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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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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70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7.12 17:13
조회
23
추천
1
글자
11쪽

121화. 이재평 기자의 과거는?

DUMMY

하윤의 인기가 올라가고 언론에 노출이 될 때마다 하윤의 부모님은 더욱 걱정했다.


아빠는 항상 대중들의 인기는 구름 같은 것이라며 인기에 취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실망하면 인기만큼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거라는 말도 했다.


하윤의 부모님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진호뿐만이 아니라 부모님의 생각마저 걱정해야 할 하윤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 해졌다.


하필 부모님이 한국에 도착한 날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때 아일랜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하윤의 휴대전화 진동음이 오피스텔 안의 침묵을 깼다.


휴대전화 화면위에는 ‘진호’ 가 떠 있다.


진호의 이름을 보자마자 하윤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미치겠네’ 가 새어 나왔다.


아일랜드 식탁에 기대어 있던 하윤의 아빠는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받아보라는 듯 하윤을 보았다.


하윤은 휴대전화를 들고 통 유리로 가려진 안방으로 걸어가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하윤아. 이제 전화 받네? 새벽에 미안 해. 자고 있었지?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봐. 오늘, 아니 어제 일 사과하고 싶어서. 정말 미안하다.”


휴대전화 스피커를 통해 진호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윤은 유리 칸막이를 통해 들어오는 부모님의 시선을 느끼며 말했다.


“아니야. 연락 안 받아서 그런 건데 뭐. 나도 잘못한 게 있어. 경찰서에서 나왔어? 지금 어디야?”


“어···. 홍익 지구대에서 마포 경찰서로 왔는데. 일이 커질 것 같아서···.”


“경찰서에 갔어? 일이 커지다니?”


하윤이 놀란 목소리로 묻자, 진호는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주거 침입죄로 여기까지 왔는데. 경비원 폭행죄까지 추가한다고 해서.”


“뭐? 니 가 경비원을 폭행했어?”


하윤은 주차장 입구에서 벌어진 소동을 떠올렸다.


분명 진호는 경비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제압당했다.


“폭행이라니, 당연히 안 했지. 너도 봤잖아. 경비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제압당했고. 폭행을 당했으면 내가 당한 건데. 증인이 없어서···.”


진호의 이야기를 들으며 CCTV를 확인하면 될 텐데? 생각하는데 진호는 하윤의 마음을 읽는 듯 이어서 말했다.


“CCTV는 오늘 오전에나 확인이 가능하데. 확인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이틀은 경찰서 유치장에 있어야 한다고. 여기 형사님이 알려주셨어. 주거 침입죄에 폭행죄까지 성립되면 초범이여도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현장을 본 사람이 있으면···.”


진호는 말을 멈췄다.


현장에 있었던 하윤에게 경찰서에 증인으로 와 달라는 말을 끝내지 않았지만 하윤은 알 수 있었다.


난감한 상황이다.


마음은 경찰서에 가서 증언을 해주고 싶지만 진호 때문에 화가 난 부모님에게 뭐라고 할 것이며, 만약 이 사건을 알게 된 기자가 기사라도 낸다면.


하윤은 CF 모델 제안이 들어온 사실을 처음 여자 PD에게 말했고, 여자 PD의 “만나는 남자 있어? 앞으로 사생활 관리 더 잘해. 알았지?” 말이 떠올랐다.


CF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방송국도 문제가 될 것이다.


하윤의 입에서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오기 힘들겠지? 지금, 이 시간에 전화한 것도 염치가 없다. 미안 전화 끊을게.”


진호는 자신을 자책하며 말했고, 하윤은 진호를 멈춰 세웠다.


“진호야!!”


“응?”


“나희는 함께 안 있어?”


하윤의 물음에 차분했던 진호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도나희 얘기는 꺼내지도 마.”


“아니 왜? 함께 있는 거 아니야?”


“나 나희 때문에 평생 처음으로 수갑도 찼고, 수갑 차고 경찰서에 왔거든. 나희 이야기는 꺼내지마. 그리고 지금 경찰서에는 나 혼자 있어.”


진호는 금속 부딪치는 소리를 들려주려는 듯 손 흔들며 말했고, 그때마다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갑을 찬 채 통화하는 것이다.


하윤은 아니 왜? 나희 때문에 수갑을 찬 것일까? 진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새벽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 끊을게.”


진호는 다시 한번 사과하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마친 하윤이 거실을 향해 몸을 돌리자, 부모님은 거실에 서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하윤의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



“아빠 언제 올 거야? 나 아빠 많이 보고 싶단 말이야. 아빠는 나 안 보고 싶어??”


