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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하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메카닉의 아포칼립스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민유하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3.09.16 21:57
최근연재일 :
2023.10.10 22: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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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40
추천수 :
778
글자수 :
119,707

작성
23.09.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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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2쪽

울타리.

DUMMY

담벼락 뒤에서 감염자가 확성기를 달려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방송을 켜두었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아서야 문을 열고 나왔다.


다시 집까지 돌아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확성기에 몰려든 감염자를 피해. 도착했다.


공장 옆에 있는 작은 단독주택의 문을 열었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 김씨 할아버지가 서하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살아 돌아왔구먼.”


다른 사람들도 거실에 초조하게 앉아있었다.


“할아버지 군대가 온다는 게 사실인가요?”


서하는 따지듯이 무르려고 했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내 동생이 사단장이야.”

“높으시네요. 어디에서 일하시는데요?”

“여기 아래 32사단.”


가깝지라는 투로 자랑하는 것 같았다. 과거는 공주시 지금은 세종시에 자리 잡은 육군 사단.



“꽤 걸린다고 했어. 내일 정오쯤.”


“그런데 군대가 일단 멀쩡한 건 맞죠?”


“동생이 그러던데 지금 32사단 휘하에 있는 부대들 전부 요새화 중이라고 했어.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는 전력을 온존하는 걸 택했다고 하더라고.”


“그게 말이 됩니까? 군인이···.”


경찰복은 입은 김인하가 어처구니없어 힘없이 허리에 손을 올렸다.


“32사단의 이야기니까 다른 부대는 또 다르더라고. 우린 살 수 있으니까 상관없어.”


“할아버지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대피해야 한다고. 지난주에 분명 말씀드렸을 텐데요. 왜 말씀 안 하신 겁니까?”


김인하가 따지듯 말했다.


“어디로 대피를 해? 집이 여기 있는데. 이 나이 먹고 어딜 가.”


김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대피하라고 하셨으면 다른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어요.”


“그거 아는감?”


“뭐요?”


“말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뭔 헛소리를 하냐고 하더라고.”


김씨가 허탈해했다. 김인하 순경 또한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믿는 듯 어이가 없어 허탈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경찰의 말을 썩 신뢰하지 않았다.


“내일 오면 탈출해야지. 저가 가족도 김순경도 총각도.”


“전 안 갈 건데요. 군대로 가면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엉?”


김씨가 당혹스러워했다.

털털하고 자신과 잘 맞는 서하를 데려가고 싶어 했다.


“분명 같이 갈 거로 생각했는데. 내 동생이 소장이라서 약간의 대우는 받을 수 있다고.”


“그보다 군대 싫어하거든요. 찾아야 할 가족도 있고.”


“동생 찾는 것도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안에 들어가면 오히려 밖으로 나오긴 힘들 것 같아서요.”


“군 기지에 벽을 세우고 감염자를 막기 위해 요새화하는데 누굴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아저씨를 구하러 오는 건 가족이고 가까워서 그렇죠. 군인들도 일단 자기네들 가족부터 챙겼을 겁니다. 장교들만.”


김인하가 분통을 터트렸다.

답답했지만. 그 말만 딱 뱉고서 입을 다물었다. 김씨가 여기 있는 사람들 정도면 모두 데려갈 수 있을 거라 호언장담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큰 헬기라면 전부 태우고 갈 수 있다.


“안타까운데. 총각이라면 거기서도 엄청나게 환영할걸? 총각 같은 기술자는 드물어. 내일까지 잘 생각해 봐.”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좋지만, 망할 동생과 친구를 찾으러 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군대에 들어가 안전을 도모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전 갈 겁니다. 여기서 있는다고 해결되진 않을 텐데···.”


김인하 순경도 경찰이라는 직업상 서하를 향해 넌지시 설득했다.


“헬기는 어디로 옵니까?”

“여기 뒷마당. 넓잖아.”


김인하의 질문에 김씨가 짧게 답했다.


서하의 집 뒷마당은 엄청나게 넓었다. 수송 헬기 하나는 거뜬하게 내려앉을 넓이였다.


“총각 이장댁에 있던 학생은 어떻게 됐어?”


“때가 되면 나오겠다던데요. 헬기 오는 걸 보면 내일이겠지만요. 올 때는 확성기를 틀어주긴 할거지만요.”


“그 총각 은근히 겁이 많던데. 잘 오겠지. 총각 충전기 있나?”


“당연히 있죠. 충전하고 할아버지가 무전 보내보세요. 그리고 경찰분, 할아버지 그쪽 가족분들 저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서하는 밖에 있던 가득한 울타리를 보더니 한숨을 내셨다.


