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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419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17 06:00
조회
679
추천
7
글자
13쪽

첫번째드래곤3

DUMMY

“귀찮은데 한꺼번에 쫓아버리자.”

“네? 이 많은 놈들을요?”


오스카는 대답 대신 마나 사슬을 불러 내 가장 바깥의 두 나무 사이를 촘촘히 연결하여 그물 형태로 만들었다.


‘마나로 그물을 만든다고?’


그물로 보일만 한 사슬을 불러내려면 사슬을 최대한 길게 만들어 엮어야 했다.

라비아는 불러낸 마나 사슬의 길이를 보고 감탄했다.

오스카는 전혀 지치는 기색도 없었다. 그녀는 오스카의 실력을 직접 확인해보고자 슬쩍 뒤로 빠져 전투 보조만 하기로 했다.


나무를 타고 빠른 속도로 건너오던 원숭이들은 뜻밖의 마나 그물에 가로막히자 몹시 성질을 냈다.

원래도 붉은 녀석들의 피부가 거의 불타는 듯한 선명한 붉은색으로 변했다.

원숭이들은 끼끼끽 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그물을 기어올랐다. 가장 빠른 놈이 막 그물 꼭대기에서 넘어오려 할 때, 오스카는 나무를 감은 마나 사슬을 당겼다. 마나 사슬은 팽팽해지며 나무를 파고들었고 곧바로 나무는 으스러졌다.

나무가 순식간에 조각이 나며 그물이 무너져 원숭이들이 균형을 잃고 모두 땅에 곤두박질 쳐졌다.


원숭이들은 대부분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멈췄지만 성질이 더러운 몇 놈은 오스카에게로 내달렸다.


“마나 사슬”


오스카가 불러낸 사슬이 가장 앞에 선 원숭이의 목을 감았다. 마치 짐승에 목줄을 채운 듯한 모습이었다.

원숭이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오히려 더욱 속도를 냈다.


“성질이 고약하네.”


오스카는 마나 사슬을 조였다. 그러자 원숭이는 목이 졸려 숨을 쉬지 못했다. 다른 원숭이들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오스카는 발버둥 치는 원숭이에게 다가갔다.


“말을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겠지? 네 동료들을 데리고 돌아가. 그럼 풀어줄게.”


오스카는 사슬을 슬쩍 느슨하게 해 주었다. 원숭이는 자신의 목을 더듬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어느 정도 산소 공급이 원활해진 듯, 원숭이의 호흡은 진정되었다.


“돌아가지 않으면 죽일 거야.”


오스카는 경고를 한 뒤 원숭이에게서 등을 돌렸다. 공격할 테면 공격하라는 뜻이었다.

원숭이는 오스카의 경고를 들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는 곧바로 오스카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죽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오스카는 마나 사슬을 다시 당겼다. 마나 사슬이 원숭이의 목을 조이며 원숭이의 피부가 줄을 땅긴 주머니처럼 마구 구겨졌다.

한 번 경고했던 오스카는 망설임이 없었다.

마나 사슬은 멈추지 않고 당겨졌고 곧 원숭이의 몸과 얼굴은 분리되었다.


**


라비아는 이제 막 성인이 되었다.

드래곤의 꿈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드래곤이 사라진 지 백 년이나 지났으니 드래곤의 꿈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래곤 길잡이 역시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대대로 드래곤 길잡이를 배출했던 라비아의 부족은 백 년 전 전쟁 이후 드래곤의 꿈을 꾸는 자가 나오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갑자기 라비아가 꿈을 꾸게 된 것이다.

조금 이상한 것은 꿈속 내용이 드래곤과 함께 있던 어떤 여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라비아의 부족은 그 여자가 누구인지 짐작만 할 뿐이었다. 백 년 전에 존재했을 그녀를 아는 사람은 이미 아무도 없었다.

드래곤을 본 적이 없는 라비아는 드래곤보다는 꿈속의 그 여자를 동경하게 되었다.


그녀가 플로가에서 처음 연극을 공개한 그날, 라비아는 꿈속의 여자와 똑같은 얼굴을 보고 몹시 놀랐다.

라비아는 홀린 듯, 바람 마법을 사용하여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녀는 그에게 말을 직접 걸어보기 전까지 그의 주변 사람들과 그가 사는 곳, 그의 가문 등을 조사했다.

그리고 결국엔 그의 저택에 하인으로 잠입하기에 이르렀다.

라비아는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기자 일부러 쥬드에게 잡혔고 오스카에게 바람의 절벽을 함께 가 달라고 요청했다.


