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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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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417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23 06:00
조회
576
추천
7
글자
12쪽

공중정원3

DUMMY

에릭 플로가.

앞으로 왕국을 세울 플로가의 장남이자 마검사이다.

나이는 스물둘 정도가 되었고 수려한 외모 때문에 영애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현재 여러 가문으로부터 혼담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 결혼 적령기의 청년이었다.

그는 벌써부터 대공으로 불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에릭 플로 가는 계단 위 정문 앞에서 오스카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곱슬 거리는 붉은 머리가 햇빛에 반짝이며 에릭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부셨다.

에릭은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오스카 더글러스?"


오스카는 격식을 갖춰 인사를 올렸다.


"대공 전하를 뵙습니다."

"뭘 그렇게까지 격식을 차리나. 어쨌건 반갑군"


에릭은 오스카의 코앞까지 내려왔다. 이전 서점에 갔을 때 행렬에서 보았던 그 얼굴이었다.


"안 그래도 만나고 싶었는데, 직접 이곳에 올 줄이야."

"저를 말입니까?"

"그래. 모두 들어오도록 해. 내가 직접 안내해줄 테니."


에릭의 말에 병사는 몹시 놀라 오스카에게 머리를 급히 숙였다.

오스카 대신 이든이 병사에게 눈을 부라렸다.


-넌 모가지야.


이든이 입모양으로 병사에게 이야기하자 병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이리스와 콜린도 병사에게 혀를 내밀고 지나갔다.


오스카와 친우들은 수행기사를 계단 아래에 대기시키고 에릭을 따라 정원에 들어섰다. 정문에 다가설수록 한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물의 마력인 듯했다.


'굉장하다.'


오스카는 뒤돌아 쥬드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몹시 분노했음에도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었다.


'다음에 올 일이 있으면 혼자 와야겠네.'


정원 안쪽 벽에도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이 풍부하게 공급되자 꽃과 식물이 흐드러지게 자라 있었다.

다만 외부와는 다르게 작고 화려한 꽃들이 가득했다.


“대단하다. 이 더운 지역에서 이런 시설을 유지하다니. “

“그러게. 원리가 정말 궁금하다. “


아이리스와 콜린은 원리를 알아내고자 자기들끼리 쑥덕였다.


지역의 명소답게 다른 귀족들도 정원 안에 들어와 있었다.

몇몇 귀족 영애들은 에릭 플로가와 뒤에 잘생긴 오스카가 지나가자 작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에릭은 오스카와 친우들을 로비의 한쪽에 마련된 손님용 방으로 안내했다.


"최고급으로 내오도록 해."


대륙 최고 권력인 플로가의 장남이 귀하게 대접하자 일행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잠시 후 하인이 다과를 놓고 사라졌다.

에릭이 먼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다들 마법사들인가?"

"그렇습니다."

"아카데미 신입생도들인가?"

"네 그렇습니다."


에릭은 이든을 보았다.


"헬렌 고모님은 잘 계시지?"

"플로가에 와 계십니다."

"오, 잘됐군. 다음에 한 번 찾아뵙도록 하지."


에릭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시시콜콜한 안부를 물었다. 오스카는 그 모습이 왕이 백성들을 만나는 모습과 같다고 생각했다.


“오스카. “


아까와는 달리 그는 오스카의 풀네임을 부르지 않았다. 그것은 친근감의 표시였다.


“잠시 단 둘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 “


에릭은 오스카와 독대를 원했다. 친우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질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오스카는 그가 이러는 이유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호의를 보이고 있지만 둘이서만 있게 된다면 어쩌면 협박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에이스와 친척관계이기 때문이다.


에릭이 먼저 일어서고 오스카가 그를 따랐다.

오스카는 그가 안내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황금으로 장식된 쓸데없이 화려한 긴 복도를 지나 역시 화려하기 짝이 없는 큰 문이 나왔다.


