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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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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174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25 06:00
조회
558
추천
6
글자
12쪽

그림자2

DUMMY

*


어느 날부터 촌장은 보이지 않았다.

마을을 위해 헌신했었던 촌장이 사라지자 사람들이 걱정하며 찾아다니던 중 촌장의 일기와 유서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유서에 쓰여 있는 곳에서 시체를 발견했다.


유서는 이상한 점 투성이었으나 사제가 나서 촌장의 명복을 빌자 사람들은 의문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그를 좋은 곳에 묻었으며 사제가 그의 무덤을 축복함으로써 그에 대한 부채감도 덜었다.


두 번째 죽음은 고작 돈 몇 푼 때문이었다.


살인을 한 자는 잘못은 인정하지만 억울한 눈치였다.

그가 진정으로 뉘우치지 않자 그를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사제가 나섰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고작 돈 몇 푼 때문에 굶어 죽는 사람도 수두룩 하다며, 살인의 이유가 되는 그 푼돈이 가치가 없다고 여기지 말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사제의 그럴듯한 말에 또 넘어갔다.


누군가 물에 빠져 죽어도,

누군가 목을 매달아 죽어도,

누군가 절벽에서 떠밀려 죽어도,

이 작은 마을에 인구가 줄어 몇 남지 않게 되어도,


사람들은 사제의 말을 믿었다.


그리고 마을에서 가장 마지막에 죽은 이는 사제였다.

그는 살해당했고 그를 죽인 이는 간단히 짐을 꾸려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더 짙은 그림자를 가진 이를 만날 수 있으리라.


*


잭은 큰 마을에 도착했다.

사제를 죽이고 나선 지 한 달여 만이었다.


그는 긴 여정 동안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작은 초원을 지날 때, 유목민을 만나 그를 죽이고 낙타를 빼앗고 야영하는 이들을 만나 함께 묵다가 헤어지는 날 밤 그들을 모두 죽이고 말과 마차를 빼앗았다.


죄책감은 없었다.

어차피 죄는 뉘우치면 되는 일이었고 잭은 이 마을에 도착하기 전 모든 죄를 뉘우쳤다.

잭은 새사람이 되어 이곳에 온 것이었다.


마을은 꽤 번화한 곳이었다. 귀족이 아닌 촌장이 다스리는 것을 보면 마을이 커진 지 얼마 되지 않는 곳이었다.


잭은 일단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약 세 달간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가장 성질이 더럽고 사악한 사람을 골라 그의 근처에서 서성거렸다.

성질이 고약한 사내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얼쩡거리기라도 하면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잭은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내를 귀찮게 굴었다.

그리고 결국 잭은 어느 날 밤 사내에게 무지막지하게 맞고 야산에 버려졌다.


그림자는 이번엔 성질이 고약한 사내, 네로가 되었다.


네로는 덩치가 아주 크고 힘이 좋았다. 그는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힘쓰는 일밖에 없었으므로 나무를 해다가 장에 팔아먹고 살았다.

그러나 그림자가 들어서고부터 그는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머리를 써서 사람을 유인해 증거를 남기지 않고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한 다음 그 사람의 재산을 빼앗았다.


네로의 폭력적인 성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자 사람들은 오히려 그가 정신 차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뒤에서 음습한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로 변했을 뿐이었다.

네로는 다른 마을이나 세상에 너무 빨리 알려지지 않도록 범죄의 간격을 조절했다.

마을 사람들이 연쇄 살인마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경비대를 조직하자 그는 각종 범죄로 모은 재산을 가지고 더 넓은 곳을 향해 떠났다.

**


오스카는 수석 정식 생도가 된 후 첫 방학을 맞이했다.

원래 계획으로는 드래곤을 찾아 나설 생각이었다.

그러나 방학을 맞이하기 한 달 전쯤, 가문에서 아무 연락도 없이 지원을 끊어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오스카의 자금에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정 급하다면 나중에 물약 상인 올리버를 통해 마정석을 처분할 생각이었다.

‘이상한데... 아버님이나 브루노가 아무 말도 없이 지원을 끊을 리가 없어.‘


오스카는 꺼림칙함을 느끼고 여행을 뒤로 미뤘다.

그리고 더글러스 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오스카는 마리를 제외하고 라비아와 쥬드, 그리고 드래곤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마리는 긴 여행을 하기에는 힘든 나이이기도 했고 저택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남기로 했다.


드래곤 여행에 대한 아쉬움은 검은 숲을 관찰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게다가 라비아는 꿈속에서 검은 숲을 본 적이 있어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스카는 오랜 여행을 위해 좋은 마차를 빌렸다. 돈은 어차피 많기 때문에 아낄 이유가 없었다.


“쥬드“


책이 지루했던 오스카는 잠자고 있는 라비아 대신 쥬드를 불렀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쿠키를 먹는 드래곤은 쿠키에 집중하도록 놔두었다.


“네 도련님. “

“검은 숲에 가 볼 예정이야. “

“그렇습니까. 도련님이 가신다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그렇지만 안쪽까지는 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쥬드는 그곳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어? “

“그곳은 다이어 울프의 서식지입니다. 그리고 죽음의 마나가 많이 발견됩니다. 가까이 있는 것도 그다지 좋지는 않아 보입니다. “

“걱정 마. 무리하지는 않을 거야. “


쥬드는 특별히 더 아는 것은 없어 보였다. 오스카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나 쥬드는 입을 다물었다.


“으음... “


라비아가 잠을 깨기 시작했다. 오스카는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라비아는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도련님!”

