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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427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26 06:00
조회
528
추천
6
글자
11쪽

검은 숲

DUMMY

“더러운 냄새가 나는군. “


오스카의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곧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오스카는 그 모습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숲과 같은 색의 그것은 안개와 함께 오스카의 주변을 맴돌았다.

오스카의 눈앞에 검은 나무들이 뭉치더니 꼬리처럼 생긴 거대한 무언가로 변해 오스카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꼬리는 오스카의 뒤를 돌며 주변의 사물들과 부딪혀 둔탁한 파열음을 냈다.


오스카는 심한 공포를 느꼈다. 뒤를 돌아볼 수 없다는 것이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소환사인가? 역겨워. “


아득한 정신 속에서 오스카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정확히는 어딘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었다.

가까스로 자신이 어디에 비치고 있는 것인지 확인했을 때 오스카는 까무러칠뻔했다.


“크윽... “


오스카는 살 안쪽을 깨물어 버텨냈다. 입술 사이로 비릿한 핏물이 새어 나왔다.

오스카를 비추고 있던 커다란 눈은 축축하고 차가운 피부에 덮여 다시 오스카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검고 거대한 그것.

검은 드래곤은 오스카의 주변을 돌며 그를 위협하는 중이었다.


“내가 경고를 했음에도 들어오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


드래곤이 입을 열 때마다 사아아 하는 바람소리가 났다.


“제법인걸. 그러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


오스카의 어금니가 맞물리며 턱근육이 불쑥 솟아올랐다.

오스카는 제법 오랜 시간을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이만큼 버틴 것, 칭찬해주마. 이번만은 살려주지. “


숲은 더욱 빠르게 돌며 오스카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숲이 안개와 한 덩어리가 되었을 때 오스카는 깊은 바닷속에 무한정 가라앉는 느낌을 받으며 정신을 잃었다.


*


오스카가 정신을 차렸을 때, 위협적인 바람이 아닌 살랑거리는 포근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옆에서 울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에 사람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정신이 드십니까? “

“도련님. 흑흑... “

“... “


오스카는 상황을 파악해보려 잠시 침묵했다.

하늘에는 정오의 해가 그대로 떠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은 상태였다.


“윈드... “


오스카는 윈드가 검은 숲에서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를 불렀다.

윈드는 바람을 멈추고 오스카의 옆에 내려와 앉았다.

오스카는 몸을 일으켜 윈드를 품에 안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말할 수 없어. “


윈드는 입을 다물었다.

윈드는 무언가 알고 있었으나 언급을 꺼렸다.

라비아가 윈드 대신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도련님이 갑자기 멍한 상태가 되더니 그대로 쓰러지셨어요. 저희는 죽음의 마나에 중독이라도 되신 줄 알고... “


라비아는 눈물을 닦았다.

쥬드도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오스카를 살폈다.


“...드래곤을 만났어. “

“검은 드래곤을 말입니까? “

“그래. 우리에게 경고를 했다고 봐야지. “


오스카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비틀거렸다. 쥬드와 윈드가 다가와 그를 지탱했다.


“괜찮으십니까? “

“괜찮아. 그런데 엄청나게 피곤하네. “


몸속에서 그 많던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드래곤이 가져간 모양이지.‘


오스카는 그대로 다시 잠에 빠졌다.


*


오스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검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


더글러스 성의 별채였다.


“윈드님이 마법으로 옮겨 주셨어요. “


라비아와 쥬드는 오스카의 침대 옆에 의자를 대고 앉아있었다. 별채에 대해 잘 모르는 라비아는 몹시 피곤해하며 겨우 버티고 앉아있었다. 그녀는 검은 숲에 다녀왔기 때문에 기운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고마워 윈드. “

“아빠는 내가 지킬 거야. “


윈드는 테이블에 앉아 열심히 쿠키를 먹고 있었다.

오스카는 윈드를 잠시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셔도 괜찮으십니까? “

“응. 완벽하지 않은데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어. “

“다행이네요. “


오스카는 일어나 겉옷을 입었다.


“나가자. 마법사가 이곳에 들어오면 많이 힘들 거야. “


쥬드는 라비아를 바라보았다.

라비아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창백해 보였다. 그 역시 검은 숲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실례. “


쥬드는 라비아를 안아 들고 오스카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라비아는 너무 피곤해서 굳이 거절하진 않았다.

별채를 나서자마자 라비아는 금세 좋아졌다.


“우와... “

“신기하지? 이런 성질 때문에 가문의 일원들은 별채에 오지 않아. “


쥬드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별채를 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별채에 있으면서 멀쩡한 오스카를 보고 새삼 감탄했다.


“너희들의 숙소는 브루노에게 말해둬야겠어. “


오스카는 두 사람과 함께 본관으로 가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윈드는 바람으로 변한 상태였다.

본관 앞에서는 늘 그렇듯 브루노가 하인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

“응. 긴 여행에 조금 피곤했을 뿐이야. “

“다행입니다. “

“아버님을 뵈러 왔어. “


브루노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함께 들어가시지요. “


오스카가 가주 아벨의 방에 들어섰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덩치가 커다란 중년의 사내가 아닌 비쩍 말라버린 시체와 다름없는 남자였다.

오스카는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

“저도 잘 모릅니다. 요 며칠 새에 이렇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도련님께 알릴 수도 없었지요. “


오스카는 아벨의 가까이에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아벨의 눈이 가느다랗게 떠지며 부르르 떨렸다.


