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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418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10 06:00
조회
826
추천
9
글자
12쪽

엘프4

DUMMY

누군가 감히 가주에게 저주를 걸더라도 더글러스 내부의 사정으로 볼 때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쥬드도 심각하다 못해 창백한 표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 자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데.’


올리버는 쥬드의 기분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을 알아챘다.


“그런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아는 분 중 뛰어난 의원이 계시니 한번 물어봐 드리겠습니다.”

“그분은 고향 분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중에 벨리카 대삼림에 가실 때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아··· 가시는 건 문제없지만 가시는 길이 많이 힘이 드실 겁니다.”

“그런 건 괜찮습니다.”


올리버는 흔쾌히 승낙했다. 여정에 누구 하나 추가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오스카는 뛰어난 마법사이고 쥬드까지 함께 간다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올리버는 극구 사양하는 오스카에게 물약도 몇 가지 쥐어주었다.

신체 강화 물약과 마나 폭탄, 그리고 모습을 바꿔주는 물약이었다. 올리버의 상점에서 상당히 비싼 값에 거래되는 물건들이었다.

오스카는 더 거절하는 건 예의도 아니거니와 그가 만든 물약의 성능이 궁금하여 적당히 몇 가지만 받았다.


“감사합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오스카와 쥬드는 상점을 나섰다. 올리버와 벨라는 밖까지 나와 그들을 배웅했다.


“벨라, 잘 다녀와.”

“알겠습니다 공자님. 선물 사 올게요.”


오스카는 고향에 가는 벨라에게 미리 작별인사를 했다. 당분간 시간을 내기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며칠 뒤 올리버와 벨라는 플로가 영지를 떠났다.


**


플로가 경비초소의 지하 감옥.

햇빛이 거의 들지 않은 축축한 지하 구조물에 검은 로브를 쓴 남자가 나타났다.

그 남자는 경비 하나를 앞세우고 횃불에 시야를 의지한 채 감옥 깊은 곳으로 들어섰다.

그가 한 발 한발 뗄 때마다 고급 가죽 구두에 구정물이 튀었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입니다.”


경비는 근처에 횃불을 걸어둔 채 늘 그랬던 것처럼 자리를 피해 주었다.


감옥 속의 남자는 로브를 입은 남자를 보자마자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중상을 입은 몸이 구겨지며 그의 온 감각이 통증으로 비명을 질렀다.

감옥 바닥에서 나는 특유의 썩은 내가 별것 아니게 느껴질 정도였다.


“크흑..”

“한심하군.”

“죄송합니다.”


로브의 남자는 품 속에서 물약을 하나 꺼내 감옥 안으로 던졌다.

두꺼운 유리병이 쨍 소리를 내며 남자의 코앞까지 굴러갔다.


“마지막이다 해리. 또다시 잡혀 들어온다면 그땐 이 감옥에서 죽어 나갈 거다.”

“송, 송구합니다.”


해리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물약병을 열어 마셨다.

물약의 기운이 퍼지며 내상을 말끔히 치료해 주었다.

해리는 기운을 차리고 또렷한 눈빛으로 로브를 쓴 남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놈은 꼭 잡아들이겠습니다.”


해리는 자신에게 중상을 입힌 잘생긴 소년을 떠올리며 이를 뿌득 갈았다.


“뭘 해도 좋다. 그놈을 잡아도 좋고 심지어 플로가를 잡아도 좋다.”

“예? 플로가를요?”


해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들의 조직을 유지하는 데에는 플로가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무슨 짓을 해도 좋으니 조직에 도움이 될 일을 하라는 뜻이다. 단, 어딘가에 집혀가 조직에 대한 비밀을 발설해서는 안된다.”


해리는 방금 그가 한 말을 단순히 보안을 철저히 하란 말로 받아들였다.

감옥에 작게 난 창으로 바람이 들이쳤다. 바람은 남자의 로브속으로 들어가 로브에 달린 후드를 흔들었다.

