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413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24 06:00
조회
580
추천
7
글자
12쪽

그림자1

DUMMY

*


문학연구회 써클원들은 나오미 교수의 연구실에 가기로 하고 간단히 꽃 선물을 준비했다.


똑똑-


문 안쪽에서 누구? 하는 소리와 함께 구두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나오미 교수가 얼굴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


맨 앞에 서 있던 오스카가 대표로 인사했다.

나오미 교수는 반가움에 빨갛게 칠한 입술 끝을 둥글게 말아 올렸다.


“오스카! 기다리고 있었어. “

“안녕하세요 교수님? 아이리스 골드버그라도 합니다. “


오스카의 뒤에 있던 아이리스가 수줍게 얼굴과 함께 꽃을 내밀었다.


“어머 고마워. 모르는 얼굴인데, 신입생도인가 보구나. “

“네 맞아요! 아티팩트에도 관심이 많고요. “

“어머 그러니? 반갑다. “


나오미는 상체를 기울여 가장 뒤에 선 가장 덩치 큰 생도에게 아는 척을 했다.


“뒤에 이든도 있네? 그리고 또 한 명은... “

“콜린 클리프입니다. “

“그래, 전부 오스카 친구들이구나.

들어오렴. “


나오미 교수의 방은 복잡한 실험기 구들이 즐비해 있음에도 깔끔했다. 온갖 기구들은 잘 닦여 윤이 나고 있었고 줄을 맞춰 정돈되어 있었다.

나오미 교수는 받은 꽃을 삼각 플라스크에 꽂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앉을 곳을 안내했다.


“오스카, 그 전에는 미안했어 정말로. “

“저는 교수님께서 미안하실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상황이 그랬을 뿐이죠.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


나오미 교수는 적당히 아무 책상에나 걸터앉았다.


“너희들 서클원들이지? 문학서클이던가? “

“네, 맞아요. “

“흐음... 어쩐지 이든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


이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저도 책 좋아합니다... “

“크크 농담이었어. 그래, 이렇게 우르르 몰려온 이유를 들어볼까? “

“네, 궁금한 게 있습니다. “


아이리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오호. 그게 뭐지? “

“사실은 저희가 얼마 전에 공중 정원에 다녀왔는데요...”


공중정원이라는 소리에 나오미의 눈매가 가늘어지고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계속 해. “

“네. “


그들은 공중정원에서 느낀 의문점들을 털어놓았다. 나오미는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그들의 말을 경청했다.


“확실히 그곳은 이상하지. 더운 곳인데도 동굴처럼 한기가 느껴지고 말이야. “

“에릭 대공의 말로는 대마법사들이 만든 아티팩트라고 합니다. “


흥미롭네.

나오미의 입에서 비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과연 그럴까? 내가 알기론 대마법사들은 귀족들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아. “


나오미 교수는 귀족들이라고 칭했지만 플로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나오미는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 하나는 만든 뒤 사이가 틀어졌거나, 아니면 사이가 나쁜데도 만들어줘야만 하는 이유가 있거나. “


나오미는 팔짱을 끼고 생도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아티팩트 제작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유지하려면 누군가 지속적으로 마나를 주입해 주어야 한다는 거야. 그것도 엄청난 양으로. “

“물의 마법사 다수가 공중정원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겠네요. “

“나도 모르지. 본 적이 없으니까. 사실 그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 “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스카는 마탑과 플로가의 관계, 물의 마나의 필요성 등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어쩌지? 확실한 답이 궁금해서 왔을 텐데 나는 답을 모르니. “

“괜찮습니다. 애초에 알 수가 없는 내용이죠. “

“그렇다면 다행이네. “


그때 아이리스가 쭈뼛거리며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저... 교수님. “


아이리스가 갑자기 지나치게 수줍음을 타자 콜린이 대신 이야기했다.


“아이리스가 아티펙트에 관심이 많아서요, 직접 만들어온 게 있는데 한 번 봐주세요. “

“어머, 그러니? “


아이리스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아티팩트를 나오미 교수에게 건네주었다.

마정석을 세공하여 넣은 펜던트 모양의 아티팩트였다.


“어머, 네가 디자인한 거니? “

“네 그렇습니다. “

“예쁘네. 무슨 기능이야? “

“일종의 보안장치예요. 건드리면 덩굴이 자라면서 물체를 보호해요. “


보안장치라는 이야기에 이든이 뜨악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콜린은 이든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그렇구나. 완벽하게 막기보다는 경고의 의미로 쓰이겠네. “

“네 맞아요. “

“다른 속성 아티팩트 사용해 본 적 있니? “

“아, 아니요. “

“그럼 내가 재미있는 것 보여줄게. 모두들 잘 보도록 해. “


나오미가 생도들을 향해 씩 웃고는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녹색 마정석이 빛나며 덩굴이 자라났다. 그리고 덩굴에는 불타는 듯한 색깔의 꽃이 주렁주렁 열렸다.


