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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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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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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75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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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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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첫번째 드래곤4

DUMMY

드래곤 길잡이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었다. 드래곤이 원하면 길잡이의 혈통 중 누구든 드래곤의 꿈을 꿀 수 있었다.

드래곤 길잡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드래곤의 꿈은 비밀리에 관련자들에게만 전해졌기 때문이다.

드래곤이 사라진 지 100년, 라비아는 실로 오랜만에 태어난 드래곤 길잡이였다.

드래곤 길잡이가 태어났다는 것은 어디엔가 드래곤이 살아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라비아가 자신의 대략적인 이야기가 끝나며 동시에 오스카의 식사도 끝이 났다.


“라비아, 네 몫이야.”


오스카는 테이블 위의 마정석을 선뜻 건넸다. 라비아는 마정석을 받으며 몹시 당황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이 귀한걸 그냥 주시면···”

“네가 다 찾아낸 거잖아. 사실 모두 네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쓰도록 해.”

“그러나 저는 쓸 데가 없는걸요.”

“네 고향마을에 보내던지.”


그리 말하고 오스카는 씻기 위해 일어섰다.


라비아의 일족은 강력한 마력을 가졌음에도 드래곤의 뜻에 따라 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중이었다.

드래곤이 있었을 때에는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황금이나 마정석으로 여유롭게 살았으나 지금은 자금이 끊겨 가축을 키우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라비아의 일족은 드래곤 외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처음일 것이다.


“저 라비아는 드래곤 길잡이로서 오스카 도련님을 따르겠습니다.”


라비아는 오스카의 등에 대고 머리를 깊이 숙였다.


*


“아이고 도련님. 이게 다 무슨 일이래요? “


마리의 목소리에 오스카는 하던 일을 멈추고 어색하게 섰다. 그는 무안해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해 보이는 행동이었다.

마리와 오스카의 신뢰를 얻게 된 라비아는 마리와 함께 오스카의 방에 들어왔다가 주저앉아 소리 없는 박장대소를 하는 중이었다.


“그동안은 그냥 힘든 일이 있으셔서 그랬나 싶었는데 오늘은 정도가 심하시네요.”


오스카는 주워온 알을 방에서 가장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기고 담요로 열심히 두르고 있는 중이었다.

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알은 앙증맞은 바구니에 놓여있었고 고급 천으로 만든 햇빛가리개가 알을 보호하는 중이었다.

물론 마리의 눈에는 알이 아니라 삐죽삐죽한 돌로 보였다.


“마리, 이건 마력이 깃든 돌이니까 혹시라도 이거 치우면 안 돼.”

“마력이라고요? 흐음... “


마리는 오스카와 알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뻥치시네.‘


마리도 귀족 가문에서 일한 지 오래되었다. 마법에 대해 기본적인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지금 오스카가 하는 짓이 얼마나 이상한 짓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라비아, 그만 웃고 일어나. “

“흐으으읍...네 죄송합니다. “


오스카는 몹시 민망해하며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카데미에 가야 하니까... 저기, 라비아? 이 돌을 잘 부탁해. “

“... 네... 흐윽... 알겠습니다. “


라비아는 몇 초에 한번 발작하듯 부들부들 떨며 오스카가 하던 대로 담요를 알 주변에 꼼꼼하게 둘렀다.


“이만 다녀올게. “


마리는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오스카를 한심함과 떨떠름함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법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오스카는 아카데미의 도서관을 모조리 뒤져가며 드래곤의 번식에 관한 단서를 찾아보았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정말 작은 단서조차도 찾지 못했다.

아직 보아야 할 책은 많이 남았지만 그는 더 시간 낭비를 하기 전에 서클원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안녕, 얘들아?"

"어서 와 오스카. 마침 차를 내린 참이야."


서클실 안에 은은한 과일 향이 돌았다. 오스카는 결국 자신의 차지가 된 손님용 소파에 앉았다.


"고마워 잘 마실게."

"그동안 서클실에는 안 오던데 무슨 일 있었어?"

"아 궁금한 것이 생겨서."


아이리스는 오스카가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하자 차도구를 급히 정리하고 앉았다.


"뭔데, 뭔데?"

"드래곤은 알을 왜 낳는 걸까?"

"오... 흥미로운 주제다."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해당 주제에 대해 토론해 보았다.


