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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397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16 06:00
조회
705
추천
7
글자
12쪽

첫번째드래곤2

DUMMY

‘드래곤이 알을 낳는다니.’


마지막 페이지를 확인한 오스카는 책을 덮었다. 마린이라는 작가는 책 속에 드래곤의 알에 대한 묘사를 해 두었다.


‘그런데 드래곤이 알을 낳을 이유가 있겠어? 그냥 작가의 상상인가 보다.’


오스카는 책을 소중히 갈무리하여 책꽂이에 꽂았다.

그리고 그제야 창밖을 보니 저녁 식사시간이 조금 넘었을 시간이었다.

오스카의 부탁으로 독서가 끝날 때까지 유모 마리를 비롯한 누구도 오스카를 찾으러 오지 않은 탓에 식사시간인 줄도 모르고 있던 것이다.


서재를 나선 오스카는 자신의 방에서 식사를 마친 후 목욕을 하러 욕실로 들어섰다.

날이 더워 따뜻한 물을 사용하지 않아 하인의 도움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따라서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저녁시간 이후 2층엔 오스카 혼자뿐이었다.


오스카는 나무통에 물을 떠 몸의 땀을 씻어냈다.


‘이럴 땐 물이나 바람의 마법을 못 쓰는 게 아쉽네.’


오스카는 물기를 타월로 닦은 후 가운을 입었다.

그때 복도 쪽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직 식사를 덜 치웠나?’


볼일이 있다면 하인이 저녁시간에 2층에 올라오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이에 오스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저녁부터 밤까지 오스카의 방 근처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오스카는 누군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인들을 의심하긴 싫지만···’


일을 잘하고 성실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사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오스카의 저택에 들어왔거나 도둑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스카는 이 사실을 마리에게 말했다.


“엇 정말이요? 도련님의 방은 저 외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교육을 하긴 했는데···”

“아직 내 방에 들어오거나 한 사람은 없어. 그냥 복도를 왔다 갔다 할 뿐이야.”

“음... 밤에 그러면 확실히 신경 쓰이시겠네요. 일단 다시 교육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스카는 마리를 믿고 이 일을 신경 쓰지 않았다. 마리가 단단히 일러둔 탓인지 며칠 동안은 누구도 돌아다니지 않았다.


‘역시 하인이었나.’


그러나 며칠 뒤 다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렸다.


밤손님은 도발이라도 하듯, 한밤 중 오스카의 방문을 열어보기에 이르렀다.

오스카는 도망치는 누군가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오스카가 복도로 튀어나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다.


‘이건 마법이다.’


마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바람처럼 사라질 리 없었다.

그러나 오스카가 알기론 하인들 중 성을 부여받거나 마법 허가를 받은 자는 없었다.


‘누구지?’


누군가 마력을 숨기고 들어왔다고 하면 그것은 큰 문제였다. 마법으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오스카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의 실력자라는 것이다.

오스카는 아침이 밝자마자 다시 마리와 이 일에 대해 상의했다.


“큰일이네요. 마법이라니.”

“아무래도 당분간 쥬드를 내 옆방에서 재워야겠어. 마리는 일단 모른 척해줘. 눈치채면 곤란하니까.”

“알겠어요. 도련님.”


그날 이후로 쥬드는 밤마다 2층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수고를 해야 했다. 오스카도 잠을 최대한 줄이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오스카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소파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똑똑-

오스카는 노크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런, 잠들었잖아.’


깊게 잠들지 않은 탓에 곧바로 깨어난 것이 다행이었다.

오스카는 문밖에 서 있는 자가 누구인지 몰라 발소리를 죽이고 여차하면 순간이동을 할 생각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도련님. 쥬드입니다.”


문밖에서 들리는 쥬드의 목소리에 오스카는 안심을 하고 문을 열었다.

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의 쥬드가 서 있었다.


“잡았습니다. 마구간에 단단히 묶어두었습니다.”

“오! 수고했어 쥬드. 피곤해 보이는데 이제 가서 쉬도록 해. 내가 알아서 할게.”

“아닙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필요는 없어.”


쥬드는 제법 고집이 있었다. 주인을 지키겠다는 태도라 딱히 물릴 수는 없어 오스카는 하는 수 없이 쥬드를 데리고 내려갔다.


“나 혼자 들어갔다 나올게. 쥬드는 기다려.”

“네 알겠습니다.”


오스카는 혼자 마구간으로 들어갔다.

쥬드의 말과는 달리 범인은 묶여있지 않고 오스카를 향해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다.

어두운 금발을 양 갈래로 묶은 피부가 검고 키가 작은 소녀였다. 오스카가 본 적이 없는 것을 보면 그가 잘 가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하인인 듯했다.


오스카는 그녀가 묶여있지 않았지만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스카의 태연한 태도에 그녀는 조금 의외라는 듯 말했다.


“당황하지 않으시네요?”

“마법을 쓰잖아? 묶어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아 역시.”


소녀는 활짝 웃었다.

오스카는 지저분한 짚더미에 대충 걸터앉았다. 소녀는 귀족답지 않은 행동에 조금 놀랐다.

오스카는 편한 자세로 소녀에게 말했다.


“그동안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거야?”

“음··· 도련님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그럼 그냥 나에게 찾아오면 되는 일 아닌가?”


소녀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당장 이유는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대신, 저와 어딘가에 가 주신다면 상황을 봐서 모두 말씀드릴게요.”


오스카는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단서가 그렇게 많이 붙지? 말을 안 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

“... 네 그래요. 그런데 알게 되실 거예요. 분명히.”


오스카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는 그녀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회색빛이 도는 눈동자에서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로 가려는 거지?”

“바람의 계곡이에요.”

“플로가 영지 끄트머리에 있는 계곡 말이야?”


