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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420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09 06:00
조회
878
추천
9
글자
13쪽

엘프3

DUMMY

‘이 사람은···’


어디서 본 것인지 한참 고민하던 끝에 회귀 전, 더글러스 영지로 배달된 철 지난 소식지를 기억해냈다.


소식지에 실렸던 그의 얼굴은 흑백이었지만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한동안 소식지에 꾸준히 실렸었다.


벨라와 같은 연둣빛 눈동자, 윤이 나는 밤색 머리카락. 지나가면 누구나 뒤돌아보게 만드는 아름다운 외모. 호리호리한 키. 노래를 하는 듯 한 말투.


올리버 그린, 그는 엘프였다.


‘그래서 벨라가 마나의 색을 볼 수 있었던 거구나.’


오스카는 마나를 구별하던 벨라의 능력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엘프는 마나에 대한 감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곳에서 용케 들키지 않고 잘 살고 있었네.’


엘프는 상당히 눈에 띄는 존재였다.

회귀 전, 그는 어떤 귀족을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갇혔고 감옥에서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 엘프라는 것이 들통났다.


현재 드래곤은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었다.

로스곤이라는 대륙의 명칭도 사라진 드래곤이라는 뜻이었다.

드래곤이 사라지며 대륙의 주인은 인간, 정확히는 마력을 가진 귀족들이 되었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인간들의 악한 마음으로 인해 수인족, 드워프 등 그 많던 종족들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엘프 역시 드래곤이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진 종족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과거 올리버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엘프가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에 귀족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그리고 또 다른 엘프를 찾기 위해 일부 영지에서는 평민들을 수시로 잡아다가 조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소식지를 읽을 당시의 오스카는 이를 단순히 신기한 하나의 이야기로 취급했었다.


‘엘프 찾기는 결국 비극으로 끝맺음한다.’


오스카는 그 결말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엘프의 등장 이후에 발생한 일들이 상당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엘프는 귀족들과 마법 전쟁을 벌였지만 많은 인간 마법사의 수를 당해내지 못했다.

엘프들은 결국 대부분이 잡혀 와 처형을 당했고 일부는 마탑에 실험체로 보내졌다.


엘프가 인간들의 사회에 몰래 숨어 산다는 것은 그 종족 자체가 들킬 위험을 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가 인간사회에 나와 있는 이유는 모르지만 그래야만 하는 연유가 있을 것이다.


**


벨라가 납치되었던 다음 날.


즐겁게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벨라와는 달리 올리버는 초조했다.

아무리 벨라와 편하게 지내기로 했다고 한들 그는 귀족이었다.


‘하필...‘


게다가 플로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귀족 중 하나인 더글러스가 아니던가.

그가 붉은 머리 적자가 아닌 서자라 해도 더글러스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서자라는 놈들은 열등감 때문에 성격도 괴팍하고 변덕스러웠다.


오스카 더글러스도 그럴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어제 본 그는 매우 점잖고 우아하여 어느 누구보다도 귀족 같았다.

그러나 그도 언제 돌변하여 패악 질을 부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여느 귀족처럼 벨라를 신부로 맞이하려 수작을 부리는 건지도 몰랐다.

지금도 벨라와 혼인하고 싶다고 연락하는 귀족들이 많았다.

올리버는 당연히 매번 거절했다.

거절하는 것은 쓸데없는 감정 노동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인간인 첫 살아가는 그에게는 여간 고달픈 일이 아니었다.

귀족은 올리버가 돈을 벌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그는 진절머리가 났다.


‘벨라는 세상을 너무 몰라.’


벨라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때문에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지만 올리버는 그

점이 너무도 염려가 되었다.


올리버는 기계적인 손길로 비커에 추출액을 넣었다. 워낙 많이 만들어본 탓에 머릿속에 딴생각이 가득함에도 실수가 없었다.


올리버가 물약을 제조하는 동안 벨라는 상점을 꼼꼼히 청소하는 중이었다. 즐거운지 그녀는 연신 콧노래를 불렀다. 예쁜 얼굴과 어울리는 청량한 그녀의 음색에 올리버는 뜬금없이 잘생긴 오스카 더글러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얼굴이 괜찮긴 했지.’


무슨.

쓸데없이 귀족 나부랭이의 얼굴을 칭찬하다니.

