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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하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메카닉의 아포칼립스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민유하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3.09.16 21:57
최근연재일 :
2023.10.10 22: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537
추천수 :
778
글자수 :
119,707

작성
23.09.21 08:30
조회
1,660
추천
34
글자
11쪽

멀리서 온 사람들.

DUMMY

좀비가 아직도 거리마다 줄을 서 있는 마을 거리에서 용감히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도 속력을 낮추며 나왔다.


남자 둘 여자 하나.


둔기로 든 무장 상태나 주위를 경계하는 걸 봐서는 피난민일지 아니면 영화에서 등장하는 약탈자일지는 알 수 없다.


밖이 얼마나 개판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군부대와 발전소가 멀쩡히 돌아가고 있고 전기도 끊기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주변 상황 또한 녹록지 않으리라.


저 일행의 성향도 모르는 채로 마을에서 동거할 수는 없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여기까지 찾아와 결국 마주친다.


단단히 먼저 준비하고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쪽으로 오고 있네. 내가 찾아갈 필요도 없겠어.’


소형자동차는 확성기로 인해 뭉쳐있는 감염자를 피해 쉽사리 이쪽을 왔다.


헬리콥터가 한차례 왕복하면서 좀비가 좀 사라진 탓도 있거니와 집으로 몰려온 감염자를 제거해서 수가 줄어들기도 했다.


승용차는 구덩이 앞에서 멈추었다.


“사람 있나요?”


우울해 보이는 20대 청년이 나와 소리쳤다.


“무슨 볼일이시죠?”


“어? 서하형?”


청년은 서하의 이름을 외쳤다. 그는 서하 동생의 친구였다.


“뭐야 아는 사람이야? 잘됐네!”


일행으로 보이는 아담한 크기의 여자가 조수석에서 내렸고 뒷좌석에서 호리호리한 남자가 내렸다. 언뜻 보기에도 창백한 것이 아파 보였다.


“동생 친구였지 아마도. 김석현이었나. 기억은 나네. 동생한테 한 대 얻어맞았었지. 생일날에.”


동생과 꽤 친한 사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서하와 엄청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그러나 대화를 몇 번 나눠본 사이기도 했다.


불청객임은 틀림없어도, 밖에 싸돌아다니다가 여기까지 굴러온 모르는 사람보다 알고 있는 사람이 좋다. 더군다나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긴 어떻게 찾아왔어? 날 보고 썩 놀라지도 않아 보이는데.”


“시후가 여기로 찾아가라고 말해줬습니다. 형이 이곳에 살고 있다고.”


동생의 이야기를 여기서 들을 줄이야.

순간 높게 치솟은 감정의 기복을 다듬은 서하는 재차 물었다.


“같이 있었어?”

“근데 형, 친구가 아픈데 들여보내 줄 수 있을까요?”

“뒤에 있는 녀석인가. 물렸냐?”

“아뇨.”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이 시후 오빠 같긴 하네요. 더불어 외모도.”


아담한 여자가 앞서서 언성을 높이지 않고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괜찮으니까 싸우지들 마.”


호리호리한 청년이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렸다.


“하, 어디가 아픈데?”


다리를 가리켰다.


“산속을 도망쳐오다가 크게 베였어요. 근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서하는 상처의 모양새를 유심히 살폈다. 사람이게 물어뜯기진 않았다.


다른 데에 상처가 있을 법도 하지만, 이들도 감염이 될만한 인간을 여기까지 끌고 왔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니겠지.


일행을 들인 건 선심을 베풀기 위함이 아닌 동생과 주변 정보를 듣기 위해서였다. 일할 사람도 필요한 객관적인 연유도 있다.


‘상처를 보니 물리지 않았어. 말대로 자상이네. 다른 곳에 상처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진 않고.’


소독제와 반창고 면봉 그리고 감염에 걸리지 않도록 광범위 항생제를 주자 호리호리한 남자는 감사 인사를 했다.


“일단 차 타고 따라와.”


서하는 울타리의 문을 열었다. 작은 승용차는 쉽사리 문을 통과했다.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사람을 못 믿는 걸까?”

“태생이 그럴지도 모르지. 옛날부터 썩 좋은 눈빛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인간미는 좀 있는 사람이야.”


“인간미?”


