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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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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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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1.10.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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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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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화. 기상캐스터 면접. 영화 오디션

DUMMY

상암동 방송국 보도국 스튜디오 안에서는 기상캐스터 공개채용을 위한 카메라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기상캐스터 학원 출신부터 리포터나 MC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응시자들이 크로마키 스튜디오에서 카메라와 화면을 번갈아 보고 허공에 손짓하며 카메라 테스트를 한다.


심사하는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은 스튜디오 앞에 세워진 TV 화면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TV 화면에는 스튜디오 면접자와 웨더 CG가 합성되어 나온다.


긴장한 응시자들의 실수가 이어지고, 실수를 연발한 응시자가 실망한 표정으로 크로마키 스튜디오에서 내려온다.


심사하는 남자1 다음 면접자 이력서를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을 바라보며 호명한다.


“다음, 이하윤 씨.”


대기자들 사이에 함께 앉아 있던 큰 키에 하윤이 밝은 표정으로 일어서서 크로마키 스튜디오 카메라 앞에 선다.


너무 튀지 않은 메이크업에 심플한 디자인의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하윤의 표정은 긴장감보다는 즐기는 듯 여유롭다.


인천 공항으로 입국할 때의 캐주얼한 힙합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남자1 큐 사인하자,


하윤은 맑은 음색으로 자연스러운 손동작을 한다.


“48년 만에 찾아온 강력한 한파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오늘 중부지방은 아침 기온이 영하 24도 안팎까지 떨어졌는데요. 내일은 오늘보단 기온이 조금 오르겠지만 여전히 춥겠습니다. 내일 아침 철원의 기온은 영하 22도, 서울은 영하 11도가 예상됩니다. 매서운 추위에 오늘 전력 예비율이 7.7퍼센트까지 떨어지기도 했는데요···”


발성, 발음, 띄어 읽기, 강조할 부분까지 완벽하게 읽어 내려가는 하윤.


크로마키 위에 웨더 CG가 합성되어 나오는 TV 화면 속 하윤을 바라보는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지금까지 기상 정보였습니다.”


하윤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마지막 멘트까지 매끄럽게 끝내자,


긴장감을 떨치지 못하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응시자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심사위원들은 인사를 하고 크로마키 스튜디오에서 대기석으로 돌아가 앉는 하윤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



상암동 영화 프로덕션 존 회의실 문 앞에 ‘영화 칼의 노래 오디션 진행’ 문구가 붙어 있다.


오디션을 진행하는 인물 조감독이 카메라 포커스 조절하자,


카메라 모니터 안에 흐릿하던 형체가 또렷하게 잡힌다.


영화 오디션을 준비하는 도나희다.


긴 머리에 짙은 색조 화장하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눈을 치켜뜨고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노란색 면티에 검정 면바지를 입고 바른 자세로 서 있는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리는 덜덜 떨고 있고,


손에 든 종이 대본은 태풍에 날아가는 걸 잡고 있는 듯 흔들거린다.


졸린 눈으로 책상에 앉아 삼각대에 올려진 카메라의 포커스를 조절하고 있는 20대 후반 남자 인물 조감독을 바라보며 인사하고 오디션을 시작하는 나희.


목소리가 굉장히 허스키하다.


“안녕하십니까? 신인 배우 도 나희입니다. 키는 173 몸무게 54킬로입니다. 특기는 노래와 펜싱이구요. 몸 쓰는 운동은 다 잘합니다.”


자기소개가 끝난 나희가 인물 조감독의 진행에 따라 지정 대본 연기를 시작한다.


건성건성 대사를 하는 인물 조감독과 달리 나희는 진지한 얼굴로 최선을 다하는데,


카메라에 들어오는 나희 모습은 냉동 창고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몸과 목소리가 덜덜 떨린다.


지정 대본 연기 끝나자,


자유연기를 시작하는 나희가 속으로 ‘파이팅. 할 수 있어’를 외치고,


자유연기 시작한다.


“하! 하! 하! 하!”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다가,


쌍꺼풀 없는 큰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꺼이꺼이’ 울기 시작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희를 바라보던 인물 조감독이 황당한 듯 “얼렐레 갑자기?” 말하더니,


무덤덤한 톤으로 자유연기를 막는다.


“됐구요. 특기해 보세요.”


“넵”


짧은 대답과 함께 자세를 바로잡는 나희,


뒤돌아 흘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쓱쓱 닦아낸다.


콧물이 났는지 손으로 콧물도 닦아내고,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벽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쉰다.


그런 나희 모습을 바라보는 인물 조감독 ‘특기는 안 하려나?’ 생각하며 카메라 녹화 정지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나희가 돌아서는데, 싱그러운 표정으로 카메라 앞으로 다가오며 박진영의 when we disco 노래와 함께 춤을 춘다.


이쯤 되면 반응을 보일 것 같은 인물 조감독의 얼굴은 무표정이다.


마치 감정이 없는 사이버 인간 같다.


