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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하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메카닉의 아포칼립스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민유하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3.09.16 21:57
최근연재일 :
2023.10.10 22: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545
추천수 :
778
글자수 :
119,707

작성
23.09.17 08:50
조회
2,505
추천
44
글자
12쪽

감염

DUMMY

김서하는 용접마스크를 쓴 채 불똥에 똑바로 바라보며 용접했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시골에 내려와 자리를 잡은 그는 기계를 만드는 유튜버였다.


지금 만들고 있는 장면또한 카메라로 찍고 있다.


유투브에 올라갈 영상은 서비스 종료한 게임에 나온 카트에 부스터를 단 소형 카트였다.


“저기 총각 있어?”


“무슨 일이세요?”

“식혜나 먹으라고. 호박 식혜야.”

“감사합니다.”


김서하는 김씨 할아버지를 보곤 해맑게 웃었다. 김씨는 서하의 인사성을 보곤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 우리가 감사하지. 고장 난 경운기나 트랙터를 뚝딱뚝딱 고쳐버리다니. 덕분에 큰돈도 안 들고 말이야. 뭐 다른 게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해. 얼마든지 도와줄 테니까.”


서하에게 고장 난 기계를 수리하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관리도 대충 되어있고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의 경운기를 수리하며 즐거움을 느꼈다.


부품값 정도만 할아버지가 부담하고 그가 직접 고쳐주었다.


“옛날에는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옛날 이장님 아들이었다며?”


“그랬었죠.”


“나도 이장님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말이지. 도움만 받네 그려.”


“괜찮습니다. 자리 잡기 좋은 자리도 알려주셨고요.”


시골 인심은 여전히 썩 좋지 않은 것이 지금의 작태지만 김서하가 있는 장소는 부모님의 고향이었다.


“요즘 무슨 일 있어요?”


김씨 할아버지의 표정이 영 심상치 않자 김서하가 걱정이 되어 물었다.


“뉴스를 보는데 중국에 유행하고 있던 신종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발생했다나. 비누로 손 씻고 마스크 쓰고 다니라고 하더라고.”


김씨 할아버지의 태도에서 위기감은 느끼긴커녕 대수롭지 않았다.


마을은 사람의 왕래가 잦지 않았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나 도시에서 마을 사람들의 가족이 내려와 하하거리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외지인이 오진 않고 감염자가 올 만한 마을도 아니었다.


“바이러스도 조심할 건 조심해야죠. 젊은 저와 다르게 나이를 먹으면 육체의 면역력이 떨어지거든요.”


자신은 젊으니 감염되어 봐야 큰 걱정은 없었지만, 할아버지는 달랐다.


“언제 갈지 모르는 나이인데 신경 써서 뭐 하나 싶기도 한데 그러니 방법이라도 알려줘. 손주 오랫동안 봐야 해”


“마스크 쓰시고. 제가 사드린 소독약 뿌리고 다니시고요. 외지인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하고도 접촉하지 마세요. 일단 괜찮을 거예요. 바이러스는”


서하는 의사가 아니었다.


민간인이 최소한 할 수 있는 방침을 말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김씨 할아버지는 흘려듣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추석에는 아들내미들도 내려올 수 없다나.”


김씨 할아버지는 씁쓸한 얼굴을 했다.


서하는 김씨 할아버지를 달래기 위해 술에 대한 언질을 줬다.


“뭔데?”


시무룩해진 김씨 할아버지가 술이라는 이야기에 안색이 활짝 폈다.


서하는 피식 웃고는 와인에 관해 설명했다.


“일주일 후쯤에 올 거예요. 지방이라 그런지 더럽게 느리네요.”


“어쩔 수 없지만. 지난번에 총각이 사준 술은 맛있었어.”


“기대해주세요. 안주도 챙겨서 가져갑니다.”


술을 좋아하는 김씨 할아버지는 식혜를 놔두고 돌아갔다.


오랜만에 먹는 식혜는 좋은 계피와 생강을 썼는지 씁쓸함과 단맛이 조화로워 시원했다.


식혜를 마시고 나서 다시 용접기를 들었다.


공장과 옆에 붙어있는 작은 주택에서 먹고 카트를 만드는 일을 반복하며 작업을 마무리하고.


집에 놓은 온갖 헬스 기구로 몸을 적당히 단련했다.


그렇게 다른 물건들도 만들며 영상 편집도 하며 반복하며 집 뒤의 넓은 뒷마당에서 카트의 핸들 잡고 시동을 켰다.


만족스러운 테스트를 마친 서하는 일찍 일어나 유튜브에 영상을 개재하려 했으나 인터넷이 끊겨있었다.


“망할 통신사 놈들. 장비 참 거지 같은 걸로 줘요.”


미리 여분으로 남겨놓았던 모뎀 박스를 교체했는데도 먹통이었다.


잠시 망할 인터넷 선이 문제라고 생각한 서하는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냈다.