“도와줬잖아.”


“그건 감염자가 아닌 것 같아서 도와준 거겠지.”


여자가 푸념했다.


“냉정하긴 해. 이럴 때야말로 저런 태도가 필요해.”


호리호리한 남자가 통증을 호소하며 말했다.


“냉정은 무슨. 멀쩡한 사람보고 감염자라고 하는 게. 상태는 어때?”


남자가 서하에게 간단한 치료를 받고 항생제를 먹은 지 시간이 꽤 흘렀다.


“아프긴 한데 조금 괜찮아졌어.”


“효과가 있나 봐. 좀 자고 있어.”


창밖에서 서하가 일행에게 손짓했다.


줄 것도 다 주었으니 그들로부터 필요한 걸 얻어낼 시간이었다.


“저는 김비은입니다. 시후와 대학 동기예요.”

“소개할 필요는 없겠죠?”


비은은 시후와 같이 찍은 사진을 몇장 보여주었다. 서로 친구와 웃으며 찍고 있는 동생의 사진을 본 서하의 기분이 갑자기 나빠졌다.


김석현이 서하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은과 석현의 모습도 고생한 티가 팍팍 났지만 아프진 않았으니 배려해줄 마음은 없었다.


집이 무너진 사람처럼 얼굴이 폭삭 주저앉은 것도 아니었고 생기가 있었다.


“내 동생하고는 인천부터 같이 있었던 건가?”


동생의 위치는 인천이었다.


그 뒤로 어디였는지 연락을 보내지 않았다.


“시후와 만난 건 부천이었어요. 양천구와 구로구에서 발생한 소요사태 때문에 서울로 가는 길목과 다리가 모두 막혔었죠.”


비은이 착잡한 심경으로 말했다.


구로와 양천에서도 감염이 퍼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너는?”


서하가 석현을 보았다.


“양천구에서 살았었는데, 서울이 봉쇄되기 전에 간신히 탈출했습니다. 갈 곳이 없어서 얘를 찾아갔죠.”


석현이 손가락으로 비은을 가리켰다.


가족이 없는 석현은 혼자 살고 있었다.


“제 가족들도 부천에서 지방으로 내려가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었으니까요. 애써 키운 가게를 버려두고 지방에 내려가는 거에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시후에게 연락을 받고 나서 닦달했죠.”


아버지는 굼떴고 어머니는 미적지근했다.


감염자가 서울 곳곳에 발생하기 시작하는데도 경찰이나 군인이 해결해주리라 믿었다.


“준비했어요. 마트에 있던 재고들은 탑차에 실어서 준비하고. 생수랑 음료는 물론이고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도 잔뜩 사 와 오르고”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부모님도 그제야 생각을 바꾸었다.


“아버지가 일이 생기는 바람에 한참을 묶여있다가. 그사이에 석현이 오고. 시후가 때마침 근처라서 합류하고 아버지가 돌아오고 나서야. 출발했죠. 문제는 그때쯤부터 다들 사람들이 피난을 가고 있었죠. 늦고야 말았죠.”


내려오다가 검문과 검역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었고 차는 꽉 막혀있어 다른 도로로 가득했다.


실수를 후회를 해봐야 이미 늦은 뒤였다.


“검역에 대기를 타고 있는데 앞 차량에서 갑자기 소란이 일었어요. 감염자가 사람을 물어뜯고 있었던 거죠.”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아버지는 운전대를 돌렸다.


그건 괜찮은 선택이었다.


방향을 틀어 간신히 한참을 간 구역에도 검문은 또 있었다.


“사람들은 아우성치며 앞으로 가려는데 군인이 총을 들고 있으니 무섭더라고요.”


다들 앞에서 보내달라고 소리치고 고성방가를 했지만, 군인들은 튼튼한 바리케이트 뒤에서 소수의 인원만 조금씩 들여보냈다.


“대장으로 보이는 군인과 딜을 했어요. 탑차에 있는 물건들을 줄 테니 우릴 보내달라고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뒤편에서 감염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고요. 군인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총으로 제압했지만. 계속해서 왔어요.”


비은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당시를 떠올리며 덜덜 떨었다.


사람을 먹는 괴물이.


검게 물든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으니 이제 저 괴물에게 몸을 뜯겨 처참하게 죽는구나 라고.


