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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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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173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08 06:00
조회
896
추천
9
글자
12쪽

엘프2

DUMMY

검은 로브의 사내는 꽤나 오래전부터 벨라를 쫓아다녔다.


벨라는 엄청난 미인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는 상인으로 돈을 꽤 잘 버는 편이었고 그린이라는 성을 받은 마법사이기도 했다.

마법사의 핏줄을 물려받은 벨라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돈을 뜯어내기도 좋았고 마력의 대가 끊긴 어느 귀족 집안에 돈을 받고 팔아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녀는 집 근처로만 돌아다녔고 그마저도 귀족 지구에서 주로 지냈기 때문이다.

검은 로브의 조직은 벨라를 잡지 못해 약이 바짝 오른 상태였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평민 지구의 한적한 곳을 돌아다니기에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라도 붙잡은 것이다.

거기에 덤으로 웬 귀티 나고 잘생긴 소년까지 함께 굴러들어 왔다.

이 소년은 어느 부잣집의 자식이라면 부모에게 몸값을 받고 넘길 것이다.

만약 부모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얼굴이 반반하기 때문에 어딘가에 팔아넘겨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감옥 마차는 평민 지구를 벗어나 험한 길을 한참을 달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외진 숲 속에 도달했다.

그곳엔 나무를 일부 밀어내고 눈에 띄지 않게 돌로 지은 작은 건물이 있었다.

이 조직이 사람들을 납치하여 최종 목적지까지 이송하기 전 들르는 거점 같은 곳이었다.


사내는 다시 검은 로브를 뒤집어썼다.

그리고 검을 천을 걷고 감옥에서 두 사람을 끌어내렸다.

어쩐지 순순히 끌려 내려오는 것이 좀 수상하긴 했지만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감시자도 많으니 뭘 하려 해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들어가!”


사내는 돌로 지은 건물 안으로 두 사람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들을 내부에 지어진 감옥 중 하나에 집어넣고 자물쇠로 문을 잠갔다.

두 사람은 전혀 겁을 먹고 나 하는 기색 없이 신기한 듯 감옥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들인가?’


두 사람의 행동이 확실히 다른 이들과는 달랐지만 사내는 무심코 넘겨버렸다.


감옥을 나서는 사내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보상받으면 휴가나 다녀올까.’


몇 달 동안이나 그를 고생시킨 목표물을 잡았으니 분명 보상이 두둑할 것이다. 그는 조직의 중간보스가 있는 막사에 들어섰다.


“두목님.”

“목소리에 힘이 넘치는구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

“예. 여자애를 잡아놨습니다.”

“오!”


어둠의 조직 글로리의 중간보스 중 하나인 해리가 서류를 처리 중이었다. 검은 블라우스를 걷어 내놓은 통나무 같은 팔뚝엔 훈장인 듯 가로로 긴 칼자국이 있었다. 얼굴에는 덥수룩한 흰 수염과 기름을 발라 잘 넘긴 흰머리가 그의 나이를 짐작케 했다.


“멀쩡히 잡아왔겠지?”

“물론입니다. 너무 얌전히 잡힌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이상할 게 뭐 있겠어?”

“예. 그렇죠. 곱상하게 생긴 사내놈 하나도 잡아 왔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해리는 일어서서 한쪽 수납장 위의 술병과 술잔들을 집어 들었다.


“사내놈?”

“예, 엄청 귀티 나는 게 귀족인가 싶었지만 수행 기사도 없는 걸 보면 좀 사는 평민의 집 자식인 듯합니다.”


해리는 얼굴에 비웃음을 띄우며 술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


“그래. 뭐, 귀족이어도 상관은 없다. 우리가 아는 얼굴만 아니면.”

“처음 보는 얼굴이었습니다.”

“좋아.”


해리는 남자에게 술이 채워진 술잔을 내밀었다.

남자는 술잔을 받아 들었다.


퍽!

그때 막사 밖에서 큰 소리와 함께 돌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뭐야!!”

“으아악!”