올리버는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지우고 나머지 물약을 서둘러 제조했다. 이 물약은 귀족에게서 주문을 받은 것으로 물약 납품이 늦어진다면 고귀한 귀족이 미치광이처럼 날뛸 것이다.


다행히 물약 제조도, 손님맞이도 늦지 않을 듯했다.

그리고 어차피 귀족은 평민과의 약속에서 시간을 지키는 일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오스카라는 녀석도 느긋하게 방문할 것이다.


“아빠, 아직 멀었어요? 시간이 다 됐어요.”

“다 끝났다.”


올리버는 앞치마를 끌어내어 벽에 걸어두고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갈수록 중년의 미를 뽐내는 자신의 얼굴에 감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자님! 어서 오세요!”


문 밖에서 벨라의 우렁찬 인사 소리가 들렸다.


‘벌써 왔다고?’


올리버는 고개만 배꼼 내밀어 밖을 살폈다. 오스카 더글러스가 수행기사 한 명을 대동하고 상점으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귀족이 시간을 정확히 지키다니.‘


올리버는 당황하여 급히 옷의 먼지를 툭툭 털고 서둘러 제조실 밖에 나섰다.


“공자님을 뵙습니다.”


올리버는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스카 더글러스입니다.”


오스카 역시 깍듯한 태도로 인사했다. 올리버는 그의 태도에 살짝 당황했으나 그가 귀족이라는 점이 그의 태도를 온전히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너무 훌륭하다면 그것은 오히려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이리라.


올리버는 찬찬히 오스카를 살폈다. 다행히 오스카는 상점 이곳저곳을 훑어보느라 올리버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했다.

어제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벨라가 말한 대로 오스카의 마나 색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다.

노란색의 마나는 교황청 외에는 전혀 볼 수 없었다.


‘빛 속성인가?’


올리버는 더글러스 가문이 사실은 빛 속성 가문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더글러스의 사돈 가문과 아이들이 모두 화염 계열이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더글러스 가문을 화염계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오스카의 마나는 그 느낌도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올리버가 아주 어릴 적 동경하던 느낌과도 비슷했다. 올리버는 그것이 무엇인지 떠올리고 싶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영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올리버는 오스카 옆의 수행 기사도 살폈다.

그는 물의 마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느낌이 꽤나 음습하고 우울했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물의 마법사나 마검사들은 귀족이 될 수 없었다. 때문에 어느 정도 박탈감은 있을 법했다.

그러나 오스카 옆의 수행기사는 그 정도가 더 심해 보였다. 게다가 마나가 아니더라도 겉으로 보기에 표정이 없고 무뚝뚝해 보이는 것이 마나의 느낌과 성격이 비슷할 것이다.


“이 쪽으로 들어오세요.”


올리버는 오스카와 수행기사를 손님용 응접실로 안내했다.

방 한가운데 놓인 고급스러운 테이블에는 벨라가 미리 센스 있게 쿠키와 케이크를 올려놓은 상태였다.

오스카는 예쁜 방의 모습에 감탄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이 쪽에 앉으시지요.”


올리버는 창문을 사선으로 등진 곳에 오스카를 앉혔다. 그리고 그는 차를 직접 내리러 방구석에 딸린 작은 화로로 갔다.

올리버는 벨라가 미리 준비해 둔 찻잔에 찻잎을 넣으려다 말고 잠시 오스카를 돌아보았다.

오스카의 뒤로 빛이 들이닥치며 오스카의 밝은 머리칼이 빛났다. 더불어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오스카의 눈동자가 이따금씩 햇빛에 닿으며 보석 같은 화려함을 뽐냈다.

전체적으로 오스카가 가진 따스한 느낌이 배가 되는 듯했다.


올리버는 자신도 모르게 오스카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올리버는 넣으려던 찻잎의 통을 닫고 VIP 손님에게조차 내지 않는 고향에서만 나는 귀한 찻잎을 꺼냈다.

방 안에 햇살과 어울리는 달콤한 향이 퍼졌다. 이 냄새가 의미하는 바를 아는 벨라는 올리버를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저희 고향에서 나는 차입니다. 맛이 아주 좋습니다. 드십시오.”


올리버는 오스카의 앞에 잔을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오스카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머리가 상쾌해지는 것이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 차 아주 좋은데요? 이런 차는 처음 마셔 봐요.”

“그렇죠? 이 꽃잎은 약으로도 쓰여요. 우리 아빠는 의원도 겸하고 있답니다”


벨라가 대신 자랑스럽게 올리버를 소개했다.