이에 남자의 갈색 머리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것도 마법으로 만들어낸 가짜겠지.’


해리는 그의 본모습을 본 적 없었다.

어차피 해리가 어딘가에 잡혀 자백을 강요당해도 누구의 사주로 그랬는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늘 변조된 목소리와 모습으로 찾아와 명령을 내리고 사라질 뿐이었다.


그래도 해리가 위에서 아래로 일방통행인 조직에 몸담고 있는 이유는 보상이 넉넉하기 때문이었다.


“임시 거점을 다시 만들어놨다. 신중히 행동해라. 잡히는 조직원은 모두 자살시키고.”

“알겠습니다.”


로브를 쓴 남자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횃불도 함께 멀어지며 곧 감옥에 짙은 어둠이 찾아왔다.


‘ 저 놈의 본모습 정도는 알아둬야겠지.’


해리는 창살에 매달려 사라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오스카는 어김없이 모든 생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깨끗하게 잘 다듬어진 흰색 생도복을 잘 차려입은 오스카는 유독 빛이 났다.

그러나 오스카는 생도들의 관심을 모조리 무시하며 아카데미 안을 활보했다.


“한가해 보이네? 등급이 아무리 높아도 게을리하면 따라 잡히는 법이야.”


오스카의 뒤에서 카랑카랑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였다.


“플로가에 오고 나서는 처음이네. 스텔라.”


뒤를 돌아보니 스텔라가 남자 생도들을 주렁주렁 달고 서 있었다.

누구나 공평하게 수업을 듣고 점수를 받는 아카데미 이건만.

그런 아카데미 안에서도 가문에 따라 서열이 존재하는 듯했다.

남자 생도들은 스텔라의 각종 짐들을 대신 들고 서 있었다.


오스카와 스텔라는 서로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많이 한가한가 봐? 연애나 할 정도로.”

“무슨 소리야?”

“글쎄?”


스텔라는 오스카를 그대로 지나갔다.

스텔라를 따르던 생도들은 험악한 표정으로 오스카를 노려보며 지나갔다.

그러나 오스카는 그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신경 쓰이는 것은 스텔라의 이야기 뿐이었다.


‘연애? 벨라 이야기인가’


오스카가 최근 만난 여자라곤 유모 마리를 제외하면 벨라 그린 뿐이었고 그마저도 단 하루정도 함께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오스카는 여자라는 말에 벨라를 곧바로 떠올리지도 못했다.


오스카와 벨라가 함께 있는 것을 본 사람은 평민을 제외하고 몇 없다.

스텔라는 벨라를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평민 지구에 스텔라가 아는 사람이 있을 리는 없고··· 쥬드인가?’


현재로선 쥬드가 의심스러웠다. 그는 더글러스의 기사니까 오스카의 평소 생활을 에이스나 스텔라에게 보고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하더라도 그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는 볼 수 없었다.


‘날 비난하는 건 별 상관없긴 하지만...’


어차피 벨라는 플로가를 떠난 상태였다. 스텔라가 해코지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플로가를 벗어나 해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까지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벨라와 벨라의 아버지가 엘프라는 것.

이것만큼은 절대 들켜서는 안 되었다.


*


점심시간이 되어 오스카는 식당에 들어섰다.

그가 식당에 앉자 곧바로 자리가 세팅되었다.

오스카는 우아한 자세로 앉아 수저를 들었다. 잠시 후 그의 앞에 누군가 앉았다.

오스카의 앞에 앉은 생도는 식사할 생각은 아니었는지 자리를 세팅해주려는 하인을 돌려보낸 후 오스카를 바라보았다.


“...”


자신이 먹는 모습을 누군가가 뚫어지게 바라보는 건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오스카는 수저를 내려놓고 앞에 앉은 생도를 보았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녹색빛 눈동자, 카키색 머리카락을 지닌 조금 통통한 모습의 남자 생도였다.


“저에게 할 말이라도 있으신가요?”

“나는 보리스 스쿠더다.”


