 15:08
최근연재일 :
2024.04.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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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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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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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해적 소탕

DUMMY

#054화






거대한 타원형의 형태를 하고 있는 대륙 ‘에데니아’의 상반부는 모두 헤렌디아의 영토다.

그 동남쪽엔 야만 전사들이 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대 부족국가 파락투가, 남서쪽엔 숲과 요정족이 살아가는 루테란이 위치한다.

그리고 그 루테란의 국경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오면 조그만 어촌마을이 존재한다.

그곳의 어부 페드로는 씁쓸한 마음으로 마을 주점에서 싸구려 에일을 들이키는 중이었다.


“크흐, 이 망할 놈들의 해적들 때문에 며칠째 일을 못하고 있다고! 우리 토끼 같은 자식들과 호랑이 같은 마누라가 다 굶어 죽게 생겼어!”

“하지만 페드로, 지금 바다로 나갔다간 바로 죽는다고. 얼마 전에 루크도 억지로 배를 끌고 나갔다가 결국 못 돌아오지 않았나.”


주점 주인 필립은 연신 씩씩거리며 에일을 원샷하는 페드로를 다독였다.


“아이론포트의 해군들에게 밀려나 쪽도 못쓰니까 괜히 이곳으로 내려와 행패를 부리는 것 아닌가! 별 대단치도 않은 주제에 우리 같은 어촌 어부들에게 뭐 뜯어먹을 게 있다고!”


쾅! 페드로는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에데니아 대륙의 북서쪽엔 거대한 섬이 하나 존재한다.

그 섬은 여왕이 다스리는 항구국가 아이론포트의 영토.

아이론포트는 사면이 바다인 섬나라인만큼 해군이 강력했다.

그에 더해 다른 해적들에게 밀려난 떨거지들이 이곳 헤렌디아의 서해로 내려와 행패를 부리는 것이다.


“경비대장도 수도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지 않았나, 조금만 더 기다려보게.”

“하! 그 잘난 수도에서 이런 외진 어촌 마을에 무슨 신경을 쓰겠나!”


주점 주인 필립은 페드로의 말에 멋쩍게 웃었다. 그 역시 수도에서 이런 변경 마을에 신경 쓸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다니는 용병단이 루테란 쪽으로 오고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렇다면 이곳을 지날 수도 않겠나?”


어촌마을이라 해도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필립은 그나마 이 마을 내에서 새로운 소식에 가장 빠른 사람이었다. 최근 루테란을 경유하는 웬 여행자들이 하는 말을 떠올린 것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건가, 필립. 용병들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 용병이란 족속들은 돈만 보고 움직이는 속물들이라네! 쓸데없이 약탈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페드로는 필립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흥, 차라리 모험가들이 해적들을 소탕해 준다는 말이 더 그럴싸하겠구만.”

“아, 그러고 보니 두어 달 전에 갑자기 나타난 모험가들이 산적과 도적떼들을 소탕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긴 하네. 아마 여자 마법사와 검사, 남자 음유시인으로 된 파티라지? 실력이 꽤 뛰어나다 그러더군.”

“뭐야? 그 해괴한 조합은?”


딸랑.


그때, 주점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허리춤에 검을 찬 여자와 지팡이를 든 작은 체구의 여자 한 명, 그리고 악기를 맨 남자 한 명이었다.


“저기, 혹시 여기 페드로라는 분 있나요? 여기서 제일 배가 많은 분이래서 찾아왔는데.”

“난데, 무슨 일이요?”

“아, 배 하나만 쓰려고요.”

“배? 이런 깡촌 어부가 쓰는 배에는 왜? 괜한 생각 마시오. 요즘 이 부근에 해적들이 기승이라 배 타고 나갔다간 살해당하기 십상이니.”


페드로의 말에 악기를 든 남자가 씨익 웃었다.


“그 해적, 저희가 다 잡아드리죠.”


풉, 페드로가 마시던 에일을 뿜는다.


“지, 지금 그게 뭔 소리요?”