플로가 영지의 거대한 화산 근처에 깊은 절벽이 하나 있었다. 그 절벽 앞은 늘 안개가 바람을 따라 흐르고 있어 강한 마법사가 아니라면 접근할 수 없었다.


“네 그래요. 도련님이라면 그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오스카는 몸을 일으켜 소녀의 앞에 섰다. 오스카는 소녀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컸기 때문에 소녀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수상한데··· 네가 하는 말 전부 이상하잖아. 너라면 네 말대로 하겠어?”

“으음··· 그건 그러네요.”


소녀는 눈동자를 굴려가며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오스카에게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꿈속에서 도련님과 닮은 여자를 보았어요.”

“여자?”

“네. 그분은 드래곤들과 함께 있었어요.”


자신과 닮은 여자라니.

오스카는 자신의 어머니일 것이라고 직감했다. 평생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니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니란 단어에 마법이라도 깃든 듯 오스카는 눈앞의 소녀에 대한 믿음이 샘솟았다.

그러나 생판 모르는 소녀의 꿈에 나왔다고 하니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되었다.


“너와 ···그 여자가 서로 아는 사이인가?”

“아뇨. 모릅니다.”

“그런데 어떻게 너의 꿈에 나올 수가 있지?”

“그건 당장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대신 도련님이 바람의 절벽에서 무언가 발견하신다면 모든 걸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스카는 팔짱을 끼고 성난 표정으로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네 이름이 뭐지?”

“라비아입니다.”

“그래 라비아. 만약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면 귀족을 농락한 죄를 묻겠어.”

“물론입니다. 목숨이라도 내놓겠어요.”


오스카는 잠시 라비아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후, 알겠어. 당장 아카데미 수업이 없는 날 가도록 하지.”

“네,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라비아는 몹시 당돌했다. 귀족인 오스카더러 험한 곳에 함께 가자고 한 데다가 조건까지 붙이다니.

오스카는 어디 한 번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잠자코 있었다.


“쥬드 덴버가 에이스 도련님의 저택에 드나들고 있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대충은 알고 있어.”


쥬드가 오스카와 함께 할 수 없을 때 그는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이는 오스카가 허락한 일이었다.

라비아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런데 왜 그냥 두시는 건가요?”

“쥬드 입장에서는 그다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 어쨌거나 더글러스 소속인걸.”

“그렇군요.”

“네 조건이라 함은, 쥬드는 모르게 해 달라는 건가?”


라비아는 웃으며 박수를 쳤다.

“네 맞아요. 역시 도련님은 눈치가 빠르시네요.”

“좋아. 쥬드는 좀 떨어진 곳에서 대기시키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잠시 후, 오스카와 라비아는 마구간에서 나왔다.

라비아가 멀쩡히 풀려 나오자 쥬드의 표정이 심각해졌으나 오스카는 적당히 둘러댔다.

쥬드는 평소 성격답게 별다른 의문은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오스카는 하인 몇 명과 쥬드를 데리고 바람의 계곡으로 향했다.

라비아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따로 출발했다.


플로가의 중심부에서 벗어날수록 길은 좁고 거칠어졌다. 그나마 바람계곡은 유명한 장소였기에 방문객이 꽤 있는 편이라 길이 이어지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마차는 울창한 숲 때문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멈췄다.

그러나 그곳도 나무와 수풀이 그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부터는 나 혼자 가겠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쥬드, 너는 이곳에서 마차를 지켜줘. 몬스터가 나오는 곳이니까.”

“하지만 도련님은···”

“나는 마법이 있잖아.”


그리고 오스카는 보란 듯 마나를 이용하여 순식간에 숲 속으로 들어갔다.


숲 속에는 이름 모를 새들과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작은 동물들은 오스카가 낸 소리에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은 장소로 들어가면 이것은 몬스터의 울음소리로 바뀔 것이다.

바람의 절벽은 거대 화산과 연결된 지형이라 숲의 외곽에서도 관찰이 가능했다. 그러나 오스카는 절벽 가까이 가야 했다.

숲 밖에서와는 달리 안쪽에서는 절벽을 찾기가 몹시 까다로웠다. 도어나 워프 마법을 쓰려고 해도 정확한 좌표를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힘들었다.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오스카는 방향을 확인한 후 가려는 방향에 있는 나무를 피해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오스카가 지나는 곳마다 무성한 나뭇가지에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컸던 탓일까? 어느새 저 멀리서 한 무리의 무언가가 따라붙는 소리가 들렸다.

오스카는 그것들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게 무엇이 됐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로가는 산 깊은 곳이 아니라면 강력한 몬스터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끼기긱-

오스카가 잠시 뒤를 확인하자 덩치가 인간만 한 원숭이 몬스터들이 나무를 타고 빠르게 오스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플로가의 숲에 사는 붉은 피부 원숭이였다.

오스카의 속도가 빠른 탓에 거리가 멀어졌다가도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꽤 오랫동안 이동 중인 오스카를 따라다니는 중임에도 녀석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얼마간의 시간 후, 오스카는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절벽과 자신을 가로막는 나무는 더 이상 없었다.

눈앞에서 본 절벽은 목을 최대한으로 꺾어야 꼭대기가 보일 정도로 높았다. 그리고 절벽 앞을 흐르는 바람이 생각보다 거셌다.


“도련님.”


오스카의 옆에 바람을 타고 날아온 라비아가 섰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라비아는 뒤에서 따라오는 몬스터들을 확인했다.


“소리도 잘 듣고 냄새도 잘 맡는 놈들이에요. 영리하고요.”

“끈질긴 놈들이야.”

“네. 생각보다 숫자가 많네요.”


라비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전투할 준비를 하였다. 원숭이들은 이제 고작 나무 몇 개만 건너면 숲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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