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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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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72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6.14 17:41
조회
35
추천
2
글자
11쪽

109화. 소민의 생일

DUMMY

“그래? 야. 어떡하냐? 마음고생 심하겠다. 힘내라 힘내.”


강팀장은 진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해줬다.


진호는 강팀장의 위로가 전혀 와닿지 않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답하던 진호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팀장에게 물었다.


“팀장님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요.”


“어, 어. 말해봐 말해 봐. 뭐 야?”


강팀장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연애에 대해 알까?


강팀장의 반응에 진호는 순간 망설여졌다.


하지만 답답한 마음을,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었다.


“진호야 편하게 말해봐. 뭐 여자 문제야?”


“네.”


진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툭 대답이 나왔다.


강팀장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더니 엉덩이로 의자를 끌고 와 진호 옆에 멈춰 섰다.


진호는 적극적인 강팀장의 모습에 괜한 말을 했다며 곧바로 후회했다.


강팀장은 금색 안경테를 만지며 말했다.


“결혼 문제야? 아니면 위기가 찾아온 거야?”


그렇다 진호 나이에 여자와의 문제면 뭐가 있겠는가? 결혼 아니면 이별이지.


강팀장은 사람은 까칠해도 입은 무거운 사람이었다.


진호는 여자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강팀장이 가볍게 소문낼 스타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야기가 좀 긴 데요.”


“진호야. 얘기가 짧으면 고민이 아니지. 길고 복잡하니까 고민이지. 안 그래?”


강팀장의 말이 맞다.


진호는 자기도 모르게 강팀장과 눈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네. 좀 긴데. 간단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음.”


진호는 강팀장에게 하윤을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도 기상캐스터 이하윤과 사귀고 있다는 말을 한다면 믿지 않거나 소문 낼 게 뻔했다.


“제가 술 마시고 여자 친구가 실망할 만한 실수를 했거든요. 절대 고의는 아니었구요. 그 이후로 여자 친구가 연락도 없고, 제 연락을 안 받아요.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데···.”


입술을 모아 삐죽 내밀던 강팀장은 말했다.


“여기 기상청 사람은 아니지?”


“아니예요.”


“여자친구 집은 알아? 부모님이랑 함께 살아?”


진호는 하윤의 집 근처에 가 본 적은 없지만 하윤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위치는 알고 있었다.


한강변에 새롭게 지어진 오피스텔이다.


진호는 강팀장의 대답을 궁금해하며 말했다.


“집 위치는 알고 있어요. 그리고 혼자 살아요. 그건 왜요?”


“진호야. 니가 너무 소극적이다. 적극적으로 집 앞에 찾아가는 거야. 너 전화나 카톡 몇 번이나 했어?”


강팀장의 말을 듣고 보니 소극적으로 연락한 건 맞았다.


전화 세 번에 카톡도 몇 개 보내지 않았다.


“전화 세 번. 카톡도 세 개 정도.”


좋아하는 여자라면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을까?


술에 취한 진호가 알몸으로 여자 친구 앞에서 달리기를 한 사실을 알지 못 하는 강팀장은 마음에도 없는 여자 때문에 진호가 고민한다고 생각했다.


“너 여자 친구 그닥 좋아하고 그런 거 아닌가 본데?”


핵심적인 잘못을 말하지 않고 조언을 구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강팀장의 말에 진호는 실망했다.


“팀장님. 좋아하지 않았으면 고민도 안하죠.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요.”


“야! 그렇게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으면. 여기 이렇게 앉아 있을 게 아니라 당장 집 앞으로 찾아가서 직접 보고 미안하다고 사과해.”


강팀장은 간단명료하게 말하고 잠깐 생각하더니 이어서 말했다.


“너 휴가도 남아 있잖아. 하루 이틀 쉬면서 집 앞에 찾아가봐. 어떻게 알아 은근 기다리고 있을지.”


진호의 머릿속에 진호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하윤의 모습이 떠올랐다.


맞다. 진호는 그동안 너무 소극적으로 하윤에게 연락을 했고, 혼자 너무 고민했다.


직접 하윤을 만나면 진호가 생각하는, 네이트 판에 올라온 수많은 댓글과 다른 결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연애 박사 민준이보다 더 간단명료한 강팀장의 조언이 고마웠다.


진호는 강팀장의 손을 꼭 붙들었다.


“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생각을 하지 못했네요.”


“그래. 만나서 얼굴 보고 풀어. 힘내라.”


강팀장은 엉덩이로 의자를 끌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진호는 강팀장의 말대로 하윤의 오피스텔 앞에서 기다려야겠다는 결심했다.


