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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87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5.18 22:05
조회
43
추천
2
글자
11쪽

103화. 바람은 병이다

DUMMY

그리고 그날처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규혁은 나희와 헤어지고 많은 후회했다.


사실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나희를 만나면서 두 번이나 실수했다.


후회해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실수는 지워지지 않는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기억에서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분장실과 무대를 잇는 통로 끝은 검은색 커튼이 높이 쳐 있고 커튼 가운데로 배우들이 무대와 분장실로 오간다.


규혁은 무대 위 피아노를 보기 위해 검은 커튼 사이를 양손으로 살짝 열었다.


커튼을 열자 무대 위 조명이 커튼 틈 사이로 빛을 뿌렸다.


규혁은 숨 죽이며 무대 위 피아노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나희는 무대 위 피아노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랫소리가 텅 빈 공연장 안에 울려 퍼졌다.


규혁은 나희의 모습을 보며 나희와 헤어지고 이유 없이 나희를 괴롭힌 자신을 원망했다.


도나희는 착한 여자, 의리 있는 여자, 항상 배려하는 여자다.


규혁은 자기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맺혔다. 후회의 눈물이었다.


커튼 사이를 열었던 손을 눈물이 고여 있는 눈으로 가져가자, 무대 조명 빛이 사라지고 어두운 통로에서 규혁은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니까 있을 때 좀 잘하지 그랬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통로 어둠 속에서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규혁은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 앉으며 소리쳤다.


“어 어 어. 뭐 야!!”


어둠 속에서 남자의 얼굴 형체가 규혁에게 쓱 다가왔다.


“어! 어! 어! 어!!”


규혁의 비명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얼굴 형체가 규혁 앞으로 다가오자. 검은색 커튼이 활짝 열렸다.


피아노 연주하던 나희는 무대 뒤 커튼 뒤에서 남자 비명소리가 들리자, 노래를 멈추고 무대 커튼을 활짝 열어 재꼈다.


무대와 분장실 통로를 연결하는 공간에 무대 조명이 밝게 비추자, 양준태 연출이 앉아 있는 규혁을 향해 얼굴을 들이 밀고 있었다.


어둠 속 중저음 톤의 목소리 주인공은 양준태 연출이었다.


나희는 주저 앉아 있는 규혁과 규혁을 바라보는 양준태가 왜 이러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축가 연습을 하는데 방해를 한 두 사람을 보고 짜증이 밀려왔다.


“아 뭐 야, 깜짝 놀랐잖아요. 아니 왜들 이렇게 빨리 나왔어요?”


주저 앉아 있던 규혁은 바지를 털며 일어섰고, 나희의 질문에 양준태 연출은 몸을 바로 세우며 대답했다.


“응. 배가 고파서 분장실에 먹다 남은 거 뭐 없나 해서 나왔지.”


나희는 한숨이 나왔다. 공연이 흥행하면 뭐 하나 지질한 근성은 사라지질 않는데.


“연출님 분장실이 푸드코트예요. 먹을 게 뭐가 있겠어요?”


“있던데? 햄버거. 햄버거 세트 있길래 먹었어.”


그러고 보니 양준태 손에 콜라가 담겨 진 컵이 있었다.


양준태의 대답에 규혁의 뱃속에서 다수의 늑대 울음 소리가 들렸다.


‘아. 그거 내건데.’


“연출님 그 햄버거···.”


규혁이 배를 움켜쥐고 말하는데 나희가 규혁의 말을 자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 진짜 짜증 나.”


나희는 검은색 커튼에 감정을 실어 닫아 버렸다.


분장실에서 무대로 연결된 통로에는 다시 어둠이 찾아왔고, 규혁과 양준태 연출만이 침묵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무대 위를 힘차게 걸어가는 나희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규혁은 양준태 연출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하지 그랬냐.”


그렇다면 양준태 연출도 규혁과 나희가 사귀었던 걸 알고 있다는 것인가?


알고 있다면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규혁은 어둠 속 양준태 연출의 형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연출님.”


말하는데 양준태 연출의 입에서 걸쭉한 트림이 뿜어져 나왔다.


“꺼어억, 어어억, 어어억.”


그 소리는 규혁이 태어나서 처음 듣는 더러운 소리였고, 햄버거와 콜라가 뒤섞인 향기는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우욱 우웩.”



***



나희는 씩씩거리며 공연문을 열고 나와 지하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아무도 없을 거로 생각했던 공연장에는 전 남자 친구 규혁과 양준태 연출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찍 나와 자기의 노래를 엿듣고 있었다.