“말 그대로요. 이 부근에서 행패 부리는 해적들, 다 잡아주겠다는 말이에요. 대신 뱃삯은 그걸로 퉁치죠.”


페드로는 세 모험가의 행색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저, 저 필립?”

“드, 듣고 있네, 페드로.”

“방금 산적 떼를 소탕하고 다닌다던 모험가 파티가 여, 여마법사랑 또 뭐?”

“여검사에 남자 음유시인···.”


이 허술해 보이는 모험가들이 해적 소탕이냐며 비웃을 수도 있는 페드로겠지만, 소문과 딱 일치하는 조합의 그들.

산적을 소탕하며 다녔다는 모험가처럼 이들 또한 해적을 소탕하겠다 나선다.

우연이 반복되면 그것이 우연인가?

페드로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들만이 이 지긋지긋한 백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다고···!


“가, 가져가십쇼!”


***


그렇게, 나룻배를 하나 구한 우리들은 노를 저으며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이든님, 노 젓는 건 제가 해도 되는데요···.”

“어허! 괜찮아, 괜찮아. 운동한다고 생각하면 돼.”


이 노 젓기는 노를 잡는 상체는 물론 하체까지 자극을 주는 전신 운동이다. 로잉머신을 돌린다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노를 젓는다.


“오오···!”


태어나서 바다를 구경해 보기는커녕 배도 처음 타는 로즈는 아까부터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며 연신 감탄을 쏟아내는 중이다.


“저는 루테란으로 가신다기에 당연히 국경을 넘을 줄 알았어요.”

“물론 그래도 되지. 국경을 통과하는 건 모험가 자격증으로도 충분하니까.”


일전 발급받은 모험가 자격증의 내 이름은 ‘이든 라스테일’이 아니라 ‘크리스’로 되어있다.

그렇기에 내 정체를 밝히지 않고 국경을 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바다로 가려고 하시는 거예요? 해적 소탕은 또 뭐구요?”

“그냥 들르고 싶은 데가 있어서? 해적은··· 뭐, 소탕이라기보단 필요한 사람이 있지.”


나와 로즈, 유리는 수도를 빠져나온 이후 쭉 남서쪽으로 내려왔다. 그동안 모험가 길드에서 산적이나 도적 떼 소탕 의뢰를 해결하며 돈을 벌었다.

몬스터 사냥도 물론 돈이 되지만, 산적이나 도적들은 의뢰금은 물론이고 놈들이 약탈한 보물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물론 라스테일을 나올 때 충분한 생활비를 가지고 나오긴 했지만, 미리 벌어둬서 나쁠 건 없었다.

들고 다닐 짐과 보물들은 로즈의 아공간 마법에 보관해 둔 상태였다.

아무튼 덕분에 그 과정에서 우리의 모험가 등급은 A급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이 정도면 길드를 통해 들어오는 의뢰 대부분을 맡을 수 있는 수준이다.


“로즈, 아공간에 있는 보물들을 조금만 꺼내볼래?”

“보물?”

“응, 물고기를 잡으려면 미끼가 필요한 법이지.”


로즈는 내 말에 지팡이를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검은 구멍이 열리더니 산적들에게 빼앗은 보물과 금화 보따리가 한아름 떨어져 나왔다.


“미끼, 완료.”

“좋아, 좋아.”


마침 저 멀리 커다란 배 한 척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쪽으로 열심히 노를 저어갔다.

잠시 후, 커다란 배에서 사람들이 몇 척의 작은 배를 내려 이쪽으로 다가왔다.

자주 해본 솜씨인지 우리의 나룻배를 포위하는 놈들.

녀석들은 하나같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아이고오! 이런! 해적이라니! 우린 다 죽었다아!”

“아이고. 무서워.”

“로즈, 좀 더 진심을 담아서 해봐!”

“꺄악···! 해적이다~!”

유리 너마저!


“우린 그 무시무시한 나탈리 해적단이다! 순순히 따라온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하지만 멍청한 해적 놈들은 다행히 로즈와 유리의 발연기에도 껌뻑 속아 넘어간 듯했다.