집은 알 수 없지만 하윤의 차를 알고 있기 때문에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



대치동 빌딩 스카이라운지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 안쪽 자리에 민준과 소민이 앉아 있다.


민준은 메뉴판에 시선을 두고 있고, 소민은 불안한 얼굴로 창밖에 높게 솟아 있는 타워펠리스를 바라봤다.


민준은 소민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집 근처 고급 레스토랑에서 소민을 데리고 왔다.


강남에서 최고급 레스토랑에 속하는 이곳의 음식 가격을 소민이 알게 된다면 입을 떡 벌릴 것이다.


민준은 소민과 함께 이곳에서 식사하고 싶었다.


메뉴판을 보던 민준은 소민을 바라봤다.


소민은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눌러쓰고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소민아 왜 그래? 뭐 불편한 거 있어?”


“어? 아니. 아니야.”


입은 아니라고 하는데 모자를 매만지는 손이 떨리며 불안한 보습이 역력했다.


민준은 왜 그러지? 하는 눈으로 보다가 이내 씩 웃으며 말했다.


“메뉴판 봤구나? 괜찮아. 나 이래 봬도 SM제약 연구원이야. 이 정도는 사줄 수 있어.”


민준은 소민이 메뉴판에 쓰여 있는 가격표를 보고 불편한 거로 생각하며 이어서 말했다.


“오늘은 소민이 너 생일이잖아. 부담가지지 말고, 먹고 싶은 걸로 주문해. 알았지?”


“어, 어. 민주니 너가 알아서 주문해줘.”


“그럴까? 사실 그럴 계획이었어.”


민준이 흥얼거리며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테이블 위 휴대전화 진동음이 들렸다.


휴대전화 화면위에 ‘회장님’ 글씨를 확인한 민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불안한 기운이 밀려왔다.


민준은 SM제약 연구원이고 지금 전화한 사람은 SM제약 회장님이시다.


회장님은 민준의 부모님과 친분이 두텁고 같은 타워펠리스에 살고 계신다.


말이 같은 타워펠리스지 회장님은 드넓은 펜트하우스에서 말수가 아주 많이 적은 사모님과 단둘이 살고 있다.


회장님은 저녁 시간 사모님이 외출할 때마다 같은 라인에 사는 민준을 올라오게 했다.


그 이유는 뒤늦게 스타그래프트에 빠진 회장님이 베틀 상대로 민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민준은 회장님의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번번이 아슬아슬하게 져 줬다.


게임을 할 때마다 극적인 드라마를 써야 하는 고통을, 회사가 끝나고 회장님 댁에 가는 고통을 누가 알겠는가?


민준은 어머니에게 오피스텔을 얻어 달라고 졸라봤지만 어머니는 회장님과의 친분은 니가 복을 받아서 라며 거절했다.


복이라니? 이런 고통스러운 복은 필요 없다.


회장님은 한동안 민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민준은 회장님이 드디어 스타크래프트에서 관심이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이런 타이밍에 전화를 하셨다.


소민을 슬쩍 바라보며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아. 뭐야? 짜증 나게 이 시간에 왜 전화를 하고 그래.”


혼잣말하듯 말하고 헛기침하며 목소리 가다듬어 전화 받았다.


“아 예 민준입니다. 오랜만에 전화하셨네요?”


짜증스러웠던 말투도 쭈그렸던 얼굴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살살 기며 말했다.


“어. 민준이 지금 어딘가?”


회장님의 묵직한 목소리가 휴대전화 스피커를 통해 들렸다.


“네. 집 근처에서 저녁 먹으려고 하는데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민준 건너편에 앉아 있는 소민은 간신배처럼 몸을 조아리며 통화하는 민준을 보며 ‘도대체 누구랑 통화하는데 저래’ 생각하며 훑어봤다.


“어 다름이 아니라 갑자기 부탁할 일이 생겼는데. 식사를 하고 있군.”


스타크래프트 할 거면 바로 집에 올라오라고 할 텐데 부탁이라고 말했다.


부탁은 처음인데 무슨 부탁이지?


“저녁 거의 다 먹었습니다. 무슨 부탁인데요?”


민준은 소민을 향해 윙크를 날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소민은 텅 빈 테이블 위를 바라보며 ‘음식 주문도 안 했는데 뭘 다 먹어?’ 생각했다.


“아 그래? 내가 타이밍을 딱 맞춰서 전화했군.”


“하 하 하. 꼭 어딘가에서 보고 계신 것처럼 딱 맞추셨네요.”


세상 살기 참 힘들다. 민준은 회장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허허. 다름이 아니라. 민준 자네 아버지 주차자리에 내가 차를 한 대 세워 뒀는데. 혹시 알고 있나?”


