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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석 님의 서재입니다.

신을 죽이는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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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스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2
최근연재일 :
2023.08.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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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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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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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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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4화 - 캄 위크(Calm week)

DUMMY

······보르탁스 해의 용오름은 일반적인 기상현상이 아니다.


특별 조사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르탁스 해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와 용오름은 세컨드와 써드가 결합한 대격변의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상당한 마력을 동반한 자연현상이라는 것이다.ㅇ


그중 용오름은 군집으로 나타날 때도 있고 거대한 하나로 나타날 때도 있다.


이때의 용오름은 엄청난 마력의 흐름을 동반해서 하루 이틀만 나타나는 비정상적 기상현상으로서 사이클론과는 다르다.


이때는 다른 사이클론 때보다 더 많은 수증기를 뽑아 올려서 막대한 구름을 퍼뜨리니 여름에 만들어진 구름은 일주일 뒤엔 최북단의 기간테스 산맥에까지 닿는다.


기류가 형성되는 초기엔 주변의 구름을 거둬가느라 맑은 날씨가 일시적으로 나타나지만, 다음날이 되면 앵켈 제도나 대륙 남단, 라페니슈 왕국은 금방 먹구름에 덮인 하늘을 볼 수 있다.


용오름 발생 후, 보르탁스 해는 약 일주일 정도의 캄 위크(Calm week), 평정주를 갖는다. 그리고 난 후, 거대 소용돌이가 사흘간 발생한다.


그 이후의 바다는 불규칙한 해류와 소용돌이 발생이 잦은 위험한 바다로 변모한다.


즉, 초대양의 바닷길은 캄 위크를 통해 한 해에 네 번만 열리는 셈이다.


이때 열린 보르탁스 해는 ‘어업 집중 기간’을 가지기에 캄 위크 다음 주야말로 가장 맛있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앵켈 제도 해양 기상 공동기구 발간, ‘보르탁스 해 A to Z’의 캄 위크 편』





* * * *





진과 이샤엔, 걀라혼이 지부에서 만난 날은 보르탁스 해에서 거대한 용오름이 나타난 때이기도 했다.


다음 날 새벽 용오름은 사라졌고 앵켈 제도의 각 섬 어민들은 바쁘게 배를 타고 보르탁스 해로 나섰다.


캄 위크를 맞이한 초대양의 해수면은 잔잔했고 앵켈 제도 기준으로 바닷바람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비스듬히 불고 있었으니 돛들은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반나절 그렇게 나아가면 제도로부터 수십, 수백 킬로미터는 떨어진 바다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단순 범선이냐 혹은 3도국 공동 발명작인 아다만틴 추진기를 장착한 기관선이냐에 따라 원양어업을 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폰토스 호(號)는 탈라사 도국의 소유의 원양용 기관어선이었다.


캄 위크가 열리면 언제나 가장 먼저 중심 해역에 도착해 참치잡이를 시작한다.


용오름이 사라지자 새벽부터 일찍 출발한 폰토스 호는 점심때가 되자 다른 배들보다 먼저 보르탁스 해의 중심 해역에 이르렀다.


용오름이 사라진 다음 날이라 하늘은 흐리고 수증기 상승으로 발생한 안개도 아직 걷히지 않아 시야가 트이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곧 정오에 이르면 보르탁스 해 중심 하늘로 햇볕이 내리쬐면서 차츰 안개가 걷힐 터였다.


그때가 되기까지 폰토스 호 선원들은 식사 시간을 가졌다.


선내 식당에서 먹는 사람도 있었고 갑판에 모여서 먹기도 했다.


선원 마크는 식사 시간이야말로 혼자 여유를 즐기기 가장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만의 전용 바구니에 빵과 술, 어포와 스프를 담은 그릇을 넣고는 마스트 위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중앙 마스트의 까마귀 둥지는 그만의 아늑한 식사 공간이었다.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는 까마귀 둥지에 두 팔을 걸치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술통의 마개를 땄다.


술통 주둥이를 코 아래 가져가서는 빙글 흔들었다.


위스키 향이 코끝을 가볍게 자극한다.


입에 가져가선 천천히 들어서 가볍게 한 모금 넘기려고 했던 마크가 행동을 뚝 멈췄다.


