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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하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메카닉의 아포칼립스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민유하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3.09.16 21:57
최근연재일 :
2023.10.10 22: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541
추천수 :
778
글자수 :
119,707

작성
23.09.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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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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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12쪽

안전 도모.

DUMMY

“들립니다. 이 목소리, 김씨 할아버지죠?”


-총각 아닌가. 살아있었구나. 다행이야. 물론이지.


서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 집에는 핏자국이 없어 어디로 도망쳤을지 몰랐는데 다행이었다.


“무전기를 놓고 가셨네요. 타이밍이 너무 좋은데요.”


-누군가 집에 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혹시 아들내미들이 올까 생각했지만, 총각이 움직임이 보였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백씨가 갑자기 열병에 걸려서 드러누웠었는데 나와 주민들이 걱정되어 찾아갔어. 갑자기 백씨가 일어나 사람을 물어뜯지 뭐냐.


-사람들이 백씨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얼마나 힘이 거센지. 허약했던 백씨가 미쳐버렸나 싶었더라고.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어서 거기서 빠져나와. 어딘지 알지?


“알았어요. 무전기는요?”


-그건 가져오고.


서하는 문 너머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들었다. 이제 그들은 인간이 아닌 감염자들. 그들이 여기까지 찾아왔다.


“감염자가 옵니다.”


분명 소리를 듣고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


- 괜찮아?


“일단 허술한 문부터 보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자체는 철문이라 튼튼하지만, 감염자가 지치지 않고 밀어붙이면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었다.


김씨 집의 구조에 대해 알고 있던 서하는 창고를 열었다. 아쉽게도 용접기는 없다.


농장의 울타리에 사용했던 비계를 뭉텅이로 들고 문 앞에 던졌다.


쾅. 쾅.


감염자들은 한 뭉텅이로 들이닥치려했다. 감염자가 추가될 때마다 문이 삐걱거리자 서하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비계의 끝부분에는 본드를 쭉쭉 짜서 붙여버리고 이등변삼각형 모양의 트러스 구조로 입구를 비계로 보강했다. 그다음 판자를 나사와 전동드라이버로 벽에 박아버렸다.


“후.”


문의 흔들림이 확연히 사라졌다.


감염자가 문을 파괴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친 듯이 두들기고 힘으로 밀어붙여도 반응이 없다.


“할아버지 일단 한숨 돌렸어요.”


-다행이네. 그런데 어떻게 한담. 거기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이 있을 거 아녀.


“어쩔 수 없죠. 저건 마을 사람이 아니에요. 이성도 없고.”


-어떻게 하려고 마을 사람들이야 마을 사람. 백신만 나오면 어떻게든 될 거야.


“제가 받은 문자는 전부 대피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할아버지도 저걸 고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나요?”


긴 침묵이 이어지자 서하 그걸 백씨 할아버지가 부정하지 못함으로 받아들였다.


서하는 방에서 탁자와 가구를 이용해 도끼와 톱으로 적당히 잘라 못을 박아 발판이 넓은 간이 사다리를 만들었다.


창고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꺼냈다. 옛날에 사용하던 쓸만한 호미나 낫과 쇳덩어리들이 있었다.


숫돌에 낫을 갈고 손잡이와 막대기를 붙여 길이를 연장했다.


사다리 위에서 본 감염된 마을 사람들은 기괴했다.


입을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 같이 입을 쩍 벌리고 닫았다.


“진짜. 뭐야.”


망설임은 남았다.


낫을 들고 손을 쥐었다 폈다.


이것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남았다.


백신이 발견될까?


치유될까?


아니 그건 아니지.


불가능의 영역이다.


설령 중국에서 넘어왔다고 해도 여긴 바닷가가 아닌 내륙. 감염이 이렇게 퍼졌다.


제어 불능.


마음을 다잡은 서하는 낫을 휘둘러 감염자의 머리로 정확히 내려찍었다.


기분 나쁜 소리와 머리를 꿰뚫은 낫을 빼내자 감염자가 드디어 몸뚱이를 멈추었다.


발판을 옮겨가며 낫으로 내려찍음을 반복하여 감염자들을 제거해낸 서하는 찝찝함과 답답함이 손끝에 감돌았다.


-어떻게 됐어?


“전부 돌려보냈어요”


-후. 그래 잘했어. 어떻게 했어? 두들겨 패도 죽지도 않던데.


