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돌탕 님의 서재입니다.

자수성가 했는데 빙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돌탕
작품등록일 :
2024.02.21 15:08
최근연재일 :
2024.04.06 21:0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127
추천수 :
68
글자수 :
383,067

작성
24.03.30 09:00
조회
11
추천
1
글자
12쪽

52화. 어비스

DUMMY

#052화






“히힛, 히히힛, 내가 너를 전적으로 믿을 생각은 하지 마라, 이든 라스테일. 네 놈이 모략에 뛰어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


어비스의 수장 크라울리.

겉보기엔 탁한 눈의 광인이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미치광이 같은 이 남자는 보기보다 의심 많은 모사꾼이다.

지금껏 나를 관찰해 왔으니,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까지 모두 파악되어 있겠지.


“히힛, 네 놈이 열쇠의 위치를 모른다는 말도 신뢰할 수 없다. 히히힛.”


그렇게 말한 크로울리는 내 머리를 향해 손을 뻗는다.

녀석의 쭈글쭈글한 손에 머리를 피해 보지만 묶여있는 몸이라 피할 수가 없다.


“히힛, 히히힛, 네 머리를 헤집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지.”


예디드야가 남긴 마도서, 레메게톤 다섯 권 중 세 권을 갖고 있는 놈이다.

레메게톤은 소지자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해 주는 그리므와르.

게다가 그 세 권의 해독을 모두 마친 크로울리는 이 세계의 흑마법사 중 단연 최강이다.

툭, 놈의 손가락이 내 이마에 닿는다.

그러자 내 머릿속에 알 수 없는 기운이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도 상대방의 기억을 읽는 흑마술일 터.

그 상황을 보는 제노스 역시 특유의 여유 있는 태도를 잃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오만한 계명성의 가면]이 [정신 간섭]에 저항합니다.」


“응?”


크로울리는 안 그래도 튀어나올 정도로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며 고개를 기괴하게 꺾는다.


“응? 응? 응? 응? 뭐지? 뭐지? 뭐지뭐지뭐지?”


특성 [오만한 계명성의 가면]이 크로울리의 정신 마법을 튕겨낸 것이다.

크로울리는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한 듯 목과 턱을 벅벅 긁어댔다.


“네놈, 네놈네놈네놈!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미안한데, 예언자의 머릿속을 쉽게 들어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


고장 난 크로울리를 보며 비웃는 와중 미간이 간지럽다. 아마도 식은땀이 흐르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크로울리는 대륙 최강의 흑마법사.

[오만한 계명성의 가면] 특성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조차도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 설마 싶었던 것이다.

크로울리는 내 이마에 다시 손을 뻗는다.

하지만 번번이 [오만한 계명성의 가면]은 놈의 정신간섭을 튕겨낸다.


“흐음, 흐음흐음흐음, 네놈, 믿는 구석이 있었군···.”


하지만 크로울리는 얼굴을 기괴하게 일그러뜨리며 씨익 웃는다.


“히힛, 히히힛! 정신이 안된다면, 다른 방법이 있지.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네가 고문을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군?”


이제 올 것이 왔다. 크로울리가 말하자 다른 검은 로브를 쓴 어비스의 일원이 내게 단검을 보이며 다가온다.


“야, 야야야! 나 진짜 모른다니까!”

“곧 알게 될 거다, 히히히히힛”


단검을 든 놈이 내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더니 손톱 밑에 칼날을 들이댄다.


“말할게! 말할게! 잠깐만!”


나의 외침에 단검을 든 놈이 멈춘다.

크로울리는 내 모습을 보며 킥킥 웃어댔다.


“좋아, 좋아좋아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레메게톤의 위치는 어디 있지?”


나는 심호흡을 하며 잠시 제노스를 바라본다.


“레메게톤의 위치는···.”

“침입자입니다! 웬 여자 검사와 마법사가 동굴 입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때, 누군가 안쪽으로 뛰어오며 외친다.