북쪽 바다의 안개 속에서 묘한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분명 배의 그림자였다.


역삼각형 꼴의 선체와 돛을 가진 형태.


거리감이 없어서 크기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


마크는 몇 번 눈을 감았다 떴지만, 안개에 비친 선박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어선이 있다고?’


마크는 그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탈라사 도국은 앵켈 제도에서도 조선업으로 유명한 나라였다.


앵켈 제도의 도국들이 운용하는 배의 상당수를 바로 탈라사에서 만드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앵켈 제도에서 가장 뛰어난 운항성능을 보유한 범선이나 어선 등은 탈라사 도국 소유였으니 같은 돛의 개수와 아다만틴 추진기를 장착했다 한들 가장 먼저 중심 해역의 어장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폰토스 호는 탈라사 도국의 원양어선 중에서도 가장 빠르기에 마크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무리도 아니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배가 있는데?”


마크가 갑판을 내려다보면서 소리쳤다.


“저 새끼가 실성했나, 큭큭큭!”


“다 처먹었으면 어서 내려오기나 해!”


당연한 반응들에 마크가 혀를 차고 다시 북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마크는 사고가 정지했다.


안개에 비친 범선 그림자의 크기가 말도 안 되게 크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중심 하늘의 열린 자리로 해가 떠오르면서 햇볕이 강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어, 어, 어어어······?”


안개 사이로 선체와 돛, 깃발 등이 조금씩 모습이 드러난다.


어선 수준의 크기가 아니었다.


갤리온급 이상의 전열함(戰列艦)이었다.


거대한 사각 돛과 크고 높이 솟은 마스트, 망루 위로 펄럭이는 깃발에 그려진 문양이 마크의 눈동자에 선명하게 비친다.


원을 품은 붉은 십자가와 그것을 감싸는 월계관, 레드 드래곤과 골드 드래곤이 십자가 좌우를 감싸는 그 문양이 가진 의미는 명확하다.


국호 따윈 필요 없는 오직 하나의 나라.


“제, 제국이다! 제국 깃발이······!”


마크의 외침이 다시 한번 중간에 멈췄다.


제국 전열함의 뒤로 펼쳐진 안개 낀 바다 위로 내리쬐는 햇살에 따라 또 다른 군함들이 제 모습으로, 때론 그림자로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크는 다시 한번 목이 터질 듯이 소리쳤다.


“제, 제국 선단이다! 제국 선단이 나타났다!”





* * * *





위잉위잉위잉······.


납작한 원통 같은 물건이 진동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물건은 스칼렛 크림슨로즈와 디케 캄파뉼라의 방에 하나씩 있었고, 그녀들이 그것에 손을 대고 나서야 진동이 멈췄다.


트리시타와 걀라혼, 진, 이샤엔은 지부의 회랑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스칼렛과 디케가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그녀들이 이야기하기 전에 트리시타가 먼저 스칼렛의 상태를 걱정했다.


“회복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렇게 뛰면 탈이 날지도 몰라.”


스칼렛은 이미 기력을 많이 회복한 상태여서 그녀가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 루지카와 탈라사 왕실에서 호출이 왔어요.”


스칼렛은 루지카 왕실, 디케는 탈라사 왕실의 조언자였다.


다만 대륙에서 이야기하는 통상적인 킹스 카운슬러완 다르게 비상근 직책으로 필요시에만 호출하거나 마법 송수신기를 이용해 소통하곤 했다.


“무슨 내용인데?”


이번엔 디케가 대답하는데 걀라혼을 흘끔 바라보았다.


“제국 선단이 보르탁스 해에 나타났데요. 지금 무척 빠른 속도로 앵켈 제도를 향해 초대양을 가로지르고 있는데 모레 아침이면 롬펠라스 해역 앞까지 당도할 수도 있어서 시급하게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해요.”


롬펠라스 해역은 앵켈 제도의 보르탁스 해 방면으로 방파제 역할을 하는 수십 개의 작은 섬들이 무리 지은 근해를 일컫는 말이었다.


디케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특히 걀라혼의 표정은 무척 심각했다.


“이해할 수가 없군.”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지금과 같은 제국의 보르탁스 해 진출의 이유에 대해 의심스럽고 의문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걀라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프라바토 마법사 대학으로 가는 포탈을 열 수 있겠소?”