점점 긴장되는 나희가 삑사리를 내자,


말없이 도리도리하는 인물 조감독.


나희가 노래와 춤을 멈추고 이어서 발차기, 앞구르기, 옆구르기, 물구나무서기를 하는데,


인물 조감독은 식상한 듯 하품하며 바라본다.


인물 조감독의 반응에 속으로 긴장이 타들어 가는 나희가 긴 머리 질끈 묶고,


준비해 온 연습용 펜싱 칼을 뽑아 자세를 잡고 허공에 사인 하듯 ‘휘이익’ 소리를 내며 휘젓자,


하품하던 인물 조감독 입에서 드디어 “오오~” 감탄사가 나온다.


이제야 나희에게 관심을 보이며 나희 프로필을 자세히 바라보는 인물 조감독이 나희에게 질문을 한다.


“도나희 씨, 칼 멋있네요. 펜싱 칼은 어떻게 잡아요?”


“네,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손잡이를 컨트롤하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감싸줍니다.”


나희가 펜싱 칼을 뒤집어 손잡이를 보호하는 손막이 뒤를 보여 주며 설명하자,


인물 조감독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감탄한다.


“와아~! 완전 신기하다.”


인물 조감독의 반응에 나희 카메라를 향해 칼날을 세우고 말한다.


“칼을 잡을 때는 새를 잡듯이 잡아야 하는데요. 너무 꽉 잡으면 새가 죽고, 너무 살살 잡으면 새가 날아가 버리잖아요. 힘든 감각을 쉽게 설명하는 말입니다.”


“오~ 오~ 오~ 있어 보여, 있어 보여. 멋있다.”


나희 말에 인물 조감독 손뼉을 치며 관심 갖는다.


카메라를 향해 펜싱 자세를 취하는 나희.


인물 조감독이 등을 구부리며 몸을 앞으로 바짝 당겨 나희를 바라보며 집중한다.


인물 조감독 반응에 ‘그래 이제 기회가 왔다’ 하며 기회를 잡고 싶은 마음이 용암처럼 솟구쳐 오르는 나희.


펜싱 칼을 들고 거침없이 찌르기와 베기, 막기를 하며 오디션장을 누빈다.


나희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펜싱 칼에서 ‘휙, 휙, 휘익, 휘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따라다니고,


펜싱 칼 소리와 나희의 멋진 움직임에 신이 난 인물 조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나희 영상을 찍는다.


“와!! 잘한다.”


나희가 힐끗 인물 조감독 반응 보고,


멋지게 한 바퀴 돌아 베기를 하자,


카메라 앞에서 ‘휘이이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이어진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인물 조감독이 나희를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엄지척을 한다.


이때부터였다.


칼바람의 서막이 시작된 시점은.


나희의 의욕 게이지가 급상승하며 게이지 바늘이 부러져 버린다.


제어력을 잃어버린 펜싱 칼이 “휘이익’ 소리와 함께 카메라와 인물 조감독을 동시에 베어 버린다.


카메라는 바닥에 떨어지며 ‘퍽’ 소리와 함께 렌즈와 바디가 분리되어 사망 되었음을 알리고,


펜싱 칼을 들고 망나니 칼춤을 추는 나희를 피해 인물 조감독은 살아남기 위한 애절한 몸부림을 시작한다.


찌르는 칼을 피하기 위해 죽어 있던 반사신경이 숨을 쉬며 살아나 허리를 좌우로 비틀며 피하고,


베는 칼을 피하고자 영화에서만 봤던 납작 엎드리려 몸을 굴리는 스킬을 장착하게 된다.


벽에 붙어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인물 조감독의 외침이 오디션장을 넘어 상암동 건물 밖까지 울려 퍼진다.


“아우! 씨발!! 제발 살려주세요!!”



***



방송국 보도국 대회의실에서 기상캐스터 공개채용 최종 면접이 진행 중이다.


긴장된 표정으로 10명의 기상캐스터 공개채용 최종 면접자들이 나란히 한 줄로 앉아 있다.


맨 끝자리 의자에 보라색 짧은 치마를 입은 하윤이 단연 돋보이는 외모로 앉아서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면접을 진행하는 최종 면접자들이 긴장한 표정과 떨리는 음성으로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한다.


마지막 면접자 하윤은 당당하고 솔직한 답변으로 면접관들을 사로잡고,


중앙에 앉아 있는 면접관이 이하윤 이름 아래에 10점을 체크한다.


기상캐스터 공개채용 최종 합격자 이하윤.



***



여름


아스팔트의 열기가 끓어오르는 뜨거운 여름의 대학로 거리.


일요일 오후 2시 구름 한 점 없는 태양의 열기에 투명한 파도가 흐늘거리며 물결치고,


삶아진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땀 흘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지쳐 있다.


