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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721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5.20 22:05
조회
41
추천
2
글자
11쪽

104화. 사라져버린 두 시간

DUMMY

나희는 규혁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야 너 뭐냐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규혁은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킨 듯 나희 눈을 빤히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나희는 이런 규혁을 보며 이어서 조용히 말했다.


“야. 똥폼 잡지 말고 뭔데? 뭐야?”


직접적이었다.


나희에게 향해 있던 규혁의 시선은 하늘로 방향을 바꿨다.


몸속에 담배 연기도 하늘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규혁은 먼 하늘을 보며 말했다.


“캐스팅 디렉터님이 너 연락 안 된다고 걱정하더라. 요즘 20대 여자 연기자 중에 새로운 얼굴 찾는데. 나희 너 생각이 난다고. 연락해봐.”


규혁은 자기 잘못으로 헤어졌던 나희에게 최대한 배려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배우를 꿈꾸던 나희가 다시 오디션 보기를 바랬다.


나희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자기에게 오디션 정보를 건네는 규혁을 바라봤다.


나희는 규혁하고 헤어지고 난 후 드라마 오디션장에서 상대 남자 배우로 규혁을 만났었다.


배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더니, 하필 상대 배우가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전 남자 친구였다.


오디션 대본상 나희의 캐릭터는 남자에게 반해 들이대는 역할이었다.


그 남자 역할은 상대 배역을 맡은 규혁이었다.


그것도 나희가 아르바이트 할 때 만났던 친구와 바람을 펴서 헤어진.


오디션이 시작되기 전 나희는 최대한 캐릭터에 집중했다.


규혁에게 쌓여 있던 감정을 잊어버리고 연기를 시작했다.


뜻밖에 규혁과 호흡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오디션 분위기는 좋게 흘러 갔다.


그런데 규혁 캐릭터 대사 중에 자기는 양다리 걸치는 게 싫다는 대사에서, 나희는 최근 양다리를 걸치다 헤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순간 이성을 잃고 말았다.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나희는 규혁의 뺨을 날렸다.


두 사람은 오디션장에서 싸움을 시작했고, 나희는 규혁을 쓰러트렸다.


드라마 오디션장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나희는 계속 연기를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캐스팅 디렉터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니가 웬일로 그런 걸 말해주는데?”


나희는 규혁의 호의가 의심스러웠다. 규혁은 공연 연습을 시작할 때부터 딴지를 걸고 이유 없이 트집을 잡아 자기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규혁은 나희의 반응을 예상했다. 자기 잘못이 크다.


더 이상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없고, 캐스팅 디렉터 연락을 받던지 니가 연락해 보던지 알아서 해.”


허공을 바라보며 말하고 공연장 입구를 향해 걸었다.


나희는 규혁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했다.


“저게 갑자기 나한테 왜 저래?”



***



성북동 2층 주택 1층과 2층에 밝게 불이 켜져 있다.


마당 화단에 꽃 망울을 터트리고 있던 라일락 꽃은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었다.


1층 주방 식탁에 소민과 민준이 나란히 앉아 치킨을 먹고 있었다.


민준은 캔 맥주를 들어 소민에게 건배를 청했고 소민은 씩 웃으며 건배했다.


맥주는 소민의 목을 시원하게 타고 내려갔다.


강아지 마루와 아띠는 치킨 냄새에 혀를 내밀며 식탁 주변을 맴돌았다.


자기들에게 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소민을 향해 낑낑거리며 칭얼댔다.


민준은 맥주를 마시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진호에게 시선을 던졌다.


“진호야. 진짜 안 먹을 거야? 치킨 식기 전에 이리 와서 먹어봐.”


진호는 입을 꾹 닫은 채 벽에 걸려 있는 TV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소민도 진호를 보며 말하는데 트림이 함께 섞여 나왔다.


“지노 어어억 야. 너 때문에 두 마리 시켰는데, 우리 두 마리다 못 먹어. 빨리 와서 먹어라. 응?”


소민은 말하면서도 치킨을 물어 뜯어 삼켰다.


진호는 민준과 소민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금 9시 뉴스 일기예보 시간이기 때문이다.


“야 지노야. 티비는···.”


이어서 말하려는 소민을 민준이 막아섰다.


“소민아. 이제 이하윤 일기 예보한다. 됐어. 그냥 먹자.”


민준은 작게 켜져 있는 TV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진호는 TV 화면에 나오는 하윤을 멍하니 바라봤다.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하윤의 맑은 음성이 진호 귓속을 울렸다.


진호의 마음은 이렇게 울고 있는데 TV 속 하윤은 밝게 웃고 있다.


하윤은 진호를 바라보기라도 하는 듯 카메라를 보며 일기예보를 마쳤다.


