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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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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394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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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
추천
7
글자
12쪽

임시생도3

DUMMY

“도어”


오스카는 불꽃이 이든에게 도달하기 전 이든이 앉은자리에 마지막 마법진을 불러냈다.


“우아악!”


이든의 몸이 기우뚱하며 오스카의 마법진으로 빨려 들어와 오스카의 뒤쪽으로 떨어졌다.


파이어 볼은 이든이 조금 전까지 있던 곳을 강타하고 마력이 걸려있는 바닥을 부수어 놨다.

파이어 볼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열풍이 밀려들었다.

오스카의 뒤에 자리 잡은 이든은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는 붉은 오스카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멋있다!’


이든이 남자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한 건 자신의 아버지 이후로 처음이었다.

열풍이 잦아들고 먼지가 가라앉자 오스카는 뒤를 돌아 이든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어? 어어···”


앉은 자세 때문인가?

분명 호리호리한 체형에 큰 덩치는 아니었음에도 오스카는 이든에게 몹시 거대해 보였다.

이든은 오스카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땀에 젖은 손을 바지에 쓱쓱 닦고 그의 손을 잡았다.


“너 진짜 강하구나. 저거 맞았으면 나는 그냥 죽었겠다.”

“뭘. 나는 도망 다니기만 했는데.”

“나는 파이어 볼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야. 정말 멋있다.”

“나도 많이 배웠어. 빛은 단순히 보조 마법인 줄 알았는데 정말 강하구나.”

“고마워.”


두 사람은 악수했다. 입회 생도석에서도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부 박수를 친 것은 아니지만 오스카를 인정한 생도들이 상당히 늘어났다.

여전히 오스카를 아니 꼽게 생각하는 생도들이 있었으나 이들의 의견은 더 이상 대세는 아니었다.

더불어 이든도 함께 인정받았다. 초반에는 도망치는 모양새였으나 파이어볼 레인이라는 엄청난 마법을 사용하며 마력이 걸려있는 대강당의 바닥을 전부 깨 먹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수고했다.”

“그래. 멋진 승부였어.”


두 교수는 오스카와 이든을 다독여주었다.

오스카는 이 결투로 포인트를 얻어 점수 면에서 다른 생도들을 상당히 앞서게 되었다.


모든 입회 생도들이 부산스럽게 나가고 이든도 자잘한 화상 상처를 치료하러 나갔다.

오스카와 두 교수는 가장 마지막에 나가게 되었다.


“오스카.”


나오미 교수가 나가려는 오스카를 불러 세웠다. 나오미 교수는 직접 오스카의 옆으로 걸어가 오스카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무슨 꿍꿍이지?’


나오미 교수는 결투 내내 오스카를 응원했다. 원래 그녀는 오스카에게 호감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데니스 교수는 나오미 교수가 오스카를 다정하게 부르자 수상함을 느끼고 잠시 그들을 지켜봤다.


“오스카, 나중에 내 집무실에 들러줄래? 물론 시간 날 때 말이야.”

“아, 네.”

“꼭 와 주었으면 좋겠어. 사과하고 싶으니까”


나오미 교수는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웃으며 오스카의 어깨를 두드리고 출구를 향해 걸었다.


데니스 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참 계산적이야. 그래도 꼰대들 보단 낫군.’


나오미 교수는 태도를 잘 뒤집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거리를 두었다가도 필요한 것 같으면 바로 친밀하게 굴었다.

누군가가 보면 약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쁜 첫인상을 고집하며 끝까지 악의적인 마음을 품는 자들보단 훨씬 나았다.

오스카에겐 큰 아군이 하나 생긴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오미 교수는 데니스 교수의 옆을 지나다 말고 멈춰 섰다.


“그러고 보니 내기는 제가 이겼네요. 뭘 받아야 할지 생각해볼게요. “

“... “


나오미 교수는 데니스 교수에게 윙크를 날리고 가 버렸다.


“허허 참... “


데니스 교수는 그 말을 대충 흘려듣고 오스카에게 다가갔다.