올리버는 물약 제조 상인이면서 동시에 의원이었다.

물약 제조자들은 물약의 신체 작용에 대해 잘 알아야 하니 의원 겸업을 하기가 쉬웠다.


“그 차에는 자연 마나가 들어있습니다. 작지만 마나를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겁니다. 부작용은 없으니 얼마든지 드십시오.”


올리버가 의원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오스카의 표정이 몹시 밝아졌다.

오스카는 전부터 의원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엘프이기 때문에 다른 인간에게 함부로 발설할 걱정도 적을 것이라 생각했다.


올리버를 마지막으로 네 명이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은 가운데 올리버가 오스카를 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글로리의 중간보스를 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벨라는 올리버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한 상태였다.

쥬드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 터라 차를 마시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올리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조직 이름이 글로리인가 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원래는 천민들이 사는 곳에서 활동하는 놈들인데 최근에는 이 근방까지 범위를 확대하더군요.”

“그렇군요. 허가받지 못한 자들 같은데 어떻게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건가요?”


플로가를 비롯한 귀족령에서는 귀족 외에 마법을 사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다.

벨라의 성 그린도 일종의 허가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수도인 플로가에 마법을 이용해 사람들을 납치하는 조직이 존재했다.

그런 범죄 조직이 허가를 받았을 리는 만무했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뒷배에 강력한 가문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오스카는 오는 길에 치안 경비대에게 어제의 사건에 대해 물어보려다 그만두었다. 어차피 물어봤자 아는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시간 낭비였다.

쥬드도 이 건에 깊은 관심이 있는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글로리가 벨라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자마자 저는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어차피 제 고향에서만 나는 재료들도 가지러 가야 했고요. 어느 정도 잠잠해진 것 같으면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죠.”

“그렇습니까? 고향이 어디죠?”

“벨리카 대삼림 부근입니다.”


벨리카 대삼림은 로스곤 대륙에서 가장 큰 삼림지대이다.

이곳의 주변을 다수의 숲 속성 가문 영지가 둘러싸고 있다.

대삼림의 안쪽은 물살이 거센 거대한 강이 흐르고 산새가 험하기로 유명하다.

이곳은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워 알려지지 않은 장소나 생물이 많았다.


‘엘프가 벨리카 대삼림 안쪽에 살고 있었군.’


엘프는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대삼림의 안쪽에 일부러 들어가 살고 있는 듯했다. 오스카가 생각하기에도 그곳에 숨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였다.


엘프의 수명은 보통 200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엘프 중에는 로스 곤 이전의 역사를 알고 있는 자가 있을 것이다.

과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오스카는 언젠가 엘프를 만나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어쩌면 드래곤의 행방에 대해 알 수도 있었다.


“공자님께 사례하고 싶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부디 하게 해 주십시오.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올리버는 고개까지 숙여가며 부탁했다.

오스카는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척 대답했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이 있는데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병환에 관한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그런 건 그냥 대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오스카는 과거 죽기 전 가주 아벨의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올리버는 미심쩍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이상한데요? 그렇게 피를 토하고 죽으려면 그전부터 기침을 하는 등의 증상이 있어야 할 겁니다. 갑자기 그렇게 죽는 건 이상합니다.”

“역시 그렇죠? 혹시 폐병이 아니라 다른 것일까요?”

“병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쩌면 저주일 수도 있겠죠.”


저주.

그 단어가 오스카의 귀에 꽂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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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블루윙1 21.09.29 533 6 11쪽
27 저주2 21.09.28 531 6 12쪽
26 저주1 21.09.27 521 7 12쪽
25 검은 숲 21.09.26 528 6 11쪽
24 그림자2 21.09.25 560 6 12쪽
23 그림자1 21.09.24 581 7 12쪽
22 공중정원3 21.09.23 577 7 12쪽
21 공중정원2 21.09.22 610 6 11쪽
20 공중정원1 21.09.21 631 6 11쪽
19 첫번째 드래곤6 21.09.20 645 7 11쪽
18 첫번째 드래곤5 21.09.19 655 8 12쪽
17 첫번째 드래곤4 21.09.18 674 6 12쪽
16 첫번째드래곤3 21.09.17 680 7 13쪽
15 첫번째드래곤2 21.09.16 706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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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임시생도2 21.09.12 75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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