나희는 집에서 노래 연습을 할 걸 그랬나 후회하며 공연장 건물 옆 흡연 공간으로 걸어갔다.


양준태 연출이야 그렇다 치지만 전 남자 친구 규혁이 자기의 노래를 엿듣고 있었던 걸 생각하니 소름 끼쳤다.


나희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셨다.


전자담배 연기를 뿜어내던 나희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나희는 놀이동산 아르바이트를 하며 규혁을 만났다.


규혁은 나희의 후배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나희는 키가 크고 잘생긴 규혁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규혁은 나희와 대화가 잘 통했다. 이유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혁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 나희는 규혁과 자연스럽게 편한 친구 이상은 될 수 없었다.


같은 파트 아르바이트생 모임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던 규혁이 왔다.


술자리는 2차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나희는 거기에서 오늘 불렀던 김동률의 기적을 불렀다.


술에 취한 나희는 기적이라는 노래를 왜 불렀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불렀다.


규혁은 그날 노래방 화장실을 다녀오던 나희를 노래방 통로에서 기다렸다가 키스했다.


나희도 규혁의 키스를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규혁과 나희의 애매한 친구 사이가 끝나가고 있었다.


나희는 규혁이 첫 키스 상대였다.


“나희 니 노래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


규혁은 달콤하게 말했다.


나희는 친구인 규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규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짓고 나희 입술에 다시 키스했다.


모두 지난 과거의 일이다.


나희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무대 뒤 커튼 뒤에서 몰래 노래를 듣고 있던 규혁을 보고 생각났다.


짜증이 밀려왔다.


그때 나희 바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 진동 벨이 울렸다.


나희는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봤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친구 하윤’이 떠 있었다.


하윤이는 여신으로 불리는 기상캐스터이자 2층에 살고 있는 진호의 여자 친구다.


사흘 전 진호는 알몸으로 방에 들어와 불처럼 화를 냈다.


나희가 볼 때 진호의 그런 모습은 미친 사람 같았다.


친구 하윤은 알몸으로 화를 내는 자기의 남자 친구인 진호를 보고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그날 아침 너무 놀라 침묵하던 하윤은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금 전화가 온 것이다.


나희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순간 울려 준 휴대전화가 고마웠다.


그리고 좋은 타이밍에 전화해준 하윤도 고마웠다.


“어. 하윤아!”


왼손으로 입에 물고 있던 전자담배를 빼내며 반갑게 인사했다.


“나희야. 나 하윤이.”


하윤의 목소리는 밝고 청량했다.


“야. 알지.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나희는 하윤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진호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망설이며 하지 못했다.


나희가 하윤과 가깝게 지내는 걸 진호는 너무 싫어했다.


“그럼 연락하지 그랬어. 내가 정신없이 바빠서 연락 못했어. 나희야 너 내일 공연 전에 뭐해? 스케줄 있어?


하윤은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도 착하고 말도 착하게 했다.


나희는 내일 선희 결혼식 축가를 부르러 가야 한다


“아. 내일. 나 내일 친구 결혼식 축가 부르러 가는데.”


나희의 말에 하윤은 활짝 반기며 말했다.


“어 진짜? 친구 누구? 나는 당연히 모르는 친구지?”


국가 대표 펜싱선수, 국민 영웅 오선희를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었다.


나희는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를 들이 마시며 말했다.


“오선희 선수라고. 너도 알 것 같은데?”


“오선희 선수?? 당연히 알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희 너가 내일 결혼식 축가 불러?”


반갑게 말하는 하윤의 반응에 나희는 하윤이 선희를 따로 아는 사이인가 착각했다.


“하윤이 너 선희랑 아는 사이야?”


하윤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하윤의 목소리가 휴대전화 스피커를 통해 들렸다.


“내일 나 쉬는 날인데. 내가 출연했던 쇼 프로 피디 님이 오선희 선수 결혼식에 가자는 거야. 나는 쉬고 싶어서 못 갈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나희 너한테 전화한 건데. 너가 축가를 부른다고 하니까. 내일 결혼식에 가야하나. 생각이 드네.”


“진짜? 우와. 오선희도 너도 유명인이라 다르구나.”


나희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진호가 떠올랐다.


진호는 그날 이후로 아침을 먹으러 1층에 내려오지 않았다.


아침은 꼭 챙겨 먹는 앤데. 걱정이 되지만 나희의 걱정을 극도로 싫어하는 지라 말하지 않고 있다.