“후 좋네.”


콜라 한모금을 넘기며 잠시 쉬다 일어난 그는 오랜만에 핸드폰을 켰다.


부재중 통화 (54건)


대체 무슨 일이지


평소에는 전화도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전화를 했다. 동생, 이모, 친구, 친척등 무슨 날벼락이지.


동생의 톡을 열었다.


-동생 : 오빠, 괜찮아? 요즘 사태가 좋지 않잖아. 유튜브 하는 걸 보면 괜찮아 보이는데.

-동생 : 공항에 왔는데 다들 이상해. 어쩔 수 없어서 돌아왔긴 했는데 심상치 않아. 괴물이 나타났느니 사람이, 사람이 무느니.

-동생 : 미친 기계 박이야. 어째서 대답이 없어? 인터넷 안 보냐? 시발.

-동생 : 쉽게 죽을 인간은 아니니까. 난 일단 친구 집으로 대피할 예정이야.


점차 심각해지는 톡에 심상찮음을 느낀 서하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으나 x 표시가 떴다.


씹은 내가 잘못이니까 그러려니 하던 서하.


동생뿐만 아니라 절친도 문자를 보냈고 몇몇 사람들이 문자를 보냈다.


-석운 : 지금 흘러가는 꼴을 보면 심각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음.

-석운 : 대답이 없는 건 여전하지만 식량과 식수를 미리 대비해놓을 것.

-석운 : 난 안전한 장소에서 존버할 것임.

-석운 :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주소를 알려 줄 테니 찾아와라. 인간이 인간을 먹는다니. 말이 되기나 해?


이 녀석은 돌았나?

사람이 사람을 먹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동생과 말이 일치했다.


-이모 : 너 괜찮니? 미연이가 그러는데 유튜브에 여상을 꾸준히 올리는 모양이구나. 가끔씩 연락하렴

-이모 : 세상이 흉흉해졌어. 이게 모두 바이러스 탓이라니 믿기지 않아.

-이모 : 난 이모부가 있는 곳으로 갈 거야. 미연이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미연이는 너무 늦는다고 해서. 현성이하고 갈 예정이야. 이모부가 어디서 일하는지 알지?


이모는 아예 집을 버리고 피난 간 것 같다.

이모부는 군인이니 군대로 갔을 것이다.

그편이 안전하겠지.

도대체···.

어떤 상황이길래 대피까지 한다는 거야.


-사촌동생 : 엄마가 톡 보내도 답장이 없길래 보내봐. 진짜 사람이 말이지. 흠흠.


사촌동생은 한 마디가 전부였다.

투정 같은 불만.


-이모부 : 연락을 안 받는다고 해서 연락한다.

-이모부 : 우리 부대가 있는 위치는 이동할 예정이다. 시후도 데려가려고 했지만. 너무 거리가 멀어서 어쩔 수 없었다.

-이모부 : 만약 군과 접촉하면 내 이름을 대도 좋다.


이모부는 정말 좋은 분이었다.


걱정해주는 것도 그렇지만 제2의 아버지랄까.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이모와 이모부께 신세를 정말 많이 졌다.


전화하면 항상 꼬박꼬박 받았는데 어떻게 한담. 나중에 사과해야지.


그 외의 문자와 톡은 전부 시간이 지난 것들이었다.


내용은 다 비슷비슷했다.


곧바로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서하는 차분하게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한 사람도 아니고 가족과 절친이 이렇게 문자를 보내는 일은 없다. 이건 사실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문자에서 밖의 상황이 매우 위험해졌고 이상한 것들이 돌아다닌다니.


서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야 쉽사리 납득가는 일도 아니니까.


막연한 불안감과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는 지인들을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벽에 걸어놓은 공구들 다란 몽키 스패너를 하나 손에 쥐었다.


문을 열자 들어오는 쌀쌀한 바람에 가죽장갑과 풀페이스 헬멧을 쓰고 옷을 두껍게 입어 ATV라 불리는 물건에 탑승했다.

.

가벼운 엔진음이 울리고 ATV는 천천히 도로를 나아갔다.


푸릇푸릇한 풀들과 가끔 보이는 낙엽. 포장도로가 깔끔하게 깔린 시골 마을.


담벼락은 오랜 시간 그대로를 간직했다. 그렇기 시간이 흐르지 않던 마을이 을씨년스러웠다.


보통 이 시간대 보이는 인심 좋은 할머니들이 보이지 않았다.


김씨 할아버지 집으로 가기 위해서 지나가는 길에 있는 동네 유일의 슈퍼마켓.


정자에 앉아 오순도순 수다를 떠는 어르신들도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


슈퍼마켓에 들어가도 인기척은 없었다.


식어버린 가래떡과 꿀 같은 흔적이 있을 뿐 주인은 없었다.


누구 하나 제대로 반응해주지 않는 적막감은 사람을 가끔 미치게 만든다.


아무도 없어.