진호는 TV리모컨을 들고 전원을 껐다.


그리고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거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소민과 민준은 진호의 행동을 보며 각자 다른 생각했다.


민준은 같은 남자로서 진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진호의 이상형보다 더 완벽한 여자인 이하윤과 사귀었고, 이하윤에게 프러포즈 하기 직전 연락이 끊겼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한편으로는 저러다 실성하는 거 아닌가 걱정도 됐다.


소민은 금요일 저녁 민준과 단둘이 치킨에 맥주를 마시려고 했는데 2층에 있던 진호가 민준이 1층에 온 걸 알고 내려왔다.


진호는 아무 말없이 소파에 앉아 TV를 켜서 보고 있었고 치킨도 맥주도 마시지 않았다.


TV 볼 거면 2층 지 집에서 편하게 볼 것이지 왜 1층에 내려와서 분위기를 꽉 잡고 있는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민은 민준과 분위기 좋았는데 진호 때문에 망쳐 버렸다.


진호는 천장을 바라보며 나희를 기다렸다.


진호는 하윤의 쇼프로를 보고 생각의 생각을 거듭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윤의 첫사랑은 진호의 예측이 맞는 것 같았다.


그 첫사랑은 바로 도나희.


진짜 말도 안 되지만 그래도 확인하고 싶었다.


“야 도나희 하윤이 첫사랑이 혹시 너야?”


이건 아니다. 나희에게 이런 식으로 직접 물어볼 수는 없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뭐라고 물어봐야 할까? 그 순간 번쩍하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희야 너 하윤이 출연하는 쇼 프로 봤어?”


바로 이거다. 쇼 프로를 봤다면 아무리 눈치 없는 도나희지만 알아 차렸을 것이다.


나희는 분명히 얼버무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윤의 첫사랑이 자기 일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 테니까.


이제 곧 10시가 되어 간다.


도나희는 곧 철 대문을 지나 1층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올 것이다.


진호는 계획이 정리되자 배가 고파왔다. 며칠째 밥을 먹지 못했다.


이제야 코끝에 고소한 치킨 향기가 느껴졌다.


진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식탁 아래에서 몸을 말고 있던 아띠가 깜짝 놀라 진호를 바라봤다.


진호는 치킨 향기를 따라 식탁으로 걸어갔다.


뱃속을 채우고 긴장을 풀기 위해 캔 맥주도 한잔 하고 싶었다.


얼굴이 벌게진 소민과 민준은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식탁으로 다가오는 진호를 멍하니 바라봤다.


진호는 소민과 민준 건너편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며 치킨박스를 바라봤다.


박스 두 개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진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뭐야? 없잖아?”


진호의 말에 텅 비어 있는 장기들이 실망한 듯 더욱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진호는 식탁 위에 세워진 8개의 캔맥주를 하나씩 들어 봤다.


비어 있다. 이것도, 이것도. 설마 이것까지. 8개 모두 비어 있었다.


“에이 맥주도 다 비어 있고.”


소민과 민준은 눈을 깜빡이며 진호의 눈을 바라봤다.


진호는 두 사람 눈을 동시에 바라보며 물었다.


“야 니들.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거야?”


“아니 먹으라고 할 때 먹어야지 이제 와서 먹을 걸 찾으면 어떻게 해?”


혀가 꼬인 소민은 짜증 섞인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에이. 소민아 왜 그래.”


옆에 있던 민준은 짜증부리는 소민의 옆구리를 만지며 말했다.


“진호야 치킨 한 마리 시켜 줄게. 맥주도 마실래?”


민준은 딸꾹질하며 휴대전화 어플을 열었다.


“야 됐어.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다 먹었으면서 먹으라고 그래.”


진호도 짜증 섞어 말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다 먹었으면서 걱정해주는 척 먹으라니.


진짜 짜증 나는 상황이었다.


“좀 있다가 도나희 들어오면 물어보고 도나희 먹는다고 하면 내가 시켜 먹을게.”


진호는 말하면서 좋은 작전이라고 생각했다.


나희랑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하윤의 쇼 프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좋을 듯했다.


진호의 말에 소민과 민준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서로 얼굴을 봤다.


진호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곧 나희가 들어올 현관문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앞에 앉아 있던 민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진호를 보며 말했다.


“진호야 너 진짜 괜찮아?”


이어서 소민도 말했다.


“야 지노 너 무섭게 왜 그래?”


진호는 두 사람의 눈빛과 말에 왜 그러지? 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민준은 진호를 위아래로 스캔하며 말했다.


“나희씨 한참 전에 들어와서.”