알죠. 그 똥색 람보르기니 우라칸 알다마다요. 그 자리가 내 차 옆자리인데 모르겠습니까?


민준의 아버지는 S전자 두바이 지사장으로 발령받아 두바이에 계신다.


아버지 주차자리에 어느 날부터 황금색 람보르기니 우라칸이 세워져 있었고 어머니에게 확인해보니 회장님께서 외동딸 생일 선물로 미리 구입해 놓으신 거라고 알려줬다.


저런 선물을 받는 외동딸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외동딸은 SM제약 주식을 5%를 소유하고 있다. 5%는 5조가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회장님의 외동딸은 회사사람 아니 언론에서 그렇게 찾고 있는데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헐리우드 유명남자 배우와 결혼했다는 소문, 서울 대형병원장 아들과 결혼했다는 소문, 테슬라 일론 머스크 우주여행 프로젝트에 최대 투자자라는 소문 등 소문만 무성했다.


분명 명품으로 치장하고 거만하고 자기만 알고 자기 위에는 어떤 사람도 없는, 뭐 그런 여자 일 것 같았다.


“그럼요. 골드 색상 스포츠카 말씀하시는 거죠?”


“어. 맞네 맞아. 그 차를 지금 당장 이동시켜야 하는데 지금 마땅히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자네가 생각나서 전화해봤네.”


“5분 안에 가겠습니다.”


민준은 의자에서 튕기듯 벌떡 일어서며 말했고, 의자가 밀리며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리자 레스토랑 손님들은 소리를 따라 민준의 테이블을 바라봤다.


앞에 앉아 잇던 소민도 놀란 눈으로 민준을 올려다봤다.


“고맙네. 그럼 집으로 올라오게.”


회장님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전화 끊었다.


민준은 건너편에 앉아 눈을 깜빡이는 소민을 보고 ‘아차’ 했다.


소민의 생일선물로 고급 레스토랑에 와 있었고 아직 음식 주문도 하기 전이었다.


회장님과의 통화에 집중하다가 소민의 생일을 깜빡하고 방금 회장님 부탁을 수락한 것이다.


민준은 뒤로 밀려 나간 의자를 가져와 엉덩이를 걸치고 레스토랑 건너편 타워팰리스에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소민아.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줄 수 있어? 나 집에 좀 다녀올게.”


소민은 눌러쓴 모자를 벗고 입안 가득 바람을 넣으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고급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가 민준의 자리로 다가오며 소민을 향해 고개 숙였다.


“대표님 맞으시죠? 대표님께서 연락도 없이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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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7화. 진호는 또 다시 달린다 22.07.20 46 1 8쪽
127 126화. 액션스쿨에서 의식을 잃은 하윤 22.07.19 24 1 11쪽
126 125화. 인생 역전 이재평 22.07.18 32 1 11쪽
125 124화. 너는 말이라도 하지 22.07.15 29 1 11쪽
124 123화. 누구냐 넌? 22.07.14 34 1 11쪽
123 122화. 니(회장님)가 왜 거기서 나와? 22.07.13 34 1 11쪽
122 121화. 이재평 기자의 과거는? 22.07.12 23 1 11쪽
121 120화. 집착에 눈이 멀다 22.07.09 45 1 11쪽
120 119화. 선처란 없다 22.07.07 36 1 11쪽
119 118화. 몰래 카메라 22.07.05 36 1 11쪽
118 117화. 진호의 변명 22.07.02 32 1 11쪽
117 116화. 주거 침입 죄로 체포된 오진호 22.06.30 30 1 11쪽
116 115화. 진호야 스토커들이나 하는 짓이야 22.06.28 45 1 11쪽
115 114화. 민준의 전화 22.06.25 36 1 11쪽
114 113화. 천사야 너 어디갔니? 22.06.23 33 1 11쪽
113 112화. 피터팬은 와이어를 타고 22.06.20 37 1 11쪽
112 111화. 스크래치 22.06.18 31 1 11쪽
111 110화. 황금색 람보르기니 주인은? 22.06.16 34 2 11쪽
» 109화. 소민의 생일 22.06.14 36 2 11쪽
109 108화. 진호의 고민상담 22.06.11 31 2 11쪽
108 107화. SM제약 외동딸 김소민 22.06.09 36 2 11쪽
107 106화. 김소민의 정체는? 22.05.25 32 2 11쪽
106 105화. 오선희의 결혼식 22.05.23 42 2 11쪽
105 104화. 사라져버린 두 시간 22.05.20 41 2 11쪽
104 103화. 바람은 병이다 22.05.18 43 2 11쪽
103 102화. 기적 22.05.16 37 2 11쪽
102 101화. 진호의 의심은 사실이 되어간다 22.05.13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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