“아빠도 예린이 많이 많이 보고 싶지. 예린이 공부 잘하고 있어?”


핸들을 잡고 있는 재평은 애교 넘치는 7살 딸 예린이와 통화를 하고 있다.


40대 중반의 재평은 광대뼈 위에 가죽을 씌워 놓은 듯 깡말라 비틀어진 얼굴은 핏기마저 없었다.


그래서 실제 나이보다 나이가 더욱 들어 보였고, 옷을 구입했을 때보다 살이 빠져서 인지 와이셔츠와 장장 상의는 헐렁했다.


통화하며 운전하는 재평의 SUV 차량이 ‘마포 경찰서 200m 표지판’ 아래를 지나갔다.


“그럼. 예린이는 아빠 오면 공부 더 잘할 수 있어.”


“그럼 아빠 지금 비행기 슈우웅~ 타고 가야겠다.”


“치. 아빠는 맨날 거짓말만해.”


“거짓말 아닌데. 예린아 잠깐만. 기다려.”


새벽 시간 재평의 검은색 SUV가 마포 경찰서 입구 차단기가 있는 정문초소에 멈춰 섰다.


SUV 핸들을 잡고 있는 재평은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졸린 눈으로 초소 근무를 서고 있는 의경에게 사회부 기자 신분증을 내밀었다.


“오늘은 뭐 없었어?”


“특별히 출동도 없고 잡범들만 들어오는 것 같던데요.”


“다른 기자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나?”


“잡범들뿐인데 기자님들이 남아 있겠어요. 다들 가고 아무도 없죠.”


“아! 박 형사 오늘 근무지?”


앳된 얼굴의 의경은 재평의 기자 신분증에는 관심 없는 듯 얼굴을 보고 말했다.


“형사 1과 박 형사님요? 오늘 비번 같은데요. 연락 안 해보셨어요?”


“내가 왜 박형사한테 연락을 하냐 절대 안 하지. 박형사가 없어야 형사과 사무실에서 편하게 대기할 거 아니야. 박 형사 까칠해서 사무실에 앉아 있질 못하게 하잖아.”


의경은 재평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미소 지었다.


“아~ 박 형사님이 좀 그렇죠. 오늘도 아침까지 계세요?”


“아침이 될지, 점심이 될지, 내가 판단하는 게 아니니까. 나도 모르지. 내 신세가 좀 그래.”


사회부 기자들의 삶을 지켜보는 의경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차단기를 올려 줬다.


재평은 닫히는 운전석 창문 사이로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수고해라.”


“예~ 이 기자님도 수고하세요.”


빈 주차선을 찾던 재평은 블루투스로 딸 예린이와 통화 중 이였음을 깨달았다.


“예린아! 예린아!”


“예린이 방금 바이올린 레슨 갔어.”


재평의 아내이자 예린이 엄마인 미애의 목소리가 예린이를 대신했다.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구나? 잘 지내지?”


“음. 우린 잘 지내고 있어. 당신은 여전히 이 시간에도 일하고 있구나?”


재평은 펜싱 선수 출신으로 고등학교 펜싱부 코치를 했다.


제자들은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고 펜싱부의 위상으로 학교에서는 재평을 신임했다.


평생 펜싱만 하며 살 것 같았던 재평은 한참 잘나가던 시절 학교에서 쫓겨났다.


부산에서 열린 펜싱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펜싱부 1학년과 3학년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1학년 학생 두 명은 숙소를 빠져나가 행방불명이 됐다.


3일 뒤 다행히 1학년 학생 두 명은 학교로 돌아왔지만 학교는 코치인 재평에게 모든 책임을 물었다.


그렇게 학교에서 쫓겨난 재평은 방황하기 시작했다.


평생 신문배달을 하셨던 재평의 아버지는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최고로 생각하셨다


펜싱 선수였던 아들에게 입버릇처럼 펜싱은 그만두고 공부해서 기자 시험을 보라고 하셨다.


방황하던 재평은 5년 전 새벽 시간 신문배달을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고 아버지의 뜻을 따라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결혼을 약속한 미애를 위해서도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싶었다.


노력의 결과로 재평은 늦은 나이에 기자가 됐고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늦게 시작한 기자 생활은 녹녹치 않았다.


집에 들어가는 날이 안 들어가는 날 보다 많았고 술에 취하지 않은 날 보다 취한 날이 더 많았다.


예린이가 태어나고 재평은 더욱 바빠졌다.


아니 바쁘게 살 수밖에 없었다. 남들은 일 년에 하나씩 특종 기사를 내는 데 재평은 특종은커녕 정정기사와 사과 기사를 내는 일이 허다했다.