해리와 사내도 급히 막사 밖으로 뛰쳐나왔다.


돌로 만든 감옥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감옥 벽은 완전히 무너져있고 조직원들은 죄다 무언가에 묶여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소년과 소녀가 서있었다.


“저 계집애를 잡아! 마법을 쓸 줄 알 거다.”


벨라를 잡아온 사내가 소리쳤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조직원들이 튀어나와 벨라에게로 달려갔다.


“아니야 잠깐!”


해리는 마법의 정체를 파악하고 다급히 소리쳤다.


“사내놈 쪽이다!”


해리가 외쳤지만 소년, 오스카의 마법진을 그리는 속도는 순식간이었다.


“마나 사슬”


오스카의 마법진에서 사슬이 튀어나왔다.

근처에 있던 조직원들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모두 속수무책으로 사슬에 묶였다. 도합 이십 명에 가까운 인원이었다.


‘이건 우리가 사용하는 마법진이다’


해리는 오스카가 사용하는 마법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 속성도 알아챘다. 어둠 속성과 같은 마법진을 사용하지만 느낌은 반대인 빛 속성이었다.


“이거 쓸 만하네.”


오스카는 마법진을 보며 감탄했다. 마나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으니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마법진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알지 못했다.

오스카는 이미 조직원들을 전부 묶어둘 만큼의 마법진을 그리고도 조금도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해리는 여유로운 오스카를 보며 긴장했다.


‘저 정도의 마법진을 순식간에 그린다고?’


그 정도 실력이려면 아카데미의 고학력 이상은 되어야 했다. 플로가에서 활동한 지 꽤 오래된 해리는 아카데미에 저런 생도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신입 생도인가 싶었지만 신입이 이 정도의 마력이 가졌을 리가 없었다.


‘프로 마법사인가? 일단 도망가야 한다.’


해리는 마나를 이용해 다리를 강화했다. 그러자 오스카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해리는 오스카의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일단 후퇴한 후 병력을 추가하여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는 오스카가 마법을 사용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자신이 조금 더 빠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해리는 마나 사슬에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거의 날아오르다시피 한 해리의 몸은 그대로 땅에 처박혔고 그는 곧바로 기절했다.


조직 내에서도 실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던 해리가 한방에 고꾸라지자 조직원들은 모두 사기를 잃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오스카는 아직 그만 둘 생각은 없었다.


“마무리는 짓고 가야지.”


오스카는 마법진에서 몹시 굵은 마나 사슬을 불러냈다. 이를 지켜보던 모든 이는 할 말을 잃었다. 벨라도 마찬가지였다.


오스카의 이번 타깃은 감옥이었다.

감옥 안은 이미 벨라가 사람들을 다 빼내 텅 빈 상태였다.


오스카의 사슬이 빈 감옥을 휘감았다. 그리고 마나 사슬이 마법진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팽팽해진 사슬이 감옥을 파고들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감옥이 있던 자리에는 그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괴물이다.’


묶여있는 자들은 오스카와 눈을 마주칠까 두려워 고개를 돌렸다.

오스카는 그들을 한 번 노려본 후 몸을 돌렸다.


“가자.”


오스카는 자신이 타고 온 감옥 마차에 납치됐던 사람들을 태우고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은 해리를 집어넣었다.


“말은 제가 몰게요.”


벨라는 이미 마부 석에 앉은 상태였다. 오스카가 벨라의 옆에 앉자 마차가 출발했다.

벨라는 달리면서 오스카를 힐끔 쳐다보았다. 할 말은 많은데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미안해.”


벨라 대신 오스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뭐가요?”

“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잡혀오는 바람에 너까지 귀찮게 됐네.”


오스카는 평민 지구에 들어설 때부터 누군가가 따라붙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익숙하지만 기분 나쁜 마나의 느낌이 주변에서 계속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느낌이 검은 숲에 버려졌을 때 느낀 것과 비슷하여 오스카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러 그들에게 잡혔다.