“이 연기에도 속다니···.”

“거짓말, 나빠.”

“저, 저는 좀 괜찮지 않았어요?.”


다행히 놈들은 우리가 속닥거리는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미끼가 있었으니까.


“형님, 이놈들 배 좀 보십쇼! 웬 금은보화가 한가득입니다!”

“하하하! 이게 무슨 횡재냐! 선장님께서 좋아하시겠어!”

“아이고! 이 보물들은 전부 가져가세요! 저, 저희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하하하! 말이 잘 통하는 녀석들이군! 어서 이 배를 통째로 끌어라!”


그렇게, 우리는 녀석들에게 이끌려 해적선으로 잡혀오게 되었다.

널찍한 갑판 위에 팔을 묶인 채 무릎 꿇려있는 우리들.

해적들은 우리들 앞에서 보따리 안의 보물들을 살피며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뭐가 이리 소란이냐!”


그때, 선실로 들어가는 안쪽에서 호탕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등장하는 한 여성.

검은 머리카락 위로 해적모를 쓰고 검은 코트를 입은 훤칠한 키의 여성이 걸어 나온다.


“나탈리 선장님! 이것 좀 보십쇼! 이 놈들 이만한 보물이 든 보따리를 들고 나룻배를 타고 있었습니다.”

“으음?”


상당히 기가 세 보이는 선장, 나탈리는 붉은색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인상을 쓴다.


“분명 이 보물들을 들고 밀항을 하려던 놈들일 겁니다.”

“밀하앙? 이 멍청아! 세상에 어떤 멍청한 놈들이 보물을 대놓고 보여주면서 밀항을 하냐!”


쾅!


“크아악!”


나탈리는 주먹으로 해적단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히죽 웃었다. 이 근방 해적들을 모두 쓸어버리면서 찾아다니려 했는데, 운이 좋게도 그녀를 한 번에 찾은 것이다.


“네 놈들, 수상한데? 목적이 뭐지?”


나탈리는 팔짱을 끼며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인물 정보

<나탈리 아이로니아>

◇ 인간 24세 여 해적

◇ 특성 : [사격 특화] [바다의 축복] [기계공학의 달인]


나름 준수한 특성을 갖고 있는 해적 ‘나탈리’.

그녀는 게임 플레이 시 헤렌디아의 서해를 돌아다니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네임드 캐릭터다.

나탈리는 기본적으로 해적이기에 악역 취급을 받으며 플레이어의 경험치가 되지만, 사실 그녀에겐 여러 가지 비밀이 있다.


“로즈! 가자!”

“웅!”


투둑!


로즈는 마법으로 얼음을 소환해 우리를 구속한 로프를 잘라낸다.


“뭣이?!”


나탈리가 놀라 당황하는 사이, 로즈가 두 번째 마법을 시전 한다.

해적들이 그 모습을 보고 뒤늦게 달려들었다.


“이, 이놈들이!”


대앵!


달려드는 해적들에게 불협화음을 날린다. 그간 산적과 도적들을 수없이 소탕하며 나도 약간은 성장했다. 그 결과 날 향해 달려들던 해적은 불협화음 단 한방에 기절해 버렸다.


따악! 따악!


유리는 검을 검집에 채운 채로 해적단들을 깔끔하게 기절시키고 있었다. 검집 채로 싸우는 데도 유리는 날렵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영창을 끝낸 로즈가 지팡이를 든다. 하지만 나탈리가 어느새 허리춤에서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은색 쌍권총을 꺼내 로즈를 겨눴다.


“그렇게는 안되지!”


내가 나탈리의 권총을 향해 불협화음을 날렸다.


“큭!”


나탈리는 총을 쏘지도 못하고 내 불협화음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굴렀다.

그 사이 로즈의 마법이 발현된다.


콰과과과과가!