“갑자기 시후가 앞장을 서더니 몸에 이상한 갑옷이 둘렀어요. 그리고 감염자들의 머리를 뭉개고 발로차 깨트리고 집어던졌어요.”


시후는 히어로였다.


멋진 외모와. 강력한 힘을 지닌 안개의 갑옷을 두른 영웅이었다.


“마치 드라마 속 히어로처럼 앞장서서 감염자를 물리쳐냈죠.”


십년감수했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군인들은 뭔가 눈치챈 느낌이었어요.”


“감염자가 더 이상 오지 않자, 시후는 걸려 온 전화를 받더니 가야 할 곳이 있다면서 바이크를 빌려 떠났어요.”


누구도 시후를 막을 사람은 없었다.


자리에 있는 군인도 시민도 감염자를 가볍게 짓밟고 뭉개는 인간을 건드릴 간덩이 부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흠. 내 동생은 강단은 있지. 각성자가 되었으니 걱정은 덜어도 되겠어. 그런데 너 부모님은? 그리고 뒤에 있던 다친 남자는?”


서하가 생각하는 동생의 가치관은 선악과를 먹고 회색빛으로 쨍쨍하게 빛나는 지독한 현실주의자였다.


감염자에게서 스스로를 충분히 지키고 타인으로부터 위협에 굴하지 않을 그런 인간이었다.


그리고 능력을 얻었더라면 걱정을 덜어도 될 것 같았다.


쉽사리 죽을 녀석은 아니다.


“부모님은 군대에 있어요. 거기 요새가 있더라고요. 저깄는 애는 제 사촌입니다.”


“제가 말할 생각이었는데 비은이가 전부 말해버렸네요. 입도 뻥긋도 못했네.”


석현이 어깨를 으쓱 올리며 비은의 눈을 보자 비은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이만하면 됐어. 동생 이야기도 들었고 다른 지역의 대략적인 상황은 들었으니까. 다른 이야기들은 내일 듣자고.”


“집에 들이면 안 되나요? 아픈 애인데.”


비은이 안타깝다는 얼굴과 함께 감정적으로 호소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거부하기 힘든 그런 아우라였으나 서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처 생긴 지 좀 됐지? 가서 이거나 먹여라.”


이야기를 듣다 보니 거짓말을 할 위인이 아니라는 걸 파악한 서하는 영양제와 음식을 처방했다.


비은이 거절 의사를 듣고서 영양제와 음식을 냉큼 받아 차로 들어갔다.


‘솔직히 괜찮단 말이지.’


서하는 남자 둘. 여자 하나. 괜찮은 인력이라고 보았다.


친구 동생이라 어느 정도의 인연은 있었고, 동생의 친구라 하대하기도 편했다.


말도 잘 듣고, 감염자가 아니라면 그 이후로는 좀 수월해지겠지.


“저거 왜 그래요?”

“그동안의 감염자와는 달라.”


동공의 색깔이 탁해졌다.


만약 사람이라면 앞이 보이지 않아 앞을 허우적댔을 텐데.


이 감염자는 기가 막히게 이쪽을 찾아왔다.


코를 킁킁대진 않았다.


만약 후각이 감염되기 전보다 발달하고 다른 감각기관이 퇴화했다.


그렇게 변하기 시작하면 이젠 소리로 유인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감염자에 관한 대처 또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서하는 세 사람을 불렀다.


“너희들 감염자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걸 본 적 있어?”


“아뇨”


석현이 말했다.


“글쎄요.”


비은이 두루뭉술하게 답했지만 부정이었다.


마지막 한 명. 백호는 이렇게 말했다.


“본 적 있어요. 냄새를 맡는 감염자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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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메카닉 LV1 23.09.23 1,526 36 13쪽
7 위험 탐지. 23.09.22 1,559 37 11쪽
» 멀리서 온 사람들. +1 23.09.21 1,661 34 11쪽
5 각성. +1 23.09.20 1,737 35 11쪽
4 울타리. 23.09.19 1,796 38 12쪽
3 안전 도모. +2 23.09.18 2,038 40 12쪽
2 감염 +2 23.09.17 2,505 44 12쪽
1 프롤로그. 23.09.17 2,746 4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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