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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83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6.23 22:22
조회
33
추천
1
글자
11쪽

113화. 천사야 너 어디갔니?

DUMMY

좌절을 끝내고 다시 배우를 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하윤에게 CF 추천 연락이 오다니, 나희는 하윤의 추천에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였졌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마음이 더욱 단단해진 탓이었다.


나희는 더 이상 공연 기획과 배우의 사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공연 기획을 그만두고 배우의 꿈을 꾸기로 결심했다.


분명 양준태 연출은 나희를 붙잡을 것이다.


대학로 우울의 대명사였던 양준태 연출은 공연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고민하던 중 대학로 유명 연출가 도상철 선배의 딸인 도나희와 우여곡절 끝에 함께 일하게 됐다.


나희는 희극 대본을 수정했고, 첫사랑을 고백하는 씬을 만들었다.


그리고 홍보 방향도 바꿨다.


나희의 도움으로 대학로 우울의 대명사였던 양준태는 대학로 흥행 연출가로 변신했다.


그런 양준태 연출은 나희를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


나희는 양준태 연출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



공연을 마친 양준태 연출은 술집 반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장인 옥경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테이블이 네 개뿐인 작은 가게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옥경이 누나! 누나!”


양준태는 옥경을 부르며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양준태의 목소리를 들은 옥경은 주방 커튼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양준태를 바라봤다.


“왔냐? 밥은?”


“열 시가 다 되가는데 밥은 무슨 밥이에요.”


양준태는 주방 앞 스탠드 바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옥경은 주방에서 나와 양준태 앞에 섰다.


“그럼 술 마실 거야?”


“아니요. 나 이제 술 좀 줄이려구요.”


“칫! 개가 똥을 참지. 니가 술을 줄인다고?”


옥경은 헛웃음 치며 말했고, 양준태는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 이제 건강 좀 챙기려고요. 누나도 이제 건강 좀 챙겨요.”


“야! 건강이고 뭐고, 나 가게 내놨다.”


양준태는 옥경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예? 아니 가게는 왜요? 누나 어디 아파?”


옥경은 가게 안을 빙 둘러보며 말했다.


“아프긴 어디가 아파. 장사가 안 되니까 그만 둬야지. 언제까지 파리만 날리고 있을 수 없잖아.”


“누나 가게 장사가 그렇게 안 돼? 나희도 있고, 나도 있고···.”


옥경은 양준태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뭐? 그래 또 누구 있냐? 그리고 너는 빼야지 인마. 맨날 공짜로 얻어먹으면서 양심도 없게.”


“맨날은 아니지. 아! 그리고 나희 친구, 그 키 작은 애도 있고···.”


양준태의 말에 옥경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두세 달 안에 나갈 거야. 그 안에 실컷 와서 먹어라. 알았지?”


옥경이 주방 앞 커튼을 열고 주방 안으로 들어가자, 양준태는 힘없는 목소리로 옥경을 불렀다.


“옥경이 누나···.”


주방에 있는 옥경은 양준태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옥경은 어제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에 가게를 내놓겠다고 했다.


오늘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에서 앞으로 1년 동안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연락을 받고 고민하던

중이었다.


옥경은 잘못 들은 줄 알고 몇 번을 되물었지만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에서는 건물주 지시라고만 말했다.


도대체 건물주가 어떤 미친 놈이길래 1년 동안 가게 세를 안 받는다는 건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옥경은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스탠드 바에 앉아 있던 양준태는 몸을 돌려 텅 빈 가게 안을 바라봤다.


테이블 네 개의 조그만 가게는 옥경과 추억이 깃들어 있다.


연극 연출을 꿈꾸던 양준태는 부동산 투자회사를 물려받길 원했던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쳤다.


세상에 돈이 전부라는 부모님과 달리 양준태는 돈 없는 예술가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집을 나왔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통장과 카드를 뺏긴 양준태는 모아 놓은 비상금으로 대학로 근처 옥탑방을 얻고 연극판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양준태의 예상과 달리 어느 곳에서도 양준태를 써 주지 않았다.