다만 벨라까지 잡히게 된 건 실수였다.


벨라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평민에게 사과하는 귀족은 처음 봐요.”

“보통은 안 하나?”

“절대 안 하죠.”

“그건 그렇고 아까는 큰 도움이 됐어. 고마워.”


오스카는 벨라에게 감옥의 벽을 부숴달라고 했고 그녀는 예상보다 더 큰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제가 왜 벽을 부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네가 그랬잖아. 나와 에이스의 마나 색이 다르다고.”

“아···”

“마나의 색을 구별할 정도면 네 실력도 보통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벨라는 자신도 모르게 실수했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나름 사정이 있어 마력을 숨기고 있었다.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 알려지면 불편하거든요.”


벨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오스카는 일부러 개구쟁이처럼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면, 우리 친구 하지 않을래?”

“네? 친구요? 귀족이랑 평민이요?”


벨라는 만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았음에도 오스카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가까이 지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는 귀족과 친구를 한다는 건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귀족이고 평민이고 그런 게 무슨 상관이겠어.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벨라는 잠시 망설이는 척하다가 답했다. 이미 그녀는 마음속으로 승낙한 상태였다.


“좋아요!”

“둘만 있을 때는 말을 편하게 해도 좋아.”

“어? 진짜요? 아니, 진짜지? 후회해도 소용없어.”

“그래. 공자님이라는 말도 싫으니까 오스카라고 불러.”

“알겠어 오스카 잘 부탁해.”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은 익숙한 풍경이 나올 때까지 소소한 잡담을 나누었다.

한참을 달려 잘 닦여진 길이 보이기 시작할 때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벨라와 오스카는 평민 지구 한복판에 감옥 마차를 세우고 사람들을 내려주었다.


“아이고 여보!”


“이잉? 당신들은 얼마 전 이사 간다고 하지 않았소?”


실종되었던 사람들이 돌아오자 평민 지구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어디서 구출되었는지, 감옥에 남아있는 검은 로브의 남자는 누구인지, 누구 하나 특별히 묻지 않는 것을 보면 누구나 아는 비밀인 듯했다.

다만 검은 로브의 조직은 주로 천민 지구에서 활동을 하다가 최근 평민 지구로 넘어온 상태라 모두들 긴장하고 있던 터였다.


사람들은 이와 더불어 벨라와 함께 마차를 몰고 온 오스카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벨라가 적당히 둘러대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내리자 벨라와 오스카는 해리를 실은 마차를 끌고 귀족 지구로 가서 경비병에게 마차를 인계했다.

경비병은 몹시 놀라면서도 곤란해하는 눈치였다.


‘반응을 보아하니 그냥 덮고 넘어갈 수도 있겠군.’


오스카는 최소 백작 이상의 가문이 조직에 개입해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없는 일처럼 취급될 수도 있다.


‘뭐, 두고 보면 알 일이지.’


오스카는 벨라를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벨라는 극구 사양했지만 또다시 조직원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은 해가 거의 넘어갈 때 즈음 벨라의 집에 도착했다.

벨라의 집은 귀족 지구와 평민 지구의 경계 상점 지구에 있었다. 이는 벨라가 나름 잘 사는 평민이라는 의미였다.

벨라의 집에는 간판이 달려있었고 간판에는 물약병 그림이 간단하게 그려져 있었다.


“아빠!”

“벨라! 어디 갔었니! 사람들이 납치됐었다는 데.”


벨라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겼다.


“죄송해요 아빠. 귀족 공자님께 실례를 해서 부탁을 들어드리느라···”


벨라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대강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오스카를 보며 말했다.


“더글러스 공자님, 우리 아버지세요.”

“더글러스 공자님이라고?”


벨라의 아버지는 깜짝 놀라며 허둥지둥 오스카에게 고개를 숙였다.


“공자님. 처음 뵙겠습니다. 올리버 그린입니다.”

“반갑습니다.”


올리버가 고개를 들자 오스카는 그의 얼굴이 상당히 낯이 익음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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