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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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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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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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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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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광기의 짐승

DUMMY

어둠에 물들었던 시야에 빛이 새어 들어왔다.

곧 정신을 차리자 드넓게 펼쳐진 하늘이 아닌 사방이 꽉 막힌 경기장임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아주 생생한 꿈 비슷 무리한 것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든 기억 해내야만 할 것 같았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찝찝한 상태로 상체를 일으키려 했는데, 어째서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고개만 움직여 복부를 확인하니 농구공 크기정도 되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원인은 이것 때문인가.’


포르미루의 기술 살수를 맞고 정전을 맞이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눈을 뜨면 재생될 줄 알았던 상처는 어째서인지 낫지 않아 움직임에 제약을 주고 있다.


- 제 살수를 맞고도 잠시 의식을 잃을 뿐, 멀쩡하시네요.


“넌 이게 멀쩡한 걸로 보이냐?”


녀석의 도발에 넘어가지 말자.

폐에 구멍이 뚫린 탓인지 헛바람만 집어삼키고 있는 기분이다.


그나마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육체라 태연스레 입을 열 뿐이지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수련을 통해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그 위의 실력자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착각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방심 따위 하지 않았다.

이건 오로지 실력 차에 의한 나의 KO패.


공격이 들어올 당시 어떠한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공격을 받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었다.


주위에 퍼트려놓은 기운에도 불구하고 전혀 감지되지 않는 공격.


- 목표를 정해놓고 기술을 쓰면 그 공격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대상에게 파멸을 선사하는 저의 필살기죠. 단순히 피하거나 막는다고 해서 될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구사하기는···”


- 말도 안 되는 능력은 당신이죠. 언젠가는 이 기술도 당신의 손에 들어가게 될 지도 모른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능력을 빼앗기기 전에 살수로 당신의 목숨을 확실하게 취할 거예요.


뚫린 복부는 아직까지도 재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거무튀튀한 액체 비슷한 게 묻어있는데 아마 이게 방해하는 거겠지.


- 살수.


“참 너무···오오!”


펄럭!


포르미루의 손바닥이 내 머리를 향해 뻗기 직전, 요선이 내 육체를 휘감아 잽싸게 자리를 피해보였다.


“나이스, 요선.”


펄럭!


- 말했잖아요? 살수는 발동된 순간 대상에게 닿는다고 말이에요. 피하려고 한다면 발동되기 전에 움직여야 해요.


“······아니 그럼 헷갈리게 손을 뻗지 말···”


푸왁!


내 시야는 다시 어둠에 잠식되었다.


[결국 이런 결말이군.]


‘저 포르미루라는 녀석. 묘하게 너랑 닮은 능력을 구사하는 것 같은데.’


머리가 터져버렸다.

재생을 억제하던 검은 액체를 떠올리며 그렇게 말하자 심연의 목소리는 침묵했다.


‘살수라는 기술 상당히 까다로운 게 역시 미궁의 라스트 보스라 이 말인가?’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마지막 관문이니 여기선 전부 개방해야지.’


[기시단의 광기를 전신에 불어넣을 생각이냐.]


‘그 수밖에는 없잖아.’


뚫린 복부와 터져버린 머리의 재생을 위해서는 광기에 의한 능력의 증폭밖에 없었다.

전신에 광기를 주입시키면 의식을 잃게 되겠지만 이곳은 미궁.


다른 힘이 통하지 않는다면, 여기선 내가 지닌 능력 중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기시단의 광기밖엔 답이 없었다.


---


- 유하의 자질을 타고난 존재라 하여도 저의 필살기 앞에선 어쩔 수 없나보네요. 솔직히 제가 이 정도로 강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포르미루는 자신의 힘이 유하의 자질에 버금간다는, 아니 압도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미궁의 마지막 계층에 배치를 받고난 이후로 자신의 강함을 측정할 수 있는 마땅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줄곧 혼자서 기술을 연마하던 날을 떠올렸다.


자신보다 약하게 설계된 몬스터들을 상대로 실험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며, 한 번은 다른 계층으로 갈 수는 없는지 드넓은 사막을 몇 번씩이나 나선적도 있었다.


따분한 나날들.

매일 똑같은 풍경을 마주하며 포르미루는 자극을 원했다.

앞으로 쭉 이런 날이 지속될 것이란 것에 우울해진 적도 있었다.


그 이후 포르미루는 자신에게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바로 갑옷을 만들어 착용한 것이다.


멈춰진 세계와 시간 속에서 사소한 변화만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움직임에 제약이 따르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아 갑갑했지만 이 자극이 자신은 숨을 쉬고 살아가는 존재라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자신을 억압하는 것만으로 희열을 느꼈다.