여자 검사와 마법사라면 필시 유리와 로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공학 원판이 깨지기는 했지만, 내겐 맥라렌이 있다.

사역마와 주인은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나는 맥라렌이 내가 있는 곳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계속해서 시간을 끈 것이었다.


“이익, 이이이이이익! 중요한 순간에! 누구지누구지누구지?!”


크로울리는 어지간히도 애가 탔는지 길길이 날뛴다.


“더이상, 더이상더이상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 침입자 놈들은 내가 직접 죽여버리겠다아아아아!”


크로울리가 씩씩대며 동굴 바깥쪽으로 나선다. 그러자 다른 어비스의 일원들도 크로울리를 뒤따른다.


“흐음, 크로울리님. 저는 이든을 지키고 있도록 할까요? 또 무슨 술수를 쓸지 모르니까요?”

“그러도록 하세요, 제노스!”


제노스는 씨익 웃으며 나가는 크로울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내 쪽으로 뒤돌아보는 제노스.

연신 싱글벙글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것 같은 살벌한 표정이다.


“드디어 단 둘만 남았네요, 이든 라스테일.”

“흥, 뭐야? 혹시 그쪽 취향이야?”

“모른 척하시긴 가요? 크로울리 몰래 뜨거운 눈빛을 보내시던데···.”


나는 제노스를 보며 씩 웃었다.

지금껏 제노스와 단둘이 있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다행히 놈은 내 뜨거운(?) 시선을 눈치챘고, 의도를 알아차렸다.


“나는 두 레메게톤이 어디 있는지 알아, 제노스. 아니, 아나니라고 불러야 하나?”


팟!


제노스는 들고 있던 얇은 스태프로 내 목을 겨눈다.

나는 묶여있고, 놈은 언제든 나를 죽일 수 있다.


“말을 잘해야 할 거라구요?”


살벌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제노스.

오랜 기간 동안 인간들을 다스렸던 에디드야는 타락했던 자신을 후회하며, 악마들을 무저갱에 봉인했다.

그 일로 생명을 다한 에디드야는 죽게 되고, 레메게톤이라는 마도서만이 남았다.

에디드야의 자손들은 에디드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죽고 죽였으며, 보금자리를 떠나 새로운 왕국을 세웠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던 레메게톤은 그 과정에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각 자손들은 자신이 가진 레메게톤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세대가 바뀌며 레메게톤의 전설은 점점 잊혀져갔고, 그 존재를 아는 사람도 사라진다.

하지만 그 긴 역사 속에서 여전히 레메게톤의 전설을 잊지 않고, 그 역할을 대대로 이어오던 자손이 있었다.

에디드야의 후손들 중, 가장 선하며 에디드야의 유지를 잊지 않고 이어오던 그들에겐 네 번째 열쇠인 ‘아르스 알마델(Ars Amadel)’이 대물림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후손인 ‘아나니’.

평화롭게 그 역할을 수행하던 아나니의 가족들이 살던 마을은 어느 날 검은 옷을 입은 괴한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


‘바로 ‘어비스’의 습격.’


아나니의 부모는 그에게 아르스 알마델을 맡기고 집 안의 비밀 창고에 그를 숨긴다.

그러나 그 부모님은 어비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자신의 집에서 두 부모의 처절한 비명을 들으며 공포에 떨던 아나니.

그가 창고 밖으로 나왔을 때, 마을의 광경은 처참했다.

살아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

아나니는 그날부터 복수의 칼을 갈았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제노스’로 바꾸고 어비스를 추적했다.

그 후 자신의 부모를 추궁하며 살해하던 크로울리의 신뢰를 사는 데 성공하고, 어비스의 간부까지 오르게 되는 것이다.


“아르스 알마델은 너에게 있지. 아마도 네 본체와 함께 말이야.”