“수고했다. 질 거라고 했던 말, 사과하지”


데니스 교수는 마지막으로 나갈 준비를 하며 오스카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습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이든이 무척 강하기도 했고요.”

“그래 고맙군.”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대강당을 나섰다.


*


오스카의 결투는 입회했던 생도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전 아카데미로 쫙 퍼졌다.

빛 속성이 공격 계열에는 안될 줄 알았는데 이겨서 의외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아카데미 전체 생도들 사이에 빛 마법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난 상태였다.


오스카가 사용한 마법은 네 개. 그중 도어라는 마법을 주로 사용하며 오스카는 도어 마스터, 혹은 마스터 키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불 속성 생도들은 성격도 불같아서 많이들 분개했다. 오스카가 사용한 마법이 공격 마법이 아니다 보니 이 결투는 무효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신입 불 속성 생도 중 가장 강한 생도인 이든이 너무 쉽게 당했고, 또 스스로 인정했다고 하니 뭐라 할 수는 없었다.


불 속성이 아닌 생도들 중 호기심이 강한 생도들이 오스카에게 몇 번 더 결투 신청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스카의 포인트만 채워주었을 뿐이었다.


‘이제 좀 한가하네.’


오스카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이든과 싸운 덕분에 결투를 신청받는 횟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오스카가 있는 자리마다 먹을 것이나 선물이 놓여있거나 여자생도들 무리가 와서 선물을 전해 주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건 무슨 경우지?’


과거에 자신을 짝사랑하던 티를 내던 여자들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귀족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카데미에 와서 이런 선물을 받는 일이 의외이긴 했다.


‘마리 갖다 줘야지.’


받은 것을 버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오스카는 하인들에게라도 갖다 줄 생각으로 선물들을 잘 챙겼다. 예상치 못한 짐이 생기자 은근히 귀찮았으나 결투하자고 다짜고짜 말 거는 것에 비하면 이 편이 훨씬 좋았다.


상당수의 수업이 끝난 오후.

생도들은 날씨가 더운 탓에 가운데 넓은 길 대신 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진 갓길로 몰려들었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생도들이 모두 뒤섞인 채 정문을 향해 걸었다.

오스카는 부피가 꽤 큰 선물 꾸러미를 들고 있던 탓에 생도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스카 생도님! 오스카 생도니임!!”


누군가 다급하게 오스카를 불렀다.

오스카는 또다시 누군가 결투 신청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긴장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이 제법 익숙한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누구더라?’


분명 오스카와 그는 구면임에 틀림없었지만 오스카는 누구인지 곧바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생도의 복장이 아닌 것을 보면 생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이로 볼 때 교수도 아니었다.

오스카가 생각에 잠긴 사이 그 사람은 어느덧 오스카의 가까이까지 왔다.


“헉. 생도님. 헉···”


그가 오스카의 앞에서 숨을 고르자 마침내 오스카는 그를 기억해냈다. 그는 이전 오스카에게 면접 날짜를 알려준 접수원이었다.

당시의 쌀쌀맞았던 태도와는 달리 그는 호칭이며 자세하며 오스카에게 공손하게 보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접수원 님이 무슨 일이시죠?”

“오스카 생도님, 저를 기억하고 계셨군요! 그때는 몰라 뵙고 정말 죄송했습니다.”


접수원은 오스카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지나가던 생도들이 모두 쳐다볼 정도로 눈에 띄는 행동이었다.


“왜 이러십니까?”

“전에는 결례를 범한 것 같아 이렇게 사과드립니다.”


접수원은 고개를 들고 오스카가 들고 있는 짐을 보았다.


“오스카 생도님, 이런 것은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아니, 저··· 마법으로 옮기면···”


오스카는 짐들이 꽤나 거추장스러워 여차하면 마법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플로가 내부에선 생도들의 공격 계열 마법은 금지되어 있으나 도어 마법이라면 공격 마법이 아니니 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접수원은 오스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스카의 손에서 짐들을 수거해갔다.


