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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k 님의 서재입니다.

투수 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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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k
작품등록일 :
2016.04.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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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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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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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사나이

DUMMY

2015년 10월 9일 이른 오후 48,000여 명이 모여든 관중으로 세인트루이스 부시 구장에는 빈틈 하나 보이지 않았다. 컵스만 만나면 눈을 부릅뜨고 달려드는 카디널스는 파이리츠를 누르고 올라와 준 컵스가 대견했고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시카고 컵스는 K1이 버티고 있는 강팀입니다. 승부를 예측할 수 없군요. 팬들의 기억에 남을 멋진 승부를 펼쳐 보이겠습니다.”


한껏 점잔을 빼며 그윽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한 마이크 매시니 감독의 속마음은 이러했다.


‘승부 예측이 안 되는 명승부전이라고? 내가 말해놓고도 우습네. 3차전을 마치면 각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것들이.”


1, 2, 5차전을 홈에서 치르고 3, 4차전을 원정 경기로 갖는 카디널스는 화끈한 3연승으로 일찌감치 디비전을 끝내고 차분하게 챔피언십 시리즈를 대비할 생각이었다.


‘감심선심팬심’ 이라고나 할까, 감독의 마음이 선수들에게 그대로 와 닿았고 5차전 홈경기 입장권을 예매하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구 위원, 드디어 디비전시리즈가 열렸습니다. 내셔널리그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개해 주시죠."

"최고 승률을 올린 카디널스가 와일드카드 게임 승자인 컵스와 붙고 동시에 승률 2위 다저스와 3위 메츠가 경기를 갖게 됩니다."

"다저스도 그렇지만 카디널스는 가을 좀비라는 명성에 걸맞게 포스트시즌 단골이군요."

"그렇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시카고, LA, 뉴욕 이렇게 미국 3대 도시 연고 팀이 올라왔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올해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는 중계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주목받는 팀은 단연 컵스다.


“영화 백투더퓨처 2의 엉성한 예언이 대충은 들어맞고 있군요. 컵스가 이렇게 디비전에 올라왔으니 말입니다. 누가 봐도 카디널스는 컵스를 반기는 표정이고요.”

“그럴 수밖에 없지요. 승리를 보장하는 K1을 이미 와일드카드전에 써버린 컵스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입장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K1에 당한 그 퍼펙트게임의 원한을 갚지 못해 원통 해하고 있는 카디널스가 이번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군요.”


재작년 9월 28일 그에게 당한 15삼진을 곁들인 퍼펙트게임은 세인트루이스 모든 이들에게 수치의 수준을 넘어 이제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고 있었다.


“ 1차전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자료를 보면 1차전에 패한 팀이 챔피언십 시리즈에 나갈 확률은 3할밖에 안되더군요.”

“양쪽 선발을 소개해 주시죠.”

“ 카디널스는 존 래키, 컵스에서는 예상대로 존 레스터가 나옵니다. 그야말로 ‘쌍존’이 겨루게 되었어요.”


37세의 우완 존 래키는 시즌 초반 좌측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아웃 된 웨인라이트의 틈을 메꿔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노련한 투수다. 파워를 내려놓은 대신 절묘한 타이밍 빼앗기로 시즌 13승에 ERA 2.77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구 위원, 아무래도 레스터는 과대 평가된 투수라든가 실패한 FA 영입이라는 말을 듣고 있지 않습니까?”

“올해 시즌 성적으로 보면 그런 평가가 나올 만합니다만, 저력이 있는 선수죠. 게다가 포스트시즌에 강합니다.”

“얄궂은 인연이네요. 바로 지난해 레스터가 월드시리즈에서 호투하며 주가를 한껏 드높인 상대 팀이 바로 카디널스였지요.”

“맞습니다. 당시 마운드를 호령하던 그의 멋진 모습이 기억납니다. 오늘 카디널스가 이긴다면 1차전 승리와 아울러 당시 진 빚을 갚는다는 의미도 있겠어요.”


과대평가 그리고 실패한 영입! 어쩌다가 그가 이런 말을 듣게 되었을까?


레스터는 지난 스토브리그 당시 FA 선발 중에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선수였다. 좌완이라는 장점에 지난해 올린 16승 ERA 2.52의 뛰어난 성적 그리고 당시 특급 선발 FA가 적었다는 점으로 그는 일찌감치 상한가를 예고했다.


강력한 선발이 필요하고 거액을 투자할 준비가 된 팀들이 이미 31세에 접어든 그에게 군침을 흘렸고 컵스가 그에게 돈 폭탄을 안기며 데려왔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컵스의 팬들조차도 두 손 들고 환영했다. 193cm, 110kg의 하드웨어에서 뿌려지는 포심 패스트볼을 비롯하여 헛스윙 제조기라는 리그 정상급 싱커와 체인지업 그리고 낙차 큰 커브로 K1과 강력한 원투펀치를 이룰 줄로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일시적인 현상이라 여겼던 시범경기에서의 구속과 구위 하락은 시즌 내내 상승할 줄을 몰랐고 타자를 허망하게 돌려세우던 탁월한 능력은 사라졌으며 볼넷과 피안타율은 처참했다. 2006년 암을 이겨낸 투혼 그리고 그 후 캔자스시티를 상대로 일궈낸 노히트 노런과 2010시즌에 거둔 19승의 신화는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다저스의 잭 그레인키에 이어 MLB 연봉 랭킹 공동 2위를 기록한 그를 두고 여러 말이 많았지만 가장 힘든 사람은 본인이었다. 이름 있는 투수 인스트럭터에 전용 코치까지 두고 구위 회복을 위해 피땀을 흘렸으나 결실은 보이지 않았다.