“무슨 꿈이라도 꿨어? “

“도련님 혹시, 검은 숲에 가실 생각이신가요? “


아직 묻지도 않았는데 뜻밖에 라비아가 먼저 말을 꺼내자 쥬드와 오스카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럴 생각이야. “

“그렇군요... “

“어떻게 안거야? “

“방금 꿈을 꾸었어요. 그런데... “


라비아는 머뭇거렸다.


“괜찮으니 이야기해봐. “

“... 검은 숲의 입구를 보았어요. “

“입구가 있다고? “

“네. 다른 곳으로 들어가면 헤매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곳을 알려 드려야 할지... 꿈을 꾼 것을 보면 그렇게 되는 게 맞을 텐데. “


꿈속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라비아의 얼굴엔 온통 걱정뿐이었다. 쥬드도 라비아를 따라 얼굴을 굳혔다.


“괜찮으니 이야기해봐. “

“... 네. 도련님은 기절해 계셨어요. 다행히 다치진 않으셨고요. “

“아빠는 기절 못해! 내가 있잖아. “


쿠키를 먹던 윈드가 야단을 치듯 소리쳤다.


“괜찮아 윈드. 아빠는 윈드가 지켜줄 거지? “

“응! “


윈드는 뿌듯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쿠키를 먹기 시작했다.

라비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라비아, 그래도 그런 꿈을 꿨다는 것은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니야? 내가 기절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나는 그대로 하겠어. “

“하지만... “

“일단 가보자. 내가 죽는 걸 본 건 아니잖아. “


라비아는 쥬드와 눈이 마주쳤다. 쥬드는 할 수 없다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리하시면 안 돼요. “

“알겠어. “


얼마간을 달린 끝에 더글러스 영지 특유의 평화로움을 간직한 마을들이 보였다.

그리고 지루한 풍경들을 지나 밤보다 새카만 숲이 시야에 들어왔다.

검은 숲을 처음 보는 라비아는 창 밖에 상체를 내민 채로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드래곤으로 변한 윈드 또한 긴장 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때때로 말이 아닌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다 왔습니다 도련님. “


마부는 숲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마차를 세웠다. 일반인들의 접근이 허용되는 한계 지점이었다.


“수고했어. 먼저 더글러스에 돌아가도록 해. “

“예? 도련님은 어쩌시고요. “

“갈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마. 정 걱정되면 세 시간 후쯤 찾으러 와.”

“아, 알겠습니다. 그럼. “


마부는 숲이 무서워 후다닥 달아났다.

마차가 보이지 않게 되자 라비아는 나무들 중 하나를 가리켰다. 나무 가운데에는 커다란 옹이가 있었다.


“저 나무를 끼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


오스카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드래곤으로 변한 윈드는 오스카의 어깨에 앉은 채였다.

반드시 숲에 들어가리라 다짐했던 몇 시간 전과는 달리 오스카는 입구 앞에서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머뭇거리기는 라비아와 쥬드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여기 있도록 해. “


오스카는 생각보다 위험할 것을 직감하고 혼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쥬드는 칼집을 강하게 쥐고 오스카의 바로 앞에 섰다.


“나, 나도 갈 거예요. 내가 길잡이니까. “


라비아는 덜덜 떨리는 다리로 최대한 빨리 걸었다.


오스카는 두 사람을 굳이 말리지 않았다. 그는 강요하지 않았으므로 이제부터는 본인들이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오스카가 숲에 한 발 내딛자마자 불에 탄 듯 새까만 나무들이 그의 시야를 차단했다.


‘그래, 이 느낌이야.‘


과거 죽기 전 보았던 풍경에 오스카는 침음을 삼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햇빛이 나무 사이로 새어 들어온다는 점이었다.

사선으로 내리꽂는 햇빛이 안개와 만나 오히려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스카의 뒤에서는 미처 새어 나오지 못한 거친 숨소리가 물에 빠진 사람이 간헐적으로 내뱉는 것처럼 툭툭 끊겨 들렸다.

오스카의 어깨에 앉은 윈드는 돌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괜찮아, 라비아? “

“네, 네 괜찮아요. “


오스카는 길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따라 걸었다. 두 사람도 말없이 오스카를 따랐다.

확실히 입구로 들어온 때문인지 같은 자리를 돌거나 길을 헤맨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목적지가 불분명할 뿐이었다.


어느덧 정오의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들은 식사도 하지 않았지만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뭔지도 잊어버렸다.


“이상하군. 다이어 울프의 소리도 안 들리고. “


숲은 아무것도 없는 듯 조용했다. 작은 새의 지저귐 조차 없었다.


“이만 나가는 것이 좋겠어. 시간 낭비야. “


검은 드래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들은 아무런 수확도 없이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나가는 길은 쥬드와 라비아가 앞장서기로 했다. 그들은 나갈 때에는 최대한 속도를 내었다.


*


오스카는 어느 순간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기... “


누구더라?

오스카는 함께 이곳에 들어왔던 이들을 부르려 했지만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깨... “


오스카는 어깨를 바라보았다. 묵직하게 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지고 없었다.


‘뭐가 있었던 거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이곳이 어디인지도 잊어버렸다.

다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분노와 공포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여기는 어디지...‘


이름 빼고는 다 잊어버린 것 같았다.

오스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까만 나무들 사이로 안개가 살아있는 것처럼 점점 자욱해지고 있었다.

마치 오스카를 향해 응집하는 모양새였다.


오스카는 짙어지는 안개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안개는 오스카의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스카는 그 자리에 서서 뒤통수 쪽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그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했다. 정신을 잃으면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스카의 시야는 점점 뿌예졌다. 그리고 숲의 전경은 한데 뒤엉켜 안개와 함께 빙빙 돌았다.


‘정신 차려... 오스카.‘


그가 이를 악물고 버티자 귓가에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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