“벽 위에서 낫으로 머리를 꿰뚫었죠. 머리를 관통하면 죽더라고요. 불쾌한 감상은 그만두고. 할아버지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시작은 백씨 집이었어. 갑자기 골골대며 앓길래 마을 사람들이 닭 한 마리를 푹 삶아주려고 했지. 이상하게도 마루에 나와 있지 뭔가.


-쾌차한 모양인 것 같아서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갑자기 달려들어서 박씨를 물어뜯더라고. 여러 명이 달려들었는데 힘이 엄청나다고. 간신히 떼어냈지.


-경찰을 불렀지. 경찰들도 어이없어하더라고. 그런데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백씨를 격리했어.


“경찰을 잘 부르긴 하셨는데 지금 살아있긴 하나요 그 경찰분?”


-여기 회관으로 같이 왔지 결국은. 2층에서 망보고 있지만. 그런데 갑자기 백씨에게 물린 박씨도 귀신이라도 씌었는지 폭력적으로 변했어.


김씨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 사달이 나서 감염이라는 걸 깨달았지. 나는 겁을 먹어서. 호의적인 사람들과 함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회관으로 대피했어.”


“아직 제대로 말씀 안 하신 거 많죠?”


-에이. 내가 말 안 했겠어.


“고작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일단 저도 합류할 생각인데. 그쪽 상황은 어때요?”


-여기 근처에도 감염자였던 주민들이 어슬렁거려. 사실 나보단 김순경이 잘 알아.


“알았어요. 곧 해가 지는데···. 밤에 이동하기엔 후환이 두려우니까 낮에 이동해볼게요.”


붉게 물들었던 하늘도 염치없이 남색으로 물들었다. 시간이 되면 가로등에 불빛이 오른다.


감염자들이 몰려오면 곤란하니 방의 전등도 켜지 않고 바닥에 누웠다.


잠을 청하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감염자들이 다시 몰려오면 골치 아파진다.


감염자들이 몰려올까 예민해진 서하에게 무전이 왔다.


-지금 계십니까? 저는 김인하 순경입니다.


묵직한 목소리에 헐떡이는 느낌에서는 예절이 배어 나왔다.


“김서하입니다. 아직 있습니다.”


-지금 이쪽으로 감염자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쪽에 누구누구 있습니까?”


-무전기의 김씨 할아버지하고 백정순님 일가입니다.


서하는 가족을 알고 있다. 30대 후반의 부부. 인상 참 좋았더랬지. 초등학생인 애도 있었고.


“시끄럽게라도 했나요? 아니면 경솔하게 밖에 나가기라도?”


-여기 회관 앞에 있는 가로등이 시간이 되어 켜진 바람에 불빛을 보고 몰려 들어온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지금은 안 됩니다. 아시겠죠? 밤이라 보이지 않습니다. 낮에 연락드릴게요. 나갈 준비 해놓으시고.”


-알겠습니다.


서하는 어두운 하늘에서 반짝이는 북극성을 보며 차가운 숨을 내쉬었다.


가을의 한기를 달구지 못한 숨결은 덧없이 사라졌다.


간신히 잠든 서하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문틈으로 보니 다행히도 감염자는 없었다.


“여보세요.”


무전을 받지 않자 서하는 싸한 느낌을 받으며 밤에 준비해둔 장비를 챙겼다.


발판으로 높은 시야를 확보하고 나서 근처에 감염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담을 뛰어넘었다.


식칼에 테이핑과 본드로 발라놓은 짧은 창을 들고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마을회관 위에서 쭈그려 앉아있던 김씨를 본 서하가 무전을 다시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거울을 가방에서 꺼내어 흔들었다.


반사되는 빛을 발견한 김씨는 위에서 본 서하를 보고 이름을 부를뻔했다가 입을 막았다.


손을 흔들며 보던 서하의 행동이 모스부호라는 걸 캐치한 김씨는 마을회관에 있던 거울을 들고 와 신호를 보냈다.


“안전하네.”


오래 신호를 주고받으며 상태를 파악했다. 김씨 할아버지는 무전병 출신인데다가 영어도 꽤 했다.


모스신호로 배터리가 방전된 사실을 알아들었다. 이제 앞으로 할 일을 신호로 보냈다.


-출발 준비. 15분 후.


-안돼


-왜요?


-감염자.


-유인.


-네가?


-오디오


-오디오?


모스부호로 대화하는 두 사람은 짧게 핵심만 말했다.


-할아버지.


-안돼!


오디오는 김씨가 아주 소중히 여기는 자식의 선물이었다.


서하는 당연히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에서 그게 뭐가 중요한가 싶었다.