다음은 백 할아버지 집이었다.


김씨 할아버지와 친한 술친구.


집 앞에 뚝뚝 떨어진 빨간 자국이 보였다. 떨어진 모양 비릿한 냄새로부터 서하는 핏자국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아까보다 흥건한 핏자국이 줄줄 떨어졌다. 도중에는 흉측한 사람의 살점이 날카로운 무언가에 떨어졌다.


“대체···.”


백 할아버지가 키우던 화분이 깨져 비료와 흙이 마당에 흩날렸다. 깨진 화분 조각에 묻은 선명한 핏자국에 닭살이 돋았다.


싸늘한 바람이 피부를 타고 흐른다. 평화로운 시골이 망가졌다.


*


“백 할아버지!”


atv에 올라타 서서히 마을을 돌아보는 도중 푸른색 농사 복을 입고 있는 백 할아버지를 만났다.


백씨의 몸짓은 이상했다.


오른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고개를 들어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


서하가 다시 백씨를 부르면서 몽키스패너를 쥔 오른손에 힘을 꽉 주었다.


백씨를 부르면서도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다.


지인들의 문자.


백 씨집에서 벌어진 이름 모를 참극.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황상 머릿속에 들어있지만, 도무지 맞다 할 수 없다.


“백씨 할아버지?”


목소리에 반응한 백씨 할아버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새빨간 피로 흥건한 입, 말라붙은 피가 잔뜩 묻은 옷. 충혈된 눈동자.


정상이 아닌 몰골에 흠칫 놀랐으나 몽키스패너를 앞으로 들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입을 쩍 벌리며 흉악한 얼굴을 드러낸 백씨 할아버지는 서하를 향해 육상 선수처럼 뛰어왔다.


노인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엄청난 준족에 깜짝 놀란 서하는 혀를 내밀며 덤벼오는 백씨를 차마 몽키스패너로 후려치지 못하고 발로 가슴팍을 차 밀어냈다.


자아가 없어.


술에 취해 몽롱한 사람도 필름이 끊긴 사람도 혀가 꼬여도 제대된 언어를 구사한다.


공격적이고 사람을 뜯으려고 한다.


문자에 있는 상황과 똑같다.


백씨는 한번 대차게 굴러 크게 넘어졌다.


70살 먹은 노인이 20대 청년에게 발로 차여 땅바닥을 구르면 간단히 일어나지 못한다. 그게 정상이건만.


백씨는 큰 충격을 받았는데도 비틀대며 일어나 재차 서하를 잡아먹듯이 덤벼들었다.


몽키스패너를 잡고 방망이 휘두르듯 풀스윙으로 백씨를 아예 날려 보냈다.


서하는 타격에서 백씨의 오른쪽 팔이 부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느꼈고 눈살이 찌푸렸다.


사람을 때리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을 위협하는데 정당방위임은 당연하다.


키이익.


일어나는 백씨를 완전히 제압하려던 순간 골목에서 다른 감염된 주민들이 나타나자, 서하는 황급히 ATV에 탑승했다.


백씨도 비틀대며 서하를 향해 비틀대며 뛰어왔고 감염자들이 코앞까지 쫓아왔다.


그들은 정말 빨랐고.


후진기어로 후진하면서 보는 그들에게는 인간적인 감정의 편린은 없었다.


본능뿐인 괴물.


서하는 인간이 아니라고 느꼈다.


간신히 마을 사람들에게 도망친 서하는 김씨 집으로 향했고 아무도 없는 집을 확인한뒤 문을 닫고 한숨을 돌렸다.


그때, 마루에 놓인 무전기가 반응했다.

위기에서 벗어날 실마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3 구와아악갸아아악
    작성일
    23.10.03 00:21
    No. 1

    요즘 시대에 물리는 즉시 좀비되는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이미 유행할정도면, 아무리 중국이 언론통제가 빡쌔도 국내로 풀리기전에 방비를 하지싶은데.. 적어도 공항, 항구 봉쇄정도는 하지않을까요? 코로나야 바로 알수도 없었고 증상도 뒤늦게 나왔으니 그런거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곰탱이맘
    작성일
    23.10.04 17:31
    No. 2

    식혜에 계피와 생각?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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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AE-FIRE (2) 23.09.27 1,151 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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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거래하다. 23.09.25 1,335 36 10쪽
9 전기 바리케이트. 23.09.24 1,389 37 12쪽
8 메카닉 LV1 23.09.23 1,527 36 13쪽
7 위험 탐지. 23.09.22 1,559 37 11쪽
6 멀리서 온 사람들. +1 23.09.21 1,661 34 11쪽
5 각성. +1 23.09.20 1,737 35 11쪽
4 울타리. 23.09.19 1,797 38 12쪽
3 안전 도모. +2 23.09.18 2,039 40 12쪽
» 감염 +2 23.09.17 2,506 44 12쪽
1 프롤로그. 23.09.17 2,746 4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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