원래 카트 코스를 만들려고 가져왔던 것들을 본래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니 착잡했다.


“헬기 오면 타고 가면 되잖아.”

“헬기가 착륙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는 어마어마하고요. 그 시간에 감염자들이 덮칠지도 모릅니다.”

“확성기 있잖아.”


서하가 반박했다.


“확성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요.”


“동감이네요. 감염자의 달음박질은 엄청 빨랐습니다. 불안했었는데.”


김인하 순경이 먼저 나섰다.

쉬고 있던 가족들도 나섰다.


“제가 바닥으로 선을 그어났어요. 지게차를 사용해서 옮겨놓을 테니까 경찰분과 다른 분들이 세워주시고요. 저와 할아버지가 고정하고···.”


아이에겐 2층에서 망을 보라고 시켰다. 그 정도는 알 나이였다.


아이 엄마에겐 볼트를 옮겼고 서하가 공구를 가지고 와 체계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넓은 뒷마당 전체를 감쌀 필요는 없었다.


“어떤 헬기로 오는진 몰라요?”


헬기 크기는 제각각이다.


감염자에 대처할 무장병력까지 태우고 온다면 상당히 큰 헬기가 필요했다.


“치누크?”

“아니, 사람 하나 구하러 오는데 뭔 치누크예요. 그거면 한 소대가 우르르 내리겠네요.”

“맞다. 수리온이랬어.”

“수리온인가 뭔가 몰라도 그 헬기면 열기서 탈출할 수 있는 거죠?”


아이 엄마의 질문에 서하가 대답했다.


“네 충분합니다. 빠릿빠릿 움직이면 해지기 전에 작업 끝날 겁니다.”


이런 작업이 익숙한 김씨와 서하 덕분에 울타리 설치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오후.


“밥 먹자 총각. 배고파죽겠네.”

“작업 속도를 보니 식사할 시간은 넉넉히 있네요. 다들 라면에 묵은지 어떠세요?”


땀을 흘리며 일하던 김인하 순경이 침을 꼴깍 삼켰다.


“기다리세요.”


6인분의 라면에 햇반을 데우고 냉장고에서 잘 익은 김치를 순식간에 썩썩 쓸어 접시에 올렸다.


“총각이 이모에게 받아온 김치는 진짜 진국이여.”


“그러니까요.”


“흠흠.”


분위기가 싸해짐을 느낀 김씨가 끓여진 라면을 가족에게 따로 나누었다.


차가운 생수를 꺼내 각자 나눠준 서하는 운동하느라 오래간만에 먹는 라면을 미친 듯이 흡입했다.


국물에 만 밥에 묵은지 한 점 올려 입에 쏙 넣었다.


‘엄청 드시네.’


그렇게 생각하던 김인하는 문을 열고 바람이나 쐬려던 김인하 순경은 이곳으로 오는 감염자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저기, 저기 감염자가.”


“애들은 2층으로 올려보내시고요.”


창을 들고 이미 설치가 완료된 울타리의 뒤에선 서하는 감염자를 향해 소리쳤다.


“이리로 와!”


감염자는 서하에게 달려들다가 울타리에 정면충돌했다. 피부가 짓눌려도 손으로 잡으려고 하는 힘만큼은 멀쩡했다.


침을 삼키고 서하는 갈고리를 감염자의 눈에 힘껏 찔러 놓고 몸무게를 실어 확 올렸다.


유쾌하지 못한 결말.


감염자는 쓰러지고 스마트폰을 꺼내 방송을 했다.


이쪽으로 오고 있던 몇 명의 감염자들이 확성기로 다시 돌아갔다.


“이상하네. 어째서 감염자들이 행동이 제각각 다른지 원.”


확성기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에도 이쪽으로 오던 감염자 두 마리는 집을 향해 점차 다가왔다.


“이유는 당연하게 모르죠. 울타리 설치해놓길 잘했지. 안 그랬으면 고생했을 겁니다. 속이 쓰라리네요.”


서하는 능숙하게 감염자를 유인해 머리에 창을 찔렀다.


“이건 어떻게 해?”


“이거 치울 정도로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아요. 그냥 내버려 두고 작업하죠.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세요. 어쩔 수 없어요. 어차피 전 가지 않을 거니까 제가 치울 겁니다.”


할아버지하고 순경님은 빨리 작업해주세요. 저녁내로는 끝내야 합니다. 설치가 복잡한 건 아니지만.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기 혼자 남으셔도 정말 괜찮습니까?”