진호의 절친 민준과 나희의 절친 소민이 사귀고 있다.


나희는 소민이를 통해 2층에 살고 있는 진호의 근황을 알 수 있었다.


진호는 하윤의 연락을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고.


저러다 사람 하나 죽겠다고.


하윤에게 진호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말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럼 나도 내일 오선희 선수 결혼식에 가야겠다. 나희야 내일 결혼식에서 만나자.”


하윤은 웃음을 섞으며 말했다.


나희는 하윤까지 온다니 내일 축가를 부른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내일 결혼식에 소민도 함께 간다고 했다.


소민이는 선희에게 부케를 받고 싶다고 연락했다.


나희는 말렸지만 소민은 신이 나서 선희에게 말하고 말았다.


선희는 흔쾌히 부케를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소민은 남자 친구 민준과 함께 가겠다며 선희에게 말했다.


선희는 반갑게 꼭 함께 오라고 말했다.


그럼 내일 소민이도 민준이도 하윤이도 오선희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펜싱부 친구들이 참석할 것이다. 나희와 싸웠던 선배들도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때린 사람은 발 뻗고 자고 맞은 사람은 발 굽히고 잔다는데. 나희는 때린 사람에 속했다.


왠지 부담스러운 나희는 밝게 말했다.


“그래. 내일 오선희 결혼식에서 만나자.”


나희의 말에 하윤은 말했다.


‘그래 나희야. 나 너한테 말도 있으니까 내일 꼭 만나자.”


“어? 할 말? 그래 내일 만나서 이야기하자.”


나희는 하윤과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내일 결혼식장에 진호를 데려가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하윤의 연락을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는데 내일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호는 나희가 함께 가자고 하면 안 갈 것이다.


진호는 이유 없이 그런다.


전자 담배 연기를 뿜어내던 나희가 옆에 사람이 있다는 걸 느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규혁이 나희와 같이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나희는 벽에 기댄 등을 일으켜 세우며 인기척도 없이 옆에 와 있는 규혁을 노려봤다.


“야 뭐야?”


규혁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에 불을 켰다.


그리고 하얀 담배 연기를 하늘을 향해 길게 내뿜었다.


‘하여튼 이 새끼는 멋있는 척은 혼자 다한다.’ 병이다 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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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7화. 진호는 또 다시 달린다 22.07.20 48 1 8쪽
127 126화. 액션스쿨에서 의식을 잃은 하윤 22.07.19 24 1 11쪽
126 125화. 인생 역전 이재평 22.07.18 32 1 11쪽
125 124화. 너는 말이라도 하지 22.07.15 29 1 11쪽
124 123화. 누구냐 넌? 22.07.14 35 1 11쪽
123 122화. 니(회장님)가 왜 거기서 나와? 22.07.13 35 1 11쪽
122 121화. 이재평 기자의 과거는? 22.07.12 24 1 11쪽
121 120화. 집착에 눈이 멀다 22.07.09 46 1 11쪽
120 119화. 선처란 없다 22.07.07 37 1 11쪽
119 118화. 몰래 카메라 22.07.05 37 1 11쪽
118 117화. 진호의 변명 22.07.02 32 1 11쪽
117 116화. 주거 침입 죄로 체포된 오진호 22.06.30 31 1 11쪽
116 115화. 진호야 스토커들이나 하는 짓이야 22.06.28 46 1 11쪽
115 114화. 민준의 전화 22.06.25 37 1 11쪽
114 113화. 천사야 너 어디갔니? 22.06.23 34 1 11쪽
113 112화. 피터팬은 와이어를 타고 22.06.20 37 1 11쪽
112 111화. 스크래치 22.06.18 32 1 11쪽
111 110화. 황금색 람보르기니 주인은? 22.06.16 34 2 11쪽
110 109화. 소민의 생일 22.06.14 36 2 11쪽
109 108화. 진호의 고민상담 22.06.11 31 2 11쪽
108 107화. SM제약 외동딸 김소민 22.06.09 36 2 11쪽
107 106화. 김소민의 정체는? 22.05.25 33 2 11쪽
106 105화. 오선희의 결혼식 22.05.23 43 2 11쪽
105 104화. 사라져버린 두 시간 22.05.20 41 2 11쪽
» 103화. 바람은 병이다 22.05.18 44 2 11쪽
103 102화. 기적 22.05.16 38 2 11쪽
102 101화. 진호의 의심은 사실이 되어간다 22.05.13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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