‘계약에 치중하느라 겨울 몸 관리에 소홀했던 것이 이렇게 되었나, 아니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0점대 방어율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쓴 K1을 너무 의식한 건 아니었을까.’


거의 3천만 달러의 연봉을 챙기는 자신이 기본 연봉을 받는 동양인 투수와 수시로 비교된다는 압박감으로 시즌 내내 눌린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또 다른 기본 연봉 투수 론이 원래 자신의 자리였던 2선발을 꿰어차더니 데뷔 첫해에 15승을 올려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컵스의 원투펀치가 되기는커녕 K1과 론에게 원투펀치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꼴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남아 있었다. 8일간 충분히 쉬면서 디비전시리즈를 기다려왔고 오늘 1차전 선발로 오른 것이다.


‘난 가을에 강하다. 범가너와 함께 ‘10월의 사나이’라는 타이틀도 얻었지 않았던가. 가을 야구에 더욱 빛을 발하는 공으로 올해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해 보여주마.’


카스틸로와 배터리를 맞춘 레스터는 가을의 사나이다운 모습을 보이며 깔끔한 스타트를 보였고 노장 래키는 노련함과 자신감이 깃든 느린 공으로 타자들을 요리해 나갔다. 둘은 토끼와 거북이를 연상시켰다. 자신의 건재함을 만방에 과시하듯 레스터는 95마일(153km)의 묵직한 포심을 뿌렸고 유인구로 사용한 80마일(129km)의 커브볼은 래키의 패스트볼 구속과 같았다.


3회까지 실점 없이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지만 매든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커브볼이 고작 61마일(98km)이라....... 래키의 공이 느리긴 해도 구종에 따라 구속의 차이가 심하군. 동일한 구종을 다양한 속도로 던지는 희한한 능력까지 개발했어. 게다가 느린 패스트볼의 볼 끝이 매섭고 회전수가 만만치 않아. 몸쪽에 바짝 붙이는 걸 보니 제구에도 자신감이 넘쳐나고. 저렇게 힘만 앞세우는 레스터는 얼마나 버티려나.”


래키의 투구 동작에서 자신감과 평정심 유지 능력을 직감한 감독의 말에 보시오 투수 코치가 입을 열었다.


“저 친구의 공은 느림보라며 무시할 게 아니군요. 공 하나 차이를 두고 스트라이크존을 넘나드는 제구력을 갖추었네요. 저렇게 마음먹은 대로 꽂아 넣을 수 있으니 우리 타자들이 안타는 때리더라도 집중타는 어렵겠습니다. 더구나 저렇게 인코스를 즐기니 우리 타자들의 타격폼이 자꾸 흐트러집니다.”


감독과 코치의 눈은 정확했다. 4회에 들어서기 무섭게 화끈한 타격전이 시작되었다.


제구력보다는 스피드에 치중한 레스터의 공은 타격의 천재들이 득실거리는 빅리그에서 두 번은 통하지 않았다. 다양한 구종으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안쪽 공과 바깥쪽 공을 섞어가며 힘을 아끼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미련함에 가까운 단순하고 우직한 공만 보였다. 그래서 남은 것은 급속한 구속 저하와 속지 않는 유인구.


안타를 맞아도 연타가 없던 래키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생소한 신인에게 불의의 홈런을 맞은 것이다.


“역시 브라이언트야!”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쥐며 자랑스럽게 그의 이름을 외쳤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컵스에 희망을 안겨준 신인 타자다. 루키에서 2경기 만에 싱글A로 승격하는 것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하더니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Top 100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바이런 벅스턴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하며 매든 감독의 마음을 훔쳤다. 큰 관심을 받으며 4월 중순에 콜업을 받고 올라와 154안타, 26홈런, 99타점, 13도루에 타율 0.275를 기록하며 단숨에 팀 내 선두급 타자로 시즌을 마쳤다. 뛰어난 기량에 나이도 젊고 용모도 출중하여 인기가 하늘을 찌르더니 92년생 또래인 순우, 죤과 함께 컵스를 암흑에서 양지로 끌어낼 ‘아기곰 3총사’를 이룬 인물.


스코어 3-2


끌려가던 컵스가 단숨에 브라이언트의 3점포로 앞서 나가자 사사구와 피안타를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레스터를 6회 2사에 내리고 필승 계투조를 투입했다.


내용은 부실했어도 우려했던 레스터는 어쨌든 있는 힘을 전부 쥐어짜며 오랜만에 자기 몫을 해주었다. 문제는 뒷심을 발휘해야 할 필승 계투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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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눈에는 눈, 홈스틸은 홈스틸로 +7 16.10.02 9,843 2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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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명성이 실력을 덮는다면 +6 16.09.15 9,467 20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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