늦은 나이에 예린이가 태어나자 재평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조급하다고 특종을 찾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아내가 예린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고 나서였다.


아내는 “자신이 과부와 뭐가 다르냐”며 이혼을 하던지 아님 이대로 미국으로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혼은 할 수 없었던 재평은 떠나는 아내를 붙잡지 못했다.


아내는 새벽 시간 경찰서에 들락거리는 재평의 생활을 알기에 곱게 말하지 못 하는 것이다.


“뭐 그렇지. 특종 하나 터트려서 데스크 생활하면 좀 시간 여유가 있을 텐데.”


“당신 그거 알아? 당신은 기자하고 안 어울려. 특종 특종 이야기만 몇 년을 들었는데.”


미애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고 재평에게는 뼈 때리는 말이었다.


“사람일은 모르잖아. 내가 당신하고 결혼한 것도 그렇고···.”


“그러니까. 내가 이재평이라는 개똥을 밟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


재평은 화가 난 미애의 말에 이유 없이 웃음이 나왔다.


지금가지 생활을 보면 똥 밟은 건 맞는 것 같긴 했다.


아무 말없는 재평에게 미애는 이어서 말했다.


“당신 예린이한테 자꾸 온다는 말하지 마. 예린이는 아빠가 진짜 오는 줄 믿는 나이잖아. 예린이가 한 번씩 창밖을 보면서 아빠를 기다린다는 말할 때마다, 나 너무 마음이 아프거든. 협조 좀 해줘. 부탁이야.”


재평의 가슴은 미어졌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탁한다고. 제발···.”


미애의 말에 재평은 눈물을 쓱 닦아내며 말했다.


“예린이가 그렇게까지 날 기다리는 지 몰랐어. 미안 해. 약속할게.”


“끊을게.”


미애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는 끊겼다.


재평은 불이 환하게 켜진 마포 경찰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하며 살아야 할지 가슴이 답답해 왔다.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떠 있는 예린이 사진을 보니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젠장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 거야.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에이 진짜.”


대시보드에서 일회용 화장지를 꺼내 눈물을 닦아냈다.


지금 당장이라도 예린이를 만나러 인천 공항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데스크에서 연락이 와야 경찰서를 나갈 수 있었다.


우울함과 급 피곤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사랑하는 딸 예린이에게 생활비를 보내주려면 차 문을 열고 나가야 했다.


재평은 시동을 끄고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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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에필로그 - 인천 공항에서 +2 22.07.21 73 1 4쪽
128 127화. 진호는 또 다시 달린다 22.07.20 48 1 8쪽
127 126화. 액션스쿨에서 의식을 잃은 하윤 22.07.19 24 1 11쪽
126 125화. 인생 역전 이재평 22.07.18 32 1 11쪽
125 124화. 너는 말이라도 하지 22.07.15 29 1 11쪽
124 123화. 누구냐 넌? 22.07.14 35 1 11쪽
123 122화. 니(회장님)가 왜 거기서 나와? 22.07.13 35 1 11쪽
» 121화. 이재평 기자의 과거는? 22.07.12 24 1 11쪽
121 120화. 집착에 눈이 멀다 22.07.09 46 1 11쪽
120 119화. 선처란 없다 22.07.07 37 1 11쪽
119 118화. 몰래 카메라 22.07.05 36 1 11쪽
118 117화. 진호의 변명 22.07.02 32 1 11쪽
117 116화. 주거 침입 죄로 체포된 오진호 22.06.30 31 1 11쪽
116 115화. 진호야 스토커들이나 하는 짓이야 22.06.28 46 1 11쪽
115 114화. 민준의 전화 22.06.25 37 1 11쪽
114 113화. 천사야 너 어디갔니? 22.06.23 33 1 11쪽
113 112화. 피터팬은 와이어를 타고 22.06.20 37 1 11쪽
112 111화. 스크래치 22.06.18 32 1 11쪽
111 110화. 황금색 람보르기니 주인은? 22.06.16 34 2 11쪽
110 109화. 소민의 생일 22.06.14 36 2 11쪽
109 108화. 진호의 고민상담 22.06.11 31 2 11쪽
108 107화. SM제약 외동딸 김소민 22.06.09 36 2 11쪽
107 106화. 김소민의 정체는? 22.05.25 33 2 11쪽
106 105화. 오선희의 결혼식 22.05.23 43 2 11쪽
105 104화. 사라져버린 두 시간 22.05.20 41 2 11쪽
104 103화. 바람은 병이다 22.05.18 43 2 11쪽
103 102화. 기적 22.05.16 37 2 11쪽
102 101화. 진호의 의심은 사실이 되어간다 22.05.13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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