때문에 포르미루는 생각했다.


처음 이 미궁에 발을 들인 자는 자신을 압도하는 강자였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격전을 벌이며 고전을 겪어보고 싶었다.


그 속에서 포르미루는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자극에 의한 희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유하의 자질?


자신의 앞에 널브러진 채 쓰러져있을 뿐이다.


자신이 강한 것도 좋지만 너무 강한 나머지 허망함을 느끼는 포르미루.


포식자란 이명에 걸맞은 결과였지만, 자극을 원했던 포르미루에게 있어서 다가오는 실망감은 매우 컸다.


- 아쉽지만 여기까지인 모양이네요.


복부와 머리가 터져나간 상대이지만 포르미루는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 손을 뻗어보였다.

그때.


- 이 기운은···


쓰러진 상대방으로부터 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먹잇감을 발견한 뱀처럼 꽈리를 틀다, 이내 기운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가며 포르미루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 저를 향한 광적인 집착이 느껴지네요. 아직 끝을 내기엔 이르다는 거죠? 이런 자극은 언제든지 받아줄게요. 들어오시죠.


붉은 기운이 팔과 다리를 대신하여 육신을 일으켰다.


복부에는 큼지막한 구멍이 뚫린 머리 없는 생명체는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


자극을 원했던 포르미루에게 있어 지금 이 상황은 몹시 흥분될 수밖에 없었다.


촤르르르륵!!!!


소멸되는 것을 꺼려하여 신경사슬의 사용을 자제했던 칼과 달리, 광기에 잠식당해 변질된 칼은 거침없이 꺼내들었다.


붉은 기운이 더욱 넓게 퍼지며 포르미루를 집어삼켰다.


머리가 터져나간 탓에 기운을 통해 상대를 포착하기 위해서이다.


- 엄청난 기운이네요. 처음으로 오싹해지기 시작했어요.


찌릿찌릿한 전율이 전신을 타고 흐르는 포르미루.

방금 전까지완 전혀 다른 분위기 때문에 다소 진중하게 상대하기로 마음먹는다.


광기의 여파는 포르미루에게만 끼친 것이 아니다.

송곳에 찔려 고통에 허우적대고 있는 몬스터들에게도 변질화된 칼의 기운에 의해 석고상처럼 전신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자는 칼과 포르미루 뿐.


파악!


칼이 땅을 박차며 신경사슬에 광기를 두른 채 위에서 아래로 맹렬하게 휘둘렀다.


- 실험해보죠. 이만한 기운을 두른 공격도 제 힘에 소멸되는지.


묵직!


- !!!


쿠드드득!!!


신경사슬을 손바닥으로 막아낸 포르미루.

소멸되기는커녕 태산에 짓눌리는 압박에 두 다리가 대지에 박히며 전신에 고통이 스며든다.


- 끄으윽!!!


신경사슬은 포르미루의 손바닥에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짓누르기 위해 기운을 한층 더 불어넣은 게 느껴졌다.


- 버, 버티기가 힘드네요!


쾅!!


압살 당하기 전에 궤도를 비틀어 빠져나온 포르미루는 짧은 심호흡을 하였다.

신경사슬의 공격에 의해 갑옷에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온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금이 가있었으며 저런 공격을 막는 것은 기껏해야 두 번 내지 세 번.


- 사, 살수.


지금까지 압도당한 적이 없던 포르미루이기에 갑옷에 데미지가 들어가자 당황하여 급히 살수를 펼쳤지만, 칼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공간도약.


- 어디로 갔지?


쿠궁!


포르미루가 서 있는 땅 밑으로 신경사슬이 뚫고 올라와 발목을 휘감아 육체의 절반가량을 파묻었고 바로 앞에서 머리가 터져나간 칼이 불쑥 나타나 광기를 두른 발차기로 투구를 가격하였다.


파창!!!!


- 끄으악!!!


순수한 광기의 힘은 포르미루의 소멸을 완전히 무시하고 들어간다.


쿠웅!!!


투구가 깨지며 일격의 여파로 수십 미터는 떨어진 경기장 내부의 벽이 파괴되며 허물어졌다.


그리고 붉은 광기의 기운은 송곳에 찔린 몬스터들을 휘감아 그대로 잘게 분쇄하였고 그렇게 잘게 썰린 살점들은 칼의 식도로 직행하였다.


- 끄으으윽, 안 돼!


부서진 투구를 감싸며 크게 외치는 포르미루.

