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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430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27 06:00
조회
521
추천
7
글자
12쪽

저주1

DUMMY

“오스카... 마법을 쓴 것이냐? “

“네 아버님. “

“한결 편안하구나. “


아벨은 희미하지만 미소를 지었다.


“브루노. “

“네 도련님. “

“아버님의 상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해. 그리고 빈 방을 몇 개 준비해줘. 아버님을 오늘 밤에 옮겨야겠어. “

오스카는 아벨의 방에서 나와 곧장 공작부인 칼리를 알현하기 위해 티룸으로 찾아갔다.

서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으나 최소 한번, 문안인사는 드려야 했다.

오스카는 온통 황금과 붉은 벨벳으로 장식된 티룸의 문을 보며 환멸을 느꼈다.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는 것은 여전하군.

오스카가 티룸 앞의 수행기사에게 눈짓을 하자 수행기사가 오스카의 방문을 알렸다.


“들어와. “


문이 열리고 오스카가 티룸 안으로 들어섰다. 티룸에는 오스카보다 늦게 도착한 스텔라와 에이스가 함께 있었다.


“늦었구나. 나에게 인사하러 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나 보지? “

“아버님을 뵙고 왔습니다.”

“그래, 그 아버님이 너는 쫓아내지 않으셨나 보지? 방에 들어가기만 하면 고함을 치시고 손짓으로 나가라고만 하시니까. “


거짓말.

스텔라와 에이스는 아벨에게 문안인사도 올리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만약 그를 보았다면 그의 상태가 고함을 칠 정도는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이만 나가봐도 되겠습니까? “

“그러렴. 어서 나가봐.”


세 사람은 나가는 오스카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형식적으로나마 인사를 나누었으니 이제 아카데미에 돌아갈 때까지 오스카는 그들을 굳이 보지 않아도 되었다.


오스카는 그 이후 아벨을 간호할 방을 점검했다.

일단 별채에는 환자를 절대 들일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들어오는 사람의 기운이 사라지는 곳인데 환자가 들어온다면 어찌 될지 알 수 없었다.

본관에는 빈 방이 많았다. 그러나 스텔라와 에이스, 공작부인 그리고 길버트의 시선에 걸리지 않으면서 공작부인이 직접 고용한 하인들의 동선이 닿지 않는 곳이어야 했다.

그러자 사용할 수 있는 방의 개수는 세 가지로 줄어들었다.


“이 중 햇빛이 가장 잘 드는 방은 어디지? “

“이 방입니다. “


브루노가 방의 위치가 그려진 종이의 한 곳을 가리켰다.


“한번 가 보도록 하지. “


오스카는 브루노와 함께 도어 마법진으로 건너갔다. 먼지가 조금 쌓여있었지만 물건이 별로 없어 금방 청소가 가능할 것이었다.


“이 방은 들킬 염려는 없겠지? “

“밖에 물건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아주 좋네. “


오스카는 브루노와 함께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브루노는 한사코 자신이 하겠다며 오스카를 만류했다.


“윈드. “


오스카는 윈드의 마법을 이용하여 먼지를 창밖으로 날려버렸다. 브루노는 조금 놀란 눈치였으나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오스카는 저녁을 먹은 뒤 브루노와 함께 아벨의 방에서 밀담을 나누었다. 오스카를 감시하는 눈은 많았지만 아벨의 방에 들어가는 것까지 감시하지는 않았다.

가주의 방이라면 원래 같았으면 몹시도 분주하고 하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겠지만 아벨이 아픈 뒤로는 이렇게 조용한 곳도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주 아벨의 방은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에 최적의 장소가 되었다.

오스카는 간이침대에 불편하게 누워 있는 아벨을 보았다. 그는 눈에 띄게 회복하여 상체를 반쯤 일으킬 정도가 되었다.


“그럼 지금 옮겨드리도록 하지. “


오스카는 도어 마법진을 불러냈다.


우선 아벨과 브루노가 먼저 마법진 안에 들어가고 오스카가 뒤를 따랐다.

아벨은 작고 아늑한 작은 침대에 눕혀졌다. 이전의 화려하고 커다란 침대는 아니었지만 간이침대보단 훨씬 편안했다.


“고맙다 오스카.”

“어서 쾌차하세요. “


오스카는 브루노에게 이야기했다.


“음식이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나와 라비아를 통해 옮기도록 해. “


라비아는 완전히 기운을 차리고 간단한 소일거리를 시작했다. 그도 어쨌거나 하인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하인들이 꺼리는 가운데 라비아가 가주의 간병을 맡는다고 하자 다들 내심 기뻐하는 눈치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도련님. “


그 뒤로 며칠간 아벨은 눈에 띄게 회복을 하였다.

침대를 바꾼 뒤로 몸이 허약해지지도 않았고 오스카가 넣어 준 마나와 올리버의 물약이 몸속을 돌며 아벨이 가지고 있던 신체능력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벨은 이제 전성기 때 못지않은 체력을 갖게 되었다.


공작부인과 하인들은 처음에는 오스카가 브루노와 자주 만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스카는 아벨의 방에 갈 때 말고는 굳이 본관에 오지 않았으니까. 오스카가 별채에서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그건 그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공작부인 칼리도 한 달 가까이나 아벨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모를 수는 없었다.


어느 날, 오스카는 별채 앞의 정원에서 윈드와 함께 산책 중이었다.


“아빠, 나 숨어야 해. “


윈드는 갑자기 바람으로 변했다. 오스카는 곧바로 사람들의 무리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우르르 몰려올 일은 하나밖에 없지.‘


드디어 공작부인이 아벨이 사라졌음을 눈치챈 것이다.