“세상에, 주입하는 사람의 속성을 함께 반영하는군요. “

“그렇지. 나는 이런 것들을 실험 중이야. “


나오미 교수는 아티팩트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정말 잘 만들었네. 여기에 다른 속성의 마법진을 응용해봐. 이중 잠금장치도 만들 수 있을 거야.”

“네! “

“아이리스라고 했지? “

“네! “

“다음에 한가할 때 오도록 해. 잔심부름을 부탁할게. “


아이리스를 조수로 키우겠다는 의미였다.

아이리스는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우와 좋겠다 아이리스. “


콜린이 제 일처럼 박수를 쳤다.

흐뭇하게 생도들을 바라보던 나오미는 주목을 끌기 위해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


“자, 이제 다들 돌아가도록 해. 오스카는 잠시 남아주고. “

“네, 알겠습니다. 오스카 다음에 봐. “


모두들 나오미에게 인사를 하고 우르르 몰려나갔다. 나오미는 문 앞에서 직접 배웅했다.

나오미는 아이들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오스카를 돌아보았다.


“오스카, 사과도 그렇지만 부탁할 게 있어서 불렀어. “


나오미는 실험용 테이블에 놓인 컵받침처럼 생긴 아티팩트를 가리켰다. 아티팩트 위에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놓여있었다.


“나는 자연에서 마나를 뽑아 쓰는 방법을 연구 중이야. 그런데 아무리 해도 빛의 마나는 모으기가 힘들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오스카, 이쪽으로 오겠니? “


오스카는 아티팩트가 놓인 곳으로 갔다.


“이곳에 마나를 불어넣어 주겠니? “

“알겠습니다. “


오스카는 그 정도 요구는 흔쾌히 허락했다. 오스카가 잠깐 손가락을 댔다 떼자 아티팩트가 빛을 냈다.


“오오, 드디어. “


아티팩트 위의 돌멩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똑같이 생긴 다른 아티펙트에 나타났다.


“교수님, 이건... “

“너의 도어 마법을 아티펙트화 시켰지. “


나오미 교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감히 교수의 집무실을 엿들을 사람은 없을 테지만 오스카로 하여금 그녀의 말을 경청하게 만들었다.


“어때? 나랑 사업하는 게. “

“사업이요? “

“공간 이동 사업. 돌멩이가 아니라 인간이 이동하는 거지. “


공간이동 사업이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오스카로서는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오히려 구현하고 싶은 기술이었다.

물론 도어의 출구를 설치하기 위해선 직접 걸어 해당 땅을 밟아야 했다.

드래곤을 단번에 찾아낸다면 공간이동 따위 필요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엄청 유용한 기술이 될 것이다.


“매번 엄청난 양의 마나를 채워줘야 할 텐데 괜찮을까요? “

“그래서 태양의 빛에서 마나를 추출하고 있는데 양이 많이 부족해. “

“제가 빛의 마나를 응집하는 법을 알아내면 될까요? “


나오미는 교수지만 교황청에서 공개하지 않는 빛의 마법진은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오스카라면 직접 배워올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능할까? “

“하는데 까지 해보겠습니다. 저에게도 필요한 기술이라서요. “

“좋아! “


나오미 교수는 자신의 기술이 남들을 앞지를 것 같다는 기대감과 이것이 대박일 것이라는 확신에 작게 소리를 질렀다.


**


시계의 바늘이 거꾸로 돌아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간 그 시간.

로스곤 이전부터 잠들어 있던 그림자가 깨어났다.

그림자는 상황이 바뀌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것의 이성은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죽음의 냄새를 품고 있는 그것은 살아있는 자의 향기에 본능적으로 달려들 뿐이었다.


그것이 깨어난 곳은 무척 뜨겁고 건조하여 생명이 살 수 없는 곳 같았지만 다행히 인간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구조물이 만든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주위를 살폈다.


“젊은 사제여. 빠뜨린 것은 없는가. “

“그렇습니다. 사제님. “

“그렇다면 이제 떠나게. 자네의 앞길에 태양이 함께하길. “


그것은 두 사람을 살펴보았다. 마음에 세월의 흔적이 쌓여 알아보기 힘든 자, 순수하여 거부감이 들지만 심연을 들여다보기 좋은 자.


그것은 순수를 택했다.


