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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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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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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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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글자수 :
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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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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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 폐쇄구역

DUMMY

대가를 지불한다는 거창한 말을 뺀다면 실상 이번 과제는 마러에게 항복 선언만 받아내면 되는 시험이라 반더람에 비해 아주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것도 노바였기에 쉽게 통과된 거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마러를 굴복시킨 노바는 길게 숨을 내뱉은 뒤 우리들에게 돌아왔다.


“고생하셨소.”


“맨몸 격투에도 일가견이 있던데?”


“발목을 붙잡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을 뿐이에요.”


신념이 사라진 노바는 다소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일단 어조부터가 상냥함에서 차가운 냉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멋쩍은 웃음으로 넘겨버렸다.


“아, 그, 그렇구나~”


- 으으으~···


“괜찮소?”


- 괜찮지 않아, 설마 이런 굴욕을 당할 줄은 몰랐는걸! 아, 짜증나!


반더람이 손을 내밀었지만 마러는 신경질적으로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까지 제 모습으로 있을 건가요?”


- 쳇,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나있다더니, 얻어 터져서 이렇게 불어터진 아름다움은 이쪽에서 사양이야! 흥!


팅팅 부은 얼굴로 대답하는 모습이 조금 그렇긴 했지만 어쨌든 마러는 과제를 통과했다며 어서 가라며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아무리 노바라도 자신의 얼굴이 곤죽이 된 것은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마러는 다시 거대한 거울로 돌아갔고, 일대는 다시 안개로 뒤덮이고 말았다.


- 다음 과제는 날 통해서 가면 바로 치룰 수 있을 거야.


거울로 돌아간 마러는 우리들에게 포탈을 제공해주었다.

거울 너머의 광경은 안개로 뒤덮인 풍경이 아닌 전혀 다른 배경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다음 무대의 배경지로 보였다.


심각하게 얻어터진 것치고는 상당히 친절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네?


“감사하오.”


“신경써주는 거야?”


- 착각하지 말아줄래? 내 영역에 너희 같은 족속들이 어슬렁거리지 않았으면 해서 열어준 거거든?


말은 하기 나름이라고 하더니, 그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그럼 사양 않고 이용할게요.”


노바는 성큼 거울 속으로 들어갔고, 나와 반더람도 재빨리 뒤따라 들어갔다.


- 후후후, 어디 고생 좀 해봐, 미끼를 던져줬더니 그걸 또 고맙다며 덥석 물어준 너희들에게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해야지. 아~ 통쾌하다~


거울 안으로 들어가 사라진 세 명의 존재들을 생각하며 마러는 한 동안 계속해서 웃음을 흘렸다.


---


“분위기가 갑작스레 바뀌었구려.”


마러의 거울을 통해 공간을 한 순간에 이동한 우리들은 엄청 고급스런 복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푹신한 카펫이 깔려있는 것은 당연했고, 벽에 걸린 벽화와 장식물들 그리고 샹들리에와 작은 탁자 위에 놓인 화분까지.


게다가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건지,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을 만큼 깔끔했고 분위기는 엔틱한 감성이 묻어나왔다.


긴 복도를 마주하며 우리들은 천천히 앞을 향해 걸어 나갔다.


“어느 저택으로 들어온 걸까요?”


“마계의 입구, 미궁의 한복판에 이런 곳도 있구나.”


[뭐가 있든 이상하지 않은 곳이 미궁이니 말이다.]


한참을 걷고 또 걸어 우리들은 검은색의 거대한 문을 마주하였다.


금색의 장미꽃 문양이 화려하게 새겨진 문이었는데 니스를 들이부은 것 마냥 광이 번쩍번쩍하게 나있었다.


“이 안에서 다음 과제를 치룰 수 있나보오.”


황동으로 만들어진 둥근 문고리를 잡으며 반더람은 망설임 없이 문을 두드렸다.


“안에 누구 계시오?”


- 청소 안 해도 돼~


“???”


“???”


“······.”