그 이유는 30년 전 양준태는 하얀 얼굴에 부잣집 도련님 스타일이었고, 면접을 본 사람들은 배고프고 힘든 연극판에서 절대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시작도 못 하고 포기할 때쯤 도상철(도나희 아버지) 연출이 준비하는 공연에 기획팀으로 면접을 보게 됐다.


도상철 연출은 기존 틀을 깨고 실험적이면서 파격적인 공연으로 대학로에서 떠오르는 젊은 연출가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사람을 뽑을 때도 실험적이고 파격적이엇나보다.


면접을 보기 위해 도상철 연출 앞에 선 양준태는 가방 안에서 자기가 직접 쓴 희극 대본과 연극 관람 후기 등을 작성한 서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런 양준태를 빤히 바라보던 도상철은 호주머니에서 투명 테이프를 꺼내 던지며 말했다.


“양준태씨 앞에 있는 유리 테이프를 일정한 크기로 떼어서 책상 모서리 붙여봐요.”


눈동자를 굴리며 “뭐지?” 하던 양준태에게 도상철 연출은 이어서 말했다.


“왜 그러고 있어요? 못 할 것 같아요?”


“아, 아닙니다.”


양준태는 대답과 동시에 신들린 듯 유리테이프를 일정한 크기로 떼어서 책상 모서리에 붙였다.


책상 모서리에 같은 크기로 붙어 있는 유리테이프를 바라보던 도상철 연출은 짧게 말했다.


“합격!”


이때까지만 해도 양준태는 이게 뭐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합격이라는 말이 왜 이리 찜찜하게 들리는 것일까?


유리테이프와 공연기획은 어떤 접점이 있는 걸까?


궁금증의 해답을 찾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았다.


양준태는 테이프를 입에 물고 대학로에 있는 벽이라는 벽에 공연 포스터를 붙였다.


붙이면 누군가가 떼어 내고 그러면 또 붙이고, 다른 공연 포스터가 위에 덧붙여지면 그 위에 다시 붙이고.


왜 면접에서 유리 테이프를 떼라고 했는지 깨달았다.


처음 공연 기획일을 하는 양준태는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됐다.


그 여인은 바로 황옥경, 도상철 연출이 준비하는 연극의 주인공이었다.


양준태가 붙이는 포스터에는 20대 후반의 눈매가 매력적인 옥경의 얼굴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다.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옥경과 처음 만나게 된 양준태는 첫눈에 반했다.


눈 감고 수줍게 웃는 모습, 연기에 대한 열정,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완벽한 여자였다.


옥경은 대학로 흥행 배우로 알려진 남자 배우와 교재를 하고 있었고 공연이 끝나면 결혼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양준태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옥경을 짝사랑하며 사랑앓이를 했다.


실수투성이인 어리버리 양준태가 실수해도 옥경은 미소를 보내며 넘어갔다.


천사 같은 여인이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옥경은 다른 남자의 여인이 될 것이었다.


공연이 끝나갈 때쯤 양준태는 분장실에서 혼자 앉아 있던 옥경에게 수줍게 말했다.


“옥경이 누나. 결혼하신다면서요. 누나 꼭 행복하세요.”


행복을 빌어 주며 마음속에서 옥경을 내보냈고, 옥경은 반쯤 감긴 눈으로 양준태를 보며 미소로 말했다.


“준태야 고마워. 우리 다음 공연에서도 함께 일하면 좋겠다.”


가슴이 찢어지던 양준태는 앞으로 절대 옥경을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거짓 대답을 했다.


“네.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렇게 공연은 끝나고 마지막 쫑 파티에 옥경과 결혼할 남자 배우가 온다는 말을 들은 양준태는 쫑 파티에 참석하지 않고 극장에서 홀로 깡소주를 마시며 마음을 달랬다.


그렇게 양준태의 첫사랑을 떠나가는 듯했다.


그런데 옥경이 만나던 남자와 결혼 직전에 이별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설마설마 하던 양준태는 도상철 연출에게 옥경의 사연을 전해 듣게 됐다.


옥경과 결혼을 앞뒀던 남자 배우가 갑자기 영화 주인공에 캐스팅이 되면서 결혼을 미루게 됐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다는 말이었다.


도상철 연출은 옥경만 불쌍하게 됐다며 마음 아파하며 소주를 들이켰고, 양준태는 하늘이 자기를 돕는다는 생각에 쾌재를 부르며 소주를 들이켰다.