‘이제야...‘


오스카는 속으로 한심해하며 차를 마셨다. 멀리서부터 칼리와 스텔라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오스카의 가까이 올 때까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몇 되지 않는 수행기사와 더글러스 일원들이 좁은 정원의 길을 꽉 채웠다.


"오스카."


칼리의 앞으로 나선 수행기사들이 오스카를 에워쌌다.


"공작부인께서 여기엔 어쩐 일이시죠?"

"상황 파악 안 되냐? 이미 다 알고 온 거야."


칼리 대신 스텔라가 소리쳤다.


"무슨 상황?"

"네가 아버지를 숨겼잖아?"

"내가? 무슨 이유로? “


스텔라는 기막혀하며 혀를 찼다.


"지원금이 끊겼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해코지했겠지."

"글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너도 알다시피 내 저택은 잘 유지되고 있잖아."

"그런..."


오스카의 저택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스텔라는 할 말이 없어지자 입술을 짓씹었다.

스텔라의 말문이 막히자 이번엔 칼리가 나섰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니. 가주 전하께서 사라졌다는 게 중요하지. 어떻게 한 거니, 오스카?"

"저야 말로 묻고 싶은데요. 아버님을 어떻게 하셨던 건가요?"

"내가 그랬다는 거니?"

"오시는 내내 웃고 계셨잖아요. 뭐가 그렇게 즐거우셨던 거죠?"


칼리는 팔짱을 낀 채 하하하고 웃었다. 그러나 눈매만큼은 사나웠다. 칼리의 눈썹 끝이 끝을 모르고 치켜 올라갔다. 눈동자에는 붉은 마나가 맺혔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구나. 좋은 말로 할 때 이야기하거라. 아니면 널 체포할 수밖에 없어."


수행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빼들고 오스카의 목을 겨누었다.

그러자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수행기사들과 칼리는 당황했지만 마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진정해 윈드. 이들은 날 해칠 수 없어.'


오스카는 윈드를 진정시켰다. 그러자 바람이 조금 잔잔해졌다.

오스카는 수행기사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칼리의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브루노."


오스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사람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브루노는 혼자가 아닌 사제와 함께 있었다.


"사, 사제께서 여긴..."


사제가 올 줄 꿈에도 모르고 있던 칼리와 스텔라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정중한 자세로 사제를 맞이했다.


"이쪽은 별채입니다. 본관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나 사제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반문했다.


"가주께서 사라지셨다니 무슨 말씀이신지요."


교황청과 더글러스의 관계는 속성으로 묶여 꽤나 긴밀한 편이었다. 빛 속성의 마법사 계보가 유지되려면 더글러스 가문의 역할이 중요했다.

따라서 사제는 지금 이곳에서 들은 내용을 몹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브루노의 연락을 받고 교황청은 한바탕 난리가 난 상태였다.


칼리는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보시는 대로 오스카를 의심 중입니다."


오스카가 빛 속성으로 귀한 아이지만 빛 속성의 가주를 해쳤다고 하면 도저히 그냥 넘길 수는 없을 터였다.


'이 참에 재판을 받게 하는 게 좋겠어.'


칼리는 오스카를 종교 재판에 회부할 생각이었다.


반면 오스카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지금은 자신의 처지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맞음에도 그는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칼리와 스텔라는 그 모습에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오스카는 또다시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법진을 그렸다.


"도어."


사제와 브루노의 뒤로 사람 크기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허...”


이 마법진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제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가주 전하를 뵙습니다. “


오스카는 마법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마법진에서는 가주 아벨이 늠름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ㅣ


“여보...! “


칼리는 얼굴이 창백해져 몸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스텔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기억하는 아벨은 마르고 볼품없었다. 거동도 불편하여 누군가 옮겨주지 않으면 이동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전성기 때와 다름없는 자태라니.


아벨의 뒤로 한 무리의 수행기사들이 몰려왔다. 수적으로는 칼리의 수행기사들과 비슷했지만 칼리의 기사들은 이미 사기가 떨어진 후였다.


“가주 전하를 뵙습니다. “


사제가 아벨에게 예를 갖췄다.


“이렇게 달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위중하시다고 들었습니다만, 어찌 된 일입니까? “


아벨은 웃으며 오스카를 바라보았다.


“제 아들이 저를 구했습니다. 마법으로요. “

“마법으로... 말입니까? “


빛으로 누군가의 생명력을 강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몹시 힘든 작업이었다.


‘마력이 대체 얼마나 강하면...‘


사제는 오스카를 감탄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버님, 공작부인께서 제가 아버님을 숨겼다고 하시더군요. “


그러자 아벨이 칼리를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내 발로 다른 방으로 옮긴 것이오. 잠자리가 영 불편해서.”


잠자리 이야기가 나오자 칼리는 이제 창백하다 못해 곧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건강을 되찾았으니 다행이지 않소. 오스카에게는 오히려 상을 줘야 할 테지. 당장 오스카에게 사과하시오. “


칼리와 스텔라는 오스카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오스카 역시 고개를 아주 잠시 까딱이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꽤 치욕적이었으나 칼리는 이 사건이 이대로 일단락되는듯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 보! 우리 이렇게 기쁜 날 파티라도 하는 게 좋겠어요. 아, 그리고 또... 함께 여행을 가도 좋고요. “


칼리는 아벨의 굵어진 팔뚝을 끌어안았다. 아벨은 칼리를 냉정한 눈길로 바라보았지만 물리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원의 모두가 본관으로 돌아가자 뒤늦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의 청년이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섰다.


‘어머니도 스텔라도. 몇 마디 더 했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거야.‘


칼리와 스텔라를 바라보는 에이스의 눈동자에 붉은 마나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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