하지만, 오디오도 옛날 물건이라 출력이 높진 않았다.


-스마트폰을 써요?


-쓰면 되잖아.


-고작 오디오하고 스마트폰하고 유용성 자체가 다른데요. 안 됩니다.


서하가 거울을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신호를 보내자 김씨는 버럭 얼굴로 화냈다.


-마을회관 방송.


-감염자 많음.


-이장 스마트폰.


-비밀번호.


-1459


확실히 마을회관에 설치된 방송을 통하면 좀비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


오디오의 소리보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가 감염자를 유인하기에 적합하다. 이장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어플로 마을에 있는 확성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방송을 설치해놓은 시스템에 서하가 관여를 해두었다.


이장의 스마트폰으로 사용한다면 충분히 방송을 송출한다.


-스마트폰 위치.


-이장댁. 총각


가방에서 낡은 오디오를 꺼내려고 하자 김씨가 황급히 신호를 보냈다.


몇 달 전 있는 시골에 그림을 그리러 온 대학생이 있었다.


-전파 끊기기 전 살아있음.


서하는 이장 집으로 시선을 보냈다. 마을회관과 다르게 감염자들이 적었다. 다만, 굳이 위험을 무릎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디오의 소리를 줄여놓고 툭 재생 버튼을 누르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툭.


툭.


“에라이.”


창을 들고 감염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빠르게 걸었다.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발소리를 죽였다.


‘저거 이장님인데. 감염되어버렸네. 에휴.’


이장이 고개를 돌리자 경차 뒤로 숨어들었다.


다른 감염자도 있어 섣불리 움직였다간 큰일 아니기에 승용차를 돌며 피하며 이장 집 까지 도착했다.


문이 잠긴 이장 집. 창을 담 너머로 던지고 담을 그대로 뛰어넘은 그는 아무도 없는 공간 속에서 열린 문을 들고 곧바로 창을 들었다.


“누구 있어요?”


서하의 읊조림에 문을 벌컥 열고 청년이 나왔다.


“사, 사람? 괜찮아요?”


“멀쩡합니다. 그쪽은요?”


“저도요. 갑자기 사람들이 미쳐 날뛰는 바람에. 혹시 김씨 할아버지한테 이야기를 듣고 오셨나요?”


“맞습니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고 들으셨어요.”


“스마트폰은 왜요?”


“여기서 나갈 방법이 있거든요.”


“저, 전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갈 거예요. 밖에 감염자투성이라고요!”


청년은 겁에 질려있었다.


“자 쉿. 시끄럽게 하면 감염자들이 몰려옵니다.”


서하가 조용히 달래자 청년이 입을 막았다.


“안에 들어가서 잠시 말씀 좀 나누실까요.”


이장님 댁의 손님방에서 청년은 머물고 있었다.


실내. 그림을 그리러 온 사람답게 마을풍경으로 담긴 그림들로 가득 찼다.


“여기서 계속 있으실 거라고요?”


“네. 김씨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여기 군인이 구해주러 오니 필요한 물건만 챙기고 기다리라고요.”


“군인이라. 하긴 그 할아버지의 동생이 군인이라고 했으니까 인맥은 있는데···. 저걸 어떻게 가져가려고요?”


서하는 보따리에 가득 싸놓은 캔버스를 보고 혀를 찼다.


“반응이 왜 그래요? 이게 챙길 물건이죠.”


“구하러 온다고 해도 헬기를 타고 오면 고작해야 분대인데. 군인들이 오면 좋아하겠습니다.”


서하는 쓸모없는 사담을 집어치우고 이장님의 스마트폰을 달라고 했다.


“이걸로 뭐 하시려고?”


“감염자를 특정 구역으로 유인할 겁니다. 당연히 여긴 아니고요. 마을 확성기 쪽으로요.”


서하는 확성기가 집 주변에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집은 사람이 잘 오지 않는 외곽.


“여기 먹을거리 많으니까 충분히 버틸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가세요.”


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겠는가. 자기가 그러겠는데. 굳이 설득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 말대로 이장님 댁에는 식량이 많았다.


“이거 받으시죠.”


서하는 무전기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청년은 여분의 캔버스에 황급히 무전의 사용 방법을 적었다.


앱을 작동시켜 마을 회관의 마이크에 접속했다.


-할아버지하고 마을 사람분들 마이크로 감염자들이 몰려들 겁니다. 그때 타이밍 맞춰서 제집으로 이동하세요.


확성기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성을 잃은 감염자들은 듣는 소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마을에 스산한 길이 트였다.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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