앞의 생도가 다짜고짜 자기소개를 하자 오스카는 당혹스러웠다.


‘뭐지?’


신입생도가 아닌 걸까? 신입 생도는 선배 생도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하는 걸까?

일단 이 생도는 오스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아니, 지금 아카데미에 오스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이시죠?”

“또 거절할 테냐? 소용없다. 나는 또 보낼 테니.”

“무슨···”


오스카는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모르는 생도가 나타나 다짜고짜 이상한 소릴 하니 무척 황당했다. 그러나 떠오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결투···”

“역시 알고 있었지?”


결투 제도는 아카데미에서 생도 간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서 학년에 상관없이 윗 등급의 생도를 꺾으면 포인트를 얻는다.

방어에 성공한 생도 역시 포인트를 얻는다.

포인트는 점수에 반영되어 등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많은 생도들이 결투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 중이었다.


특히 학년에 상관없이 점수를 얻는다는 규정 때문에 졸업을 앞둔 생도가 저학년 생도를 사냥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스카는 유일한 빛 속성의 S급 생도라서 자신에게 많은 결투장이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규 학기 시작부터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아직 마법 수업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죄송합니다만 거절합니다. 저는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뭐라고? 이 겁쟁이 녀석.


보리스 생도는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받아줄 때까지 귀찮게 굴 테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하아···”


결투는 거절하는 것이 가능했다. 신청을 받는 사람이 항상 한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생도들이 결투하자고 직접 쫓아다니며 귀찮게 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카데미에서도 이 부분은 묵인 중이었다.


‘계속 거절하면 알아서 떨어지겠지.’


오스카는 머리를 비우고 식사에 몰두했다.


*


모든 수업을 끝마친 오스카는 도서관에 들어섰다.

생각보다 훨씬 더 귀족들은 책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대화와 토론으로 지식을 넘겨주는 것을 더 선호했다.

따라서 도서관은 그 크기에 비해 늘 한산했다. 그는 며칠째 읽고 있던 책을 뽑아 들고 도서관의 안쪽 가장 조용한 구석에 앉았다.

곧 그는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몇 장 남지 않았을 무렵, 오스카의 앞자리에 덩치가 큰 생도가 앉았다. 물론 여전히 집중하고 있던 오스카는 당장 알아채지 못했다.


“크흠.”


오스카 앞의 생도는 결국 헛기침을 했고 오스카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붉은 기가 도는 밤색 곱슬머리의 덩치가 큰 생도였다. 화염 계열인지 그의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누구?”

“나는 제임스 코키니스키아다. 대답을 들으러 왔다”

“하아... 결투입니까?”

“그래. 빠른 시일 내에 대답해 주었으면 좋겠군. 그럼 이만.”


제임스 생도 역시 제 말만 하고 사라졌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


앞으로 계속 이러는 것일까?

오스카는 한숨을 쉬며 책을 덮었다.


‘거절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네.’


생도들은 생각보다 막무가내였다.

오스카는 데니스 페리도트 신입 담당 교수를 찾아가기로 했다.


* *


데니스 교수는 안 그래도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자꾸 날아오는 결투장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수업은 듣지도 않고 결투장만 날려대는 생도가 있는 탓에 결투 횟수에 제한을 걸었지만 이번에 이슈가 된 신입생도 때문에 전체 생도가 시작부터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미치겠군.’


데니스 교수는 수업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 까지는 신입생도에게 결투를 시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마법 수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개개인의 역량을 알아야 결투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

아무리 생도라지만 위급상황에서는 일 인분의 역할을 할 마법사들이었다. 성장할 때 까지는 어느 정도 보호가 필요했다.


‘하여간 그놈의 경쟁.’


그는 땅에 떨어진 몇 장을 제외하고 모든 결투장을 휴지통에 쓸어 담았다.

휴지통에는 이미 종이가 불에 탄 흔적이 있었다.

데니스 교수는 휴지통에 불을 붙였다. 종이는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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