“헤에, 하고 싶은 말이 뭘까요? 설마 자살하고 싶어서 혓바닥을 휘두르는 건 아닐 테고 말이죠?”

“나랑 거래 하나 하자. 어차피 여기 잡혀 있어 봐야 나는 크로울리에게 고문당할게 뻔해. 그렇게 되면 네 비밀이 밝혀지는 것도 시간문제지. 그건 너도 바라지 않잖아?”

“거래라, 일단 들어나 볼까요?”


나는 제노스에게 나의 거래내용을 말했다.

제노스는 나의 제안을 듣고 한참 생각에 빠진듯했다.

그리고···.


“역시, 당신은 그냥 죽는 게 낫겠네요.”


제노스의 스태프가 나의 목을 꿰뚫었다.


***


“그워어어어어!”


콰과과과과!


어느새 해가 떠 밝아진 동굴 앞.

거대한 얼음 골렘이 괴성을 지르며 동굴 앞을 지키는 어비스 일당에게 주먹을 내지른다.

순식간에 십 수명이 휩쓸린다.

어비스의 일원들은 골렘 뒤에서 지팡이를 흔들고 있는 한 여자를 향해 뛰어든다.

제 아무리 강력한 마법사라도, 근접전엔 취약할 터.

골렘은 무시하고 시전자를 공략하기로 한다.

그러나···.


촤악!


갑자기 튀어나온 한 검사에게 몸이 동강나버린다.


“큭, 대체 언제!”

“맥라렌, 이 동굴 안에 이든님이 계신 게 맞나요?!”

“히히힝!”


로즈에게 달려드는 괴한들을 베어낸 유리의 질문에, 풀 숲에 숨어있는 맥라렌이 얼굴만 내민 채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로즈님! 최대한 빠르게 돌파하죠!”

“응, 알겠어.”


유리의 외침에 로즈가 지팡이를 더욱 크게 치켜드는 순간이었다.


“네놈들네놈들네놈들네놈들네놈들!”


그와 동시에 동굴 안으로부터 무수하게 많은 검은 마력의 탄환이 날아든다.


투두두두두두두!


검은 마력의 탄환은 얼음 골렘의 온몸을 꿰뚫는다.


“흣!”


갑자기 쑥 빠져나가는 마력에 로즈가 잠시 휘청인다.

마력 탄환에 온몸이 벌집처럼 쑤셔진 얼음 골렘은 제 기능을 잃고 무너져 내린다.


“뭐지?”


동굴 안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온다.

속이 텅 빈 반 대머리에 튀어나올 정도로 큰 눈알.

어비스의 수장, 크로울리였다.


“내 일을 방해하지마라아아아아아아앍!”


이번엔 크로울리가 허공에 손을 휘젓자, 죽은 자객들의 피가 허공에 떠오른다.

피들은 한데 뭉쳐지더니 거대한 낫의 형상으로 변한다.


“유리, 저 남자, 강해. 조심.”

“네!”


로즈를 향해 날아드는 피의 낫.

유리는 로즈의 앞으로 뛰어들어 피의 낫을 쳐낸다.


카앙!


“꺄악!”


낫을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유리는 그 반동으로 튕겨져 나간다.

간신히 낙법을 취하며 착지하는 유리.

하지만,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로즈는 공격 준비를 마친다.

로즈의 주변을 가득 매운 수십 개의 고드름 창(Icicle Lance).

날카로운 가시와도 같은 창이 노래는 표적은 단 하나, 흑마법사 크로울리다.

로즈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얼음의 창은 크로울리를 향해 탄환처럼 쏘아진다.


“흥, 흥, 흥! 의미 없는 짓이야!”


자신에게 날아오는 얼음 창을 보며, 크로울리가 땅바닥을 짚는다.


쿠구구구구구!


그러자 죽은 어비스 일원들의 시체에서 수많은 뼈가 뽑혀 나온다. 그 뼈들은 크로울리 앞에서 한데 뭉쳐 거대한 골벽을 이룬다.