강력한 냉기가 소용돌이치며 해적선 주변의 수면을 순식간에 얼려버린다.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버린 해적선은 이미 곳곳에 서리가 끼고 고드름이 생겼다.


“어어어어어어···.”


해적들은 온몸이 얼어붙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그것은 나탈리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펑!


온몸이 얼어붙은 와중에도 초인적인 의지로 품 안에서 기계장치를 꺼내더니 스위치를 누른다.

그러자 기계 안에서 붉은색 마력이 흘러나오더니 얼어붙은 나탈리의 몸을 녹이기 시작한다.


“하, 마법사였나?! 하지만 이 해적의 여제, 나탈리를 무시하지 마라!”


자칭 해적의 여제라고 외친 나탈리는 다시 권총 두 자루를 로즈에게 겨눴다.


“잠깐!”


나의 외침에 나탈리가 행동을 멈춘다.


“뭐지?”

“나랑 거래 하나 하자. ‘바다의 딸’.”


나의 말에 나탈리의 붉은 입술 한쪽이 씩 올라간다.


“네 녀석들, 내게 일부러 접근했군.”

“맞아.”

“시답잖은 일이면 네놈들 머리에 다 바람구멍을 내줄 테다, 영악한 육지의 애송이들.”

“별건 아니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거든? 거기 좀 같이 가달라고.”

“거기가 어디지?”


나탈리의 물음에 나는 씩 웃었다.


“심연의 소용돌이 섬.”

“미쳤군.”

“응, 알아. 대신에 우린 너를 도와 이 일대의 해적들을 싹 평정해 주지. 어때?”


하지만 나탈리는 내 말에 오히려 코웃음을 쳤다.


“흥! 난 그딴 건 바라지도 않아. 그걸 위해 그 죽음의 섬에 가라니 가당치도 않다!”

“그럼 이건 어때?”


나는 나탈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나탈리는 내게 권총을 겨누며 견제한다.


“아이론포트에 다시 입성할 수 있게 해 주지.”


나의 말에 나탈리의 표정이 굳는다.


“네 놈, 내 정체를 아나?”

“그럼. 반역에 쫓겨난 아이론포트의 마지막 황족. 잊혀진 황녀, 나탈리 아이로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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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 가짜 신 24.04.05 7 0 14쪽
60 59화. 가짜 신 24.04.04 8 0 12쪽
59 58화. 가짜 신 24.04.03 12 0 13쪽
58 57화. 가짜 신 24.04.02 12 0 12쪽
57 56화. 해적 소탕 24.04.01 14 0 13쪽
56 55화. 해적 소탕 24.03.31 11 0 13쪽
» 54화. 해적 소탕 24.03.31 13 0 12쪽
54 53화. 어비스 24.03.30 12 1 12쪽
53 52화. 어비스 24.03.30 12 1 12쪽
52 51화. 어비스 24.03.29 16 1 14쪽
51 50화. 어비스 24.03.28 11 1 12쪽
50 49화. 어비스 24.03.27 12 1 15쪽
49 48화. 어비스 24.03.26 12 1 16쪽
48 47화. 나를 죽여줘 24.03.25 13 0 13쪽
47 46. 나를 죽여줘 24.03.24 12 1 13쪽
46 45. 나를 죽여줘 24.03.24 16 1 15쪽
45 45. 나를 죽여줘 24.03.23 18 1 12쪽
44 44. 폭풍 날개 용병단 24.03.23 16 1 14쪽
43 43. 폭풍날개 용병단 24.03.22 16 1 13쪽
42 42. 얼어붙은 장미 24.03.21 16 2 13쪽
41 41. 얼어붙은 장미 24.03.20 16 1 12쪽
40 40. 얼어붙은 장미 24.03.19 15 1 13쪽
39 39. 얼어붙은 장미 24.03.18 19 1 19쪽
38 38.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7 17 1 12쪽
37 37.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7 18 1 17쪽
36 36.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6 20 1 14쪽
35 35. 미인의 계략 24.03.16 22 1 13쪽
34 34. 미인의 계략 24.03.15 2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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