그것은 젊은 사제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생각 외로 그의 마음에 접근하는 것은 어려웠다. 젊은 사제의 속성인 빛이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벽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젊은 사제와 상성이 최악임을 깨달았다. 잠시간 도망갈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사제가 걷는 곳에 그것이 숨어들 곳은 없었다.


순도 높은 태양이 사제를 축복하는 가운데 그것이 숨어있을 곳은 젊은 사제가 유일했다.


*


젊은 사제의 이름은 클락.

그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으로 사제로서 수행의 길을 떠난 참이었다.


그는 낮에는 기꺼이 태양을 숭배하며 고행을 견뎠지만 밤에는 악몽을 자주 꾸고 마음에 심술이 들이차는 것을 느꼈다.


‘내가 왜 이따위 수행을 해야 하는 거지?‘


클락은 해가 뜨자마자 하늘을 향해 죄를 뉘우치며 후회했다. 그리고 다시 밤이 되면 편해지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그러는 그의 정신이 먼저 지치고 육체도 시들어갔다.


클락이 사막을 빠져나와 어느 작은 마을을 발견했을 때,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태양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사제가 나타났다며 모두 버선발로 달려 나와 기도를 올렸다.


클락은 마치 자신이 신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이 작은 마을에서 시험을 해 본 뒤 큰 마을로 옮겨보자.


클락은 촌장에게 당당하게 좋은 숙소와 좋은 음식을 요구했다.

본래 사제는 수행 중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작은 마을의 촌장이 알 리가 없었다.


클락은 몇 날 며칠을 먹고 놀았다.

며칠 뒤, 구름이 걷히며 태양이 드러났지만 이미 빛이 그를 보호하기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마침내 그가 술을 요구했을 때 그제야 촌장은 이상함을 깨달았다.


촌장은 클락에게 언제 떠나느냐 물었다. 클락은 조금 더 즐길 생각이었으나 촌장의 질문으로 다음 작전으로 넘어갈 타이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마을의 허름한 건물을 빌려 사람들을 시켜 깔끔하게 손질했다.

그리고 그 건물에 눌러앉아 사람들에게 기도를 해주기 시작했다.


촌장은 이제야 제대로 돌아간다 싶어 그를 일단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클락은 며칠이 지나자 슬슬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죄를 들어주고 면죄부를 써 준 것이다. 물론 이것은 공짜가 아니었다.

이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기 시작했다. 잘못을 하더라도 돈을 내면 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촌장은 클락이 온 뒤로 마을이 망가지자 사람을 시켜 교황청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촌장을 배신하고 클락에게 이야기했다.

클락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촌장은 너의 몫을 빼앗는 자다. 그를 죽여라. 그대의 죄는 내가 사해 주겠노라.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서자의 드래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함정에 빠진 엘프 6 21.10.07 520 7 12쪽
35 함정에 빠진 엘프 5 21.10.06 509 6 12쪽
34 함정에 빠진 엘프 4 21.10.05 511 6 12쪽
33 함정에 빠진 엘프 3 21.10.04 525 6 12쪽
32 함정에 빠진 엘프 2 21.10.03 510 6 12쪽
31 함정에 빠진 엘프 1 21.10.02 533 6 11쪽
30 블루윙3 21.10.01 527 6 11쪽
29 블루윙2 21.09.30 524 7 12쪽
28 블루윙1 21.09.29 532 6 11쪽
27 저주2 21.09.28 531 6 12쪽
26 저주1 21.09.27 521 7 12쪽
25 검은 숲 21.09.26 528 6 11쪽
24 그림자2 21.09.25 560 6 12쪽
» 그림자1 21.09.24 581 7 12쪽
22 공중정원3 21.09.23 576 7 12쪽
21 공중정원2 21.09.22 609 6 11쪽
20 공중정원1 21.09.21 631 6 11쪽
19 첫번째 드래곤6 21.09.20 645 7 11쪽
18 첫번째 드래곤5 21.09.19 655 8 12쪽
17 첫번째 드래곤4 21.09.18 674 6 12쪽
16 첫번째드래곤3 21.09.17 679 7 13쪽
15 첫번째드래곤2 21.09.16 706 7 12쪽
14 첫번째드래곤1 21.09.15 737 6 11쪽
13 임시생도4 21.09.14 775 6 13쪽
12 임시생도3 21.09.13 780 7 12쪽
11 임시생도2 21.09.12 759 8 12쪽
10 임시생도1 21.09.11 792 9 11쪽
9 엘프4 21.09.10 826 9 12쪽
8 엘프3 21.09.09 878 9 13쪽
7 엘프2 21.09.08 898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