바람의 절벽에서 몬스터와 싸우는 오스카의 표정은 꿈속의 그녀를 꼭 빼닮았다.

자신의 적에게 보이는 차갑고 냉정한 그 표정.

자신의 저택에서 하인들에게 친절하게 굴던 그 태도와 대조되는 것이었다.


‘이 분이 확실해. 이분이라면···‘


라비아는 굳은 표정의 오스카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오스카는 발밑의 완전히 축 늘어진 원숭이에게서 일말의 동정심도 갖지 않았다.

그는 분명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노라고 말했었다.


“쯧.”


오스카는 조용해진 원숭이 무리를 노려보았다. 머리가 날아가며 피를 흩뿌린 시체가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이 되어 원숭이들은 더 이상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오스카는 몸을 돌려 다시 절벽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면 되지?”


오스카의 물음에 라비아는 화들짝 놀랐다.


“아, 제가 먼저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라비아는 어깨 너비만 한 크기의 마법진을 그렸다.


‘스텔라보다 강한 건 확실하네.‘


오스카는 쉽게 마법진을 그리는 라비아를 보고 실력을 대강 예상했다.

마법진에서 만들어 낸 바람이 라비아를 공중에 띄웠다.

라비아가 안갯속으로 들어서자 그녀의 실루엣이 흐릿해졌다.


바람의 절벽에는 굵은 덩굴들이 모진 바람을 이기며 달라붙어 있었다. 라비아는 빽빽이 들어선 덩굴의 한 지점을 파고들었다.

덩굴이 들춰지자 절벽에 숨겨져 있던 어두운 공간이 나타났다.


‘저런 곳에 동굴이 있을 줄이야.’


오스카는 확신에 찬 라비아의 행동을 보며 점점 그녀의 말을 신뢰하게 되었다.

공간 안에 들어선 라비아는 바람을 일으켜 덩굴들을 순간적으로 떼어냈다. 그러나 무거운 덩굴은 커튼처럼 다시 늘어졌다.


다행히도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은 탓에 오스카는 순간적으로 보인 공간의 위치를 놓치지 않았다.


“도어”


오스카가 출구 마법 진으로 나가자 차갑고 습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조금의 빛도 들지 않는 곳이라 사라져 가는 오스카의 마법진에서 흘러나오는 빛으로 간신히 앞을 분간할 정도였다.

라비아는 오스카의 마법진이 사라지기 전에 오스카의 곁으로 서둘러 달려왔다.

오스카는 곧바로 라이트 마법을 불러내어 천장에 띄웠다.


“이곳은?”

“드래곤의 임시 보금자리입니다.”

“드래곤의?“


이런 곳에 드래곤의 보금자리가 있었다니.

오스카는 밝아진 내부를 둘러보았다. 동굴의 입구와는 달리 내부는 넓었다.

다만 중앙의 굵은 석주가 공간을 정확하게 삼등분하고 있었다.

석주의 사이를 지나다녔다고 생각하면 드래곤의 크기는 오스카의 생각보다 훨씬 작아진다.


“드래곤이 이곳에서 지냈다는 거야?”

“그렇지는 않습니다.”


라비아의 말은 온통 수수께끼 같았다.

드래곤의 보금자리이지만 드래곤이 지내지는 않았다니.


오스카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 때문에 그녀를 벌한다면 자신이 이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다음이어야 했다.


오스카는 축축한 바닥을 밟으며 동굴 안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우선 그는 바닥에서 커다란 마법진을 발견했다. 이 것은 숨길 라야 숨길 수 없는 크기였다.

그리고 마법진 주변에는 상당수의 회색 마정석이 돋아나 있었다.


마정석은 마나가 강한 곳에서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드래곤이 머무는 곳에서 마정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드래곤의 보금자리라는 건 사실인 것 같지만···’


오스카는 발 밑의 마법진을 내려다보았다. 마법진은 바닥에 균일한 간격으로 깔끔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마법진은 뭐지?”

“저도 용도는 알지 못합니다.”


오스카는 라비아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마법진을 그렸다. 그러나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라비아의 얼굴에 잠시 실망감이 스쳤지만 오스카는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이 마법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말해.”

“꿈속의 그분께서 그렸다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합니다.”


라비아는 아직도 오스카에게 자세히 이야기해줄 생각이 없었다. 오스카는 그녀의 의중을 알고 더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다시 동굴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마정석과 저 이상하게 생긴 돌 말고는.”