대학로 연극배우들 대부분은 옥경과 남자 배우의 사이를 알고 있었다.


옥경이 쉽게 대학로에 나올 수 없다는 건 모두 예견했던 일이다.


옥경은 남자 친구와 이별한 후 3년 동안 공연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그 3년 사이에 옥경과 사귀었던 남자 배우는 흥행 연극 배우에서 흥행 영화배우로 완벽하게 변신했고 미모의 여배우와 결혼까지 했다.


어리버리 양준태는 3년 사이에 공연 기획에서 조연출로 자리를 옮겼다.


연출자가 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도상철 연출은 양준태가 조연출을 하게 큰 도움을 줬다.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활동을 시작한 옥경은 양준태가 조연출하는 공연에 캐스팅되어 함께 작품을 하게 됐다.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말이 현실이 된 것이었다.


3년 동안 묵묵히 옥경을 기다렸던 양준태는 옥경과 진지한 사이를 꿈꿨지만, 이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던 옥경은 양준태의 마음을 받아들이질 않았다.


이제는 남자를 믿고 사귈 수가 없다는 옥경의 말에 양준태는 다시 한번 가슴이 매어 왔다.


옥경은 양준태에게 남동생이 없다며 동생을 하자고 말했고, 양준태는 남동생으로 옥경의 옆에서 옥경을 지켜주고 싶었다.


옥경이 주인공을 한 공연은 흥행 실패를 했고 옥경은 서서히 잊혀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천사 편이 아닌 것 같았다.


공연 출연이 줄어들자 옥경은 대학로 근처에 조그만 술집을 열었다.


‘반디’ 라는 술집 이름은 양준태가 지어 준 것이다.


반딧불이 되어 어둠 속에서도 옥경에게 빛을 비추며 지켜 주겠다는 의미였다.


양준태는 옥경의 반딧불이 되어 3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텅 빈 가게 안을 바라보던 양준태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동안 옥경을 지켜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후회의 눈물이었다.


“준태야! 밥 먹어라.”


이때 양준태의 등 뒤에서 옥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눈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쓱 닦아내고 몸을 돌려 주방 입구를 바라봤다.


옥경이 꽁치 김치찌개를 쟁반에 들고 나왔고, 양준태는 울컥 감동의 울음을 터트렸다.


꽁치 김치찌개는 양준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역시 옥경이 누나는 천사다.


“누나···.”


양준태는 울먹이며 입을 떼자, 옥경은 행동을 멈추고 말했다.


“야 인마 너 왜 울어?”


“아니 갑자기 눈물이 나오네.”


옥경은 가게 입구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야. 나가. 너 빨리 집에 가.”


“예? 아니 왜 그래요 누나?”


양준태는 놀란 눈으로 물었고, 옥경은 물음에 즉각 대답했다.


“손님 없어 가지고 마음도 안 좋은데. 첫 손님이라는 놈이 질질 짜고 있어. 나가, 집에 가라고.”


“아니 그게 아니고.”


양준태가 말하는데 옥경은 쟁반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머리카락이 다 빠져 반짝거리는 정수리를 긁으며 이어서 말했다.


“이게 아닌데···. 천사야 너 어디 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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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6화. 액션스쿨에서 의식을 잃은 하윤 22.07.19 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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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5화. 진호야 스토커들이나 하는 짓이야 22.06.28 46 1 11쪽
115 114화. 민준의 전화 22.06.25 37 1 11쪽
» 113화. 천사야 너 어디갔니? 22.06.23 34 1 11쪽
113 112화. 피터팬은 와이어를 타고 22.06.20 37 1 11쪽
112 111화. 스크래치 22.06.18 32 1 11쪽
111 110화. 황금색 람보르기니 주인은? 22.06.16 34 2 11쪽
110 109화. 소민의 생일 22.06.14 36 2 11쪽
109 108화. 진호의 고민상담 22.06.11 3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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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화. 오선희의 결혼식 22.05.23 4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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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3화. 바람은 병이다 22.05.18 43 2 11쪽
103 102화. 기적 22.05.16 38 2 11쪽
102 101화. 진호의 의심은 사실이 되어간다 22.05.13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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