우리들은 잘 못 들어나 싶어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노바는 대가를 바치고 난 이후로 조금 냉철해진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별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었고 반더람은 목을 가다듬은 뒤 다시 문고리로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두 번째 시련의 과제를 받기 위해 온 자들이오. 들어가 봐도 되겠소?”


- 그렇게 말해도 안 속아~


“뭔가 이상하오.”


“아무래도 시종이랑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냥 베어 넘기죠.”


더 이상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노바가 선의 청록검을 뽑아들어 문을 베어버리려 했는데, 나와 반더람은 그런 그녀를 진정을 시키느라 소란을 조금 피웠다.


뜯어 말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와중, 안에 있던 존재는 그제야 소음의 정체가 평소와 다름을 인지한 것인지 문을 살짝 열어 얼굴만 내밀어 우리들을 쳐다보았다.


- 누구야?


“당신이 두 번째 시련의 과제 시험관이에요?”


선의 청록검을 반 쯤 빼낸 채 노바가 물어보았다.

그제야 나와 반더람은 노바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을 멈출 수 있었다.


- 과제 시험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들어와!


안에 있던 자는 다름 아닌 소녀였다.

그것도 앞서 나타났던 시험관들이랑은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활짝 문을 열고 우리를 맞이해주는 소녀.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공간이 나타났지만 상당히 난잡한 상태였다.

온갖 잡동사니로 보이는 것들로 가득 들어찬 방안은 문 쪽에서부터 커다한 침대까지의 경로를 제외하면 창고랑 다름없어 보였다.


그런데, 정신없이 막 어질러진 물건들 사이에 매우 익숙한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다가가 집어 들었는데,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


[왜 그러느냐?]


“이게 왜 이런 곳에 널브러져 있지?”


주워 든 것은 다름 아닌 흰색의 이어폰.

어느 편의점에서나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이어폰이 이곳에 떡하니 존재하고 있었다.

별거 아닌 것 일수도 있지만 이곳이 이세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이질적이다.


갑자기 봐선 안 될 것을 본 것 마냥 심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워 지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난생 처음 보는 온갖 물건들을 제외하더라도 화면이 깨진 모니터, 커터칼, 몽땅연필, 물티슈, 찌그러진 전자렌지에 먹다버린 과자 봉지 등등.


내가 있던 세계의 물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구의 물건이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그렇게 멋대로 방 안을 뒤지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내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노바, 반더람, 의문의 소녀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쓸 만한 것이라도 찾는 것이오?”


- 내가 아닌 다른 녀석이 어지럽히는 건 질색인데···


셋이 뭐라고 하던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서 뭘 어떻게 써야할지 감도 안 잡히는 물건들 사이에서 지구의 것들이 뒤섞여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문의 소녀를 주시하였다.


검은 긴 생머리에 자색의 눈동자.

잿빛의 피부에 검은색 계통의 허름한 레이스 원피스 차림.

머리에는 흰 색의 가시면류관이 씌어져 있고 오른손에는 갈대가 쥐어져있었다.


온 몸은 상처로 가득 했는데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이 물건들 어디서 가져 온 거야?”


소녀는 살짝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특히 노바와 반더람을 슬쩍 훑어보긴 했지만 그래도 질문에 대답은 해주었다.


- 가끔 차원이 열리면 물건이 쏟아져 내려와 나는 그걸 모은 것뿐인데?


“차원이 열려? 그건 언제 열리지?”


소녀는 고개를 살짝 들어 잠시 생각을 가진 뒤에 입을 열었다.


- 옛날에는 자주 열렸는데, 요즘에는 안 열렸던 거 같은데.


그때, 노바가 내게 다가와 이런 말을 해주었다.


“차원을 권장하는 신은 아리아님이에요. 아마 전쟁의 여파로 잠에 드셨기 때문에 완전히 닫혀버린 걸 거예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이 장소는 아리아의 권능에 영향을 받던 곳이었나 보군.]


그렇구나.

단순히 이곳에 흘러 들어온 것뿐이었나.