“이건 아버님 취향이야. 나는 소박하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문 앞의 사병들이 에릭을 알아보고 지체 없이 문을 열었다. 아까 접대실보다 몇 배는 커 보이는 방이 나왔다. 그러나 방에는 커튼과 테이블뿐이었다.

벽에는 하인들이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방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로 향했다.


“앉지. “


오스카는 그가 권하는 대로 소파에 앉았다.

에릭은 앉지 않고 오스카의 주변을 걸어 다녔다. 느릿한 구두 소리가 방을 울렸다.


“오스카. 아카데미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지. “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습니다. “

“불 속성을 간단하게 이겼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야. 그동안 불 속성은 다른 속성에게 지지 않았으니까. “


에릭은 창가로 가 손수 커튼을 닫았다. 그리고 소파의 상석에 앉았다. 그러자 하인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실 것을 바퀴 달린 트레이에 싣고 왔다.


“너는 마력 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


마력 주의란, 간단히 말해 마력이 강한 자가 권력을 갖게 되는, 로스곤을 이루는 시스템이었다.


“글쎄요,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


오스카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오스카는 최고의 불 속성 생도를 이길 만큼 강한 마력을 지녔지만 마력 주의 시스템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마력 주의는 전쟁 직후에나 돌아가던 시스템이다. 현재는 신흥 강자를 철저히 배척하고 있다.


“그렇지. 자네의 상황은 조금 안타깝지. “


에릭은 찻잔을 들어 향을 맡은 뒤 한 모금 마셨다.


“나는 혈통주의를 주장하고 있어. 마력 주의는 통제하기도 어렵고 또 너무 구식이야. 반드시 마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네. “


혈통주의는 마력이 아닌 혈통을 중심으로 권력이 유지되는 시스템이었다.

그의 말은 수수께끼 같은 면이 있었다.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오스카는 그의 말이 왕국을 세웠을 경우를 가정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 “

“그렇습니다. 대공. “

“하하하. “


에릭은 기분 좋게 웃었다.


“네가 마음에 들어. 에이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


오스카는 그가 혈통 이야기를 꺼냈을 때부터 에이스를 탐탁지 않아함을 알아챘다.


‘에이스가 제2왕자가 되는 것에 불만이 있는 건가.‘


그의 주장은 일리 있었다.

왕국을 세우고 나서 왕의 후손 중 마력이 있는 자가 없다면 다른 가문에 왕위를 넘겨야 하는지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논쟁에서 그칠지도 미지수다.

그리고 다른 가문과 협력해서 양자를 얻는다고 해도 그 양자가 배신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자식을 낳았지만 마력이 없을 경우와 자식을 아예 낳지 못하는 경우, 어느 쪽이 확률이 더 높을 것인가.


“나의 아버님은 마력을 가진 마검사를 최고라고 생각하신다네. 물론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나는 혈통이 더 중요하다고 봐. 제왕학이야 머리만 있으면 가르칠 수 있으니까. “

“그렇군요. “

“웃기는 게 뭔지 아나? “


에릭이 내려놓은 잔에서 신경질적인 짤그락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아버님보다 훨씬 강한 마검사야. 이런 내가 혈통 주의를 주장하고 있지. “


에릭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어쩌면 킹 슬레이어가 되기로 마음먹었는지도 몰랐다.

냉정한 성품은 플로가의 내력인 듯 그는 에이스의 성정과 꽤나 닮아 보였다.

그러나 오스카는 그가 마냥 싫지 만은 않았다. 그는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 됐을 터였다.


“나의 형제들 중 절반은 마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압니다. “


과거 오스카가 열아홉이 되었을 무렵 소식지에는 마력을 가진 귀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학자들은 드래곤이 사라지며 힘이 옅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글러스 가문 역시 마력이 옅어지고 있었는데 길버트가 그 예였다.