“집까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접수원은 종종걸음으로 오스카의 앞에서 걷기 시작했다. 혹여라도 오스카가 짐을 도로 가져갈까 봐 그런 것이다. 오스카는 접수원이 떨어뜨린 작은 포장 하나를 주우며 한숨을 쉬었다.


‘대결에서 이겼다고 별 일이 다 있네.’


접수원이 꽤나 소란스럽게 군 탓에 멀리서 있던 사람들도 오스카를 주목하고 있었다. 아카데미 건물에서 나온 에이스와 스텔라 역시 오스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빛이 어떻게 불을 이긴다는 거야?”


스텔라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에이스에게 물었다.


“마법은 응용하기에 따라 다르겠지.”

“어떻게 서자 따위가 수석을 할 수가 있냐고. 여교수가 함께 있었다는데 편들어준 거 아니야?”


스텔라의 생각 없는 말에 에이스는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었다. 스텔라를 노려보는 에이스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스텔라. 듣는 귀가 많아.”

“아··· 미안.”


스텔라는 눈동자를 굴리며 급히 목소리를 낮추었다.


“여하간, 오빠는 마검사잖아. 오빠가 결투 신청해봐.”

“마검사랑 마법사가 어떻게 싸우겠니. 마검사가 이길게 뻔하잖아.”


이야기 중인 스텔라와 에이스 뒤로 한 무리의 생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에이스는 아까와는 전혀 달리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스텔라의 양 어깨를 잡았다.


“스텔라. 오스카가 서자라고 해도 우리 식구야. 가문에 필요한 존재라고.”

“으... 응”


흰 아카데미 건물을 앞에 온통 붉은 두 사람이 서 있자 눈에 몹시 띄었다. 지나가던 여생도 몇과 후배 남자 생도들이 에이스를 발견했다.


“에이스 선배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에이스는 일일이 그들과 눈을 맞춰주며 인사했다. 무리의 생도들이 사라지자 에이스는 다시 무서운 얼굴이 되어 스텔라를 노려보았다.


“앞으로 사람들 앞에서 말조심해 스텔라.”


**


며칠이 지나자 오스카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조금 수그러들었다. 여전히 귀찮은 점은 있었지만 신경을 쏟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스카는 수업이 끝나면 사람이 없는 조용한 도서관의 빛이 안 드는 구석자리에 앉아 드래곤에 관한 서적을 읽었다.


‘다 거기서 거기네···’


드래곤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 비슷했지만 지겹다 생각하지 않고 작은 단서 하나라도 찾으러 애썼다. 그래도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스카는 잠시 쉴 생각으로 기지개를 켰다.


“하암”

“드래곤에 관한 책들이 상당히 지겹긴 하지.”


오스카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자신의 우측에 단정한 금발의 안경 낀 귀여운 소년이 있었다.


“이 책은 온통 불의 드래곤에 관한 것뿐이야.”


이번엔 좌측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까만 실크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볼이 통통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였다.


“이 책 엄청 지겨운 데 우리가 요약해줄까?”

“...”

“우리는 다 읽었어. 이거 네가 전에 읽은 거랑 내용 많이 겹칠걸?”

“뭐?”


오스카는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다는 소리에 굉장한 불쾌함을 느꼈다. 그는 나중에 읽을 생각으로 책을 놓고 일어섰다. 서적은 대여가 금지되어 있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소년과 소녀는 오스카에게 따라붙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네가 유명해서 좀 지켜본 건 사실이야.”

“근데 네가 드래곤에 관한 책만 읽기에 더 궁금해졌어.”

“저리 가. 귀찮게 하지 말고.”


오스카는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나 소년과 소녀는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우리도 드래곤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있어.”

“우리 서로 자료를 공유하지 않을래?”


오스카는 자리에 우뚝 섰다.


“필요 없으니까 그만 좀 쫓아와.”


오스카가 짜증을 내자 소녀가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만 들어줘. 그래도 싫으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게.”

“정말이야. 분명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걸?”

“아니, 그럴 일 없어.”


오스카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자 소년은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 그 자리에 서서 외쳤다.


“대강당 바닥 본 적 있어? 전에 결투하다 깨진 곳 말이야. 그곳에 마법진이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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