그러고 보면 별 해괴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이런 것들은 아마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건너온 것들이겠지?


아니, 그보다 마계의 미궁에 아리아의 권능이 왜?


-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는지 궁금해.


소녀가 갈대를 휘두르며 대뜸 물어왔고, 우리들은 두 번째 시련의 과제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해주었다.


- 마러를 통해 이곳에 왔구나, 그런데 나는 과제 시험관이 아닌데···


“뭣이오?”


다 같이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는데, 반더람이 깜짝 놀라자 침대가 푹 내려앉았다.


“미, 미안하오.”


- 괜찮아~자주 있는 일이야.


대수롭지 않게 웃는 얼굴로 넘기는 소녀.


“그럼 넌 누구야?”


- 나는 미니엄이라고 해, 원래는 한 구역의 시련 시험관이었는데 동생이 미궁을 뛰쳐나가는 바람에 나는 체벌과 동시에 폐쇄구역에 배치되었어.


“미궁을 나갔다고요?”


노바의 놀란 어투에 미니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응! 내 동생은 미니멈이라고 하는데, 둘이서 시련의 시험관 역할을 맡았는데 지금은 나 혼자야.


[미궁의 폐쇄구역이라면, 아무래도 마러라는 녀석이 골탕 먹이려는 속셈으로 벌인 짓이겠군.]


우리들은 그제야 마러가 친절을 베푼 이유를 알았다.

설마 이렇게 당할 줄이야···


“폐쇄구역이라면 시련이랑은 전혀 상관없다는 말이지?”


- 응.


“어떻게 하면 이곳을 나갈 수 있죠?”


- 내가 보내줄 수 있어.


“그럼 부탁 좀 해도 될까? 우리는 미궁을 넘어 마계로 가야하거든.”


- 음···보내줄 수는 있지만······.


“무슨 문제라도 있소이까?”


- 아니, 문제는 아닌데 그냥···


미니엄은 침대에 누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천장을 향해 손에 쥔 갈대를 휘두르며 한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조금 주저하고 있는 듯 보였다.


- 으음···흐음···음···


“그러지 말고 부탁드려요.”


노바의 간곡한 요청에 미니엄은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팔짱을 낀 채 대답했다.


- 그럼 내가 과제 시험관이 돼서 너희들이 통과하면 보내줄게.


“갑자기? 지금은 시험관이 아니라면서.”


내 말에 미니엄은 까짓 거 뭐 대수라는 말투로 대답했다.


- 동생도 규칙을 어겼는데 나라고 뭐 못하겠어? 나 과제 시험관 할래! 어차피 이 공간에서는 내 명령이 최우선 사항이라 뭘 해도 괜찮아.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릴 보내 줄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미니엄의 과제를 해결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뭔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무슨 생각이 있으니 과제 시험관을 자처하는 거겠지.


- 내가 통과시켜주고 싶을 때 통과야. 그게 과제야!


그런데, 미니엄은 정말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맞았다.


“그러니 어찌 해야 통과가 되는 것이오?”


- 나도 몰라!


과제 시험관이 되겠다고 해놓고 어떻게 해야 통과되는 지는 본인도 모른다.


가만히 있던 노바가 다시 선의 청록검을 빼들려고 했고, 나는 어떻게든 불상사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여전히 미니엄의 방안.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면 보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해달라는 것은 다 해주고 이야기 해달라는 것은 다 들려주었지만 여전히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보내줄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구먼.]


‘그러게, 딱히 원하는 것도 없어 보이고.’


방안에만 지내다 보니 세상 밖의 이야기에 관해서는 크나큰 관심을 보였지만 그것 뿐 이었다.

이제는 우리들이 있든 말든 신경 끈 채 침대에 뒹굴며 잡동사니를 만지면서 시간을 보낼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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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폐쇄구역 19.07.30 9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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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20. 마기의 강 19.07.22 103 1 12쪽
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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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4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0 1 11쪽
111 19. 행동개시, 잠입 19.07.09 99 1 12쪽
110 19. 요정여왕? 19.07.08 88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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