마법진의 한가운데에는 마정석과는 다른 둥근 모양의 돌이 놓여있었다. 오스카는 그 돌을 들어 품에 안았다. 한품에 쏙 들어오는 크기였다.


“이 돌은 왜 이렇게 둥글지?”

“아···”


라비아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녀는 그 돌이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오스카의 품에 들어오기 전까지 주변의 돌들과 같은 모양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라비아는 멍한 표정으로 오스카 품의 돌을 바라보았다.


오스카는 직감적으로 그가 발견한 돌이 숨겨진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런데 라비아의 사정을 모르는 오스카는 눈앞에 놓인 확연히 다르게 생긴 돌을 왜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의문이었다.


“찾아내셨군요. 도련님.”


라비아는 오스카 가까이에 다가왔다.


“도련님께서 안고 계신 것은 드래곤의 알이에요.”

“뭐?”


오스카는 자신의 품에 안긴 돌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뾰족한 돌들과는 달리 이 돌은 거칠긴 하지만 둥글고 매끈한 편이었다. 색도 묘하게 밝은 회색빛이 돌았다.

다시 보니 확실히 알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 알은 꿈속의 그분이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무언가로부터 보호하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라비아는 이제 스스로 털어놓았다. 오스카가 알을 발견한 것으로 그녀는 오스카를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이야기는 집에서 하도록 하지.”


라비아는 오스카에게서 알을 받아 들었다.

오스카의 품에서 벗어나자 라비아의 눈에 비친 알은 다시 근처의 돌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라비아는 알을 신기한 듯 잠시 바라보다 가죽 주머니에 소중히 챙겼다.

그리고 오스카와 라비아는 동굴 내의 마정석을 모두 챙겼다. 이 마정석들은 순도가 높은 최상급으로, 하나를 팔면 작은 마을 전체가 일 년은 먹고 살 정도였다.


“도어.”


이미 좌표를 알고 있는 오스카는 절벽 아래쪽 원숭이 시체가 있는 곳에 출구 마법진을 열었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자 원숭이의 시체로 포식을 하고 있던 새들이 푸드덕 날아갔다.


“알을 잘 부탁해.”

“제가 이 마정석들과 알을 들고 도망가면 어쩌시려고요?”

“안 그럴 거라는 거 알아.”


오스카는 바로 출구 마법진을 열고 들어갔다.

혼자 남겨진 라비아는 사라지는 마법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오스카는 라비아를 신뢰하고 있었다.


그에게서 인정을 받게 되자 플로가로 오면서 했던 온갖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


오스카는 마차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어 출구를 열었다. 그리고 마차가 있는 곳까지 걸었다.

쥬드는 오스카가 떠날 때의 그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오스카가 돌아오자 쥬드의 표정에 미묘하게 반가움이 묻어났다.


‘조금 미안한걸?’


오스카는 쥬드를 잠시 바라보고 곧바로 마차에 올랐다. 쥬드도 뒤를 이어 마차에 올랐고 마차는 출발했다.


오스카는 저녁이 먹기 전 간신히 저택에 도착했다.

마법으로 이동한 라비아는 이미 저택에 도착한 상태였다.

오스카가 방으로 들어서자 라비아가 방청소를 하는 척하며 알주머니를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오셨네요 도련님.”

“응.”


오스카는 소파에 앉았다. 어느새 해가 지며 하루를 마무리 짓는 태양의 끄트머리가 오스카의 방 깊숙이 들이닥쳤다.


“너도 앉아, 라비아. 할 얘기가 있잖아.”

“그럼 사양하지 않고 앉겠습니다.”


오스카는 알주머니에서 드래곤의 알을 꺼낸 뒤 테이블 가운데에 올려두었다. 붉은 노을빛이 드래곤의 알을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오스카는 마정석 중 하나를 꺼낸 뒤 주머니의 입구를 닫았다.

오스카는 신기한 듯 마정석을 손에 쥐고 빙글빙글 돌려가며 관찰했다.


“바람의 마력이 깃들어 있는 마정석이에요. 이렇게 순도가 높은 마정석은 예전 바람의 드래곤이 살던 지역에서나 발견될 수 있을 거예요.”

“그곳이 어딘데?”

“제 고향이에요. 이곳에서 멀어요. 벨리카 대삼림보다 더 멀죠.”


라비아는 자신의 고향과 혈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바람의 드래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 도중,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자, 라비아는 손수 오스카의 식사를 가지고 왔다. 오스카는 식사를 하며 가끔 질문만 던질 뿐, 라비아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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