투두두두두!


허무하게 뼈의 벽에 막혀버리는 얼음 창.

그리고,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붉은 거미, 카샤.

그녀는 어비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던 중, 맥라렌을 타고 어디론가 향해 달리던 로즈와 유리를 발견한다.

카샤는 유리와 로즈를 따라왔고, 결국 이든이 잡혀있는 곳까지 당도한 것이다.

크로울리를 유심히 바라보는 카샤.

황제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크로울리는 강자였다.

아무리 카샤가 마법사를 상대로 강하다지만 유리, 로즈와 힘을 합쳐 셋이 상대한다 해도 그를 이길 수 없다.

카샤는 결국 혼자 움직이기로 했다.

이든을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

그리고 물어야 했다.

죽은 줄 알았던 동생, 피오나가 어디 있는지.

카샤는 [기척 차단] 특성을 발동한다. 이 특성이 발동되면, 그 황제도 아주 잠깐은 자신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렇게 카샤는 기척을 숨긴 채 동굴 안으로 재빠르게 숨어들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몸을 숨긴 채 안으로 들어가는 카샤.

[신속] 특성으로 빠르게 달리지만, [기척 차단]으로 인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카샤는 강력한 기운에 더욱 숨을 죽이며 천천히 다가간다.


“━━──!”


카샤의 눈이 부릅떠진다.

그곳에서는 어젯밤 자신이 상대했던 보라색 머리의 남자, 제노스가 서있다.

뚝, 뚝, 흘러내리는 피.

제노스가 무기로 쓰던 가느다란 스태프 끝은, 핏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그의 스태프는, 의자에 묶여 있던 이든 라스테일의 목의 정중앙을 꿰뚫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자수성가 했는데 빙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기타로 멸망 뿌수기] -> [자수성가 했는데 빙의함] 로 제목 변경되었습니다 24.03.05 9 0 -
62 61화. 가짜 신 24.04.06 7 1 13쪽
61 60. 가짜 신 24.04.05 7 0 14쪽
60 59화. 가짜 신 24.04.04 8 0 12쪽
59 58화. 가짜 신 24.04.03 12 0 13쪽
58 57화. 가짜 신 24.04.02 12 0 12쪽
57 56화. 해적 소탕 24.04.01 14 0 13쪽
56 55화. 해적 소탕 24.03.31 11 0 13쪽
55 54화. 해적 소탕 24.03.31 12 0 12쪽
54 53화. 어비스 24.03.30 12 1 12쪽
» 52화. 어비스 24.03.30 12 1 12쪽
52 51화. 어비스 24.03.29 16 1 14쪽
51 50화. 어비스 24.03.28 11 1 12쪽
50 49화. 어비스 24.03.27 12 1 15쪽
49 48화. 어비스 24.03.26 12 1 16쪽
48 47화. 나를 죽여줘 24.03.25 13 0 13쪽
47 46. 나를 죽여줘 24.03.24 12 1 13쪽
46 45. 나를 죽여줘 24.03.24 16 1 15쪽
45 45. 나를 죽여줘 24.03.23 18 1 12쪽
44 44. 폭풍 날개 용병단 24.03.23 16 1 14쪽
43 43. 폭풍날개 용병단 24.03.22 16 1 13쪽
42 42. 얼어붙은 장미 24.03.21 16 2 13쪽
41 41. 얼어붙은 장미 24.03.20 16 1 12쪽
40 40. 얼어붙은 장미 24.03.19 15 1 13쪽
39 39. 얼어붙은 장미 24.03.18 19 1 19쪽
38 38.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7 17 1 12쪽
37 37.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7 17 1 17쪽
36 36. 얼어붙은 꽃봉오리 24.03.16 20 1 14쪽
35 35. 미인의 계략 24.03.16 22 1 13쪽
34 34. 미인의 계략 24.03.15 21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