“이제 마력을 가진 귀족은 점점 줄어들 거야. 갈수록 마력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확률이 낮아질 테니까. “

“마력을 가진 자들이 더 큰 권력을 갖게 되겠군요. “


에릭은 대답 대신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


“에이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왕래가 많지 않아 잘 모르지만, 가문 내에서는 오히려 저를 도와주는 축에 속합니다. “


오스카는 회귀 전 알게 된 내용은 숨겼다.


“뱀 같은 놈이군. “


에이스를 떠올리는 에릭의 눈에 살기가 더해졌다.


“나는 자네가 욕심을 가졌으면 해. “


에릭은 오스카를 에이스에 대한 견제 도구로 이용하고 싶어 했다.


“욕심 낼 생각은 없습니다만, 가만히 빼앗아가게 두고 볼 생각도 없습니다. “

“훌륭해. “


에릭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오스카에게 건넸다.


“이건 내 사람이라는 증표야. 어차피 안 그럴 거라는 것 알지만 필요하면 아무 때나 남발해도 좋아. 욕심을 부리라는 뜻으로 주는 거야. “


오스카는 받아 든 패를 찬찬히 관찰했다. 길쭉한 직사각형 황금 패엔 플로가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고 비단 띠로 장식되어 팔목에 걸 수 있게 되어있었다.


“감사히 사용하겠습니다. 대공. “

“앞으로도 종종 보았으면 좋겠어. “


에릭은 오스카를 직접 데려다 주기 위해 함께 나섰다.


그들이 계단실 옆을 지나칠 때였다. 엄청난 한기가 오스카의 발목을 스쳤다.


“놀랐지? 이 아래에는 엄청난 아티팩트가 있어. “

“아티팩트요? “

“그래. 마탑의 늙은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야. 궁금하지? “


오스카는 대답 대신 괴물의 시커먼 목구멍 같은 지하로 내려가는 길목을 바라보았다.


“사실 나도 본 적은 없어. 아버님 외엔 접근이 금지되어 있지. 내가 왕이 되면 너에게도 보여주마. “


오스카는 숨결 같은 한기를 잠시간 느껴보았다. 마력이 강한 오스카가 느끼기에도 압도적인 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스카가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자 에릭은 이미 저만치 가 있었다.


“오스카, 즐거웠어. 나는 바빠서 이만 가보겠네. “


에릭 플로 가는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오스카는 친우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오스카, 왔어? “


콜린과 아이리스, 이든 모두 오스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한 눈치였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질문하지 않았다.


“심각한 얘기는 아니었어. 우리 우선 자리를 옮길까?”


오스카와 친우들은 상점 지구의 찻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수행기사들의 몫까지 차를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물론 수행기사들의 테이블은 따로 잡았다.

다만 오스카는 쥬드와 등지고 앉아 쥬드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배려했다.


“공중정원 아래에 엄청난 아티팩트가 있다더라. “

“역시 그건 아티팩트야? “

“우와-! “


아이리스가 눈을 빛냈다.

쥬드는 차를 마시는 척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 정도의 시설을 유지하려면 마력은 누가 주입하는 거며, 도대체 몇 명이나 필요한 걸까? “

“슬쩍 봤는데 마법사들은 특별히 보지 못한 것 같아. 게다가 물 마법사들은 들어오지도 못하잖아. “

“그건 대공도 모른대. 플로가의 가주 외에는 볼 수 없다더라.

마탑의 대마법사들이 만들었다던데. “

“우와... 진짜 궁금하다. “


쥬드는 차를 홀짝이며 생각에 잠겼다.


“나오미 교수님이 아티팩트를 연구하시니까 나중에 물어보자. “

“좋아! 그러고 보니 한 번 놀러 오라고 하셨어. “

“오 잘됐다. 그럼 오늘은 이만 헤어지고 다음에 서클실에서 보자. “


그들은 그렇게 첫 서클 활동을 마무리했다.

오스카는 가까운 거리임에도 마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차 안이 이야기하기 좋기 때문이다.


“쥬드, 나는 플로가가 확실히 물의 가문의 멸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공중정원의 비밀은 반드시 밝혀줄게. “

“감사합니다. 부탁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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