손으로 화장실 방향을 가리켰다가 나희 방을 가리키며 이어서 말했다.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피곤하다면서 방에 들어갔는데. 너 보고 ‘쟨 왜 저러고 있어? 야? 오진호? 쟤 진짜 스트레스가 많나? 요즘 왜 저러는 건데?’”


민준은 나희의 흉내도 잘 냈다.


“그래 지노야 나희 지금 쿨쿨 자고 있을 거야.”


소민이 안쓰러운 듯 진호에게 말했고, 진호는 의자에서 일어나 나희의 방문을 살짝 열어 봤다.


나희는 침대에 엎드려 누워 잠들어 있었다.


자고 있는 나희를 깨울 수는 없다.


나희 옆에서 잠자던 마루가 방문 틈으로 들어오는 불빛을 보고 고개를 들어 진호를 바라봤다.


“진짜네. 이거 뭐지?”


진호는 방문을 닫고 식탁 의자에 앉아 민준의 휴대전화 화면을 켰다.


시간은 11시 54분 곧 12시가 된다.


시간을 확인한 진호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헐 12시가 다 돼 가잖아?”


“지노 너 거실 천장만 두 시간 동안 바라보고 있었어.”


소민의 말이 끝나자 술에 취한 민준이 뒤이어 오버스럽게 말했다.


“진호야. 너 안 되겠다. 우리 사촌 형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거 알지? TV도 자주 나오고 그러잖아. 다음 주에 사촌 형네 병원에 함께 가자. 응?”


민준은 이어서 소민에게 말했다.


“아니다. 아니다. 소민아 그 하윤씨 있잖아 연락 좀 해봐 이러다 멀쩡한 애 병들겠어.”


“내가 한번 연락해 볼까? 아니다. 내일 선희 결혼식에 만나겠다. 지노야 하윤이 만나면 뭐라고 전해줄까? 뭐가 좋지?”


술 취한 소민도 오버스럽게 말했다.


소민과 민준은 술에 취해 진호가 듣기 싫은 말만 골라 했다.


이런 상황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했던가? 시간이 멈춘 것도 아니고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다니 이거 뭐지?


진호는 이마에 손을 올려봤다. 열은 없었다.


진호는 1층 거실 천장을 바라봤다. 아니 내가 천장을 두 시간이나 바라보고 있었다고? 나 이러다가 진짜 정신병에 걸리는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기상청에 출근해서 잠깐 하윤이 생각한 것 같은데.


퇴근할 시간이 되어 집으로 왔다.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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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에필로그 - 인천 공항에서 +2 22.07.21 74 1 4쪽
128 127화. 진호는 또 다시 달린다 22.07.20 48 1 8쪽
127 126화. 액션스쿨에서 의식을 잃은 하윤 22.07.19 24 1 11쪽
126 125화. 인생 역전 이재평 22.07.18 33 1 11쪽
125 124화. 너는 말이라도 하지 22.07.15 30 1 11쪽
124 123화. 누구냐 넌? 22.07.14 35 1 11쪽
123 122화. 니(회장님)가 왜 거기서 나와? 22.07.13 36 1 11쪽
122 121화. 이재평 기자의 과거는? 22.07.12 24 1 11쪽
121 120화. 집착에 눈이 멀다 22.07.09 46 1 11쪽
120 119화. 선처란 없다 22.07.07 38 1 11쪽
119 118화. 몰래 카메라 22.07.05 37 1 11쪽
118 117화. 진호의 변명 22.07.02 32 1 11쪽
117 116화. 주거 침입 죄로 체포된 오진호 22.06.30 31 1 11쪽
116 115화. 진호야 스토커들이나 하는 짓이야 22.06.28 46 1 11쪽
115 114화. 민준의 전화 22.06.25 38 1 11쪽
114 113화. 천사야 너 어디갔니? 22.06.23 34 1 11쪽
113 112화. 피터팬은 와이어를 타고 22.06.20 37 1 11쪽
112 111화. 스크래치 22.06.18 33 1 11쪽
111 110화. 황금색 람보르기니 주인은? 22.06.16 34 2 11쪽
110 109화. 소민의 생일 22.06.14 36 2 11쪽
109 108화. 진호의 고민상담 22.06.11 31 2 11쪽
108 107화. SM제약 외동딸 김소민 22.06.09 37 2 11쪽
107 106화. 김소민의 정체는? 22.05.25 33 2 11쪽
106 105화. 오선희의 결혼식 22.05.23 43 2 11쪽
» 104화. 사라져버린 두 시간 22.05.20 42 2 11쪽
104 103화. 바람은 병이다 22.05.18 44 2 11쪽
103 102화. 기적 22.05.16 38 2 11쪽
102 101화. 진호의 의심은 사실이 되어간다 22.05.13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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