트리시타가 대답했다.


“거기도 포탈 방해 마법이 작동하고 있어서 그건 어려워요. 그리고 대학도 이볼테인과 코메르치아 왕실의 조언자를 맡고 있어서 어차피 모일 거예요.”


“아돌프 헤이슬러 의장도 킹스 카운슬러요?”


“그자는 아니에요.”


“난 그자를 만나야겠소.”


“그럼 모두 함께 가죠. 어차피 각 나라의 연합 주제 회의실엔 지부와 대학 간의 포탈 보호 장치가 있어서 그곳을 통해 넘어갈 수 있어요.”


디케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아이디어가 기발한 데요?”


“긴말하지 말고 어서 가자. 회의는 당연히 탈라사에서 열리겠지?”


프리시타의 물음에 스칼렛과 디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을 따라 걀라혼과 진, 이샤엔 모두 함께 지부 오두막의 상층으로 이동했다.


그리 작지 않은 2층 방의 중앙엔 원형의 단이 있었고 벽에 설치된 단촐한 선반 위 작은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트리시타가 마력을 품은 손으로 상자에 손을 대자 이내 찰칵! 하면서 덮개가 열렸다.


안에 들어있는 건 타원형의 검은색 보옥이었는데 그녀가 그것을 손안에 쥔 채, 원형 단상 쪽을 바라보면서 주문을 외웠다.


“······오브레엘 포털 다 탈라사.”


주문이 끝나자 단상 위로 포탈이 열렸다. 그리고 스칼렛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포탈 안으로 진입하였고 트리시타가 마지막으로 들어가고 난 잠시 뒤에 포탈이 닫혔다.





탈라사 도국, 제도 연합 회의실.


이미 십여 명 넘게 모여있는 회의실의 동쪽 벽면의 양 구석엔 원형 단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쪽 단상 위로 포탈이 나타나더니 스칼렛을 비롯한 여섯 명의 사람이 우르르 몰려 나타났다.


탈라사 총리 이반 모즈 공작이 당황하여 물었다.


“뭐, 뭔가? 스칼렛 크림슨로즈, 디케 캄파뉼라. 저 세 사람은 누구······, 아니, 트리시타 버베나까지? 대체 무슨 일인가?”


두 명만 나타날 줄 알았던 포탈에서 네 사람이 추가로 나타났으니 놀라는 건 당연했다.


더군다나 전시나 다름없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 정체도 모르는 사람들의 등장이란 경계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탈라사 국왕 파울리 아이스호그를 비롯한 네 개 나라의 총리와 장관, 기사장들이었다.


트리시타가 앞서 나와 아이스호그 왕을 향해 허리 숙여 예를 갖추며 말했다.


“전하,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지금은······.”


그녀가 말을 하던 중간에 다른 단상에서 포탈이 열리면서 남성 마법사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이름은 각각 미켈과 버일러로 트리시타는 돌아서서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뻗으니 염동력에 제압당해 꼼짝도 못 하게 되었다.


미켈이 기겁하면서 소리쳐 물었다.


“트, 트리시타!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잠깐 실례하지.”


트리시타는 미켈에게 다가가 그의 손에 쥐어진 푸른 보옥을 낚아챘다. 그리고 걀라혼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가요.”


걀라혼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직 닫히지 않은 대학 측의 포탈로 들어갔다.


트리시타는 두 마법사에게 뻗은 손을 거뒀다.


“이 열쇠는 돌아와서 돌려줄게.”


그 말과 함께 걀라혼의 뒤따라 들어가선 포탈이 닫혀버리자 미켈과 버일러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포탈과 스칼렛 등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때 버일러가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하다가 더듬거리는 말로 스칼렛과 디케를 보면서 물었다.


“호, 혹시······ 방금 포탈로 들어간 노인······, 헤인드롤 대공 아닙니까?”


이번엔 아이스호그 왕이 직접 기겁하는 반응을 보였다.


“뭐, 뭐? 방금 그 사람이 제국의 걀라혼 헤인드롤 대공이라고?”


회의실 안이 순식간에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제국 선단이 보르탁스 해를 건너오고 있는 상황에서 제국 최강의 검사가 코앞에 스쳐 지나간 셈이었다.


어찌 기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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