“걱정해줘서 감사합니다. 생각이 없는 건 아니라서.”


서하는 말을 끊었다.


말문이 막힌 김씨는 공구를 들고 울타리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서하 또한 여분의 공구를 가지고 시야가 보이는 공간에서 울타리 설치를 했다.


울타리 설치 도중에도 가끔 오는 감염자들은 다행히도 확성기를 통해 돌아갔다.


확성기가 통하지 않은 감염자가 나타나면 서하가 직접 나섰다.


찝찝한 건 여전했지만 손 쉴 틈이 없다.


이런 작업은 예전부터 익숙했고 빠릿빠릿하게 작업했다.


“형 감염자가 와요!”

2층에서 작업하고 있던 아이가 서하에게 소리쳤다.


감염자 하나를 무난하게 제거한 서하는 망가진 낫을 보고 혀를 찼다.


이빨을 내밀어 포악한 본능과 증오를 보이는 감염자.


작업용 장갑을 착용하고 군용 픽스드 나이프를 들어 틈으로 이마를 힘껏 찍었다. 다시 빼냈다.


“진작 이럴걸.”


단 한방에 머리를 꿰뚫린 감염자는 미동조차 없다.


“저기 형 무전기에서 누가 도와 달라요.”


“뭐?”


아이로부터 서하는 무전기를 받았다.


-저기 거기 누구 없어요?


“있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집 근처에 갑자기 감염자들이 몰려들었어요. 저기 다시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이거 작품 가져가야 한다고요.


“같이 가자니까. 거기에 꿍쳐있다가 남을 귀찮게 해. 이봐요. 확성기를 틀 테니까. 무전기 듣고 있어요.”


서하가 두통이 오는 이마를 탁 잡더니 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10분 뒤에 확성기를 틀 거고. 확성기로 정확히 2시간 동안 틀 겁니다. 거기서 여기까지 걸어오는 거리는 15분이면 충분해요. 내일 아침에 한 번 더 틀어드릴 겁니다. 무전도 해드릴 거고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틀어줄 의리는 없지만.”


서하는 오랫동안 방송을 틀었으나. 이장 집에 있던 청년은 집으로 오지 않았다.


울타리 작업은 필사적으로 진행되어 초저녁이 되어갈 때쯤에 마무리되었다.


“무슨 일이야?”


“이장님 집에 있던 학생 있잖아요. 틀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서하는 굳이 미술품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근데 안 왔는데 뭔 일 생긴 거 아녀?”


“아까 감사하다고 연락하던데요. 살아있는데 오지 않는 건지는 저도 잘...”


서하는 대충 작품 옮기려고 하다가 문제가 생겼으리라 예측했다.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인하 순경이 거들었다.


“뭘요?”


“그 학생 말입니다.”


“확성기 틀었고, 문제도 없었는데 알아서 잘하겠죠. 아침에 한 번 더 틀어주겠다고도 했고.”


버리고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기회를 더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저건 어떻게 하죠? 감염자들이 시간마다 기어 오는 것 같은데요.”


“일일이 죽이는 것도 한계가 있긴 한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소리에 적응하는 것 같던데.”


“아니 그건 아니야.”


“아시는 거라도?”


“내가 총각이 제압한 감염자들을 살펴봤는데 하나같이 귀가 좋지 않던 사람들이었지. 보청기 낀 주민들도 있었고.”


“아.”


김인하 순경이 탄성을 질렀다. 서하도 그제야 이해가 갔다.


“원래부터 귀가 좋지 않던 사람들은 감염이 되면서 소리에 대한 반응이 무뎌진다는 거네요.”


“그러면 여기까지 오는 것도 이해는 가는데... 귀가 좋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싶은데.”


“안타깝지만 감염된 사람이니까. 자세히 알 필요가 있겠나.”


김씨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래도 그 친구 데려가야 하지 않아?”


“마중을 나갈 필요가 있을까요? 굳이 필요한 사람도 아니고.”


“총각은 참 냉정하네. 그래도 그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았더라면 확성기 사용 못 했어.”


“기회는 줬어요.”


해가 뜨는 새벽녘.


헬기가 도착할 장소에 나뭇가지를 놓고 불을 피웠다.


학생에게 무전기를 들고 무전을 보냈다.


“깨어있죠?”


-일어났습니다.


“준비됐어요?”


-네.


확성기를 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두두두.


헬기 프로펠러가 신나게 돌아가는 소음이 하늘을 찔렀다.


“진짜야?”


서하는 긴가민가했던 김씨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에 놀랐고 사람들을 전부 깨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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