"번식은 목숨이 유한한 종들이나 하는 거지. 드래곤은 원래 같았으면 영생을 하는데 굳이 번식을 할 이유는 없어."

"그렇지? 그렇다면 알을 낳는다고 가정해 볼 때, 그들이 알을 낳는 이유는..."


콜린이 손바닥을 짝 하고 부딪혔다.


"자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남긴 것이 아닐까? 그들도 혹시라도 죽을 상황을 대비하는 거지. “


오스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드래곤이 알을 낳았다는 것은 곧 그 드래곤이 죽었다는 의미라고 생각해."


오스카는 손가락을 하나 펴고 주의를 집중시켰다.


"그렇다면, 그 알은 어떻게 부화할 수 있는 걸까?"

"그렇지. 알이 부화하려면 어미가 품어줘야 할 텐데."

"다른 드래곤이 품어주는 것 아닐까?"

"그럼 지금처럼 다른 드래곤이 모두 사라지거나 혹은 죽은 상태라면 부화가 불가능한 걸까?"


세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이 주제의 결말이 드래곤의 완전한 죽음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어쩐지 슬픈걸. 드래곤은 내 동경의 대상인데."

"에이 설마. 이건 우리 상상일 뿐이잖아. 드래곤은 언젠가 부활할 거야."


세 사람은 울적한 기분이 되었다. 오스카는 애써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들이랑 이야기하는 건 역시 즐거워. 우리 또 보자."


그는 먼저 서클실을 나섰다.


오스카는 드래곤의 알을 얻었지만 부화시키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드래곤만이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드래곤이 직접 부화시켜야 하는 것이라면 오스카가 얻은 드래곤은 영영 깨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오스카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상점 지구의 서점 앞을 지나게 되었다.


'혹시 뭐라도 있지 않을까?'


오스카는 작은 단서라도 잡기 위해 서점 안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드래곤이나 역사 쪽은 어느 정도 훑어봤기 때문에 이번엔 몬스터 쪽을 보기로 했다.


'드래곤을 몬스터 취급하기는 조금 거북하긴 한데...'


오스카는 '몬스터'의 습성이나 특징을 적어놓은 도감을 몇 권 골라 집으로 돌아왔다.


"오셨어요 도련님?"

"..."


방에 들어오자마자 오스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리본을 달고 예쁘게 바구니에 누워있는 드래곤의 알이었다.


"제가 잘 돌보고 있었어요."


라비아는 자랑스레 두 손으로 알을 가리키며 섰다.


"... 어 수고했어."


마리가 아침에 자신을 왜 그런 눈으로 보았는지 이해가 되는 오스카였다.


*


오스카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씻고 침대에 누웠다. 품에 알과 서점에서 사 온 책을 낀 채였다.


"이쯤인가."


오스카는 목차에서 대형 몬스터를 찾아 페이지를 넘겼다.

곰, 늑대, 악어 등의 몬스터 사이에서 오스카의 눈에 띈 몬스터가 하나 있었다.


"와이번?"


처음 들어보는 몬스터였지만 몬스터의 소개가 오스카의 시선을 끌었다.


[와이번은 '작은 드래곤' 이라 불릴 정도로 드래곤과 생김새와 특징이 비슷하다. 주요 서식지는 데스 데져트이며 드래곤이나 상위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속성이 있다. (중략) 와이번은 한 번에 알을 하나씩만 낳는다. 알은 어미가 직접 품어서 부화시킨다....]


드래곤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몬스터를 발견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으나 내용은 역시나 절망적이었다.

오스카는 드래곤이 없으면 알을 부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드래곤과 비슷하다고 이렇게 당당하게 써 놓아도 되는 거야?‘


이 책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차피 서민들이 읽는 책이라 귀족이 신경을 쓰지 않거나 너무 위험한 지역에 있어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오스카는 자신의 품에 놓인 알을 보았다.


"너를 어쩌면 좋을까?"


오스카는 알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손바닥에 까칠한 알의 촉감이 느껴졌다.

그는 이번에는 알에 귀를 대어 보았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스카는 한숨을 쉬고 다른 책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오스카는 알을 껴안은 채로 잠이 들었다.


몇 시간이 흘러 한밤중이 되었다.

하늘은 캄캄해지고 오스카가 켜 두었던 라이트 마법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으으...'