4호선 지하철 혜화역 출구 앞은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며 지나가는 연인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고등학생들, 손 선풍기를 얼굴에 대고 가는 여대생,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손에 건네는 아줌마들로 뒤섞여 뜨거운 열기를 더욱 느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연인이나 대학생들에게 공연 홍보 전단지를 건네는 공연 홍보팀,


그 안에 흰색 토끼 인형 탈을 쓰고 재롱을 부리며 전단지를 건네는 나희가 있다.


토끼 인형 탈의 동그란 눈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부채질하며 땀 흘리는 사람들이 부럽다.


같은 곳이지만 딴 세상 같은 인형 탈 안은 흘러내리는 땀과 뜨거운 기운에 숨조차 쉴 수 없다.


점점 줄어가는 손안에 전단지를 보며 곧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희망에 힘을 내 재롱부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낯익은 여자에게 전단지를 건네자,


전단지를 바로 부채로 쓰는 여자.


‘쟤 누구지?’ 아는 얼굴이다.


“아! 이세정 이네?”


세정이는 나희가 대학 2학년 겨울방학에 잠실에 있는 놀이동산에서 무대 보조 아르바이트 할 때 만났던 친구의 친구이다.


세정이는 캐릭터 판매 아르바이트하고 있었고, 쉬는 날 가끔 친한 아르바이트 무리끼리 모여 술 마실 때 함께 만났었다.


세정은 약속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는지 전단지로 부채질하며 그늘을 찾아 지하철 출구가 대각선으로 보이는 빌딩 앞에 서서 휴대전화와 지하철 출구를 번갈아 가며 바라본다.


나희는 세정을 바라보며 ‘세정이 진짜 많이 예뻐졌네’ 하고 생각한다.


지금 세정의 모습은 나희가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변했다.


단춧구멍처럼 작았던 두 눈은 몇 배가 커져 부리부리해졌고,


하늘을 바라보던 콧구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콧날이 하늘을 찌를 것 같다.


종로3가 룸 소주방에서 세정을 마지막 만났을 때는 가슴에 엉덩이를 달고 나와 친구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세정의 수술한 가슴을 만져 보기 위해 친구들이 순서를 정하는 게임을 하기도 했다.


나희는 그날만 생각하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토끼 인형 탈 안에서 이세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 나희.


‘인형 탈을 쓰니까 이런 게 좋군’ 생각하며 잠깐 더위를 잊고 재롱부리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 사이에 전봇대처럼 키가 큰 반가운 얼굴이 까만 선글라스를 낀 채 주위를 살피며 올라온다.


나희의 첫사랑 이자 현재 남자친구인 민규혁이다.


190 cm 키에 살짝 마른 체형이지만 다행히 얼굴은 마르지 않았고 남자답게 생긴 규혁은 키가 커서 자신이 눈에 띄는 건 생각하지 않고 주위를 살피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출구 앞에서 선글라스 고쳐 쓴다.


나희는 규혁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며 ‘어흐. 저 연예인 병 어쩔 거야’ 한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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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7화. 진호는 또 다시 달린다 22.07.20 48 1 8쪽
127 126화. 액션스쿨에서 의식을 잃은 하윤 22.07.19 24 1 11쪽
126 125화. 인생 역전 이재평 22.07.18 33 1 11쪽
125 124화. 너는 말이라도 하지 22.07.15 29 1 11쪽
124 123화. 누구냐 넌? 22.07.14 35 1 11쪽
123 122화. 니(회장님)가 왜 거기서 나와? 22.07.13 35 1 11쪽
122 121화. 이재평 기자의 과거는? 22.07.12 24 1 11쪽
121 120화. 집착에 눈이 멀다 22.07.09 46 1 11쪽
120 119화. 선처란 없다 22.07.07 38 1 11쪽
119 118화. 몰래 카메라 22.07.05 37 1 11쪽
118 117화. 진호의 변명 22.07.02 32 1 11쪽
117 116화. 주거 침입 죄로 체포된 오진호 22.06.30 31 1 11쪽
116 115화. 진호야 스토커들이나 하는 짓이야 22.06.28 46 1 11쪽
115 114화. 민준의 전화 22.06.25 38 1 11쪽
114 113화. 천사야 너 어디갔니? 22.06.23 34 1 11쪽
113 112화. 피터팬은 와이어를 타고 22.06.20 37 1 11쪽
112 111화. 스크래치 22.06.18 33 1 11쪽
111 110화. 황금색 람보르기니 주인은? 22.06.16 34 2 11쪽
110 109화. 소민의 생일 22.06.14 36 2 11쪽
109 108화. 진호의 고민상담 22.06.11 31 2 11쪽
108 107화. SM제약 외동딸 김소민 22.06.09 37 2 11쪽
107 106화. 김소민의 정체는? 22.05.25 33 2 11쪽
106 105화. 오선희의 결혼식 22.05.23 43 2 11쪽
105 104화. 사라져버린 두 시간 22.05.20 41 2 11쪽
104 103화. 바람은 병이다 22.05.18 44 2 11쪽
103 102화. 기적 22.05.16 38 2 11쪽
102 101화. 진호의 의심은 사실이 되어간다 22.05.13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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