몸이 파묻혀 저항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투구가 깨져버린 것이 신경 쓰이는 듯 보였다.


그 사이, 몬스터들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보충한 칼은 붉은 기운이 한층 더 짙어졌으며 재생을 억제하고 있던 검은 찌꺼기들을 증발시켜 곧바로 육체의 재생을 이루었다.


단숨에 원 상태로 돌아온 칼은 시야가 확보되자 성큼 움직여 포르미루에게 다가갔다.

시뻘건 안광에 비치는 것은 모조리 적으로 인식한다.


육체에 훼손을 가한 상대에 대한 폭발적인 증오와 분노가 발산되었지만 어째서인지 포르미루의 상태가 이상했다.


쿠웅!


짙은 광기의 기운을 두른 팔은 농도가 너무 짙었던 나머지 피를 머금은 둔기의 형상처럼 보였으며 그대로 포르미루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었다.


파캉!!


경기장의 바닥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거친 바다의 파도처럼 일렁이며 파괴된다.

그리고 포르미루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갑옷이 산산이 부서지며 어마어마한 고통을 선사하였다.


- !!!


갑옷이 파괴되기 직전, 부서진 투구를 감싼 채로 자신을 향해 팔을 휘두르는 칼을 보며 포르미루는 나지막이 부탁했다.


이대로 끝내기는 싫다고,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자극을 원했던 포르미루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순간.

살고자하는 본심이 튀어나온 것일까?


“크르르···?!”


화악!!!!


- 이제 다 끝났어. 더 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게 되어버렸어.


포르미루는 자신이 죽게 된다는 공포심에 의해서 그런 부탁을 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극을 위해 억압해왔던 힘이, 지금 칼에 의해서 풀려나는 것으로 인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그 날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 한 것이었다.


- 놀이는 끝이야. 심연 속에서 널 집어삼킨 뒤 다시 시작하겠어.


섬뜩한 포르미루의 음성이 경기장 내부에 울려 퍼진다.


갑옷 속에 든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어둠.

억압된 힘이 풀려나며 그렇게 공간은 포르미루의 심연에 집어삼켜졌다.


“크르르르르”


심연 속.

칼의 낮게 우는 소리만 들릴 뿐 시야는 완전히 차단되어있다.

붉은 기운을 퍼트려보지만 잡히는 것은 없었으며 이에 칼의 분노는 극에 치닫게 된다.


“크와아아악!!!”


쿠궁! 쿠궁! 쾅!


적의 모습이 시야에도 비치지 않고 기운에도 감지되지 않게 되자 칼은 무작정 주변 일대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심연에 잠식되어 있지만 주변은 송곳이 촘촘히 나있는 장소인 만큼 칼의 무차별적 공격 행위에 부서지고 몬스터들이 찢겨져 나갔지만 완전한 심연에 의해 그 광경은 역시 볼 수 없었다.


모든 감각의 차단.


무엇이든 집어삼켜버리는 포르미루의 진정한 힘이자 본 모습인 것이다.


- 소용없어. 심연에 삼켜진 순간부터 너는 내 먹잇감에 불과해. 설령 유하의 자질을 타고난 존재라 할지라도.


피잉!


툭!


“크르르르르.”


- 그러니 조금 얌전히 있는 게 어때? 내 작품이 망가지는 것은 원하지 않아서.


공격을 받은 낌새도 없이 칼의 왼쪽 팔이 잘려 떨어졌다.

경고의 의미를 담은 포르미루의 공격에 칼은 더욱 분노에 몸을 맡기며 공간을 헤집기 시작했다.


쿠구궁!


경고에도 불구하고 칼이 날뛰자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인지 포르미루는 양 다리를 잘라내었다.


털썩!


기시단의 순수한 광기를 몸에 두르고 있었음에도 종이를 벤 것처럼 칼의 두 다리가 잘려나갔다.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여전히 낮게 울부짖는 칼.

이것은 살육에 미쳐있는 질 나쁜 짐승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드드드드!!


곧바로 재생되었긴 하지만 칼은 일어서지 않은 채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며 바닥을 긁어대었다.

공격을 받았지만 상대가 어디 있는지, 느껴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모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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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21. 마족의 비밀, 금서 19.08.15 8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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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21. 미니엄의 능력 19.08.06 8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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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0. 마계의 입구, 문지기 19.07.31 89 2 13쪽
123 20. 폐쇄구역 19.07.30 100 1 11쪽
122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19.07.29 104 2 19쪽
121 20. 맹수에 가까웠던 남자 19.07.25 9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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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2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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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3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5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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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9. 요정여왕? 19.07.08 89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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