“의원은? “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일단 교황청에 사제 파견을 요청한 상태이나 워낙 먼 거리라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습니다. “

“이런... “


오스카는 아벨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아벨의 손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 역시 오스카의 손을 잡고 싶어 했다.


-아빠, 이 사람 악취가 나.


오스카의 귀에 윈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악취?‘


아벨에게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브루노가 잘 관리한 탓에 오히려 좋은 냄새가 났다.


‘느낌을 이야기하는 건가?‘


오스카가 윈드의 말을 곱씹어보고 있으려니 윈드가 다시금 말을 걸었다.


-아빠는 좋은 냄새가 나는데. 정 반대다.


‘정 반대?‘


느낌이 반대라는 이야기일까?

윈드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표현에 서툴렀다.

오스카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빛의 반대... 죽음을 말하는 것인가?‘


아벨에게서 죽음의 냄새가 난다.

그의 몰골은 충분히 그렇게 보이고도 남았다.

그러나 오스카는 윈드가 좀 다른 무언가를 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주 같은 건가? ‘


오스카는 아벨의 이불을 들춰 그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브루노. 이 방에 누가 들어오지? “

“평소엔 저와 하인 하나뿐입니다. 가구를 바꾸거나 할 때 외엔 아무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

“... 공작부인도? “

“그렇습니다. “


부인이 아픈 남편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은 본래 이상한 일이었지만 오스카가 이 집에 들어온 날부터 공작부인과 아벨의 사이가 몹시 틀어졌으므로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오스카는 아벨의 몸에 마나를 흘려보았다. 특별히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마법 같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오스카는 윈드와 브루노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브루노. 가구를 바꾼 적이 있어? “

“예. 공작 전하께서 주무실 때 불편하다 하셔서 다른 침대로 바꿔드렸습니다. “


오스카는 설마 하는 생각에 침대에 마나를 흘려보았다.


‘음?‘


무언가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침대다! 침대에서 나는 냄새였어.


윈드 역시 오스카처럼 침대를 살펴보고 있었다.


“브루노. 잠시만 아무것도 묻지 말아 줘. “

“예 도련님. “

“아버님을 간이침대로 옮겨야겠어. “


브루노는 조금 놀랐지만 오스카의 말을 듣기로 했다.

오스카는 도어 마법진을 열어 아벨을 옮겼다.

작고 딱딱한 불편한 침대에 옮겨졌지만 아벨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브루노는 몹시 놀랐다.


“침대에 무엇이 있는 것입니까? “


그때 윈드가 다시 속삭였다.


-이제 냄새 안 나.


오스카는 윈드의 말에 확신을 갖게 됐다.


“내 생각엔... 저주인 것 같아. “

“저주요? “


브루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브루노는 오스카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도련님. 저를 죽여주십시오. “

“일어나 브루노. 이 저주는 원래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오랫동안 진행됐을 거야. “


오스카는 과거의 아벨을 떠올려보았다. 지금과는 달리 그 당시에는 서서히 말라갔다.


‘왜 이렇게 급작스럽게 병을 진행시킨 거지?‘


이전처럼 서서히 생명을 빼앗아간다면 누가 보아도 병으로 죽은 것처럼 보일 터였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의심을 살 것이 뻔했다.

덕분에 교황청의 사제까지 부르게 되지 않았는가.


“사제는 누가 부르라고 한 거야? “

“제 판단입니다. “

“공작부인도 알고 계신 거야? “

“아무도 모르게 서신을 보냈습니다. “


브루노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끼고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는 중이었다.


“좋아 브루노! 좋은 판단이야. “


오스카는 아벨의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그의 손을 잡았다.


“브루노, 공작부인이 이곳에 온 건 언제쯤이야? “

“한 달 전쯤입니다. “

“아버님을 한 달이나 보지 않았다고? “

“아뇨 2주 전까지만 해도 공작 전하께서 밖에 종종 나가시곤 하셨습니다. “

“그렇다면 2주 정도 누구도 아버님과 만난 적이 없었겠네? “

“그렇습니다. “


오스카는 아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제가 도착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오스카는 아벨의 몸에 마나를 흘려 넣었다. 아벨 역시 빛 속성이기 때문에 오스카의 마나를 받아들일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이 느낌은...‘


오스카는 마나를 불어넣던 중 불현듯 무언가를 깨달았다. 머릿속에 잊고 있던 사실이 기억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강화. “


오스카는 마법진을 그렸다.

원 안에 원이 그려진 간단한 마법진이었지만 대상을 강화하는 빛 속성만의 마법이었다.

마법진은 아벨의 심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위태롭던 아벨의 호흡이 제법 강해졌다. 그리고 아벨은 드디어 오스카의 손을 쥘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약해...‘


오스카는 품속에서 물약 병을 하나 꺼냈다. 올리버에게서 받은 신체 강화 물약이었다.

오스카는 그것을 아벨의 입속에 남김없이 털어 넣었다.

브루노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으나 굳이 묻지 않았다. 오스카가 아벨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굳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카... “

“고, 공작 전하! “


아벨이 목소리를 내자 브루노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스카는 두 손으로 아벨의 손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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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블루윙1 21.09.29 533 6 11쪽
27 저주2 21.09.28 532 6 12쪽
26 저주1 21.09.27 521 7 12쪽
» 검은 숲 21.09.26 528 6 11쪽
24 그림자2 21.09.25 560 6 12쪽
23 그림자1 21.09.24 58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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