다른 사람이라면 깊이 잠이 들 시간.

오스카는 꿈이라도 꾸는 듯,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드래곤의 알과 반응 중이었다.


드래곤의 알은 오스카의 마나를 집어삼키며 간헐적으로 부르르 떨었다. 알에게 마나를 빼앗긴 오스카는 체력도 함께 빼앗기며 잠에서 깨어날 줄을 몰랐다.

알의 마나를 삼키는 행위는 새벽녘까지 계속되었다. 알은 만족스러울 만큼 마나를 빼앗은 뒤, 밝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한밤중이었다면 누군가 발견할 정도로 밝은 빛이었지만 새벽녘이라 다행히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오스카는 마나를 거의 다 빼앗기고 나서야 깊이 잠이 들 수 있었다.

알은 몇 번 빛을 낸 후 꼭대기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은 쩍쩍 소리를 내며 바닥까지 갈라졌다. 그러고는 작게 퍽 소리를 내고는 알의 조각들이 침대에 떨어졌다.


알의 내부에서는 도마뱀과 닮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막 태어난 여느 새끼와 같이 그것은 몸이 젖어있었고 눈을 감고 있었다.


갓 태어난 바람의 드래곤은 잠시 후 눈을 떴다.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 익숙지 않아 드래곤은 뻑뻑한 눈을 끔뻑거렸다.


시야가 트인 드래곤은 누가 자신을 깨웠는지 단번에 알아챘다.

그러나 젖은 자신의 몸을 닦아주지 않고 누워 잠만 자고 있는 오스카의 모습에 섭섭함을 느꼈다.


“쿠엑- “


드래곤은 오스카에게 약한 바람을 쏘아보았다. 오스카의 앞머리가 날리며 기분이 좋아진 오스카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드래곤은 오스카가 깨어나지 않자 포기하고 오스카의 옷에 자신의 몸을 비벼 직접 몸을 닦기 시작했다.

드래곤이 제법 거칠게 부딪혀 오는데도 오스카는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만큼 마나 소모가 심했던 것이다.

드래곤은 또다시 섭섭함을 느꼈지만 곧 그도 피곤함을 느끼며 길게 하품을 했다.

그러고는 오스카의 팔 아래로 파고들었다.


*


해가 꽤 높이 뜨고 나서야 오스카는 눈을 떴다.

간밤에 피곤에 찌들었던 그는 자꾸만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는 것을 간신히 버텼다.


‘이상하다. 오늘은 엄청 피곤하고... 또... 꽤 시원하네.‘


날이 밝은지 한참인 지금, 분명 더운 것이 당연한데 오스카는 품에서 서늘함을 느꼈다.

오스카는 절반 정도밖에 뜨지 못한 눈으로 서늘함이 느껴지는 곳을 응시했다.

흐리멍덩한 시야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보이자 오스카는 그제야 상체를 일으키고 눈을 번쩍 떴다.


“음? 뭐야?”


플로 가는 더운 지역이라 도마뱀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때문에 오스카는 도마뱀이 들어온 줄 알고 흠칫했다.


그러나 그 크기가 도마뱀의 성체보다 훨씬 큰 데다가 큰 눈을 끔벅이며 자신을 응시하고 있자 오스카는 몹시 놀라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으아악! “


오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라이트 마법진을 그렸다. 새하얀 빛이 번쩍하며 창문 밖으로 새어나갔다.


“쿠악!“


당황한 것은 드래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깨운 부모인 줄 알고 옆에서 잠이 들었을 뿐인데 공격을 당하자 이번에는 서러움을 느꼈다.


드래곤은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오스카를 향해 바람을 쏘아댔다.

드래곤의 바람은 제법 강했다. 오스카의 방안에 있던 것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바람은 방의 창문을 세차게 때리다가 결국 열어젖혔다.

이에 오스카의 물건 일부가 바람에 휩쓸려 방 밖으로 날아가며 밖에서 작업 중이던 하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게 뭐야?”

“꺄아악. “


오스카는 한쪽 팔을 들어 바람을 막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에 깨진 알의 조각들이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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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검은 숲 21.09.26 527 6 11쪽
24 그림자2 21.09.25 559 6 12쪽
23 그림자1 21.09.24 579 7 12쪽
22 공중정원3 21.09.23 57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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